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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영업사원이 되었다-40화 (40/339)

40화

“거기라니요?”

나는 손지혁 차장의 손길에 놀라 되물었다.

“국동 정형외과요?”

“응. 거기가…….”

“아! 리베이트!”

내 말에 그는 내려놓았던 자신의 손을 다시 한번 내 어깨에 가져다 댔다.

“알았지?”

“역시. 그럼 김 원장이 샘플을 저한테 요청해서 받은 후에 타 메디컬에다가 납품 요청을 했겠네요?”

“응. 그 제품으로 단가 비싸게 넣고 뒷돈 받았겠지.”

“굳이 저한테 제품을 왜 받았을까요.”

“민 대리가 제품 소개를 워낙 잘하니까, 아마 계속 민 대리한테 요청했을 거야.”

나는 고개를 갸우뚱 해하며 그에게 물었다.

“흠… 근데 꽤 의외인데요?”

“뭐가?”

“그 원장님. 엄청 순수하게 생기셨거든요. 진짜 공부밖에 모르고 사신 분처럼.”

손 차장은 내 말에 손과 고개를 동시에 절레절레 저으며 대답했다.

“민 대리. 써전들 전부 다 전국에서 공부로 난다 긴다 했던 사람들이야.”

“하기야 그렇긴 하죠.”

“다들 전교 1등이 뭐야, 각 지역에서 공부로 유명한 사람들인데 뭐.”

“그렇긴 한데. 김 원장님은 리베이트에 ‘리’ 자도 모르실 것 같이 생기셨는데.”

“확실한 건 아니긴 하지만. 내 예상이 맞는다면 백 프로 김 원장님은 뒷돈 때문에 다른 메디컬이랑 하고 있을 거야.”

“병원 가서 확인을 해 봐야겠지만, 진짜 그렇다면 엄청나게 충격이네요.”

“병원 들어갈 때 민 대리가 그동안 넣었던 샘플들이랑 국동 정형외과에 납품하고 있는 리스트들 뽑아서 들어가 봐.”

“넵. 공급실에서 김 원장이 쓰는 제품들 알아보고 우리 회사 거로 유사 제품 찾아서 견적서도 같이 넣겠습니다.”

“민 대리는 역시 하나를 알려주면 두 개, 아니 서너 개를 알아버린다니까? 하하.”

그는 뿌듯한 미소를 내게 보이며 말했다.

“근데 참 리베이트가 문제네요. 돈 받고 싶은 건 알겠지만 뻔히 불법인 일을…….”

“돈이라면 사람들이 환장하잖냐.”

“원장들은 돈도 많이 벌지 않습니까. 제가 알기로는 정형외과 써전들이 다른 과목에 비해서 돈 많이 받는다고 알고 있는데.”

의사가 되려면 진료 과목을 정해야 한다. 내과, 소아과, 이비인후과, 산부인과, 정형외과 등 여러 진료 과목이 존재하는데, 그중에 자신에게 맞는 과목으로 전공을 선택하게 되는 거지.

병원 쪽에는 많은 진료 과목이 존재하지만, 크게 병에 걸린 것이 아니라면 대부분 사람들이 모두 가봤던 곳.

바로 내과다.

살면서 뼈가 부러져 정형외과를 가거나, 심장에 이상이 생겨 흉부외과를 가는 것보다 감기, 배탈 등과 같은 가벼운 증상으로 내과를 찾는 환자들이 월등히 많다.

그렇기에 늘 종합 병원에 가면 다른 진료 과목의 환자들 보다 내과의 환자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나 역시도 그런 점을 보았을 때, 당연히 환자가 가장 많은 내과 의사들이 돈을 많이 벌 것이라고 생각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물론 의사의 실력, 경력에 따라 페이 닥터들의 급여가 천차만별이지만, 평균 연봉을 따져보면 내과 의사들이 매우 낮은 편에 속한다.

우리가 내과에 가는 이유는 생각보다 가벼운 증상이 많고, 또 비슷한 증상으로 찾아가는 환자들이 많다.

그 때문에 내과에 의사들은 비슷한 증상의 환자들을 치료하고, 진료나 처방 또한 비슷한 편이다.

하루에 외래를 보는 환자들은 가장 많지만, 온종일 앉아서 유사한 환자들을 진료하고 치료하다 보니, 진료 시간은 10분 내외로 간단한 편이다. 게다가 내과는 큰 병원이 아닐 경우, 수술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그래서 내과는 다른 과목에 비해 연봉 자체가 높지 않다.

그에 반해 정형외과는 일반 진료도 많지만, 수술이 주를 이룬다.

간단하게 뼈나 근육이 아파서 찾는 환자들은 당연히 많지만 그만큼 수술을 해야 하는 환자들이 굉장히 많은 편이다.

넘어져 골절이 생긴 환자들, 운동을 하다가 인대가 파열된 환자들과 같이 수술을 하기 위해 급하게 병원에 오는 환자들이 매우 많다.

수술하는 과정을 보면 살을 잘라 작은 세포, 작은 표피 하나에 집중해서 수술하는 다른 과들과는 달리 정형외과는 의사들 사이에서 일명 ‘노가다’라고 불리는 과목이다.

처음에는 왜 의사들에게 노가다라고 불리나 하는 의문을 가졌지만 수술 방법에 관해 공부를 하다 보니 금세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정형외과에서 수술 방법은 대부분 뼈를 자르고, 대체 인공 관절 뼈를 맞춰 넣는다.

뼈를 자르려면 블레이드, 즉 칼로 뼈를 자르는데 마치 톱과 비슷한 역할을 하고 그런 인공 관절 뼈를 넣기 위해서는 진짜 망치는 아니지만, 망치와 비슷한 도구를 이용해 두들기며 수술을 한다.

이런 것을 보고 다른 진료 과목의 의사들이 예전부터 노가다하는 과목이라며 우스갯소리를 했다고 한다.

다른 과목에 비해 수술도 현저히 많은 편에, 힘든 수술 과정 탓에 정형외과 쪽의 연봉은 가장 센 편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렇지. 정형외과가 돈 진짜 많이 받지.”

“돈을 못 버는 과도 아니고, 많이들 받으시면서 왜 굳이 불법적인 리베이트를 하시는지…….”

“그런 사람들이 뭐 돈이 많고 적고를 떠나서 받겠어? 그냥 돈을 더 받는다는 거에 포커스를 두는 거지.”

“하긴 그렇겠네요.”

“응. 리베이트하는 메디컬 직원들 보면 ‘원장님 이거 써주시면 제가 얼마 드릴게요.’ 이런 식으로 해대니까 원장들이 아이스크림 골라 먹듯이 더 좋은 메디컬 직원 골라서 쓰는 거지.”

“더 돈을 많이 주는 메디컬로요?”

“참 이런 뒷돈 주는 일부 사람들 이야기 들으면 열심히 일하다가도 힘이 빠진다니까.”

* * *

오전 내내 견적서 작업을 마치고, 서둘러 챙겨서 국동 정형외과로 들어왔다.

담당 병원 중 하나인 국동 정형외과에는 평소에도 자주 오는 편이지만, 유일하게 영업에 실패한 김 원장을 만나러 온다고 생각하니 조금 떨리기 시작했다.

영업을 할 때마다 실패한 편이기도 하고, 또 리베이트를 받고 있던 써전이 아니라 내 추측이 틀렸으면 어쩌지, 라는 생각도 있었다.

밑져야 본전. 부딪혀 보자, 라는 생각으로 병원에 들어와 김 원장 방으로 향했다.

똑똑.

“원장님, 안녕하십니까. WG 메디컬 민지훈 대리입니다.”

김석민 원장.

170이 조금 넘는 키에, 왜소한 체형이다. 안경을 끼고 있는 그는 누가 봐도 학창 시절부터 1등 한 번 놓친 적 없는 것처럼 생겼달까?

의사들은 의사가 되고 난 후 자신에게 소비를 정말 많이 하는 편에 속한다. 20여 년 동안 공부만을 하던 자신에게 이제야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래서 어떤 의사들은 명품에, 어떤 의사들은 차량에, 골프 등 사치 품목에 보상을 많이 하고는 한다. 물론 예외인 의사들도 많지만, 적어도 내가 본 의사들은 대부분이 그러했었다.

하지만 김석민 원장은 돈을 그렇게 벌어도 사치라고는 1도 없는 의사 중 한 명이다.

다른 의사들은 벤츠에 아우디에 포르쉐 등 비싼 차량을 가지고 다니는 거에 반해 그는 국산 중에서도 저렴한 승용차를 오랫동안 끌고 있다.

또 옷이나 신발도 명품이 하나 없고, 심지어 내가 본 이후로 안경조차도 한 번을 바꾸지 않았을 정도.

성격도 소심하고, 순수한 편의 김 원장이기에 리베이트를 했다는 사실이 도저히 매치되지 않았다.

“민 대리. 오랜만이네?”

“네, 잘 지내셨습니까. 요즘 제가 국동에 자주 못 와서 엄청 오랜만에 뵙네요.”

“그러게. 박 원장 만나러 왔어?”

“아니요. 오늘은 김 원장님 뵈러 왔습니다.”

그는 내 말에 눈썹을 들썩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나?”

“네, 원장님이요!”

평소라면 이렇게 영업을 왔을 때 바쁘다는 핑계로 에둘러대며 피했을 텐데, 오늘은 어쩐 일인지 자리를 내어주었다.

“여기 앉아.”

“네.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민 대리 한번 안 오나 했었어.”

“저를요? 무슨 일 있으십니까?”

한 번도 나를 반갑게 맞이한 적이 없던 그가 나를 기다렸다는 말에 기쁘면서도 의아했다.

“응. 내가 안 그래도 다른 메디컬 제품 좀 써볼까 했었거든.”

다른 메디컬 제품을 찾는다라…….

점점 더 리베이트를 했을 거라는 확신이 차기 시작했다.

리베이트로 광주가 들썩일 때 거래처를 바꾸는 것만큼 확실한 표현도 없기 때문이다.

기존의 메디컬에서 리베이트 없이 제품만을 받는다는 건 의미가 없기 때문에 거래처를 바꾸려고 하는 모양.

뒷돈을 주기 위해 기존 메디컬에서는 물품의 단가를 비싸게 병원에 납품했을 것이다. 그리고 메디컬에서 남는 이윤의 몇 퍼센트를 써전에게 돌려주는 형태를 뒷돈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뒷돈이 없어진다면 그 비싼 단가를 내면서 물품을 받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래서 김 원장이 이 시기에 거래처를 굳이 바꾸려고 한다는 것에서 더욱더 확신을 하게 됐다.

“정말요? 어떻게 제가 딱 맞춰서 왔네요. 하하.”

“그러게. 요즘 새로 영업 오는 회사들이 잘 없더라고.”

“제가 원장님이 필요하실 것 같아서 타이밍 잘 맞춰서 왔습니다.”

“내가 어떤 물건이 필요하냐면…….”

이미 바꿀 물건을 정해 놨는지, 책꽂이에서 다이어리를 꺼내 메모해 둔 것을 찾기 시작했다.

“혹시… 원장님 필요하실 것 같아 견적서 만들어 오긴 했습니다.”

나는 서류 가방에서 미리 준비해 온 견적서 파일을 꺼내 책상 위로 올려보았다. 그리고 그에게 내밀었다.

다이어리를 밀어두고, 내가 준 견적서를 한참 보던 김 원장이 입을 열었다.

“뭐야. 뒷조사라도 했어?”

미간에 힘을 주고 안경을 치키며 나를 쳐다보는 김 원장.

“네?”

“내가 쓰고 있는 품목들 어떻게 다 알고 이렇게 준비해 왔어?”

“아… 원장님께서 저희 제품 안 쓰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래서 공급실에 확인해서 원장님이 쓰시는 제품들 확인했죠.”

“진짜로?”

그는 의자에 기대앉아 있다가 엉덩이를 들어 자세를 고쳐 잡았다. 그리고는 펜을 꺼내 견적서에 체크를 하기 시작했다.

“네. 유사 제품들로 찾아서 온다고 왔는데, 물건은 괜찮으십니까?”

“응. 잘 쓰는 제품들이기는 하네.”

“단가는 저희가 드릴 수 있는 선으로 최대한 맞춰 놓기는 했는데, 비싼 품목 말씀해 주시면 더 저렴한 대체 제품으로 찾아드릴 수는 있습니다.”

“그럼 지금 뽑아온 것들은 비싸다는 건가?”

“아니요. 물품 중에서 질 좋은 제품들로 골라 온 건데, 가끔 원장님들이 질은 좀 안 좋아도 저렴한 제품으로 사용하시면서 환자들이 금방 교체하면서 쓰게 하고 싶어하시는 분들도 계셔서요.”

“다른 원장님들이 왜 민 대리한테 물건 받아쓰는지 알겠네.”

김 원장은 작은 목소리로 홀로 속삭이며 말했다.

“네?”

그는 일전에 볼 수 없었던 미소를 지으며 내 눈을 쳐다보고 말했다.

“민 대리가 일을 참 잘한다고.”

“감사합니다.”

세상에 위기가 찾아올 때 그것을 내 기회로 잡아채는 것. 그것 또한 나의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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