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오해받는 연예계 생활-177화 (177/200)

[177] 걸그룹의 품격(6)

솔라는 데뷔 이후 끊임없이 성장했다.

시간을 쪼개가며 실력을 키우고, 괴물처럼 커리어를 쌓았다.

그 결과, 더이상 연예계에서 솔라를 무시하는 사람은 없었다.

노래. 연기. 춤. 작곡. 예능.

이미 국내에서 전 분야를 석권한 탑티어 걸그룹.

오늘은 가요계 정점에 선 여인에게 인정받았다.

《Beyonsay는 솔라에게 러브콜을 보낸 걸까? 팝의 여왕이 올린 게시글은 현재 SNS를 뜨겁게 달구며....》

사무실에서 포탈에 뜬 뉴스 기사를 확인했다.

"외쳐, 비욘쎄이!"

"꺄아아아─!"

다이애나는 기사로 소식을 접하자마자 내게 달려왔다

"대표님! 비욘세이 SNS 보셨어요?"

"야 너두?"

"야 나두!"

전 세계적으로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는 팝스타 of 팝스타.

"저 지금 손 떨려요."

"일단 진정해."

Call me-, 라는 코멘트를 남겼다.

물론, 아직 속단할 수는 없겠지만.

"저희한테 콜라보 제의하신 거 맞죠?"

"지금 회사 측에 메일 보냈어."

"으아아."

다이애나는 러브레터를 받은 소녀처럼 몸 둘 바를 몰랐다.

그녀의 저런 반응도 이해가 됐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니까.

가수의 꿈을 키운 아이들에게 비욘세이의 위상은 하늘을 찔렀다.

"근데 예고편 링크 달아놓은 거 보셨죠?"

"응. 이 영상."

이내, 다이애나에게 오락실 유니버스 예고편 영상을 보여주었다.

우주 아이돌은 사우드 왕족의 공주님과 노래를 불렀다.

미친 듯이 잘 부른 것도 아니고, 세기의 명곡도 아니지만.

"원래 어린이랑 노래 부르면 마음 따뜻해지거든."

"이 노래 듣고 SNS에 글을 올린 거에요?"

"그럴 거야. 정황상."

"와, 소미가 소미했네."

"...."

그거 원래 욕으로 쓰던 건데.

우리 소미, 진짜 많이 컸구나.

"일단 기다려봐. 저쪽 답신 오면 말해줄게."

"알겠어요."

원래는 회사에서 단체곡을 준비하려고 했는데.

저쪽 답장을 기다리고 판단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띠리리링─

아니나 다를까.

Tvm 나현석 피디님께 냉큼 전화가 걸려왔다.

예고편 덕에 레전드 가수의 연락도 받았으니.

"여보세요. 피디님."

-와, 축하드립니다. 대표님.

"덕분입니다. 편집의 힘이네요."

-아휴, 제가 무슨! 방송각은 대표님께서 다 뽑아주셨는데요.

"...."

내가 뭘 했더라.

-대표님, 다음 촬영 언제로 잡을까요.

"예?"

-국내 촬영해야죠.

"아, 그럼 하루만 잡으면 될까요."

-무슨 섭섭한 말씀을.

"???"

아직 오락실 국내 촬영이 조금 남아있긴 하겠지만.

당연히 인터뷰나 소소한 선물 교환 정도로 생각했다.

-비욘쎄이 선생님이 방송각 잡아주셨는데 사골까지 우려먹어야죠.

"...."

우리 애들 뼈 삭겠네.

-제가 내일쯤 국장님이랑 추가 촬영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아, 국내 촬영이요?"

-네! 지금 넥플렉스 예고편 반응이 너무 뜨거워서요.

"알겠습니다. 결과 나오면 연락주세요."

-넵. 대표님!"

어차피 이 예능은 처음부터 역배각이었으니.

방송 회차 늘리면 나쁠 게 없었다.

걸그룹 세 팀 모두에게 윈윈이니까.

띠링─

그때, 기다리던 레전드 가수의 회사에서 답신이 도착했다.

[받은 메일함]

-안 읽은 메일 (1)

순간, 사무실 분위기가 축 가라앉았다.

직원들은 숨을 죽이고 내 눈치를 살폈다.

천천히 시선을 들어 사무실 직원들을 스윽 둘러봤는데.

다들 의식하지 않는 듯 딴청을 피웠다.

거절당하면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려고.

"음, 내일 읽을까."

"아....."

누군가의 탄식이 터졌다.

"아니다, 지금 봐야겠다.

"오오...."

리액션 혜자네.

방청객인 줄.

"아니면, 내일 나 혼자 있을 때...."

"정수호! 빨리 보라고!"

".... 넹."

딸깍, 딸깍─

결국, 박 본부장님의 성화에 못 이겨 메일함을 확인했다.

-Thank you for your contact of our suggestion. Here, our company....

서두가 길었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솔라와 콜라보 앨범.

그리고, 콘서트 참여.

비욘세이의 콘서트에 솔라가 게스트로 참여해 준다면.

그녀 역시 기꺼이 솔라의 콘서트에 달려와 주겠다는.

"저기, 잘 안 됐습니까?"

"...."

구현식 팀장이 조심스럽게 꺼낸 질문.

이내, 사무실 분위기는 푹 가라앉았다.

"에이, 괜찮아요. 그냥 SNS에 글 하나에 누가 목숨을 겁니까? 하하하."

"콘서트 기획안 다시 수정하죠. 게스트로 추가할 사람이 생겼네요."

"네?"

"우리 비욘세이랑 깐부 됐어요."

"아."

잠시 정적이 흐르고,

직원들의 격렬한 환호가 사무실을 가득 채웠다.

옆 건물에서 소음공해로 항의 전화를 할 때까지.

* * *

얼마 후,

레전드 가수의 방한 예정 소식은 연예계를 뒤흔들었다.

그것도, 작년에 미국에서 신인상을 탄 솔라를 만나러.

국내 언론은 이미 솔라와 팝의 여왕을 묶어 각종 국뽕 기사를 양산했다.

각종 커뮤니티와 SNS에서도 대중들은 솔라와 스카이 엔터를 찬양했다.

"허, 이 정도라고?"

방 의장은 나날이 올라가는 솔라의 주가에 감탄했다.

"이거 조만간 하이엔드 따라잡는 거 아닌지 몰라."

"허허."

옆에서 듣고 있던 방 마담이 입을 열었다.

"따라잡겠지. 군대 간다며."

"이런."

소파에 앉은 방 마담은 커피를 홀짝거렸다.

솔라 멤버 중 한 명은 본인 손녀라 이건가.

"방 마담, 말 좀 가려서 합시다."

"누가 뭐랬나?"

어깨를 으쓱이는 방씨 할머니.

먼 친척이지만 여전히 친해지긴 어려웠다.

"아무튼, 우리 정 대표 바지사장 취급하지 말라고 경고하러 온 거야."

".... 우리? 언제부터 우리였어?"

"은서랑 잘 어울리는 것 같아."

"...."

아니, 이 할매가 노망났나.

"걸그룹 멤버가 연애하면 한순간이야. 몰라서 그래?"

"자네는 아직도 솔라가 걸그룹으로 보이나 봐."

"...."

당연히 그냥 걸그룹은 아니지.

세계적인 아티스트와 콜라보를 밥 먹듯이 하는데.

"뭐, 아직은 나도 아무 생각 없다네."

어깨를 으쓱이는 방 마담.

어디까지 진심인지 모르겠다.

이 바닥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었다.

현재 스카이 엔터의 대주주는 두 팀이었다.

거진 프렌즈와 방 마담이 양분하고 있었으니.

'정 대표도 나이가 있긴 하지.'

서른을 훌쩍 넘기고, 일이 바빠서 연애도 못 하고 있지 않나.

그래서 방 마담이 지금 본인 손녀딸이랑 엮으려는 것 같다.

'정 대표 같은 거물이....'

본인이 키운 걸그룹 멤버랑 만나겠어?

그럴 리가 있나, 정수호가 어떤 사람인데.

드림 에이전시 로드 매니저를 거쳐 자회사로 발령받고.

솔라를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성장시킨 걸그룹 프로듀서.

그 짧은 시간을 고려하면 자신을 능가했다.

"방 마담, 정 대표는 연예계 역사에 남을 인물이야."

"그래서?"

"하아. 답답하구로."

그런 사람이 고작 연애 때문에 커리어를 포기하겠느냐고.

"자네도 그 위치까지 올라가 봐서 알지 않나?"

"나도 잘 알지."

사회적 위치가 올라가면 연애나 결혼도 사업 수단이 된다.

대기업이 아니라 중견기업 대표들만 해도.

절대 가볍게 움직이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아마 정수호 대표가 연애를 멀리 하는 이유도 비슷할 터였다.

재벌가나 정치 거물이랑 급이 맞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걸.

"두고 봅시다."

정 대표가 어떤 여인을 만나는지.

* * *

"너희 둘이 뭐하냐."

"요리요."

"...."

그걸 왜 내 집에서 하는데요.

"언니! 다 탔잖아!"

"으아아, 물이라도 뿌릴까?"

"미쳤어!?"

은서는 예지를 타박하며 파를 송송 썰었다.

그래도 요리 실력은 장 폭스가 훨씬 낫네.

비욘세이 콜라보 기념 파티.

게다가, 오늘은 첫방송이라.

"제가 오락실 유니버스 첫방송 시간 맞춰서 올라오라고 했어요."

"지금 뭐 하고 있는데?"

"다이애나는 곡 작업 중이고, 주희는 홈트레이닝하고 있어요."

"...."

소미는 아직 학교에 있겠네.

"다들 금방 올 거에요."

"그래."

밖에선 월드스타라고 부르지만, 내 눈에는 똑같은 사람이었다.

평범보다 조금 더 예쁘고,

노래랑 춤에 재능이 있고,

인기는 남들보다 더 많은.

치이이익─

사이 좋게 고기를 굽는 예지와 은서를 빤히 바라봤다.

언젠가부터, 나와 솔라의 목표는 일치했다.

솔라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게속 올리는 것.

개인적으로, 강남 건물주 백수가 꿈이니까.

모두의 박수를 받으며 연예계를 떠날 생각이었다.

"대표님."

그때, 예지가 식탁에 다가오며 말을 걸었다.

"지금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그냥, 미래 계획."

"아이 참."

민망한 듯 얼굴에 홍조를 띠는 김 리다.

이내, 은서는 뒤를 힐끔 돌아보고 말했다.

"두 사람 스톱. 지금 뭐하는 거죠?"

"쏘리."

"경고에요. 옐로카드."

".... 예."

그냥 지금은 이대로 좋았다.

띵동─

그때, 초인종 소리를 듣고 멤버들을 맞이했다.

다이애나와 양주희만 같이 오는 줄 알았는데.

"소미도 왔네?"

"네. 학교 끝나고 지유 언니가 데려다 줬어요."

"들어와."

윗집, 아랫집에 사니까 이게 편했다.

"지유는 돌아갔어?"

"네. 집에서 보겠대요."

"으음."

이내, 다섯 소녀는 옹기종기 TV 앞에 모여들었다.

두 언니들이 해준 요리를 앞에 두고.

「오락실 유니버스」 첫방송을 기다렸다.

소미는 언니들을 둘러보며 스마트폰을 꺼냈다.

"대표님! 사진 한장 찍어요!"

"내가 찍어줄게."

"당연히 같이 찍어야죠! 셀카로 찍을 거에요."

"그럴까."

막내의 스마트폰 화면에 뜬 멤버들. 그리고 나.

여섯 명이 함께 찍는 사진.

방송 외적으로 얼마 만인지.

잠시 후,

Tvm 채널에 「오락실 유니버스」 오프닝 장면이 흘러나왔다.

"으으 기대된다."

"넥플렉스에 언제 올라와?"

"오늘 저녁에요."

"그래?"

멤버들의 첫 인터뷰로 시작하는 방송.

"오, 저 때 기억나요."

"응. 나도."

지금 봐도 나 피디님 편집은 예술인 것 같아.

물론, 혼자 하시는 건 아니겠지만.

멤버들 캐릭터를 극한으로 살렸다.

류시아가 맏언니로서 중심을 잡고, 나머지 멤버들이 캐리하는 장면들.

멤버가 네 명이면 방송 분량이 나올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스트라이커만 셋이라 비는 장면이 없었다.

"아, 맞다."

나는 소미에게 추가된 일정을 전달했다.

"오락실, 추가 촬영 잡혔다."

"정말요?"

"응. 일주일 정도 국내에서 찍을 거야."

"네에."

방송을 보던 중간에, 소미는 스마트폰을 계속 확인했다.

"우리 방송 반응 엄청 좋아요!"

"너 커뮤해?"

"아뇨. 스페이스 어플."

"아."

팬클럽 반응이 안 좋으면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니냐.

"우, 우리 첫 시청률 집계 나왔어요!"

"얼마나 나왔는데?"

"...."

소미는 스마트폰을 들고 닐슨 집계 사이트를 보여주었다.

".... 27프로."

"첫 집계예요. 오르고 있어요."

"그러네."

이날, 오락실 유니버스의 오피셜 평균 시청률은 30프로를 돌파했다.

넥플렉스 글로벌 순위권에 지각변동이 발생했다.

가장 꼭대기에서 한 칸씩 대이동을 해야만 했다.

[Neckflex Global Rank]

-1위 오락실 유니버스 (Entertainment Room Universe)

첫 날 압도적인 성적으로 1위를 찍었으니.

* * *

넥플렉스의 딸, 소미는 이번에도 성적으로 브랜드 파워을 증명했다.

심지어, 루나와 이클립스 멤버들을 캐리하면서.

그 모든 캐릭터를 살리는 완성도 높은 방송으로.

"연예계 미다스의 손이라더니."

영국의 한 공연 기획사, 「쇼잉글랜드」.

공연 디렉터 다니엘은 회사 대표와 대화를 나눴다.

"대표님."

스카이 엔터, 정수호 대표의 선택은 실패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떠돌던 말은 전 세계적으로 알음알음 퍼졌다.

"누가 자꾸 등을 떠미는 느낌입니다."

"그래. 나도 느꼈어."

"솔직히, 처음에는 상대도 안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야 그렇지."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아티스트 군단.

키아라를 비롯한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대거 참여하는 무대.

당연히 솔라 단일팀과 비교하면 다윗과 골리앗의 경쟁이었다.

그런데, 자꾸 눈에 밟혔다.

사우디 궁전을 공개한다는 뉴스 기사가 뜨고,

세계 최고층 빌딩에 소미의 얼굴이 걸리더니,

팝의 여왕, 거물이 기획안에 그 이름을 올렸다.

마치, 정수호 대표가 자꾸 신호를 보내는 느낌이었다.

-이래도 안 뽑아?

자신들을 배제하면 반드시 후회할 거라고.

옆 나라 콘서트장에서 비욘세이랑 무대에 오를 거라고.

똑, 똑─

그때, 기획실장이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오락실 유니버스, 기록 갈아치웠습니다."

"무슨 기록?"

"넥플렉스 최단 기간 1위에 올랐습니다."

"...."

같은 글로벌 1위도 프로그램마다 임팩트가 다르고 성적표가 달랐다.

10억 뷰든 1억 뷰든, 똑같이 동 시간대 1등이니까.

이번 성적은 한국 최대 아웃풋 방송을 연상케 했다.

'어쩌면....'

전 세계 문화 충격이라고 불렸던 메가 히트 드라마.

버라이어티계의 「오징어 서바이벌」로 등극할 수도.

그때 결정하면 당연히 늦는다.

그쪽도 더이상 메리트가 없을 테니.

"회장님께 보고하겠네."

"대표님, 결정하셨습니까"

"...."

다니엘의 말에, 쇼잉글랜드 대표는 한동안 침묵을 유지했다.

이내, 웸블리 스타디움 무대에 오를 아티스트를 결정했다.

"스카이 엔터, 솔라가 서는 걸로 하지."

"알겠습니다."

솔라가 데뷔한 지 2년을 조금 넘긴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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