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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영업사원이 되었다-20화 (20/339)

20화

【 직면 】

- 응. 왜 갑자기 민 대리가 안 오고 다른 직원으로 바꾸는 거야?

“어……. 원장님 제가 전달받은 게 없어서, 출근하자마자 알아보고 바로 연락 드려도 괜찮으실까요?”

- 그래. 그럼 확인하고 연락 줘.

“네!”

출근 전부터 명의 병원 박승호 원장과의 황당한 내용의 통화 때문에 얼떨떨한 아침을 맞이했다.

나는 다급히 준비를 마치고 곧장 사무실로 출근을 했다.

차에 올라타 출발을 하자마자 싸한 기분에 바로 손지혁 차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차장님. 출근 전인데 전화 드려 죄송합니다.”

- 아니야. 출근 중이야. 무슨 일 있어?

“다름이 아니라, 혹시 명의 병원 담당 다른 직원으로 바꾸셨다는 데 맞으십니까?”

- 응? 무슨 소리야, 아침부터?

“명의 병원 박 원장한테 전화가 왔는데, 담당자가 바뀐 거냐고 물어봐서요. 저는 따로 전달받은 게 없는데…….”

- 아니? 며칠 된 것도 아니고, 어제 민 대리가 명의 병원 영업했다고 회의했는데 담당자를 바꿨을 리가.

“그렇죠? 하…….”

- 야. 설마 최준성이 또 갔겠냐, 설마?

“아, 차장님 설마요.”

- 나도 이사님한테 확인은 해볼 테니까, 명의 병원으로 직출해. 병원 가서 잘 확인해 보고.

“네. 바로 다녀오겠습니다.”

* * *

회사로 향하던 차를 유턴해 명의 병원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평소보다 일찍 나오기도 했고, 게다가 직출을 한 탓에 명의 병원 주차장에 너무 일찍 도착을 해버렸다.

9시까지 차에서 시간을 때우다가 올라가야겠다, 라고 생각하는 순간 주차장 입구로 박승호 원장의 차가 들어왔다.

황급히 차에서 내려 주차를 하고 있는 박 원장 차 쪽으로 걸어갔다.

“원장님. 안녕하십니까.”

“어? 민 대리. 연락도 없이 어쩐 일이야?”

“원장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일찍 왔어? 내가 무지하게 보고 싶었나 보네? 하하.”

“그럼요. 원장님! 아침에 전화 주셨길래 바로 달려왔습니다.”

차에서 내린 박 원장과 함께 진료실로 걸어갔다.

지이잉.

진료실 문을 열기 직전 주머니 속 핸드폰이 울렸다.

“원장님. 죄송한데, 저 전화 한 통만 받고 들어가겠습니다.”

“그래. 받고 들어 와.”

“예.”

- 여보세요?

“네. 차장님. 사무실 들어가셨습니까?”

- 응. 확인해 봤는데, 장 이사님도, 대표님도 따로 지시한 일 없다고 하더라.

“하……. 그럼 최 과장이 맞겠네요.”

- 아마 그럴 것 같다. 원장님은 만났어?

“이제 들어가려고요.”

- 그래. 내가 최 과장한테 전화해 보려다가 민 대리가 병원 갔으니까, 확인 먼저 해보고 보고해 줘.

“예.”

- 원장님 만나면 회사에서는 담당자 바뀔 일 없을 거라고 잘 설명해 드리고!

“네. 다녀오겠습니다.”

- 그래.

지시를 한 사람은 없고 박 원장에게 얘기를 한 사람은 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보아도 그럴 사람은 단 한 사람뿐. 부글부글 끓는 마음을 억지로 가라앉히고 진료실로 들어갔다.

박 원장의 진료실에 들어가 그가 건네준 음료수를 받아 들었다.

“잘 마시겠습니다.”

“그래. 근데 어쩐 일이야. 아침부터.”

“아까 전화 주신 것 때문에 왔습니다.”

“아, 그거? 그래서 이렇게 일찍 달려왔구먼?”

“네. 하하. 원장님 혹시 누가 왔었습니까?”

“어……. 잠깐만.”

박 원장은 책상 한편을 뒤적이며 무언가를 찾는 듯했다.

“아, 여기 있다!”

박 원장은 한참을 뒤적이다 무언가를 하나 꺼내 들고 미간을 한껏 찌푸려 눈에 힘을 주고 그 종이를 바라보았다.

익숙한 색감의 명함.

“이거. WG 메디컬. 최…….”

“최준성 맞습니까?”

“어. 맞네. 최준성.”

박 원장은 명함에 써져 있는 ‘최준성’ 글자를 읽은 후 내게 명함을 내밀어 보였다.

“왜? 최준성 과장이 누군데?”

“아…….”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어제 왔더라고. 4시쯤인가?”

그 시간이면 나와 옥상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명의 병원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고 나가 명의 병원에 왔을 법한 시간이다.

어제는 그렇게 내 앞에서 명의 병원은 MG 메디컬과 견고해서 더 이상의 영업 확장은 안 될 거 같다더니.

나와 얘기를 나누다가 가볼 곳이 있다는 게 명의 병원이었다는 게 참.

설마 했는데 역시나 또 최 과장일 줄이야.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아니 훨씬 대단한 사람인 것 같다.

너무 어이가 없고 치가 떨릴 지경이다. 떨어져 나가는 신비 병원에 온 신경을 쓰고, 치중해도 모자랄 판에 와중에 내 거래처인 명의 병원에까지 눈독을 들이다니.

“아, 4시쯤이요?”

“응. 와서 갑자기 자기가 담당할 거라면서, WG 메디컬꺼 트라우마 종류들 리스트 쫙 뽑아왔더라고.”

“트라우마요? 원장님 외상 수술 쪽은 바꾸실 계획 없으시지 않으십니까?”

“응. 그치. 나 민 대리 믿고 소모품 몇 개 바꾸는 거잖아. 그래서 그 최 과장인가 뭐시긴가한테는 아직 트라우마는 생각 없어서 참고만 하겠다고 돌려보냈지.”

“아…….”

“그리고 민 대리. 나는 자네 믿고 물건도 받고 하는 거라 담당자는 안 바뀌었으면 하는데.”

“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안 그래도 아침에 전화 주셔서 회사에 바로 확인해 봤는데, 담당자 변경 건은 없습니다.”

“그럼 그 과장은 왜 온 거래?”

“아마 그 직원이 착각하고 온 것 같습니다. 제가 사무실 들어가면 제대로 처리해 두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발주도 그렇고, 물건 넣어줄 때도 자꾸 이 사람 저 사람 바뀌어 가면서 나한테 오는 건 좀 내가 헷갈려서 말이야.”

“예. 그렇죠.”

“응. 혼동 생길 수도 있고. 아무튼, 신경 좀 써줘.”

“알겠습니다. 그리고 원장님 발주 주셨던 물건은 오늘 본사에서 다 내려와서요. 이따 오후에 가지고 올 건데, 원장님 먼저 보여 드려야 될까요?”

“아니야. 나 오후에 수술 스케줄 있어서. 공급실에 그냥 넣어줘. 내가 말해 놨어.”

“네. 명세서랑 물건 공급실로 넣어 두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해줘.”

“아무튼, 저희 회사에서 괜히 원장님 번거롭게 만들어 드려서 너무 죄송합니다.”

“아이. 죄송할 것까지는 없고.”

“아닙니다. 신경 쓰겠습니다.”

“그래. 민 대리 그리고 저번에 샘플 주고 갔던 붕대 좋더라.”

“정말이요? 병원에서 다들 한번 써보시면 이것만 쓰게 된다고들 하시더라고요.”

“응. 다른 원장들한테도 보여줬는데, 다들 마음에 든다고 하더라고?”

“크으. 다행입니다.”

“그래서 다들 바꾸자고 하는데, 기존 물건이 아직 남아 있어서.”

“아……. 네!”

“박스는 반품받아 준다고는 하는데, 박스 터서 낱개 몇 개 쓴 제품은 반품 안 받아 준다고 하더라고?”

“네. 아마 박스 뜯으시면 반품 잘 안 받아 줄 겁니다.”

“그러니까. 그래서 낱개는 몇 개 안 남았거든? 이거 다 쓰면 바꾸려고.”

“감사합니다. 원장님.”

“그래. 그리고 내가 말했지? MG 메디컬에서 애초에 하도 비급여 제품 단가 세게 들어 왔었다고?”

“저번에 말해 주셔서 알고 있습니다.”

“민 대리가 준 붕대보다 단가가 거의 300원인가? 더 비싸더라고.”

“300원이나요? 지금 쓰시는 건 일반 붕대 아닙니까?”

“그러니까 말이야.”

단가가 300원이라면 꼴랑 동전 3개밖에 되지 않는 금액이라 차이가 적은 것 같아 보이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일반적으로 소모품은 낱개 한두 개가 아닌 박스 단위로 납품을 한다.

게다가 이런 모든 부위에 쓸 수 있는 붕대 같은 소모품은, 한 달 사용량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금액 또한 매우 크다.

보통 이런 제품은 병원에 납품을 할 때, 몇십 원, 또는 몇 원 차이로 납품이 되냐 안 되냐가 갈리기도 하는데, 300원이라는 금액 차이를 듣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그동안 MG 메디컬에서 이런 식으로 돈을 쓸어모았겠구나, 라는 생각에 허공을 바라보고 머릿속으로는 돈 계산을 두드려 보았다.

“대충 붕대 재고 봤더니, 이번 달 안으로는 다 소진할 것 같거든. 조만간 발주 넣을게.”

“네. 진짜 감사합니다, 원장님.”

“그렇게 감사하면 다음에 술 한 잔 사.”

“아, 원장님! 술뿐이겠습니까, 안주도 맛있는 거 팍팍 쏘겠습니다. 하하.”

“그래. 그럼 다음에 날 잡고 한잔하자고.”

“좋습니다!”

* * *

“다녀왔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민 대리님.”

“사무실 별일 없죠?”

“네. 없습니다.”

“그래요.”

사무실로 복귀해서 오고 가는 형식적인 멘트를 뒤로 하고 곧바로 최 과장의 자리로 향했다.

“왔어, 민 대리?”

나를 보며 당황할 줄 알았던 최 과장은 오히려 내 두 눈을 똑똑히 쳐다보고 씨익 웃으며 인사를 했다. 명의 병원에 들렀을 때부터 끓던 화는 그 비열한 웃음을 보고 기어코 터지고 말았다.

“과장님.”

목소리에 칼날을 가득 품고 그를 불렀다.

“왜, 뭐 할 말 있어?”

늘 그렇듯 또 태연한 척, 모르는 척.

하나, 이번만큼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나는 여태껏 참고 있던 말을 내뱉었다.

“계속 이딴 식으로 하실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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