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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영업사원이 되었다-128화 (128/339)

128화

바람 때문인지 철문은 벽에 부딪히며 굉음을 내었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의 시선은 그 문 쪽으로 향했다.

* * *

담배를 피우기 위해 한 손에는 담배를 들고 모던 정형외과의 옥상 정원 문을 열었다.

한 손에는 담배가 들려 있었고, 다른 한 손은 활짝 열리는 문을 잡으려고 했지만, 그 문이 세차게 열리는 탓에 손잡이를 놓치고 말았다.

문은 큰 소리를 내며 열렸고, 정원에 있던 모두가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 시선에 놀라 서둘러 담뱃갑을 내려놓고 그들에게 말을 했다.

“죄송합니다. 문이 바람에 세게 열려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많은 사람들.

그중 애타는 눈빛을 보내고 있는 낯익은 두 명.

바로 모던 정형외과의 간호사들이었다.

왜 여기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지?

나는 서둘러 그들 쪽으로 걸어갔다.

그들은 원을 둘러싸듯 모여 있었고, 그 한가운데에는 한 명의 남성이 소리를 지르며 몸을 뒤흔들고 있었다.

간호사 두 명은 그의 옆에 다가가 몸부림을 치는 남성에게 말을 하고 있었다.

“환자분, 여기서 이러시면 안 돼요!”

“환자분!”

그의 말릴 수 없는 몸부림에 그녀들은 잔뜩 겁을 먹은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들이 그를 잡는 순간 그는 더 큰 소리를 지르며 몸을 움직였고, 그녀들의 손길을 뿌리치기에 바빴으니까.

나는 미간에 힘을 주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들은 환자를 바라보다가 힐끔힐끔 나를 쳐다보았다.

그녀들에게 나는 이 병원에 항상 오는 메디컬 직원이기에, 모두 나를 알고 있었다.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듯한 눈빛.

주변에 모인 사람들은 웅성거리며 환자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다.

“왜 난동을 피우는 거야?”

“그러게. 병실에 있던 사람 같은데. 곧 다른 직원들 올라오겠지. 괜히 말리다가 저 사람 손길 발길에 맞을 수도 있겠어, 무서워.”

다들 난동을 피운다며 혀를 차고 있었다. 그리고 간호사 두 명은 그를 제압하려고 하고 있는 듯했지만, 힘에 부쳐 보였다.

나는 몸부림을 치는 그를 잠시 바라보며 생각했다.

‘난동을 피우는 게 아닌 것 같은데?’

내가 바라본 그 환자복을 입은 남성은 아파서 포효하는 것 같아 보였다.

몸이 아프지만, 말을 하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는 것 같은 느낌.

그를 말리는 간호사들의 손짓이 오히려 아파서 소리를 더 크게 질러대는 것 같았다.

고개를 한 번 끄덕인 뒤 나는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 남성에게 성큼성큼 걸어갔다.

내가 다가가니 만신창이가 된 간호사들은 다가가는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팔을 벌리고 그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의 양팔을 차렷 자세를 하듯 내려놓고 그를 살며시 안자, 그는 거짓말처럼 휘젓던 팔과 다리를 멈추었다. 그리고 나는 고개를 살짝 돌려 그의 귓가에 이야기했다.

“괜찮아요. 괜찮아…….”

반복적으로 그에게 괜찮다는 말을 속삭였고, 그는 진정이 되어 힘이 빠졌는지 스르륵 내 쪽으로 몸을 기대었다.

“어디야!”

그때 옥상으로 올라오는 남자 간호사들.

그들의 외침에 여자 간호사는 달려가 이곳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리고 곧이어 그들이 다가와 내게 힘이 풀려 안겨 있는 환자를 데리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간호사가 내게 다가와 입을 열었다.

“민 대리님 감사해요. 우선 환자 바로 병실로 가야 해서 저 먼저 내려가 볼게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에게 답했다.

“네, 어서 내려가 보세요.”

그녀와 환자가 떠나자 썰물처럼 모여 있던 환자와 보호자들은 금세 뿔뿔이 흩어졌다.

그리고 내게 다가오는 한 명의 남자.

그는 들고 있던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고, 반대쪽 주머니에서 명함을 한 장 꺼내어 내게 건네며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박진행 기자라고 합니다.”

나는 그에게 건네받은 명함을 살펴보며 물었다.

“네? 기자요?”

“예. 요즘 병원에 난동을 부리는 환자들이 많다고 해서 취재를 하는 중이었는데, 혹시 병원 관계자이신가요?”

그는 내가 입을 열기도 전 황급히 노트와 펜을 꺼냈다.

내가 무슨 말을 할지도 모르지만, 이야기를 하는 족족 받아 적을 모양.

“혹시 어디 메디컬 직원이신가요?”

내가 그에게 답을 하려는 찰나, 그가 먼저 나에게 물었다.

그는 나에게 메디컬 직원이냐고 물으며 나를 한번 쓱 훑어보고 있었다.

내가 이야기하지 않아도 정장을 입고, 서류 가방을 들고 온 것만 보아도 메디컬 직원임을 알아차린 모양이다.

그리고 나 역시 그가 병원 쪽으로 취재하는 기자인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단순히 지금 병원에 있기에 그러는 것이 아니다.

정장을 입고 병원에 오는 사람이 나 하나겠는가.

이런 차림으로 병원에 있는 것을 보고 메디컬 직원임을 알아차리는 것 또한 이쪽 업계에 대해 모른다면 불가능할 터.

리베이트와 대리 수술에 대한 기사들이 하나씩 쏟아지기 시작하는 요즘, 그것을 취재하러 온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기자인 그를 두려워할 일은 전혀 없었다.

내가 그를 경계하기에는 지은 죄가 한 톨도 없었기에.

“바로 제가 메디컬 직원이라고 생각하셨나 보네요?”

“네. 제가 병원, 의료계통 전문 취재 기자입니다. 혹시 WG 메디컬 직원이신가요?”

이미 모던 정형외과가 WG 메디컬에서 담당하고 있는 것까지 아는 모양.

하지만 광주 메디컬이 모던 정형외과를 담당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모르는 눈치였다.

“아니요. 저는 광주 메디컬입니다.”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게 되물었다.

“광주… 메디컬이요?”

“네.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곳이라 아마 모르실 겁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노트에 ‘광주 메디컬’이라는 글씨를 써 내려갔다.

“근데 무슨 일로…….”

노트에 글씨를 적는 그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는 펜과 노트를 내리고 나에게 답했다.

“요즘 병원에 난동 부리는 환자들이 몇 있다는 일로 취재를 하던 중이었거든요. 근데 이렇게 진압이라고 해야 하나요? 오늘과 같은 상황을 처음 목격해서…….”

나는 그의 말을 바로 잡기 위해 말을 자르고 대답했다.

“아니요. 진압이 아니라 진정이 맞는 것 같네요. 아까 그 환자는 몸이 아파서 아픔을 표출하는 것 같아 보였거든요. 그러니, 제가 힘으로 진압을 한 것이 아니라, 환자를 진정시킨 거죠.”

“진정……. 그러네요, 좋은 말이네요. 제가 단어 선택을 잘못했어요, 죄송합니다.”

사과를 하는 그에게 나는 손사래를 치며 답했다.

“아닙니다.”

“그런데 제가 기사를 내려고 하는데, 선생님에 대해서 언급을 해도 괜찮을까요?”

그는 기사를 낼 때, 나에 대한 이야기를 쓰기 위해 내 명함을 요청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엄청난 일도 아니었고, 굳이 기사에 내 정보가 올라가는 것을 원치는 않았다.

“죄송하지만, 기사를 내시는 건 기자님의 업무이니 상관이 없지만. 제 이름과 소속은 굳이 안 넣어주셨으면 합니다.”

나는 그에게 정중하게 거절의 의사를 표했다.

“민 대리님!”

그때 옥상 정원 문이 열리고 나를 찾는 누군가.

바로 아까 그 자리에서 환자를 진정시키던 간호사였다.

“네, 선생님.”

“저 지금 좀 내려오실 수 있으세요?”

그녀는 내게 내려오라는 손짓을 하며 물었다.

나는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기자를 바라보았다.

“제가 지금 좀 내려가야 할 것 같은데…….”

“네, 그럼요. 그럼 선생님에 대해 자세한 언급은 하지 않고 기사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하하, 아닙니다. 그럼 고생하세요.”

나는 그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뒤 문 쪽으로 걸어갔다.

“저……. 선생… 아니, 대리님!”

기자는 다급히 나를 불러 세웠다.

그의 부름에 나는 발길을 멈추고 뒤를 돌아 그를 바라보았다.

“예?”

그러자 그는 큰 목소리로 나에게 외쳤다.

“오늘 정말 멋있으셨습니다!”

그는 말과 함께 쌍엄지를 내게 들어 보였다.

나는 그에게 미소를 날리며 옥상 정원을 빠져나왔다.

계단으로 내려와 나를 찾는 간호사에게 향했다.

입원실 층에 있는 로비.

“민 대리님.”

“네, 선생님. 무슨 일로 찾으셨어요?”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반겼고, 그녀의 옆 간호사들은 앉은 자리에서 나를 바라보았다.

“오늘 정말 감사해요.”

“아닙니다. 감사는요.”

“그 환자분 말씀을 잘 못 하시는 분이거든요. 큰 사고로 수술 끝나고 입원해 계시는 분인데, 이제 막 움직일 수 있으셔서 옥상 정원에 올라가셨었나 봐요.”

그녀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나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랬구나. 어쩐지 계속 말씀이 없으시고, 소리만 지르시더라고요.”

“대체 어떻게 아신 거예요? 대리님이 감싸 안아주시니까 정말 바로 멈추셔서 저희 너무 놀랐어요.”

그녀는 조금 전 상황이 떠오르는지 고개를 가로저으며 물었다.

“보니까 선생님들 손을 뿌리치는 게 아파서 그러시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안아드리면 진정이 될까 싶어 그랬던 거죠.”

앉아 있던 다른 간호사가 손뼉을 치며 대화에 참여했다.

“역시 민 대리님 판단력 대단하신 것 같아요. 대리님 그때 안 올라가셨으면 어쩔 뻔했어요, 정말.”

“자꾸 칭찬해 주시니까 쑥스럽네요. 대단한 거 한 것도 아닌데. 하하.”

그녀들은 연신 엄지를 내게 보이며 그렇게 한참 나를 치켜세웠다.

* * *

손지혁 차장의 연락을 받고 서둘러 사무실로 복귀했다.

다른 병원에 가기 전, 자료 출력을 하기 위해 사무실로 가고 있었기에 그의 연락을 받고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다녀왔습니다.”

“어. 민 대리 얼른 와 봐.”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컴퓨터 앞에 앉아 내게 손짓을 하는 손 차장.

“네.”

나는 가방을 내 자리에 던지다시피 올려두고 그에게 걸어갔다.

그는 무엇을 보고 있는지 미간에 힘을 준 채 화면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뭘 그렇게 열심히 보고 계세요?”

나는 그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그러자 그는 내게 대답 대신 눈짓을 보냈다.

그의 시선을 따라 움직인 곳은 손 차장의 모니터.

손 차장이 보고 있던 것은 다름 아닌 인터넷 기사였다.

[병원에서 난동 부리는 환자. ‘진압’이 아닌 ‘진정’시킨 따뜻한 포옹.]

짤막한 기사와 함께 올라온 병원 사진.

광주의 ‘M’ 병원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지만, 사진만 보아도 모던 정형외과임을 광주 사람들은 모두 알 수가 있었다.

기사를 읽는 나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손지혁 차장.

기사를 모두 읽어봤지만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기자에게 정중하게 거절을 했기에 내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은 모양.

하지만 손 차장은 나라고 생각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나는 시치미를 떼며 그를 바라보고 물었다.

“이게 뭐예요?”

그러자 그는 내 어깨를 툭 치며 입을 열었다.

“여기 가는 메디컬 직원 중에 이런 일 할 사람이 민 대리 말고 또 있어? 진짜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어? 대단하다.”

그는 확신을 가지고 말했고, 그런 그에게 나는 결국 웃음을 보이고 말았다.

“하필 거기에 기자가 있어서요. 그래도 지역 기사에 이쪽 업계 아니면 아무도 저인 줄 모를 겁니다. 하하.”

“나는 사진 보고 모던 정형외과이길래 바로 우리 민 대리구나, 해서 바로 민 대리한테 전화했지. 내가 다 뿌듯하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괜히 민망하네요. 좋은 일이지만, 들킨 것 같아서. 하핫.”

그때 울리는 휴대전화.

나는 병원에서 오는 전화일세라 서둘러 휴대전화를 열었다.

하지만 전화가 아닌, 문자와 톡들 알람이 오류가 난 것처럼 울려대고 있었다.

지이잉.

지이잉.

지이잉.

계속해서 울려대는 내 휴대전화에 손 차장 역시 굳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뭐야? 병원에서 일 터진 거 아니야? 얼른 확인해 봐.”

그는 앉아 있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내 옆으로 나란히 서서 내 휴대전화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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