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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영업사원이 되었다-112화 (112/339)

112화

장홍석 사장도 나를 보며 한마디를 보탰다.

“완도까지는 무슨 일로? 거기 큰 병원 없잖아.”

전라남도 완도.

전국에서 전복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덧붙여 이야기하자면 우리나라에서 땅끝 마을로 유명한 전라남도 해남. 그 해남보다 더 아래에 있는 지역이다. 그렇기에 말 그대로 정말 지도 끝에 위치한 머나먼 지역.

인구수가 적을 뿐만 아니라, 그렇기에 병원의 개수 또한 손가락으로 셀 수 있는 곳이다.

그런 완도에 가겠다는 당찬 나의 한마디에 장 사장과 손 차장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네. 병원은 몇 개 없지만, 광주 외곽으로 빠져서 좀 돌아보려고요.”

회사 자체가 광주에 있었고, 광주에는 병원의 개수 또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있는 편이다.

그런 인프라를 두고 외곽으로 빠진다는 것이 무모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은 그와 달랐다. 광주에 있는 병원들은 이미 메디컬 회사들과 손을 잡고 물건을 받고 있었고, 그것을 뚫는다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어렵기에 피한다는 뜻은 아니다. 지금으로써는 우리 회사가 자리를 잡지 않은 상태이고, 이대로 병원에 가서 영업을 한다는 것 자체 또한 무모하다고 판단을 했다.

게다가 내가 알고 지내던 병원 써전들은 모두 WG 메디컬과 엮여 있었기에, 외곽부터 돌아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물론 지방으로 가면 영업이 쉽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곳으로 가면 메디컬 회사가 없어 내 배경이 아닌, 나 하나만을 내세워 영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완도는 광주에서도 가기 멀어서, 영업 성공한다고 해도 민 대리가 계속 방문하기가 힘들 텐데. 괜찮겠어?”

평소 나를 전적으로 믿어주는 손 차장은 이유도 묻지 않고, 나의 뒷일을 걱정해 주었다.

“예. 지금은 거래처가 없어서 남는 게 시간과 체력인걸요. 하하.”

걱정스러워하는 장 사장과 손 차장을 보며 나는 너스레를 떨었다.

“근데 완도에는 수술하는 병원이 많이 있나? 다들 해남까지 나오거나 광주로 와서 수술하지 않아?”

장 사장은 완도 지역의 병원에 대해 내게 물었다.

“미리 조사를 좀 해봤는데요. 지역에 인구가 대부분이 고령의 어르신들이고요. 그래서 의료진 수에 비해 환자가 훨씬 많더라고요.”

“응. 그렇겠네. 근데 수술까지 하는 병원이 많지 않을까 걱정이네. 소모품으로만 장사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니까 말이야.”

소모품보다 수술 기구를 팔아야 돈이 되는 것은 맞는 말이다.

소모품은 한 번 발주가 들어올 때, 몇백 개 이상의 발주가 들어온다. 양이 어마어마하지만, 단가 자체가 높지 않은 편.

하지만 수술 기구는 단 한 번의 수술만으로도 금액이 크기 때문에 소모품 몇백 개를 판 매출을 한 번에 채울 수 있는 금액이다.

“저도 아직 완도에 병원을 가보지는 않았는데, 듣기로는 수술을 하는 써전이 한 분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완도에서는 그 병원 한 군데에서만 수술을 한다고 하는데, 거기로 좀 다녀와 보려고 합니다.”

장 사장은 내 말을 들으며 한 손으로 턱을 어루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수술하는 병원이라면 괜찮네. 한번 다녀와 봐.”

“예.”

* * *

완도 정형외과.

광주 외곽이라면 지역도 많고, 더군다나 병원은 더 많을 텐데 굳이 완도 정형외과로 고른 이유.

쉽게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촉이다.

사람의 발길, 그러니까 메디컬 직원의 발길이 드문 곳부터 영업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렇게 광주에서 떨어진 지역 중 한 곳을 골라 점차 영업 범위를 넓히고 싶었는데, 내 생각에는 완도가 가장 적절했다.

지도의 가장 아래에 있는 완도, 그리고 그 주변으로 해남, 강진, 진도 등 차근차근 담당 병원을 쌓아야겠다고 생각해 완도를 택했다.

그리고 제일 먼저 체크한 것은 단순 진찰만 하는 병원인지, 수술하는 병원인지를 확인했다.

그렇게 조건을 따져볼 때, 완도 정형외과가 내 첫 영업을 나갈 병원으로 선택된 것이지.

광주에서 쉬지 않고 꼬박 1시간 30분을 달려 도착한 완도 정형외과.

병원의 외관만 보면 언제 지어졌는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래된 병원 같았다.

광주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병원 무료 주차장.

차를 주차하고 병원으로 조심스레 발길을 옮겼다.

주차장에 차가 얼마 없었기에, 환자가 없을 거라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병원 로비에는 환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완도에 인구가 이렇게 많았다고?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로비의 의자는 환자들로 꽉 차 있었다.

나는 지금 원장님을 만날 수 없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고, 병원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외관 만큼이나 오래된 내부.

대체 어떤 써전이 완도까지 내려와 수술하며 일하고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시골로 내려갈수록 수술을 하는 병원이 드물다.

정형외과 수술은 부위마다 사용하는 기구가 다르고, 그만큼 필요한 기구의 개수를 따지자면 정말 끝도 없다.

그 기구를 모두 보유하고 있는 병원은 당연히 없다. 그렇기에 메디컬 회사가 존재하는 것이고, 병원에서 기구를 필요로 할 때 바로 넣어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지방으로 갈수록 수술의 횟수는 적고, 기구를 넣기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시골 병원들은 점점 수술을 하기가 힘든 여건이 되고, 수술보다 진찰과 가벼운 찰과상을 치료하는 병원이 많아졌다.

급하게 골절이 된 환자가 아닌, 인공 관절 치환술처럼 미리 예약을 잡아야 하는 수술은 대부분 광주로 넘어와 수술하게 된다.

그렇게 점점 시골 병원의 수술은 적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멀고 작은 병원에서 수술을 하는 써전이 있다는 이야기에 나는 휴대전화를 열어 ‘완도 정형외과’를 검색했다.

사이트도 언제부터 관리가 중단된 것인지, 최신 글은 2017년 정도에서 멈춰 있었다.

의료진 소개 역시 예전에 있던 써전으로 보였다. 당연히 지금 병원에 있는 써전의 정보는 나와 있지 않았다.

직접 만나 물어보는 수밖에.

나는 간호사에게 내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어필한 뒤 로비에서 써전을 만나기 위해 대기했다. 그리고 로비 한쪽에 서서 병원을 바라보았다.

분주한 병원, 수많은 환자들.

하지만 턱없이 부족해 보이는 의료진들.

“김순이 님! 김순이 님, 진료실로 들어가실 게요. 김순이 님!!”

간호사는 진료실로 들어갈 환자 이름을 크게 외쳤지만, 가득한 환자들로 인해 로비는 굉장히 시끌벅적했다.

게다가 나이가 지긋하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가득하기에 소통도 꽤나 힘들어 보였다.

이곳에 비교적 젊은 나이라고는 간호사들과 나뿐인 것 같았다.

그마저도 간호사들은 열심히 주사실과 진료실, 로비를 뛰어다니고 있었다.

나는 가방에 짐을 모두 넣어 간호사에게 향했다. 그리고 그 가방을 간호사가 서 있는 책상 옆으로 밀어 넣으며 말했다.

“저도 도와드릴게요.”

“네?”

“바쁘신 것 같은데, 일손이 부족해 보이셔서요.”

“아… 아까 그 광주 메디컬에서 오셨다는 분이세요?”

나는 다른 간호사에게 메디컬 직원임을 알렸지만, 내가 정장을 입고 서류 가방을 들고 있는 것을 본 그녀는 한눈에 알아차린 것 같았다.

“네. 저도 여기 있는 분들 진료가 끝나야 원장님 뵐 수 있으니까요.”

나는 그녀에게 미소를 지으며 답했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하. 그러네요. 감사해요.”

그녀의 감사 인사를 뒤로하고 환자들을 진료실로 안내하는 것을 돕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 시간이 흐른 뒤.

오전 진료 시간이 마감됐고, 그제야 나는 진료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대리님. 이제 원장님 진료 끝나셔서 들어오셔도 된대요.”

그녀는 책상 아래에 있던 내 서류 가방을 나에게 건네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나는 가방을 건네받고 진료실로 향했다.

똑똑.

“안녕하십니까.”

문을 열고 들어가자 보이는 작은 진료실 내부.

책상에서 일어나 나를 반기는 써전.

그는 170 중반 정도의 키에 날씬하지만, 운동을 했는지 몸이 단단해 보였다.

얼굴도 날렵한 스타일의 안경을 끼고 있는 유재필 원장.

나는 그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고, 그는 나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악수를 청하는 그에게 나 역시 손을 내보였다.

“멀리서 오셨네요. 오래 기다리셨다고 하시던데.”

“아닙니다. 진료 중이신데, 당연히 기다려야죠.”

그는 자리로 돌아가며 앞에 놓인 의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앉으세요.”

“네.”

나는 자리에 앉기 전 그에게 명함을 건넸다.

“저는 광주 메디컬 민지훈 대리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는 내가 주는 명함을 받아 눈으로 읽고 있었다.

“광주 메디컬……. 이번에 새로 생긴 곳인가요?”

“예, 맞습니다.”

그가 광주에 있는 메디컬들을 알고 있는 것을 보니, 메디컬 회사에 대해 잘 알 거나, 광주 쪽에 아는 것이 있는 모양.

“어쩐지 처음 들어보는 회사네요.”

“네. 회사는 이제 막 시작했지만, 다들 경력은 오래됐습니다.”

그는 아랫입술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이며 내 명함을 노트에 꽂았다.

“광주에서 완도까지 오려면 상당히 멀었을 텐데, 어떻게 여기 병원은 알고 오신 거죠?”

“아무리 멀고 외지에 있어도 환자를 치료할 병원만 있으면 어디든지 달려오는 게, 저의 업무이니까요. 하하.”

그는 내 말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원장님. 그럼 지금은 광주에서 물건 받고 계시는 건가요?”

그는 내 질문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했다.

“그렇긴 한데, 쉽지 않네요. 시골에서 수술 기구를 전달받는 게.”

예상했던 대로 수술 기구를 제때 재빨리 받는 데에 어려움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는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아까 와서 보셨겠지만, 지방에서 환자의 연령대는 다 비슷하죠. 어르신들이라 아픈 부위도 비슷하고, 치료 방법 또한 비슷하죠.”

“그렇죠. 다들 뼈가 약해지셨을 테니까, 아프시거나 치료하는 게 비슷할 테니까요.”

그는 내 말에 공감을 하며 대답했다.

“그래서 자주 쓰는 수술 기구를 가지고 있기는 한데. 턱없이 부족해요. 전부 구입해서 가지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수술 기구를 온전히 하나 가지고 있으려면 저렴하게는 중고차 한 대, 비싸게는 수입차 한 대까지도 가는 금액이다. 그렇기에 병원이 온 기구를 가지고 있을 수는 없는 터.

“저에게 맡겨 주신다면 기구 넣는 건 문제 없이, 차질 없이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유 원장에게 가져온 카탈로그 파일을 내밀었다.

“지금 저희 광주 메디컬에서 운용하고 있는 세트입니다. 인공 관절 치환술부터 외상 수술 재료, 소모품까지 정리해 둔 파일인데, 필요하신 거 말씀해 주시면 샘플도 가져다드리겠습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가 건넨 파일을 한 장씩 넘기고 있었다.

다른 의사들 같은 경우에는 카탈로그를 넘기며 나에게 설명을 요구하지만, 유 원장은 조금 달랐다.

파일에 있는 기구들을 모두 아는 것인지, 혹은 수술을 몇 번 해보지 않아 모르는 기구들이 수두룩한 건지, 그저 고개만 끄덕이며 기구 카탈로그를 보고 있었다.

“기구는 어떻게 보내주실 거죠?”

“대부분 제가 가지고 옵니다. 혹시나 부득이하게 못 오게 될 경우에는 터미널로 탁송 보내드리기도 하고요.”

“아니요. 우리는 무조건 가져다주셔야 합니다.”

단호한 유 원장의 표정과 말투.

“아…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바쁘면 터미널로 보내주는 거 다른 지역에서는 가능하지만, 완도는 그렇지 못해요. 여기로 오는 버스 자체도 많지도 않다 보니, 제시간에 기구를 받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였어요.”

나는 그의 말에 놀라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그렇게 기구를 못 받으시면 수술은요?”

“그게 문제죠. 아픈 환자가 기다리고 있는데, 수술을 딜레이시켜야 된다는 게. 저는 그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그리고 자신 있게 외쳤다.

“광주 메디컬. 믿고 맡겨 주십시오. 수술 딜레이되는 일 없도록 기구 제때 맞춰서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자신 있게 말해 줘서 좋네요.”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내게 말했다.

“카탈로그 보시고 편하게 연락 주세요. 언제든 바로 내려오겠습니다.”

광주에서 완도까지 바로 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건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메디컬 직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회사의 입장으로 본다면, 하나하나가 아쉽고 간절할 타이밍이다. 그리고 지금은 작은 거래처라도, 거래처 확보가 중요한 시점.

발주가 적어도 작은 거래처부터 신경을 쓰면서 신입 때처럼 차근차근 거래처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3년간 다진 내공으로 영업을 늘려나가는 속도는 그렇게 느리지만은 않을 것이다.

* * *

고된 하루 업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샤워를 마쳤다.

직장인의 중요한 마지막 일과.

개운한 몸을 이끌고 냉장고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시원한 캔맥주를 한 캔 꺼내 TV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 침대 위에 올려둔 휴대전화가 우렁차게 울리기 시작했다.

이 시간에 누구지?

[발신인 : 모던 정형외과 박승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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