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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영업사원이 되었다-53화 (53/339)

53화

“왜, 무슨 일 있어?”

백승원은 내 부름에 놀라 다가와 물었다.

“혹시 기사 말이야.”

“무슨 기사?”

“방금 여기서 취재한 거.”

“1인 시위?”

“응. 그거 기사 언제 낼 예정이야?”

그는 내가 묻는 말에 다이어리 속 스케줄 표를 열었다.

“빨리 내긴 해야 하는데, 아직 병원 쪽에 취재를 못 해서.”

“그럼 오늘, 내일 안으로는 못 내겠네?”

“아마 며칠 걸릴 것 같은데.”

“그래. 조심히 가고 다음에 또 보자.”

‘이거 잘하면 내가 모던 정형외과를 도울 수도 있겠는데?’

나는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 * *

차에 올라타 모던 정형외과 신동욱 원장에게 문자를 보냈다. 진료가 시작됐을 시간이기에 끝나면 연락을 달라는 짧은 문자를 보낸 뒤 사무실로 출발했다.

지이잉.

사무실에 거의 도착했을 때쯤.

전화가 울렸다.

[발신인 : 모던 정형외과 신동욱 원장]

“네. 민지훈입니다.”

- 민 대리. 전화 달라고 문자 들어와 있길래.

“진료 벌써 끝나셨습니까?”

- 아니. 잠깐 타임 비어서 문자 보고 연락했지.

“바쁘셨을 텐데…….”

- 괜찮아, 무슨 일 있어?

“원장님, 다름이 아니라 그 시위하는 거 있지 않습니까.”

- 응. 아직도 있디?

“네. 있더라고요.”

- 어휴.

“제가 아까 병원 나오다가 봤는데, 기자가 있더라고요.”

- 기자?

“네.”

- 하, 안 되는데.

“다행히도 그 기자가 제 지인이라 확인을 좀 해봤는데, 이렇게 지역 기사에 실리는 순간 이슈화가 되다 보면 일이 커지는 건 순식간이지 않습니까.”

- 그렇지. 기사 언제 낸다고 들었어?

“아직 날짜 예정은 없었는데, 그것보다 중요한 게…….”

- 뭔데?

“환자 측에서 이삼천만 원 정도면 합의가 될 것 같더라고요. 아까 저한테 말씀하시기로는 삼천만 원까지 쓰실 예정이시라고 하셨잖습니까.”

- 그랬지. 근데 그 정도면 된대? 누가?

“그쪽에서 그러더라고요. 병원 쪽에서 주는 금액 올리기 위해서 일억을 부른 모양인 것 같더라고요.”

- 이삼천만 원이 확실한 거야?

신 원장은 환자 측에서 주장하는 금액과 터무니없이 상이한 금액에 믿을 수 없다는 재차 되물었다.

“이삼천만 원 정도면 좋게 합의하겠다는 것보다는 그런 뉘앙스인 것 같은데. 병원에서 원래 주시려고 했던 금액으로 합의해 보시면 될 것 같아서 바로 연락드렸어요.”

백승원과 나눴던 이야기들을 요약해서 한참이고 신 원장과 주고받으며 통화를 했다.

그는 병원에서 나눴을 때 내쉬었던 한숨이 쏙 들어가고, 정말이냐는 말만을 계속해서 반복했다.

- 그럼 그 기자가 기사를 아직 안 낸다고 해도 다른 기자가 또 들이닥칠 수도 있겠네.

“네. 그래서 어찌 됐든 기사가 나기 전에 마무리하시는 게 좋을 거 같아서 바로 연락드렸습니다.”

- 민 대리, 재주도 좋다. 어쩜 일을 이렇게 척척 해내?

“하하, 아닙니다. 병원이 잘나가야 저도 쭉쭉 잘나가는 거 아닙니까. 앞으로도 모던 정형외과가 전국적으로 더 잘 되어야죠.”

- 그래. 더 잘 되어서 민 대리한테 발주 많이 넣을게.

“감사합니다.”

- 알려줘서 고맙고, 나도 옆방에 담당 원장님한테 얼른 말씀드려야겠다.

“네.”

- 하. 벌써 해결된 것처럼 얹혔던 게 확 내려가는 기분이다.

“더 알게 되는 거 있으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신 원장은 안도의 숨을 크게 내쉬면서 통화를 끝냈다.

병원에서 체한 것처럼 막혀있던 한 부분을 내가 풀어냈다는 마음에 쾌재를 불렀다.

* * *

9시.

회사가 아닌 모던 정형외과로 직출을 했다. 전날 신동욱 원장과 통화는 했지만, 일이 잘 해결되었는지 확인을 해야 했기에 서둘러 병원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병원 정문 쪽으로 급히 달려갔다. 시위하던 사람이 아직 있는지 확인을 하기 위해.

예상과는 달리 1인 시위는 여전히 진행 중이었고, 다른 점은 한 가지, 바로 그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사람 주변에 둘러싼 기자들이었다.

찰칵찰칵.

대여섯 명의 기자들이 시위하는 사람과 피켓, 그리고 병원 외관을 찍고 있었고, 지나가는 사람들 또한 전날보다 더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병원을 들어오는 사람, 병원 앞을 지나가는 사람도 하나둘 발길을 멈추고 사람이 몰려있는 이곳으로 오며 일행들과 대화를 시작했다.

“거봐. 시위하는 거 맞다니까?”

“의료 사고가 났다는 건가?”

“이거 보고 들어가자. 시위하나 봐.”

상황이 종료되었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왔던 모던 정형외과. 놀라지 않을 수가 없는 광경에 급히 병원 안으로 들어왔다.

신동욱 원장을 만나러 들어가기 위해 병원에서 진료실 쪽으로 향해 걸어갔다.

바로 옆 진료실인 ‘안국환 원장 진료실’ 팻말이 붙어있는 방.

그 팻말 아래는 진료실 상태를 표시할 수 있는 칸이 조그맣게 있다.

진료 중, 수술 중, 등 표시를 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지금 진료실 상태는 ‘휴진’.

이렇게 난리가 난 상황 가운데 휴진을 했다는 사실에 놀라긴 했지만, 기자들을 만나느니 휴진을 하고 병원에 없는 게 더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홀로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옆에 자리 잡은 진료실, ‘신동욱 원장 진료실’ 팻말을 보고 노트를 했다.

똑똑.

“원장님 안녕하십니까.”

“응. 민 대리 왔어? 어쩐 일이야.”

“어제 전화로 말씀드리고 해결됐는지 걱정이 돼서 찾아왔습니다.”

“그랬어?”

신 원장은 손으로 의자를 가리키며 앉으라는 손짓을 보냈다.

“앞에 시위는 아직 하고 있던데…….”

“안 그래도 오늘 중으로 그 환자랑 합의 끝내려고 준비 중이야.”

“그러시구나. 저는 기자들도 더 많이 깔려 있길래 무슨 일 있는 줄 알고 급하게 들어왔습니다.”

“어제 민 대리가 전화해 줘서 우리도 회의했었거든.”

“다행이네요.”

“그래서 이천만 원이면 된다고 했다는 거 맞지?”

어제 통화로 했던 이야기를 되묻는 신 원장.

“그런 뉘앙스로 이야기했다고 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러면 환자 상태는…….”

전날 통화했던 내용을 재차 되묻는 그의 질문에 한참이고 대화를 다시 나눴다.

“고마워. 지금 병원이 정말 난리다.”

“그러게요. 근데 오늘 안 원장님은 휴진이신 겁니까? 진료실 보니까 휴진이라고 되어 있던데.”

“원장님 지금 회의실에 계셔. 기자들 알잖냐.”

들이닥칠 기자들을 피해 사전에 차단한 안 원장.

“기사 나기 전에 해결이 돼야 될 텐데 말입니다.”

“그래야지. 답답한데 담배나 한 대 피우러 나갈까?”

“좋습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행거에 걸려있는 재킷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냈다.

병원 뒷문으로 나와 흡연 구역으로 걸어갔다.

“그럼 금액은 어떻게 하시는 겁니까?”

“합의 금액?”

“네. 이천만 원으로 하시는 건가 해서요.”

“글쎄다. 아마 그대로 하거나 그 이상으로 하지 않을까 싶어.”

그는 주머니에서 담배 하나를 꺼내어 입에 물며 대답했다. 그때 누군가 뒤에서 신 원장을 불렀다.

“저기…….”

급히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다시 손으로 빼내며 뒤를 도는 신 원장.

“네?”

“안녕하십니까. 혹시 잠깐 시간 괜찮으실까요?”

신 원장에게 말을 거는 이 사람. 병원복을 입지도 않았을뿐더러 손에는 다이어리와 녹음기가 들려있었다. 한눈에 보아도 병원 환자가 아닌 기자임이 분명했다.

“누구…실까요?”

“저는 메딕 일보에서 나왔습니다.”

“제가 금방 진료 들어가 봐야 해서요. 보시다시피 일행도 있고요.”

신 원장은 인터뷰에 응하고 싶지 않다는 표정과 말투로 차분하게 거절을 해냈다.

하지만 꿈쩍 않는 기자.

“잠시면 됩니다.”

신 원장은 내 쪽을 바라보며 다시금 담배를 입에 물고 눈을 질끈 감은 채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국환 원장님이 수술하셨던 환자분이 시위하는 건 알고 계셨습니까?”

신 원장은 기자의 질문에 하얀 담배 연기만을 뿜은 채 입을 굳게 닫았다.

“안국환 원장님은 왜 오늘 갑자기 휴진하신 거죠?”

아랑곳하지 않고 다음 질문을 이어 나가는 기자.

“민 대리, 안 되겠다. 내가 다시 연락할게. 오늘은 여기서 먼저 들어가 봐.”

꽉 다물고 있던 입을 열고 숨을 몰아 내쉰 뒤, 나에게 들어가 보라며 손짓을 하는 신 원장.

“네. 그럼 연락 주세요, 원장님.”

이어 신 원장은 담배를 발로 밟아 꺼트린 후, 깊숙이 연기를 내뿜었다.

“다시 질문하시죠, 기자님. 뭐부터 말씀드리면 되나요.”

나는 그런 신 원장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후 자리를 빠져나왔다.

* * *

사무실에 도착해 문을 출입문 손잡이를 열기 위해 잡는 순간 주머니 속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지이잉.

힘차게 울리는 진동에 문손잡이에서 손을 떼고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발신인 : 백승원]

“여보세요.”

- 지훈아, 난데. 통화 가능해?

여느 때보다 다급한 그의 목소리에 무슨 일이 생겼다는 걸 직감했다.

회사 문 앞에 서 있던 나는 발걸음을 옮겨 옥상으로 향하며 말을 이어갔다.

“가능하지. 무슨 일 생겼어?”

- 모던 정형외과 말이야.

“응.”

- 해결되려면 아직 멀었어?

“왜 무슨 일인데?”

- 기사 떴어.

“벌써?”

- 내가 낸 건 아니고 메딕 일보라고…….

메딕 일보.

조금 전 모던 정형외과에서 신동욱 원장에게 취재하겠다며 다가왔던 기자. 그 기자가 바로 메딕 일보의 기자였었다.

내가 병원에서 나와 곧장 사무실로 복귀했으니, 40여 분이 겨우 넘은 시간이다.

그사이에 취재를 마치고 기사까지 냈다니.

- 지훈아, 듣고 있어?

“어… 메딕 일보, 안 그래도 아까 병원 온 거 봤었어.”

- 보니까, 나보다 먼저 시위하는 사람 취재 시작했던 것 같더라고.

“그래?”

- 응. 아직 기사 그거뿐이더라. 근데 병원에서는 합의 안 할거래?

“하려고 하는 모양이던데, 병원 내부에서 회의하니까 정확히는 모르겠다.”

- 그래. 그래도 지훈이 네 거래처니까 일 더 커지기 전에 잘 마무리됐으면 좋겠네.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아무튼, 알려줘서 고마워.”

- 기사 보자마자 너한테 바로 연락했지. 고마우면 해결되자마자 나한테 먼저 알려줘라.

“하하, 그럴게.”

- 내가 독점 취재하는 거다.

“어. 대신 좋게 기사 내줘야 한다, 알지?”

- 그럼. 병원에서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사가 좋게 나가야 이미지 쇄신하지 않겠어?

“알겠어. 확인되면 연락 줄게.”

전화를 끊자마자 휴대폰으로 인터넷 앱을 클릭했다.

창이 켜진 후 바로 실시간 검색 창부터 확인했다. 하지만 순위 어디에도 없는 병원명과 이 일과 관련된 단어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좋은 기사는 아닐 것임이 분명하기에 아직 많은 사람이 보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차적으로 안심이 됐다. 그리고는 곧장 검색창에 ‘모던 정형외과’를 적어 뉴스를 확인해 보았다.

예전에 올라온 기사들을 제외하고, 새롭게 업데이트된 기사는 단 한 개.

메딕 일보의 기사였다.

[(단독) 광주 M 병원 앞 1인 시위. 누구의 잘못인가?]

본문을 읽기 위해 기사를 클릭했다.

기사가 열리고 나는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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