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오해받는 연예계 생활-183화 (183/200)

[183] 영국에 뜨는 태양(1)

「왕의 품격」 영화 크랭크 아웃 이후.

솔라 멤버들은 전원 단독 콘서트 연습에만 집중했다.

그리고, 콘서트 티케팅까지 남은 시간은 앞으로 20분.

"와아, 떨린다."

"으으."

예지는 잔뜩 긴장한 은서의 두 손을 꼭 잡아주었다.

아까부터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입술을 깨물었으니.

"다 잘 될 거야."

"흐음."

현재 수많은 스타들이 솔라의 단독 콘서트를 홍보해주었다.

하이엔드, 송나연, 우에다 아이.

경쟁 상대였던 블루숄츠까지.

그밖에도 친분을 쌓은 연예인들이 SNS에 홍보 글을 올렸다.

"은서야, 괜찮아? 긴장해서 그래?"

"응. 왜 그럴까."

"너 긴장하면 손 떨잖아."

"아, 응."

예지는 대표님께 받은 무대 일정표를 확인했다.

"얘들아, 순서 다들 확인했지?"

"아, 응. 진작에 봤지."

솔라 멤버들 모두 각자 솔로 무대가 예정되었다.

그 외에 정규 1, 2집이나 싱글 앨범 곡도 부르고.

"중간에 하늘 소리 뮤비도 공개하잖아."

"맞아. 게스트 무대는 루나, 이클립스랑...."

"비욘세이 님 합동 무대."

"...."

게스트가 무려 팝의 여왕.

국내 어떤 아티스트도 범접할 수 없는 압도적인 존재감.

다시 생각해 봐도 대표님의 수완과 실력은 어마어마했다.

"우리 열심히 연습해야겠다."

"아, 이번에도 이수연 배우님이 MC 봐주시더라."

"맞아."

서울에서 열린 첫 단독 콘서트 때 MC를 봐준 사람도 그녀였는데.

"우리 선물이라도 하나 사드리자."

"그러게."

이내, 예지는 골똘히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곰 인형 어때?"

"...."

멤버들 표정을 보니 아닌가 보다.

주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재작년이었나, 대표님 생일 때 언니가 곰 인형 사드렸잖아."

"응! 맞아!"

"그거 윗집 창고에 있더라."

"아앗, 너무해!"

"아무튼."

주희는 시간을 슬쩍 확인하며 말을 이었다.

"이제 10분 남았다."

"와아."

이내, 소미는 고개를 젓고 스페이스 어플에 접속했다.

"아우, 그냥 못 기다리겠어."

"???"

언니들 옆에서 개인 방송을 켜는 막내.

오늘도 소미는 답답함을 참지 못했다.

"여러분! 소하!"

솔라 멤버들은 어쩌다 보니 방송에 얼굴을 비췄다.

-소하소하

-오오 생방이다 개이득

-소미 하이!

-예지 언니 예뻐요 ㅠㅠ

-티케팅 대기 중

-소미 커여움 ㅋㅋㅋㅋㅋ

오늘도 미친 듯이 올라가는 채팅창.

소미는 배시시 웃으며 입을 열었다.

"여러분, 어제 떨려서 한숨도 못 잤어요."

대표님도 소미 개인 방송을 허락하셨으니까

멤버들은 그녀의 옆에서 한 마디씩 거들었다.

"혹시 여기서 영국 콘서트 보러 오시는 분!?"

"와, 엄청 많아!"

"태양빛 팬분들."

"헤헤."

소미는 혀를 살짝 내밀고 수줍게 고백했다.

"여러분, 사랑해요."

폭발적인 반응에 채팅창은 터질 듯했다.

결국, 티케팅 시간은 1분 앞에 다가오고.

태양빛 팬들은 채팅창에 초 단위로 카운트 다운을 시작했다.

"아니, 60부터 카운트는 너무 길지 않나."

"그러니까."

신경 쓰지 않고 계속 채팅창을 채우는 숫자들.

곧이어, 초 단위는 한 자리 숫자까지 내려갔다.

"엥, 채팅창 마비됨."

"뭐지."

"갑자기 고장 났는데."

"???"

국내 티케팅 제휴 사이트는 총 세 개였다.

인터넷 쇼핑몰 두 군데와 스페이스 어플인데.

그중, 후자는 팬들을 위해 빼놓은 티켓이었다.

"스페이스 먹통 됐네."

"뭐임."

스페이스는 국내 대부분의 아이돌 그룹이 이용하는 앱.

당연히 엄청난 트래픽에도 전혀 끄떡없는 어플 아닌가.

"설마 우리 때문에?"

"에이, 설마."

솔라 전용도 아니고, 공룡 기업 프렌즈가 개발한 어플이었다.

딸깍, 딸깍─

다이애나는 노트북으로 다른 사이트에 접속했다.

다른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티케팅 할 수 있었다.

"셋 다 못 들어가."

"...."

티케팅 결과는 인터넷 뉴스로 확인할 수 있었다.

* * *

《솔라의 글로벌 티켓 파워는!? 고작 3분 만에 매진된 스탠딩 9만 석. 월드 스타의 영향력을 증명하며....》

".... 3분컷이네."

솔라의 영향력이 이 정도였나.

국내 팬을 떠나 전 세계적으로.

당장 축하한다는 메시지가 스마트폰에 쏟아졌다.

대부분 섭외를 원하는 피디님과 작가님들이었다.

"대표님!"

구 팀장은 퇴근도 하지 않고 회사 문을 박차며 들어왔다.

"전석 매진 기사 떴습니다!"

"네. 확인했어요."

티켓값이 보통이 아닐 텐데.

"암표는 막기 어렵겠죠?"

"네. 9만 명을 전부 통제할 수는...."

"어쩔 수 없죠."

결국, 비싼 값을 치러서 솔라를 보고 싶어하는 팬들이니까.

"아무튼, 이제 연습만 남았네요."

"네. 맞습니다."

분명히, 팬들이 기대하는 솔라의 모습이 있을 터다.

특히나, 첫 번째 해외 단독 콘서트.

반드시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대표님, 백상예술대상 초청도 거절할까요?"

"아, 음."

한 번쯤 안 나가도 되지 않을까.

"너무 매몰차게 거절하진 마시고, 매너 있게. 아시죠?"

"네. 알겠습니다."

"당분간 솔라 멤버들은 연습만 집중하는 걸로."

"네. 대표님."

"대신, 루나랑 이클립스는 연습량을 좀 조절해서...."

가벼운 대화를 마치고, 퇴근하려고 할 때쯤.

솔라 단톡방에서 연속으로 톡이 날아왔다.

띠링, 띠링─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소미네.

[대표님대표님대표님대표님]

[정수호정수호정수호정수호]

"뭐냐."

계속해서 울리는 톡을 확인하고 소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지금 뭐 해?"

-대표님, 오늘 숙소에 내려와요.

"갑자기 왜."

-내려와요!

"그래. 알겠다."

-헤헤. 좀 이따 봬요.

전석 매진됐다고 기분 좋아서 불렀나.

방금 축하한다고 말도 못 했네.

옆에 언니들도 같이 있을 텐데.

잠시 후,

퇴근하자마자 솔라의 숙소 현관문을 두드렸다.

"대표님 은혜는 하늘 같아서....!"

"...."

그냥 문 닫고 싶다.

이런 거 민망한데.

"우러러볼수록....?"

"엥, 울어요?"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데 소미가 다가왔다.

"뭐야, 진짜 울어요?"

"아냐."

"와아! 대표님 운다!!!!"

"꺄아아악─!"

아니, 민망해서 고개 숙인 거야.

"여러분! 대표님 울어요!"

".... 방송도 켰어?"

"에이, 우리 대표님 방송이라고 안 우는 척한다!"

"안 운다고."

신소미, 너는 콘서트 끝나면 두고 보자.

"됐고, 빨리 들어가서 자라."

"아직 안 돼요!"

지유가 사왔는지, 케이크에 불도 붙이고 가볍게 자축했다.

"할 건 다하네."

"당연하죠."

식탁에 앉아 솔라 멤버들을 천천히 둘러봤다.

"내 꿈을 이뤄줘서 고마워. 진심으로."

"꿈이 뭔데요?"

은서랑 주희, 동갑내기는 오랜만에 티격태격 싸웠다.

"뭐긴 뭐야, 웸블리 스타디움 단독 콘서트지."

"비욘세이 님 게스트 초대일 수도 있지."

"아잇, 그게 꿈이겠냐고."

"그래서, 대표님 꿈이 뭔데요?"

"둘 다 아니야."

"그럼요?"

강남에 빌딩 사서 부자 백수 되는 거.

이번 콘서트로 거의 다 모을 것 같아.

"얘들아."

예지는 씨익 미소를 짓더니 우아하게 입을 열었다.

"대표님 꿈은 우리가 팝스타가 되는 거야."

"크으, 역시."

"...."

미안해. 아니야.

"진짜 대표님은 우리밖에 모르시나 봐."

"루나랑 이클립스 알면 서운할 듯."

"그럼 우리끼리 비밀로 해요."

"그래. 그러자."

이미 늦은 시각이라, 멤버들을 다독였다.

"내일도 연습해야지, 빨리 들어가서 자라."

"네에."

사실, 처음 드림 에이전시에 입사할 때 꿈은 따로 있었다.

그때부터 꿈이 강남 건물주였으면 내가 이상한 사람이고.

'내가 맡은 배우가....'

세계적인 연기자로 성장하는 것.

물론, 그때는 허황된 꿈이었지만.

"예지, 은서. 고마워."

이미 방에 들어간 두 사람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숙소를 나왔다.

고맙게도 내게 마음을 준 두 사람.

둘 중 한 명에게 정말 미안하지만.

사실, 내 마음은 오직 한 사람을 향하고 있었다.

부디 우리의 끝이 비극이 되지 않기를.

그저 간절하게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 * *

Tvm 방송국.

나 피디는 한 설문조사를 보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솔라의 국내 브랜드 파워 2위.

하이엔드에 이어 최고의 위치.

데뷔한지 2년을 조금 넘긴 걸그룹이 낼 수 있는 성적인가.

"와, 보면 볼수록 감탄밖에 안 나오네."

티케팅 3분컷은 전설이다.

나 피디는 오직 그날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솔라의 단독 콘서트, 그 날짜 이후 올릴 수 있었다.

딸깍, 딸깍─

지금 편집하고 있는 「하늘 소리」 뮤비 촬영 현장.

"피디님."

그때, 조연출이 샌드위치를 사와 자신을 불렀다.

"지석아, 최신화 시청률 몇 퍼냐."

".... 또 여쭤보세요?"

"또 말해 봐."

"경복궁 편으로 38프로 찍었습니다."

"키야."

아직도 고공 행진을 이어갔다.

이거, 40프로 찍는 거 아닌가.

인생 최고 커리어.

넥플렉스 최다 국가 1위도 몇 주 연속으로 찍는지 모르겠다.

작년부터 백상예술대상에서 넥플렉스 작품도 상을 주던데.

'예능으로....'

TV 부문에서 대상을 탈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스타 피디한테도 쉽게 오는 기회가 아니었다.

행복회로를 돌리던 찰나.

"피디님, 대표님께 전화 왔습니다."

"무슨 대표님?"

"정수호 대표님이요."

"오, 무슨 전화야?"

"솔라는 이번 백상예술대상 불참한다고 합니다."

"아."

꼭 그렇게 하셔야 했나요.

"대신 루나랑 이클립스는 참석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후우, 그나마 다행이네."

"네. 다행입니다."

그 뜻을 존중해야지 어쩌겠는가.

솔라가 그만큼 이번 콘서트를 진심으로 준비한다는 의미겠지.

"피디님, 이제 오락실 유니버스 추가 촬영은 없는 건가요?"

"그렇지. 다 끝났지."

"그럼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자, 잠깐!"

"네?"

그냥 또 이렇게 끝내긴 아쉽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니까.

"내가 연락할게."

"네. 피디님."

해외, 국내 공식 촬영을 전부 종료했지만.

하지만, 아쉬운 건 Tvm 뿐만이 아니었다.

'넥플렉스 측에서도....'

계속 유지해주길 바라는 눈치거든.

드라마와 달리 예능은 얼마든지 추가 촬영이 가능하니까.

본편이 안 되면 특별편으로 추가 편성을 하기도 하거든.

'솔라의 웸블리 스타디움 콘서트를 찍으면.'

예능으로 편집할 수는 없을까.

물론, 공연을 전부 넣을 수는 없고 거의 잘라내겠지만.

티케팅 3분컷으로 공연을 못 보는 팬들도 넘쳐날 테니.

뚜루루루─

나 피디는 수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언제나처럼 가벼운 인사로 시작했다.

"여보세요. 대표님, 잘 지나셨죠?"

-그럼요.

"다음이 아니라...."

그리고, 곧장 용건을 꺼냈다.

거절할 수 없는 미끼와 함께.

* * *

시간이 흘러,

솔라의 콘서트 날짜는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런던행 비행을 앞두고, 회사에서 미팅을 했다.

"피디님, Tvm 기둥 뽑히겠네요."

"에이, 퍼스트 클래스 정도로 안 뽑혀요. 넥플렉스에서 제작비 지원을...."

"아뇨, 그거 말고."

어디서 약을 파십니까.

"람보르가니 우뢰칸 선물로 주신다면서요."

"에이, 선물은 아니죠."

"그럼요."

"게임을 이겨야 드리죠."

"진짜 게임 이기면 어쩌시려고?"

"그럼 드려야죠!"

"...."

어디서 이런 자신감이 나오실까.

"일부러 틀리는 문제 내려는 건 아니죠?"

"에이, 저 그런 사람 아닙니다."

"나중에 울지 마세요."

"안 울어요."

넥플렉스와 Tvm 측에서 추가 촬영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그야, 지금 끝내기엔 시청률이든 OTT 성적이든 정점을 찍었으니까.

'그냥 연습하는 모습 정도는....'

나가도 되겠지.

원래는 연습만 시킬 생각이었지만 역배각이라.

뒤통수에서 슬슬 간지러운 감각이 밀려들었다.

"아무튼, 쇼잉글랜드 측에 최종본 검토 받아야 해요."

"네. 들었습니다."

"무대 영상은 최대 5초까지만 나갈 수 있을 겁니다."

"넵. 알겠습니다. 하하."

.

.

.

.

.

얼마 후, 우리는 예정대로 런던 공항에 도착했다.

루나와 이클립스는 후발대로 남겨둔 채로.

솔라 멤버들과 일부 회사 직원들만 움직였다.

"와아아아아악─!!!"

"솔라! 솔라! 솔라! 솔라!"

"솔라아아─!!"

유럽에서도 이렇게 공항 문화를 체험할 줄이야.

영국 팬들은 엄청난 함성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안녕하십니까."

"아, 안녕하세요."

내게 인사하는 쇼잉글랭드 직원, 다니엘 디렉터님.

실제로 얼굴을 보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그동안 항상 전화로 계약을 주고받았는데.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아, 넵."

활짝 웃는 얼굴로 팬들에게 손을 흔드는 솔라 멤버들.

그녀들을 챙겨 다니엘 디렉터과 함께 밴에 올라탔다.

"런던에서 지낼 숙소와 연습실은 따로 마련했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혹시 더 필요하신 거라고 있습니까?"

"웸블리 스타디움, 바로 볼 수 있을까요?"

"네. 원하시면 얼마든지."

멤버들을 챙겨 숙소에 짐을 풀고, 혼자 택시를 잡고 그곳으로 향했다.

원래 9만 좌석을 가진 축구 경기장.

비틀즈와 퀸이 섰던 꿈의 무대였다.

'일주일 후에 여기서....'

솔라는 9만 관중 앞에서 단독 콘서트 무대를 서야 한다.

아직 설치가 안 된 조명과 음향기기를 천천히 둘러봤다.

혹시 뒤통수에 걸리는 게 있을 수도 있으니까.

한참 무대와 장비, 소품 등을 살피고 있을 때쯤.

"헬로우."

그때, 무대 감독님이 내 소식을 듣고 마중을 나왔다.

이 바닥 최고의 실력이라고 들어서 많이 기대했는데.

'.... 무대가 문제가 아니었네.'

그를 빤히 바라보며 간지러운 뒤통수를 긁었다.

이번엔 역배각이 아니라, 정배각.

솔라의 무대를 망칠 사람이었다.

일주일 안에 새로운 무대감독을 찾아야 했다.

"축구장이니까."

레드카드 한 장만 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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