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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영업사원이 되었다-138화 (138/339)

138화

“대리운전을 지금 왜 불러! 3차 가야지, 3차!”

박승호 원장은 나를 다그치듯 외쳤다.

볼링을 치기 전, 피곤한지 집에 가자고 외치더니 이기명 원장을 상대로 게임에서 이기고 나니 무척이나 신이 난 모양.

그의 말에 나와 김사랑 원장은 웃음을 터트리며 술집으로 향했다.

짠.

“민 대리. 오늘 아주 좋았어! 마시자고!”

500cc의 맥주 3잔이 테이블 위에서 부딪쳤다.

박 원장은 호탕한 웃음을 보이며 맥주를 그대로 입에 가져다 댔다.

한 모금 마신 박 원장은 이내 잔을 내려놓으며 나에게 재차 이야기했다.

“민 대리 다시 봤어. 운동도 이렇게 잘했어?”

나는 들고 있던 맥주잔을 황급히 내려놓으며 그에게 답했다.

“하하. 아닙니다.”

“운이야, 실력이야?”

그는 나를 바라보고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하하.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에이. 실력이지, 실력. 민 대리 공 잡는 폼부터 다르던데.”

“아닙니다. 대학교 시절에 어깨너머로 배운 게 다입니다.”

내 말에 김 원장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그는 휴대전화를 열어 무언가 살피는 듯했다.

그러더니 다시금 나에게 물었다.

“민 대리.”

“예, 원장님.”

“민 대리 골프는 좀 칠 줄 아나?”

골프.

흔히 돈 많은 사람들의 취미로 불리는 스포츠.

사람을 상대하는 영업사원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배워봤다고 하는 스포츠 또한 골프다.

특히나 의료 쪽 영업에서 골프는 더더욱 빠질 수 없다.

어느 의사의 말에 의하면, 본인은 재미로 골프를 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의사가 골프를 치지 않으면 뒤처졌다거나, 을에게 대접을 못 받거나, 혹은 돈을 잘 못 번다고 손가락질한다며 어쩔 수 없이 시작했다는 말도 들은 적이 있었다.

그 정도로 내가 아는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절반 이상은 모두 골프를 취미 중 하나로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를 상대로 하는 나와 같은 메디컬 영업사원에게 역시 골프는 필수다.

영업사원에게는 골프는 취미가 아닌, 영업 생계형 스포츠인 셈이지.

나 또한 골프를 취미로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메디컬에 자리를 잡은 후부터는 틈틈이 연습장에 가서 골프를 치기도 했다.

언제 의사를 상대로 영업해야 할 줄 모르는 일.

나에게 함께 골프를 치자고 하는 의사가 나타났을 때, 그제야 골프에 입문한다면 너무 늦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골프는 연습장 몇 번 다니면서 연습은 꾸준히 했습니다.”

내가 골프를 칠 줄 안다는 말에 그는 화색을 띤 얼굴로 물었다.

“필드는?”

“필드는 아직 한 번도 나가본 적 없습니다.”

내 말에 그는 자세를 고쳐 앉으며 다소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

“아! 그럼 또 내가 데리고 가줘야겠네. 필드 처음 나갈 때는 원래 많이 다녀본 사람이랑 가는 거야.”

나는 박 원장의 말에 감격스러웠다.

필드를 처음 나가게 됐다는 사실에 그런 것이 아니다.

필드에 나가게 되면 보통 여러 의사들 혹은 지인들이 모여 함께 나가고는 한다.

그곳에 나를 데리고 나가겠다는 것은 나를 그만큼 인정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의 제안에 나는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저야 정말 감사하죠!”

“그래? 다음에 내가 연락할 테니까. 연습장에서 연습 많이 해둬.”

그의 말에 감사 인사를 한 번 더 전할 틈도 없이 박 원장은 말을 이어 갔다.

“나 광주에 병원 원장님들이랑 필드 나가는 모임 있거든. 아직 아무 메디컬 직원도 낀 적이 없어요. 내가 특별히 민 대리 한 번 데리고 가는 거니까, 연습해 두라 이 소리야.”

그가 나를 데리고 가는 이유.

나를 그만큼 인정한다는 뜻도 있지만, 그곳에서 영업을 하라는 뜻이기도 하다.

자신의 눈 안에 내가 들었기에, 나에게 도움을 주려는 것이지.

“저야 정말 감사합니다만, 제가 필드에 처음 나가는 거라, 혹여 민폐가 되는 건 아닌지 걱정됩니다. 하지만 골프 치시는데, 방해는 되시지 않게 열심히 연습해 두겠습니다.”

“그래. 민 대리 운동 신경 보니까, 금방 하겠어.”

박 원장은 고개를 돌려 김사랑 원장을 바라보며 물었다.

“김 원장 지난주 점심에 나랑 같이 식사했던 원장님 기억나지?”

그녀의 기억에 선명히 남아 있는 듯, 김 원장은 곧바로 대답했다.

“예. 원장님 두 분 말씀하시는 거죠?”

“어. 거기 나까지 해서 우리 세 명이 항상 필드 나가거든. 참, 거기에 제약 회사 직원 한 명도 있네. 그 모임에 송 원장이 항상 데리고 오는 제약 회사 동생 놈 하나 있거든.”

제약 회사의 영업 직원.

나와 마찬가지로 의사에게 영업해야 하는 직업.

하지만 나와 같은 의료기기 메디컬과 다른 점이 있다.

의료기기 메디컬 회사는 월급 따로, 그리고 영업 지원비가 추가로 나온다.

물론 모든 회사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제약 회사 영업 직원은 영업 지원비가 거의 없다.

대신 월급이 꽤 높은 편에 속한다.

그 월급으로 영업 지원비를 스스로 충당하는 것이지.

그렇기에 급여가 높아도 거기서 의사를 만나서 쓰는 돈, 병원 간호사들에게 쓰는 돈을 제하고 나면 남는 것이 크지는 않은 편이다.

그럼에도 월급에서 많은 부분을 쓰는 이유.

그래야 자신에게 떨어지는 발주가 많기 때문이다.

제약 회사 직원은 자신의 월급을 병원에 투자하는 셈.

“근데 그놈이 매번 져. 그래서 재미가 없더라고. 민 대리는 꼭 연습 많이 해서 같이 재밌게 즐겨 보자고.”

“예, 연습 빡세게 해서 가겠습니다. 하하.”

그 모임에 내가 합류하게 된다면 제약 회사 직원과는 라이벌 의식을 느낄 필요는 전혀 없을 것이다.

그와 나는 판매하는 것이 뚜렷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 좋은 기회가 됐으면 좋겠네, 무슨 말인지 알지?”

박 원장 말의 의도.

나에게 그 골프를 통해 영업에 성공하라는 의미.

나는 충성을 하듯 손을 내 이마로 가져다 대며 답했다.

“넵! 정말 감사합니다, 원장님.”

그는 내 모습에 웃음을 터트렸다.

박 원장의 만족스러워하는 표정.

오늘 이기명 원장과의 볼링 자리에서 내가 자신의 마음에 꼭 들었던 모양이다.

나 또한 이 일로 인해 좋은 기회가 주어졌다는 사실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 * *

평온했던 주말이 지나고, 다시금 돌아온 월요일.

바쁘고 일이 많았던 오전 업무를 마치고, 오후가 되어서야 사무실로 복귀를 했다.

“다녀왔습니다.”

나는 문을 열고 들어가며 인사했다.

“민 대리님, 다녀오셨어요?”

내게 차분한 목소리로 답하는 박수진 주임.

그리고 그 뒤로 나를 향해 다가오는 두 사람.

“아이고. 이게 누구야, 우리 민 에이스 오셨네.”

“민 대리!”

바로 장홍석 사장과 손지혁 차장이었다.

그들은 연신 손뼉을 치며 환호를 질렀다.

이토록 나를 환호하는 이유.

바로 자가혈 주사 총판을 따냈기 때문이다.

지난주.

모던 정형외과에서 뺀 자가혈 주사 기구를 곧바로 광주 권역외상센터로 옮겨 설치했었다.

그리고 권역외상센터 유재필 교수는 지난주 내가 기구를 넣음과 동시에 며칠 내내 기구를 테스트했다고 한다.

권역외상센터는 다른 일반 병원들과는 달리 밤, 낮 그리고 주말도 예외 없이 항상 불이 켜져 있는 병원이다.

그렇기에 유 교수는 모던 정형외과보다 훨씬 오래, 그리고 훨씬 많은 테스트를 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그는 지인이 서울에서 자가혈 기구를 사용하고 있었기에, 일전에도 기구에 대해 공부를 했다고 했다.

자신이 직접 사용을 해본 뒤 바로 구매를 하려고 했지만, 그럼에도 일말의 고민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이번에 기구를 넣으며 건넸던 자료, ‘자가혈 주사로 인한 긍정적 효과’라는 추가 PPT가 큰 도움이 되었다.

그 서류에는 자가혈 주사로 인한 환자의 치료와 회복, 주사 치료의 임상 실험과 결과, 병원에서 기구를 구매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긍정적 효과들에 대해 정리한 추가 자료였다.

그는 기구 매입에 대한 남은 일말의 고민이, 내가 준비한 자료와 내 이야기로 인해 해결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오늘 아침, 그는 나를 호출했다.

항상 환자가 중심인, 환자가 먼저인 유 교수는 오늘도 환자를 위한 선택으로 자가혈 주사를 구매했다.

유 교수는 마지막 계약 도장을 찍기 전, 나에게 한마디를 내뱉으며 날인하였다.

‘민 대리 덕에 좋은 기구 넣고, 환자들 잘 치료할 수 있겠어.’

그 유 교수의 마지막 한마디가 내 뇌리에 제대로 박혔다.

이로써 자가혈 주사의 광주 총판, 그 총판을 따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는 뛸 듯이 기쁜 마음에 점심조차 거르며 그 뿌듯함을 만끽했다.

먹지 않아도 충분히 배가 불렀다.

어느 물건이든 총판이라는 것은 따내 오기가 힘들다.

특히나 본사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더더욱.

그렇기 때문에 총판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의미가 있고, 또 매출이 확실히 보장될 수밖에 없다.

왜냐, 그 물건이 필요한 메디컬 회사와 병원은 총판인 우리 회사를 통해 구매해야 할 테니까.

게다가 자가혈 주사의 총판은 전국에 단 두 군데.

대전과 광주뿐이기에, 우리 광주 메디컬의 입지는 자동으로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일을 내가 따내 왔다는 기쁨이 극에 달했는데, 회사 대표인 장홍석 사장 역시 그 얼마나 기쁠 것인가.

옆에 있는 손지혁 차장은 나를 늘 친동생처럼, 그리고 항상 아끼는 후임으로 생각했기에 나와 같은 마음으로 뿌듯해하고 있었다.

“드디어! 광주 메디컬이 자가혈 주사 총판을 받았습니다.”

나는 장 사장과 손 차장을 바라보며 자랑스레 외쳤다.

“정말 고생했다.”

“본사에서 총판 계약서, 메일로 보내주기로 했습니다.”

박 주임마저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축하했고, 회사는 말 그대로 축제 분위기가 되었다.

나로 인해.

* * *

다음날 오전, 자가혈 주사 본사와 총판 계약을 맺은 뒤, 곧바로 내려온 새 기구.

바로 모던 정형외과에 들어갈 기구였다.

기구 설치는 본사 직원이 내려와 꼼꼼하게 점검을 했다고 들었지만, 메디컬 담당자인 내가 직접 가서 확인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출근 시간 서둘러 사무실이 아닌, 모던 정형외과로 향했다.

기구를 빠짐없이 체크한 뒤, 모던 정형외과의 원장님들을 한 분씩 모두 만났다.

새로 들어온 기구의 사용법과 중요 사항을 전달했고, 그리고 빼먹지 않고 그들에게 감사 인사 또한 전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한 진료실.

바로 끝 쪽에 자리 잡은 ‘김사랑 원장 진료실’이었다.

똑똑.

“안녕하십니까, 김 원장님.”

그녀는 오늘도 나를 환한 미소로 맞이해 주었다.

“좋은 아침, 민 대리님.”

“네. 좋은 아침입니다. 하하.”

“기구 오늘 들어 왔다며?”

나는 그녀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예. 방금 확인하고 오는 길입니다. 기구에 대해서…….”

나는 김 원장을 바라보며 기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던 그때.

그녀의 행동이 눈에 들어 왔다.

왼손으로 쉴 새 없이 오른팔을 주무르는 그녀.

정형외과 의사인 그녀가 팔이 아파하는 것을 보니, 걱정스러운 마음이 먼저 들었다.

나는 기구에 대한 이야기를 멈추고, 그녀에게 물었다.

“원장님.”

“응?”

그리고 내 시선은 그녀의 팔에 멈춰 섰다.

“팔 다치신 겁니까?”

내 시선을 느낌과 동시에 질문을 들은 그녀.

그녀는 웃음을 터트리며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머뭇거리며 입을 여는 김 원장.

“우리… 볼링 친 거 말이야. 내가 그날 너무 열심히 했나 봐. 며칠이 지났는데, 아직도 이러네. 근육통이야, 하하.”

“아, 놀랐습니다.”

“왜, 정형외과 의사가 팔이 아프니까 걱정됐어? 실력이 죽었을까 봐?”

그녀는 나를 놀리는 듯한 말투로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아니요. 원장님 실력을 어떻게 의심하겠습니까.”

“요즘 병원 일이 바빠서 매일 병원, 집, 병원, 집 했더니 몸이 다 굳어서 안 되겠어. 운동을 다시 시작해야겠어.”

“맞아요. 저도 바쁘다는 핑계로 운동을 못 했더니, 가끔 조금만 운동해도 온몸이 아프더라고요.”

나는 내 몸을 주무르며 그녀의 말에 공감된다는 표시를 보였다.

“아, 맞다! 나 민 대리님 주려고 이거 가져왔는데.”

그녀는 갑자기 번뜩 떠오른 듯 손뼉을 부딪치며 말했다.

“네?”

그리고는 몸을 책상 밑으로 숙여 아래에 있던 짐을 책상 위로 올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자, 여기.”

그녀가 나에게 건넨 아무 표시가 없는 단색의 쇼핑백 하나.

“이게 뭐예요?”

그녀는 내게 미소를 보이며 안을 보라는 듯한 눈짓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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