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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영업사원이 되었다-143화 (143/339)

143화

“다녀오셨습니까.”

“어, 다들 고생했다.”

4시에 모이기로 한 우리.

나는 몇 분 전 사무실에 도착했고, 손지혁 차장 역시 곧이어 복귀했다.

“차장님. 오늘 무슨 일 있는 겁니까?”

“글쎄다. 나도 오늘 바빠서 사장님께 연락도 따로 못 드렸어. 4시까지 마무리하고 오려니까 너무 바빠서 말이야.”

“그러시죠? 차장님 얼굴도 오랜만에 뵙는 것 같습니다.”

그는 내 말에 공감하는 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사무실에 퇴근 시간 전에 마무리하고 들어온 게 언제인지 모르겠다. 아이고, 삭신이야.”

손 차장은 어깨와 목이 뭉쳤는지, 스트레칭을 하며 앓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온종일 운전을 하며 병원을 돌아다니는 우리.

나 역시 몸이 항상 뻐근한 건 마찬가지였다.

“다녀오셨습니까.”

“고생하셨습니다.”

장홍석 사장을 끝으로 회의실에는 모든 인원이 모였다.

시곗바늘은 약속 시간대로 숫자 4를 가리키고 있었다.

“어. 다들 시간 잘 맞춰서 왔네.”

무슨 일이 있을까 걱정했던 손 차장과 나, 그리고 박 주임.

장 사장의 호출에 회사에 일이 터지지는 않았는지,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 것은 아닌지 걱정을 했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장 사장의 표정은 밝았다.

“오늘 일찍 마무리하고 모이자고 한 이유는…….”

그의 멘트에 우리는 모두 하나같이 그의 입술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 얼굴 안 본 지 너무 오래됐잖아. 요즘 다들 바쁘지?”

장 사장이 오늘 일찍 마무리하고 사무실에 들어오라고 했던 이유.

단순히 얼굴을 보자고 부른 것은 아닐 것이다.

항상 바쁘고 힘든 것을 알기에, 이렇게라도 강제적으로 일을 마무리하고 들어오게 하려는 것.

그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지만,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장 사장은 회사에 유일한 여직원, 박 주임을 보며 물었다.

“박 주임은 어때, 일은 할 만해?”

“네, WG 메디컬에서도 하던 일이라서요.”

“WG 메디컬에서는 사무직원 많았는데, 여기서는 혼자 하느라 바쁘고 힘들 텐데. 우리 일도 많고 말이야.”

그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확실히 일 양은 많긴 하죠. 하핫.”

“직원은 더 안 필요한가?”

“네. 아직은 혼자 할 만합니다.”

“그래. 힘들면 언제든 편하게 이야기하고.”

“예.”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장 사장은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우리 민 대리는 요즘 어때?”

“열심히 영업하고, 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힘든 일은 없고?”

걱정스러워하는 장 사장의 표정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없습니다. 회사에서 바쁜 것만큼 좋은 게 없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지만, 생각보다 우리 회사가 금방 성장해서 다들 지칠까 걱정되네. 손 차장은?”

“저도 괜찮습니다. 바빠서 정신없긴 한데, 또 그만큼 매출이 늘지 않았습니까. 하하.”

회사는 바쁜 만큼 매출이 오른다.

매출이 많기 때문에 당연히 바쁠 수밖에 없는 것이지.

“우리 회사 설립부터 다들 이렇게 열심히 해줘서 금방 자리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다들 고생이 많다.”

“아닙니다.”

“그럼 손 차장, 민 대리는 밑에 직원 두는 건 어떻게 생각해?”

장 사장이 오늘 회의를 연 이유 중 하나.

바로 영업직원 때문인 것 같았다.

당연히 밑에 직원이 많은 것이 좋을 수밖에 없다.

회사의 일은 정해져 있고, 그 일을 여러 명이 나눠서 한다면 편한 것이지.

하지만 직원을 뽑아달라는 이야기는 아래 직원인 우리가 섣불리 꺼내지 못하는 말이다.

회사의 대표는 장 사장.

장 사장과 함께 꾸린 회사라지만, 우리는 그에게 월급을 받고 있는 직원이다.

그렇기에 아래 직원을 더 뽑는다면 장 사장이 매달 나가는 급여가 배가 될 것이기 때문.

그걸 알기에 먼저 직원을 더 구해 달라는 말을 하지 못했었다.

회사는 생각보다 금방 광주에 자리를 잡았고, 상승세를 꾸준히 보이고 있다. 그래서 예상보다 빨리 직원을 구할 시기가 온 것 같았다.

지금도 나와 손 차장은 장 사장을 생각하느라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그때, 갑자기 박 주임이 입을 열었다.

“영업직원… 필요하겠는데요?”

그녀의 한마디에 우리는 시선을 돌려 박 주임을 바라보았다.

우리가 모두 그녀를 쳐다보자, 그녀는 재차 입을 열었다.

“보세요. 장 사장님, 손 차장님 그리고 민 대리님. 요즘 얼굴이 말이 아니세요. 세 분 모두요.”

그녀의 말에 우리는 각자 손으로 얼굴을 어루만지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다 같이 모이는 건 오랜만이지만, 저는 매일 사무실에서 세 분이 번갈아 가며 왔다 갔다 하시는 거 보잖아요. 점점 얼굴이 수척해지시는 게 보여요. 저는 영업직원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박 주임의 말에 우리는 모두 말을 잃었다.

반박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바라보는 장 사장과 손 차장.

그들의 얼굴은 핼쑥해져 있었고, 다크서클은 턱 끝까지 내려와 있었다.

저들을 보고 안쓰러워할 수만은 없었다.

왜냐, 나 역시 저들과 같은 몰골일 것이 분명하니까.

조용히 있던 손 차장은 작게 입을 열었다.

“그래. 우리가 요즘 많이 바쁘기는 했지. 그만큼 성장했으니, 그래도 뿌듯하지.”

그의 말과 조금 전 의견을 냈던 박 주임의 말.

장 사장은 우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우리가 다 같이 시작한 회사니까, 모든 큰일을 독단적으로 결정하지 않으려고 해. 그래서 오늘 회의하면서 이야기해 보려고 했던 거고.”

그의 말에 우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영업직원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지금 직원을 뽑으면 가르칠 시간이 없겠더라고. 민 대리도 손 차장도 지금 각자 할 일이 바쁜데, 누가 누구를 언제 가르치겠어.”

손 차장이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입을 열었다.

“그건 맞습니다. 지금 신입을 뽑으면 바로 영업에 투입 시키지도 못할 테고, 일을 가르칠 인원도 시간도 없는 건 맞죠.”

박 주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경력직을 뽑으면 되잖아요.”

그녀의 말처럼 경력직을 뽑으면 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는 이유.

단순하게 말하자면 구해지지 않아서다.

어느 회사든 직원을 구할 때, 경력직을 뽑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우리 회사와 동종 업계에서 일을 했던 직원을 구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이다.

영업 경력직을 뽑는다고 공고를 올리면, 우리가 원하는 경력직은 의료기기 메디컬에서 근무했던 영업 직원을 말한다.

하지만 막상 들어오는 경력직 이력서는 식품 영업사원, 제조 회사 영업사원 등 각종 영업을 했던 직원들의 이력서가 들어온다.

영업을 가지고 같은 경력으로 쳐주기에는 가르쳐야 할 일이 신입과 거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회사에서 원하는 경력 직원을 뽑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경력직은 공고를 보고 뽑기보다는 스카우트로 뽑는 게 더 쉽고 빠른 것이지.

박 주임의 말에 손 차장은 손을 허공에 저으며 답했다.

“원하는 경력 직원 구하는 게 쉬운 게 아니라서 그렇지, 뭐. 어중간한 경력 직원이 들어와서 연봉도 경력직 월급으로 주고, 일은 또 신입 가르치듯 가르치면 우리만 힘들거든.”

“아…….”

그의 말에 박 주임은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장 사장은 잠시 고민에 빠지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그래. 그래도 한번 공고 올려보자. 박 주임은 다음 주 월요일에 출근하면 경력 직원 공고 좀 올려줄래?”

“네, 알겠습니다.”

“다들 고생했고, 오늘은 다 일 마무리하고 일찍 집 들어가.”

우리는 그의 말에 하나같이 시계를 바라보았다.

아직 퇴근까지는 먼 시간.

세 명 모두 시계를 바라보자, 장 사장은 재차 입을 열었다.

“매일 고생하잖아. 오늘 불금인데, 얼른 퇴근들 해봐.”

우리는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인사를 한 뒤, 회의실 의자에서 일어났다.

손 차장이 가장 먼저 가방을 챙긴 뒤, 외쳤다.

“저 그럼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들어가세요, 차장님.”

박 주임 역시 퇴근을 위해 짐을 챙기고 있었고, 나는 장 사장에게 다가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사장님.”

“어, 민 대리.”

“혹시 담배 한 대 피우시겠습니까?”

그는 내 말에 눈썹을 들썩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에게 담배를 건네며 입을 열었다.

“사장님, 영업직원, 경력직으로만 구하시는 거죠? 몇 명이요?”

그는 내가 건넨 담배를 받아 입에 물며 답했다.

“그렇지. 몇 명을 구해야 하나 고민이야. 이력서 들어오면 그중에 괜찮은 사람 골라봐야지.”

“혹시 두 명 정도 쓰실 생각 있으십니까?”

그는 내 질문에 허공을 바라보며 담배를 길게 빨아들였다.

그리고 이내 뽀얀 연기와 함께 말을 내뱉었다.

“뭐… 두 명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네.”

나는 그의 말을 듣고 혼자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나는 담배를 입에 물고, 손가락을 튕기며 몸을 돌려 장 사장을 바라보았다.

“사장님, 그럼 제가 추천해도 되겠습니까?”

“추천?”

그는 내 말에 흥미를 느꼈는지, 고개를 나에게 돌렸다.

“어디 아는 직원 빼 올 수 있어?”

“빼 오는 건 아니고, 퇴사한 경력 직원인데요.”

“오. 어디 메디컬에 있던 사람이?, 회사 이름 알면 나도 알 수도 있겠네.”

“사장님도 아는 사람입니다.”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눈썹을 들썩였다.

“누군데?”

“한태준과 백태석입니다.”

“뭐?”

그는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내려놓으며 큰소리로 외쳤다.

“한태준, 백태석 퇴사했어?”

“네.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왜?”

“WG 메디컬에서 힘들었나 보더라고요.”

그는 내 말을 듣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김 대표, 그렇게 직원들 다 나가 재끼는데, 있는 직원들이라도 좀 잘 챙겨주지. 참…….”

“태준이랑 태석이는 메디컬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럼 왜 이직하지 않고, 퇴사만 했대?”

“아무래도 WG 메디컬이 지금 메디컬 회사들 사이에서 인식이 좋지 않다 보니까, 이직이 쉽지 않았나 보더라고요.”

장 사장은 내 제안이 마음에 들었는지 계속해서 질문을 던졌다.

그렇게 그와 한태준, 백태석에 대한 이야기를 담배가 모두 타들어 갈 때까지 나눴다.

“그럼 민 대리가 애들 만나서 한번 이야기해 봐. 나도 그 둘이 들어오면 좋지.”

“사장님도 괜찮으십니까?”

“그럼. 오래되지는 않았어도 경력도 있고, 심지어 우리 셋 밑에 있던 직원들이니까 훨씬 편하지.”

“예. 제가 이야기 나눠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민 대리 좋은 제안 해줘서 고마워.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어?”

“하하. 아닙니다.”

“역시 우리 회사 에이스야.”

나는 그의 칭찬에 머리를 긁적이며 웃어 보였다.

“아까 박 주임 이야기 듣고, 지혁이랑 지훈이 너 얼굴 보니까 안쓰러워서 안 되겠어. 한태준이랑 백태석 출근 가능하다고 하면 빨리 합류하라고 해야겠네. 애들이랑 이야기해 보고, 나한테 연락 주라고 해.”

“네, 알겠습니다.”

* * *

“대리님!”

“어, 여기!”

나를 향해 다가오는 한태준과 백태석.

그들은 나를 발견하고 달려와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얼른 앉아.”

한태준과 백태석은 나를 마주 보듯 앞에 나란히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잘 지냈어?”

내 질문에 그들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저희야 뭐 항상 똑같죠. 대리님 자주 뵈니까 좋습니다.”

“맞아요. 대리님은 잘 지내셨습니까? 많이 바쁘신지 피곤해 보이십니다.”

백태석은 내 얼굴을 바라보며 걱정된다는 듯한 말투로 이야기했다.

그때, 주문한 음식이 테이블에 세팅되기 시작했다.

“우선 먹자, 배고프지?”

“예. 잘 먹겠습니다, 대리님!”

허겁지겁 음식을 입에 밀어 넣은 뒤, 찾아온 평화.

우리의 젓가락질은 현저히 느려지기 시작했고, 나는 그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태준아, 태석아.”

“예, 대리님.”

“너네 요즘 뭐 하고 지내고 있어?”

이 둘은 WG 메디컬 퇴사 직전, 나를 만나 앞으로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 하소연을 했었다.

메디컬에 근무를 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한다는 이야기였었지.

그리고 현재 이 둘은 퇴사를 한 뒤 무직 상태이다.

이 자리는 이들에게 우리 회사에 다닐 것을 제안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그렇기에 내가 방금 던진 질문의 대답은 대충 예상이 갔다.

취업하고 싶지만,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고 앓는 소리를 할 한태준과 백태석.

내 질문은 던져졌고, 내가 본 표정은 예상과는 달랐다.

알 수 없는 미소를 짓는 한태준.

한쪽 입꼬리를 옅게 올린 채 나를 바라보며 대답하는 그.

“저 얼마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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