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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영업사원이 되었다-123화 (123/339)

123화

“그러니까 영업하는 병원의 원장님이시라는 거죠?”

나와 김사랑 원장이 앉아 있는 테이블로 달려온 사람.

바로 박수진 주임이었다.

그녀는 다짜고짜 김 원장이 누군지에 대해 물었고, 대답을 들은 그녀는 재차 확인을 하듯 물었다.

“네. 모던 정형외과의 원장님이세요.”

나는 박 주임에게 재차 대답했다.

대답을 들은 박 주임은 고개를 홱 돌려 김 원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김 원장은 고개를 한쪽으로 꺾으며 박 주임에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민 대리님이라고 하시는 거 보니, 회사에서 아시는 분인가 보네요? 안녕하세요, 저는 모던 정형외과 김사랑 원장이라고 해요.”

그러자 박 주임은 애써 미소를 보이는 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아……. 네, 안녕하세요.”

그리고는 고개를 반대로 돌려 나를 바라보며 묻는 박 주임.

“그래서 대리님, 잘 지내셨어요?”

“아, 네. 그럼요.”

“이직하고 바쁘고 정신없으실까 봐 연락도 안 했었는데, 이제 좀 괜찮아지셨나 봐요?”

그녀는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주말이잖아요. 하하. 주임님은 회사 잘 다니고 계시죠?”

“네, 뭐. 근데 두 분은 왜 같이…….”

그녀는 퉁명스러운 말투와 표정으로 내게 답했다.

그때, 멀리에 있는 테이블에서 큰소리로 외쳤다.

“수진아! 얼른 와!”

박 주임을 부르는 그녀의 친구들.

“어. 가!”

그녀는 뒤를 돌아 친구들에게 손을 흔들며 답했다. 그리고 다시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민 대리님. 저 가야 해서… 연락드릴게요!”

“네. 재밌게 노시고, 다음에 또 봬요.”

박 주임은 입술을 꾹 다문 채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곁눈질로 내 앞에 앉은 김 원장을 흘깃 바라보고는 친구들에게 돌아갔다.

박 주임이 자리를 뜨자 곧바로 내게 묻는 김 원장.

“누구야? 회사 동료?”

“예. WG 메디컬에 총무과에서 일하시는 주임님이세요.”

그녀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내게 말했다.

“그래서 저 주임님이 민 대리님한테 고백은 했어?”

김 원장의 물음에 나는 화들짝 놀라 되물었다.

고백을 한 걸 어떻게 알았지?

나는 크게 뜬 눈으로 김 원장을 바라보았다.

“네?”

그녀는 어깨를 들썩이며 입을 열었다.

“뭘 그렇게 놀라. 저렇게 티가 나는데.”

“티가 난다고요?”

그녀는 내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엄청! 여기 와서 갈 때까지 나 한번 째려본 거 빼고는 민 대리만 계속 보던데?”

나는 그녀에게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에이, 아니에요.”

“아니야. 맞다니까? 나는 변명할 이유도 없는데 괜히 눈치 보이더라니까?”

나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김 원장에게 답했다.

“괜히 불편하셨으면 죄송해요.”

“민 대리님이 죄송할 게 뭐 있어.”

그리고 그녀는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고 말을 이어갔다.

“근데 민 대리는 왜 안 만나?”

“예?”

“방금 왔던 박 주임님인가 그분 말이야. 민 대리님 좋아하는 게 저렇게 티 나는데 왜 안 만나?”

그녀는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또박또박 물었다.

마치 압박 면접을 받는 듯한 느낌.

“저는 아직 연애보다는 일이 더 좋은 것…….”

그녀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말을 자르고 대답했다.

“민 대리님. 그렇게 일만 하다가는 나처럼 돼.”

나는 그녀의 말에 미간에 힘을 준 채 물었다.

“원장님처럼이라니요?”

그녀는 양 손바닥을 위로 들어 어깨를 들었다가 내려놓으며 답했다.

“나 봐. 어릴 때부터 일하는 게 좋다고, 공부만 죽어라 했지. 그러다가 나이가 이런데 연애도 못 하고 있잖아.”

그녀는 앞에 놓인 맥주를 한 모금 크게 들이키고 말을 이어갔다.

“다 놓쳤지, 놓쳤어.”

김 원장은 말끝에 한숨을 늘어놓으며 한껏 풀이 죽은 얼굴이었다.

나는 그런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원장님이 어때서요?”

“응?”

그녀는 내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원장님 성격 좋지, 직업도 좋지, 나이도 하나도 안 많아요. 그리고… 예쁘잖아요.”

김 원장은 내 말에 미간에 잔뜩 주고 있던 힘을 확 풀어냈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던 눈을 앞에 놓인 맥주잔에 옮겼다.

손가락으로 맥주잔 손잡이를 멋쩍게 만지작거리며 배시시 웃음을 지었다.

* * *

이른 시간에 시작한 술자리에 끝맺음 역시 이른 시각이었다.

올라오는 술기운에 걸어가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터벅터벅 집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집에 거의 다다랐을 때, 집 근처에 있는 지하철역 입구.

신문지와 상자를 깔고 덮고 있는 무리가 눈앞에 펼쳐졌다.

그분들 앞에는 돈을 달라는 바구니나, 문구가 따로 적혀져 있지는 않았지만, 지나가며 나도 모르게 그들에게 눈길이 가게 되었다.

아무리 날씨가 따뜻하다고 해도 밤과 새벽이 되면 날씨가 꽤 추울 텐데, 입이라도 돌아가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에 힐끗힐끗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길거리에 누워 있는 몇 명의 사람 중 한 명의 사람이 끙끙대며 앓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나는 걷던 발길을 멈추고 그의 앞에 멈춰 섰다.

가까이 다가가자 그의 신음 소리는 점점 크게 들려왔다.

양옆에 같은 처지인 사람들이 몇 있었지만, 그들은 정말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았다.

몸이 안 좋은 건가?

이렇게 아픈 상태로 길거리에서 자면 안 될 것 같은데?

나는 누워 있는 그에게 몸을 숙여 말을 건넸다.

“저기……. 저기요.”

끙끙 앓는 그 대신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나를 다급히 불러 세웠다.

“어이!”

“예? 저 말씀이세요?”

나는 옆을 돌아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어. 거기! 무슨 일이오?”

그는 신문지를 덮고 누워 고개만 살짝 든 채로 나를 바라보며 쌀쌀맞은 표정과 말투로 물었다.

“여기 이분 몸이 불편하신 것 같은데, 병원 가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내 물음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코웃음을 치며 이야기했다.

“거기 할배 어제부터 아프다고 끙끙 앓았는데, 아직도 아픈갑네.”

“그래? 저 할배는 언제부터 왔었지?”

“며칠 됐죠.”

“벌써? 그 양반 아직도 가족 못 찾았나 보네.”

덩그러니 서 있는 나를 두고 상자를 펼쳐 그 위에 누워 있는 사람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거기, 젊은 양반.”

그러더니 그중 나이가 제일 지긋해 보이는 한 남성이 몸을 겨우 일으켜 나를 불렀다.

“예?”

“그냥 갈 길 가요. 저 양반은 가족들한테 버려진 거야.”

이렇게 아파서 몸을 끙끙 앓고 있는 사람을 앞에 두고 그들이 보이는 태도는 하나같이 무관심이었다.

나는 의사는 아니지만, 의료계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이었기에 아픈 사람을 두고 간다는 게 쉽지 않았다.

게다가 의료계 종사자가 아니었다고 한들, 이 광경을 보았으면 그냥 지나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걱정되는 마음에 입을 열었다.

“그래도 이렇게 갔다가 잘못되면…….”

내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일어나 있는 남성이 나를 향해 호통을 쳤다.

“그냥 가래도! 못 들었어? 가족들한테 버려진 사람이라고.”

가족들한테 버려진 사람이라…….

그게 대체 아픈 것과 무슨 상관이라는 말인가.

이 할아버지가 가족들에게 버려진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파도 치료도 못 받고 이곳에 쓰려져 있어도 된다는 말인가.

나는 그의 호통에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그게 지금 아픈 거랑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네요.”

나는 허리를 숙여 누워 있는 할아버지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어르신. 어디가 불편하신 거예요? 일어나실 수 있으시겠어요?”

그러자 누워있는 할아버지는 힘을 주고 꽉 감고 있던 눈을 겨우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를 한번 쓰윽 훑어보더니, 내밀고 있는 내 손을 덥석 잡았다.

“자, 저 잡고 천천히 일어나 보세요.”

그는 내 손에 온 힘을 준 채, 나에게 지탱하고 몸을 서서히 일으켰다.

“어이쿠!”

그는 나에게 지탱을 했지만 다리에 힘이 풀린 것인지, 다리가 불편한 것인지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나는 깜짝 놀라 함께 몸을 숙였다.

우리의 모습을 본 옆에 있던 남성이 혀를 차며 답했다.

“젊은 양반이 오지랖은……. 자식들이 버렸다는 건 병원에 그 노인네 데려가도 병원비 내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뜻이야.”

그의 말에 옆에 있는 남성 한 명도 동조하며 내게 말했다.

“맞아. 오히려 우리 같은 사람들 병원 가서 두고 오면 민폐라고 민폐!”

나는 그들의 말을 모두 들은 뒤 홀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넘어진 할아버지의 상태를 살폈다.

“아프세요? 여기요?”

나는 힘이 없는 듯한 그의 발목을 천천히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아야!”

그는 내 손길이 스치는 게 아픈지 크게 소리를 지르며 아파했다.

아무래도 앵클 골절이 의심됐다.

나는 의사는 아니지만, 기구를 다루는 사람으로서 환자의 상태에 따라, 그리고 환자의 엑스레이를 보며 의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이다.

이 환자는 이런 기구를 쓰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어떠십니까? 라는 말로 의사와 의견을 주고받는 것이지.

수술과 진찰, 치료는 직접 하지는 못하지만, 이쪽 업계에서는 우리도 나름 ‘반의사’라는 호칭을 듣기도 한다.

나는 이 할아버지를 절대 이 자리에 그대로 두고 갈 수 없었다.

나는 할아버지의 팔을 내 어깨에 턱하고 올렸다. 그리고 천천히 그를 일으켜 세우기 시작했다.

“발목이 다치신 것 같으세요, 병원으로 가게, 조심히 일어나 보세요.”

우리를 둘러싼 수많은 눈. 그 눈은 모두 우리를 흘겨보고 있었다.

나는 할아버지를 일으킨 후 그들을 바라보며 답했다.

“제가 직접 병원 모시고 가고, 치료 도와 드릴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병원에 버리고 가는 거 아니니까요.”

그러자 지금까지 조용히 있던 한 남성이 입을 열었다.

“조심히 병원 데려가 줘요. 그 어르신 이틀 전에 넘어진 건지, 그때부터 아파하기 시작했어. 고마워요, 젊은 양반.”

나는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한 번 크게 끄덕였다.

* * *

“앵클 골절 같은데, 확인 좀 부탁드려요. 이 상태로 최소 이틀은 계셨던 것 같고…….”

응급실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할아버지의 상태를 의사에게 랩을 하듯 속사포로 쏟아냈다.

의사는 내 행동에 적잖게 당황을 하며 진찰을 하기 시작했다.

“발목 골절이네요. 이 상태로 며칠을 방치해 두셨다니…….”

집 근처에 있는 최대한 가까운 병원으로 도착해 응급실에서 진찰부터 받은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긴급 조치 후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고, 그 침대 앞에는 의사와 내가 나란히 서 있었다.

의사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나에게 이야기를 했다.

나는 코로 숨을 크게 내쉬며 그에게 물었다.

“그럼 이제 좀 괜찮은 건가요?”

“지금은 응급실만 돌아가고 있는 중이라서요. 내일 오전에 바로 원장님께서 확인해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아…….”

“그래도 하루 이틀이라도 더 계셨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어요. 잘 모시고 오셨네요.”

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천만다행이네요.”

그때, 누워 있던 할아버지가 눈을 뜨고 움찔거리기 시작했다.

앞에 서 있던 의사는 그를 향해 외쳤다.

“환자분. 지금 일어나시면 안 돼요. 어디 불편하세요?”

“으… 으…….”

할아버지는 다리가 아픈 건지, 누워 있는 자세가 불편한지 끙끙대고 있었다.

의사는 그의 소리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댔다.

“네? 환자분 뭐라고 하셨어요?”

“으으…….”

할아버지는 왼손을 천천히 들어 손가락을 뻗어 나를 가리켰다.

그의 손을 따라 의사의 시선 역시 나를 바라보았다.

“보호자분한테 말씀하시는 거 같은데요?”

“저요?”

나는 할아버지에게 가까이 얼굴을 가져다 댔다.

“혀… 형…….”

그의 작은 목소리에 나는 몸을 할아버지 입 근처로 가까이 가져다 대며 귀를 기울였다.

“뭐라고요?”

“혀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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