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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영업사원이 되었다-115화 (115/339)

115화

모던 정형외과 박승호 원장의 문자를 받자마자 나는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체 완도 정형외과 유재필 원장이 어떤 인물이기에.

“여보세요?”

- 어, 민 대리. 문자 봤어?

“네. 문자 보고 연락드렸습니다. 유재필 원장이 누군지 아셨다고 해서요.”

- 응. 내가 그날 술 마셔서 기억이 안 났는데, 광주 외곽으로 빠지는 길에 있는 광주 권역외상센터 알지?

“예, 알고 있습니다.”

- 거기에서 수술 잘하는 거로 유명하던 써전이 바로 유재필 교수야.

“네? 정말입니까?”

- 어. 안 그래도 내가 오늘 알아차리고 나서 얼마나 놀랐던지.

“근데 왜 완도에 계시는 거죠?”

- 그러니까. 나도 그걸 잘 모르겠네. 뒤에 이야기는 나도 들은 적이 없어서 말이야.

“어쩐지 좀 다르다 싶었습니다.”

- 뭐가?

“저희 수술 기구 나와 있는 카탈로그 중에 모르는 게 없으시더라고요. 대체 어디서 근무하시던 원장님인가 궁금했었는데, 권역외상센터였다니. 더욱더 놀라운데요.”

- 역시 다르긴 하다. 그 기구를 다 써보셨었나 보네. 나도 유재필 교수가 거기에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알아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원장님.”

- 그래. 권역외상센터에 아는 지인 있는데, 한번 알아봐야겠네. 어떻게 깡시골로 내려가셨는지 말이야.

“예. 알게 된다면 저도 정보 공유 좀 부탁드립니다, 원장님. 하하.”

- 알겠어. 고생해.

“네, 고생하십시오, 원장님.”

광주 권역외상센터라…….

정말 의외의 곳에서 온 원장이기에 나는 박 원장과 전화를 끊은 후에도 한동안 벙쪄 있었다.

광주의 권역외상센터는 응급의료센터의 상위 개념으로, 교통사고나 추락 등 치명적인 외상을 입은 응급 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곳을 말한다.

일반 사람들도 단순 골절이나 사고가 났을 때 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지만, 그보다 심각한 중증 응급 환자들이 외상센터로 이송되고는 한다.

일반 병원에서는 심각한 상태의 중증 환자들을 치료하는 일이 굉장히 드문 편이다.

평소에 관절이나 근육이 아파서 진료를 받고, 치료받는 일이 다반사. 그리고 골절로 인해 수술 날짜를 차분히 잡고 수술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응급 환자의 경우에는 입원 후 수술 날짜를 잡고 기다릴 수 없다.

즉시 수술을 해야 하므로, 병원에는 응급 수술과 치료를 할 수 있는 장비와 시설, 그리고 그런 환자를 긴급하게 수술할 인력이 필요하다. 그런 환자들을 받는 곳이 바로 권역외상센터이다.

서울에 의료 기술이 집합되어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지방에는 그런 의료 시설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몇 년 전, 호남권을 위해 설립된 곳이 ‘광주 권역외상센터’.

유재필 원장이 그런 대단한 곳에서 있던 사람이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런 경력을 가지고 대체 왜 일반 병원도 아닌 깡촌인 완도까지 내려와 진료하고 있을까? 라는 생각에 그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커져만 가고 있었다.

* * *

“다녀왔습니다.”

“민 대리 왔어?”

사무실에는 외근을 마치고 돌아온 장 사장과 손 차장 모두 자리해 있었다.

“네. 저 드디어 거래처 따왔습니다!”

내 활기찬 한마디에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환한 미소로 나를 반겼다.

“오! 드디어 완도 정형외과 성공한 거야?”

“네. 아직은 소모품이며 외상 제품 전부 다 저희 쪽으로 바꾼다고 하신 건 아닌데요. 내일 수술 한 건 해보기로 하셨습니다.”

장 사장은 나를 보고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고생했다. 차근차근 시작하는 거지.”

옆에 있던 손 차장이 나를 향해 물었다.

“근데 막상 가보니까 어때? 완도 정형외과에 환자 많아?”

나는 그의 질문에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며 답했다.

“네. 지금 이틀 연속으로 다녀왔지 않습니까. 로비가 환자로 꽉 차 있습니다. 그리고 수술도 원래 하던 병원이 아니라, 지금 계시는 원장님이 오면서부터 수술 시작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 원장님이 누군데.”

나는 눈썹을 들썩이며 말했다.

“유재필 원장님이요.”

손 차장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혼잣말을 하듯 읊조렸다.

“유재필…….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사장님 아시는 분입니까?”

장 사장은 고개를 들고 허공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쓰읍 소리를 내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을 보니, 생각나지 않는 모양.

나는 떠오르지 않아 하는 장 사장을 바라보며 외쳤다.

“광주 권역외상…….”

내 말이 나감과 동시에 장 사장은 입을 열고 소리쳤다.

“외상센터 유재필!”

그의 큰 소리에 손 차장은 놀란 토끼 눈으로 장 사장을 바라보며, 함께 소리쳤다.

“네? 권역외상센터에 유재필 교수님이요?”

그의 질문에 내가 대신 대답했다.

“맞습니다. 권역외상센터의 유재필 교수님.”

내 당찬 한마디에 장 사장과 손 차장은 동시에 나를 바라보았다.

“뭐야, 민 대리? 알고 간 거야?”

나는 손사래를 치며 답했다.

“아닙니다. 저도 외상센터에 계시던 교수님인 거 조금 전에 알게 됐습니다.”

“대체 왜 거기에 계시는 거지?”

손 차장은 자신의 턱을 어루만지며 물었다.

외상센터에 계셨다는 건 대단한 일이지만, 그 교수님이 그렇게 유명하다는 것은 몰랐기에 나는 장 사장에게 물었다.

“사장님.”

“어?”

“그런데 말입니다. 유재필 교수님이 권역외상센터에 계실 때, 그렇게 유명하셨던 분인 겁니까? 이렇게 다들 알고 계시고요.”

장 사장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그럼. 유재필 교수님이 외상센터에서 짧게 근무를 하시긴 했지만, 수술 잘하는 거로 정말 유명하셨지. 명의라고 할 수 있지, 명의.”

“아……. 그래서 제가 인터넷에도 검색을 해 봤는데, 자료가 뜨는 게 정말 없더라고요.”

손 차장은 내 말에 재빨리 휴대전화를 들어 검색을 하는 것 같았다.

“그러네. 정말 기사 하나 없네. 무슨 일이 생겨서 가신 게 분명해. 유재필 교수님 내가 알기로도 돈을 떠나서 환자 생명만 생각하는 의사였다고 들었어.”

장 사장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 아무렴 어때. 이제 외상센터가 아닌 완도 정형외과에 계시는 원장님이잖아. 여기에 최선을 다하자. 그래서 내일 수술하신다고?”

“예. proximal humerus 수술 잡혀서 오전에 기구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나와 장 사장은 스케줄에 대한 이야기를 길게 나눴다.

그때, 손 차장이 슬며시 다가와 우리에게 물었다.

“근데 유재필 원장님이 다시 외상센터로 돌아가실 확률은 없을까요?”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손 차장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이야기했다.

“아니, 그렇게 수술을 잘하시는 거로 유명했다고 하시는데, 이렇게 비밀리에 가신 것도 그렇고. 다시 돌아오실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요. 그렇게 되면 저희 진짜 대박 나는 거 아닙니까?”

그의 말에 장 사장은 손을 가로저으며 답했다.

“에이, 그러면 진작에 내려가시질 않았겠지. 좋은 일로 시골까지 내려갔을 리는 없으니까, 다시 돌아올 확률도 거의 없다고 봐야지. 그리고 우리 회사는 신생 회사라 외상센터에 납품하기 시작하면 답도 없어.”

“답도 없다니요. 일찍 출근하고 늦게까지 야근하면서 떼돈 버는 거죠. 대박인데요? 하하.”

상상만으로 행복한 듯한 손 차장.

그의 너스레에 장 이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김칫국 마시지 말자. 우리 이제 시작해서 완도 정형외과 하나 따오는 것도 기쁜 거야. 다들 거래처 관리 잘하고!”

“넵.”

나와 손 차장은 장 사장에게서 멀어져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장 사장은 손 차장의 상상이 마음에 걸리긴 했는지, 허공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듯했다.

* * *

다음 날 오전.

완도 정형외과에 들어갈 기구를 챙겨 완도로 직출했다.

기구를 넣은 후 근처에 있는 지역인 해남과 진도를 돌고 있는 그때, 병원에서 수술이 끝났다는 연락이 왔다.

생각보다 일찍 끝난 수술에 나는 기구를 회수하기 위해 다시 완도로 돌아갔다.

똑똑.

“원장님.”

“민 대리. 바로 왔네?”

“예. 수술 잘한다고 소문이 났던데, 정말 빨리 끝내셨네요. 근처 돌면서 광주도 올라가기 전이어서 회수하러 다시 왔습니다.”

그는 고된 진료와 수술에 지쳤는지 힘든 기색이 역력했다.

“원장님 혼자서 이 병원의 환자들 케어하시느라 힘드실 것 같습니다.”

“이 정도면 양호한 편이지.”

이렇게 시골에서도 환자가 박 터지는데, 역시 제일 바쁜 권역외상센터에 있던 교수님다운 답변이었다.

그리고 나는 조심스레 그의 과거에 대해 물었다.

“원장님, 혹시 예전에 광주에서 근무하셨었습니까?”

그는 눈을 깜빡이며 대답했다.

“그렇긴 한데, 왜?”

“완도에 오신지도 몇 년 안 되신 것 같고, 그리고 저번에 광주에 있는 메디컬 회사 잘 아시는 것 같아서요.”

“응. 광주 쪽에서 오래 일했었지. 근데 어디가 중요한가. 환자들이 있으면 의사가 있는 법이지. 장소는 중요치 않아.”

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멋있어 보였다.

항상 그의 이야기 중심에는 환자가 있었다.

그리고 느낄 수 있었다. 그가 과거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광주 권역외상센터에서 일을 했던 것도 사실이고, 지금은 완도 정형외과에 정착했다는 것도 사실이기에 유 원장이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라면 굳이 캐묻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근데 민 대리.”

“예. 원장님.”

“오늘 썼던 수술 기구 말이야. 이거 제조사 본사에서 광주 메디컬로만 내려주는 제품인가?”

이 기구의 제품은 광주의 총판이 WG 메디컬 단 한 곳이었다.

그래서 호남권에서 이 기구를 쓰려면 무조건 WG 메디컬을 통해 받았어야 했던 것. 하지만 장 사장은 오랫동안 WG 메디컬에서 근무를 했었기에 본사 직원을 통해 지금은 총판이 두 곳이 되었다.

WG 메디컬과 우리 회사인 광주 메디컬 단 두 곳.

“또 한 곳이 더 있긴 한데, 저희도 호남권 총판이라서 바로 준비 가능한 기구입니다.”

“어쩐지.”

그는 나지막하게 말을 내뱉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이 제품을 예전에 광주에 있을 때 사용해 봤었는데, 그 뒤로는 구하기가 힘들더라고. 그래서 민 대리가 준 카탈로그 자료에 이 기구가 있을 때 반가웠거든.”

“맞아요. 이 기구가 본사에서 누구나 받는 게 아니라, 총판이 정해져 있다 보니, 다른 메디컬 회사에서 잘 사용을 안 하시더라고요.”

그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어제 말씀드렸다시피, 다른 원장님들께서는 수술 과정이 복잡해 선호하시지 않다 보니, 점점 줄어드는 추세인 것 같습니다.”

“의사들이 수술 간단하게 하려고 선호하는 건 좋지 않은데 말이야.”

그는 턱을 어루만지며 고민에 잠기는 듯했다.

“아무튼, 카탈로그 파일에서 내가 체크해 둔 게 있는데, 그 제품들 내가 이야기했을 때 바로 준비 가능한지 확인 좀 하고 연락 줘.”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소모품은 아직 우리 받고 있는 메디컬 회사가 있어서, 광주 메디컬 쪽에서 기구가 제대로 준비가 된다고 한다면 소모품도 옮기겠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원장님, 감사합니다!”

“광주에서 완도도 먼데, 굳이 내가 소모품이랑 수술 기구를 메디컬 회사 나눠서 받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말이야.”

이제 유 원장의 수술 스케줄에 따라 기구만 확실하게 납품한다면 소모품까지 영업 성공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실수 없이 해결해 내는 것. 그 또한 내가 해야 할 일이니까.

“그럼 수술 잡히면 연락 주겠네.”

“네. 주말 잘 보내십시오, 원장님.”

* * *

토요일 오전.

광주 권역외상센터 앞 카페.

수술 가운을 걸친 의사로 보이는 인물과 완도 정형외과의 유재필 원장이 마주 보고 앉아 있다.

“아니, 됐다니까.”

유재필 원장은 차가운 시선과 말투로 앞에 앉은 의사에게 쏘아붙였다.

“유 교수님. 제 말은…….”

“나는 들을 말도 없어. 나 그만 일어나겠네.”

“교수님, 잠시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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