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 천재로 오해받는 연예계 생활(4)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핫한 아티스트는 누구일까.
미국에서는 수많은 아티스트가 탄생하고 사라지지만.
솔라의 기세는 반짝하고 사리질 여느 가수와 달랐다.
비틀즈 폴이 인정한 다섯 소녀.
음악성으로 기존 걸그룹의 틀을 깨부수고.
예능과 영화는 세계적으로 히트를 쳤으니.
"피디님, 지금 거의 도착하셨다고 연락했습니다."
"진짜 수락할 줄이야."
"그러니까요."
미국 LA에 위치한 방송국 TPLA.
「Married couple」은 시즌 3에 접어든 중견 예능이었다.
남녀 셀럽들의 가상 결혼을 통해 재미를 주는 방송인데.
'어안이 벙벙하네.'
슈퍼스타가 출연할 만큼 유명한 예능은 아니었다.
기대도 전혀 없이 스카이 엔터에 제안서를 넣었다.
"진짜 그 스카이 엔터에 예지 맞지?"
"네. 피디님."
현재 솔라는 연타석 홈런을 치며 연일 주가가 치솟았다.
앨범, 방송, 영화를 전부 성공하고 톱스타로 급부상했다.
그중, 인기 멤버는 메인보컬이자 리더인 예지.
각 분야별 시상식 후보에 전부 이름을 올렸다.
예지 Yegi.
천상의 목소리와 연기 실력을 동시에 갖춘 천재 소녀.
요즘 미국에서 가장 뜨거운 아티스트 중 한 명이었다.
"미스터 정이 예지 씨와 같이 왔다고 합니다."
"오우, 그럼 가봐야지."
"가시죠."
곧장 약속 장소로 향하는 두 사람.
피디와 메인작가는 미팅룸에서 그들을 기다렸다.
이내, 수호와 예지는 방송국에 나란히 들어섰다.
"안녕하세요!"
"아."
밝은 미소로 살포시 인사하는 예지.
눈부신 미모에 잠시 말문이 막혔다.
'인형이 살아 움직이네.'
청순하면서도 성숙한 분위기는 할리우드의 어떤 여배우보다 아름다웠다.
"그, 이, 이쪽으로 앉으시죠!"
"감사합니다."
정 대표에게 먼저 자리를 권하는 그녀.
그 태도에 부드러운 자상함이 느껴졌다.
"정수호 대표님."
"네. 피디님."
솔라 팬들 중 정수호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팬들도 그와 예지의 가상 결혼은 인정할 터다.
"정말 본인이 직접 출연할 의사가 있으신 거죠?"
"네, 그럼요."
예지의 뒤에서 묵묵히 서포트하는 대표.
두 사람의 케미는 팬들에게도 유명했다.
"일단 가상 연애긴 해도 스킨십이 있을 수도 있...."
정 대표는 망설임 없이 예지의 손을 잡았다.
"화끈하시네요. 하지만 손만 잡는 게 아니라...."
"그래요?"
이내, 수호는 예지의 어깨를 감싸며 씨익 웃었다.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이는 그녀.
".... 브라보."
벌써 유사 연애를 할 준비를 마쳤구나!
확실히, 처음 보는 남녀 사이보다 훨씬 더 가까웠다.
케미가 좋으면 방송국 입장에선 감사할 따름이었다.
'이거 잘하면....!'
방송 끝날 때쯤 진짜 커플 탄생 하는 거 아냐!?
세계적인 아티스트와 엔터 대표.
어쩌면, 세기의 만남이 아닐런지.
방송 생활하면서 이렇게 심장이 두근거린 적은 없었다.
'만약에 그게 된다면....'
방송에 얼마나 진정성이 생길까.
정수호 대표와 예지, 두 사람이 미팅룸을 나가고.
필립은 기대감을 가득 품은 채 작가에게 말했다.
"선남선녀군요."
"맞아요."
진짜 잘됐으면 좋겠다.
정 대표는 일반인 아닌가.
'우리 방송을 계기로 둘이 사귀면....'
태양빛 팬들이 정 대표를 부러워하겠지.
홍보 효과는 얼마나 클지 예상이 안 됐다.
"방송 준비해 봅시다."
"네. 피디님."
* * *
스카이 엔터 설립 후 세 번째 미국 진출.
미국에서 「왕의 품격」 신드롬은 거품이 아닌 듯했다.
오랜만에 들른 방송국 분위기는 상당히 호의적이었다.
"본부장님, 결재 서류 주세요."
"그래."
박철민 본부장은 구 팀장 대신 미국에 따라왔다.
타국에 새로 확장한 사옥과 연습생 선발을 위해.
"수호야."
"네?"
이내, 박 본부장은 멋쩍게 민머리를 문지르며 질문했다.
"메리드 커플, 어떤 의미로 잡은 스케줄이야?"
"아, 그거요."
"네가 직접 출연할 줄은 진짜 몰랐거든."
"...."
언제나 그렇듯 큰 의미는 없었다.
그냥 이번에도 뒤통수 픽이었다.
"그냥요. 막내도 성인이고, 여긴 할리우드잖아요."
"뭐야, 멤버들 연애 금지 풀어주려고!?"
"금지한 적이 없는데요."
"아 그런가."
예지는 이미 저랑 연애하고 있어요.
"멤버들이 알아서 사생활 관리 잘하잖아요."
"그건 맞지."
주희는 왕의 품격 남주가 들이대도 거절하더라.
정 배우님은 그 영화 덕분에 날개를 달았음에도.
"솔라니까요."
"그렇지."
아무나 만날 수는 없는 법.
앞으로 더 성장할 거니까.
"본부장님."
"응?"
아직 신혼인데 기러기 생활을 감수해 주셔서 감사했다.
"민머리 한번 만져 드릴까요?"
"싸울래?"
"아니욥."
본부장님은 피식 웃으며 사무실을 벗어났다.
"나 오늘 ABS 방송국 미팅 있다."
"아, 넵. 기대할게요."
"그래."
본부장님은 계약 조건을 언제나 최고로 따오셨다.
오랜만에 미국 방문이라 할 일이 많았다.
일단, 사옥 건축에 들어간 비용 건도 있고.
미국에서 선발할 연습생도 똥촉으로 걸러야 하니까.
똑, 똑─
그때, 대표실 문에 노크하고 들어오는 홍보팀장.
레이첼은 그동안 밀린 업무를 하나씩 보고했다.
"The Solar 제작진이 1화 편집을 마쳤다고 합니다."
"주 피디님이요."
"네. 맞습니다."
이따 예지랑 같이 봐야겠다.
"슬슬 소미 채널에 올려도 되겠네요."
"그리고 오늘 저녁에 비욘세이 님이 직접 방문한다고 연락 왔습니다."
"아, 그래요?"
게스트 무대 확인하러 오시겠지.
그분은 콘서트에 정말 진심이라.
"제가 멤버들 무대 먼저 확인해볼게요."
"알겠습니다."
곧이어, 대표실을 벗어나 연습실로 이동했다.
타지에서도 열심히 공연을 준비하는 솔라 멤버들.
이번 무대 이후로 미국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역배 스멜.'
「Sunrise And Sunset」을 비욘세이 스타일로 리메이크했다.
16비트 드럼과 신스 음을 강조한 리듬 섹션.
도하나와 에일리 프로듀서의 합작이었는데.
R&B 기반에, 팝 성향을 더한 장르는 내 독특한 취향에 들어맞기 어려웠다.
기존 안무보다 강렬한 퍼포먼스 위주로 다시 짠 구성.
간지러운 뒤통수를 긁적거리며 바뀐 무대를 감상했다.
"대표님 오셨어요?"
"응."
이내, 멤버들은 연습을 마치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내게 슬쩍 눈으로 신호를 보내는 예지.
그녀를 따라 연습실 뒤쪽으로 걸어갔다.
"예지야, 고생했어."
"오빠, 오늘 무대 어땠어요?"
"최고였어."
제스쳐 하나라도 거슬리거나, 내 취향이 아니라면.
실력이 아무리 좋아도 뒤통수 픽에 걸릴 수 있었다.
"다행이다. 헤헤."
"...."
미안, 여친.
거짓말이야.
"대표니이이임!!"
그때, 연습실에서 뛰어와 벽 너머로 고개를 내미는 막내.
소미는 나와 예지를 번갈아가면서 보더니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야."
"대표님!"
이내, 소미는 허리에 손을 두르고 볼을 빵빵하게 부풀렸다.
"예능 촬영하신다면서요."
"맞아. 메리드 커플."
"메리드으으!? 예지 언니랑 결혼하려고요!"
".... 가상이잖아."
"그래도!"
무대가 어땠는지 물어보는 게 먼저 아닌가.
"저는요? 저도 예능 잘하는데!"
"너도 잡아줄게. 조금만 기다려 봐."
"저도 메리드 커플 할래요."
".... 되겠냐."
급식이 결혼은 무슨 결혼이야.
"너는 고등학교부터 졸업하자."
"응애! 이제 스무 살 얼마 안 남았어요!"
"그래도 넌 안 돼."
"아우."
나는 씨익 웃으며 소미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출연 한번 시켜줄 수도 있고."
"진짜요?"
"아니. 그냥 해본 말."
"아."
막내는 놀릴 때 가장 타격감이 좋았다.
* * *
시간이 흘러,
비욘세이 연말 콘서트 「우먼사아드」 본 공연 당일.
LA 스타디움 공연장 위로 화려한 조명이 반짝였다.
주현성 피디는 솔라 무대를 찍었다.
물론, WAA 소속사의 동의를 받았다.
웹예능 다큐 「The Solar」도 어느새 마지막 촬영이었다.
"와아."
주 피디는 솔라를 카메라에 담으며 감탄사를 뱉었다.
편집할 때 전부 잘라내야 하는 게 아까울 정도였다.
'.... 찢었다.'
그녀들의 실력은 탈아시아.
비욘세이의 '마마즈'와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어떻게 한국에서 이런 아티스트가 탄생할 수 있었을까.
물론, 누가 그녀들을 키웠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정 대표님.'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인 엔터 사장 탑 2.
자신의 옆에서 뒤통수를 긁적이는 정 대표님.
"피디님."
"네?"
이내, 정 대표님은 자신을 보며 질문을 건넸다.
"솔라 무대 어땠나요?"
"최고였죠! 두말하면 입 아픕니다!"
".... 다행이네."
크으, 겸손함까지.
비욘세이가 극찬한 무대 아닌가.
자신의 평가는 큰 의미 없었다.
"오늘 촬영까지, 수고하셨습니다."
"넵. 감사합니다!"
현재 미국 스카이 엔터 지사 옆에 추가 사옥을 짓고 있었다.
그동안은 연습실을 빌려서 썼지만.
이제 미국 지사를 키우시려나 본데.
프렌즈 엔터 방 의장에 이어, 해외로 진출하는 연예계 거물.
총대 메고 위험에 도전하는 콜럼버스를 보는 듯했다.
이제는 방송에 직접 출연하면서 회사를 홍보하려고.
"대표님, 존경합니다."
"갑자기요?"
"항상 그렇게 생각했어요."
"존경은 좀 오바죠. 제가 뭐라고."
"와아."
사람이 이렇게 겸손할 수가 있나.
"방송 출연 싫어하시잖습니까."
"좋아하진 않죠."
"역시."
방송 출연을 싫어하지만,
그는 솔라를 위해 기꺼이 댄싱머신이 되었다.
이제 예지의 연인 행세를 하며 셀럽이 되려고.
"GOAT, 정말 존경합니다."
".... 그만."
"넵."
당신이 그만 하라면 그만해야겠지요.
"아, 혹시 너튜브에 올릴 영상 보셨습니까?"
"네. 봤어요."
"좀 어떠신지...."
"흐음."
정 GOAT는 뒤통수를 긁적이며 대화를 이어갔다.
"뭔가 블랙코미디 느낌이던데요."
"네. 맞습니다! 탑 걸그룹도 열심히 사는 모습을 그렸죠."
"...."
소미랑 주희는 인생이 거의 시트콤이야.
"벼, 별로인가요?"
"아뇨. 그대로 가시죠."
"오오, 알겠습니다."
그는 절대 빈말을 하지 않는 위인.
마음에 들지 않는 작품을 용납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의 선택을 받고 성공하지 않은 작품은 없었으니까.
정수호의 간택을 받으면 반드시 뜬다.
한국 연예계에서 통용되는 법칙이었다.
'이제 나도....'
주현성은 스타 피디가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고개를 꾸벅 숙였다.
"편집하러 가보겠습니다!"
"네. 수고하시고."
"알겠습니다!"
한편, 수호는 멀어지는 현성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역배각이긴 한데...."
대박 나긴 힘들겠네요.
이 정도 간지러워서는.
* * *
소미의 너튜브 채널에 영상 하나가 올라왔다.
《The Solar 그녀들의 진솔한 이야기 Ep.1》
-2일 전
-조회수 1.2억 회
-좋아요 4,310만, 싫어요 107만
-댓글 5,126,829
영상은 바람처럼 빠르게 퍼졌다.
게스트 무대에 오르기 위해 열심히 연습하는 솔라.
이어서, 비욘세이 콘서트장 무대 직캠 영상들까지.
관련 영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하나의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이미 태양빛은 단순한 집단이 아니었다.
전 세계에서 퍼진 솔라의 팬클럽 회원들.
그 규모는 하이엔드와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았다.
'그렇긴 한데....'
스카이 엔터, 사무실.
구현식 팀장은 뉴스 기사를 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이 기사 진짜에요?"
"네. 팀장님."
《미국 방송국 TPLA, 메리드 커플 시즌 3의 주인공 전격 발표!!!!》
천조국의 가상 결혼 예능.
미국에서 보도한 뉴스에 대표님과 김예지의 사진이 걸려있었다.
메인 피디 필립은 정 대표를 최초의 일반인 출연자로 소개했다.
"이왜진."
진짜 연예인 되시려고!?
대표와 소속 가수의 가상 결혼이라니.
너무 참신해서 오히려 어이가 없었다.
당연히 스카이 엔터 주가는 내려갈 거로 예상했는데.
"주가가 올랐어!?"
"네. 올랐습니다."
"그니까 왜?"
"...."
한국에서 최초로 보도한 기사의 댓글창을 확인했다.
-한국 연예계 최고의 커플
ㄴ손잡고 있는 사진만 봐도 기분이 좋아진다.
ㄴ수호예지로 힐링 합니다
ㄴ한국의 자랑 ㅎㅎ
-손잡는 게 다임?
ㄴ다음에는 진도 좀 더 나가자 ㅋㅋㅋ
ㄴ수호야 분발하자
ㄴ태양빛 팬들 반응 무엇 ㅋㅋㅋㅋ
ㄴ예지 좋은 사람 만나야함(진지)
ㄴ정수호만한 사람 없지
-얘들아 정신 차려. 가상 결혼이라고 ㅋㅋㅋ
ㄴ가상 말고 진짜 사귀지
ㄴ진짜 사귈 때까지 숨 참는다 흡
ㄴ캐스팅 어떻게 했냐 ㄷㄷ
ㄴ둘이 왜 이렇게 잘 어울림?
댓글 반응 뭔데.
팬심이 떨어질 줄 알았는데.
응원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오히려 스카이 엔터 주가가 오르는 기현상까지.
혹시 이 모든 게 정수호 대표님의 설계였을 수도.
"대표님은 정말."
그나저나, 진짜 어울리네.
그냥 사겨도 될 것 같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