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오해받는 연예계 생활-168화 (168/200)

[168] 시상식 시즌(1)

김 리더가 없는 솔라의 숙소.

4명의 멤버들은 TV 앞에 옹기종기 모여 방송을 시청했다.

생중계로 진행되는 UN 평화 유지 회의.

예지는 화면 한쪽에 묵묵히 앉아있었다.

"그날 야구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그러게. 대표님이 어떻게든 하셨겠지."

"뭐가 됐든, 우리 김 리더니까."

"맞아."

한국 연예계 인성갑, 예지.

현재 빌보드 정상을 찍은 Save The Earth의 작사가.

평화와 힐링의 메세지는 글로벌 트렌드를 관통했다.

"소미야, 무슨 생각해?"

"으응? 아니."

소미는 이 모든 게 그저 우연일까 생각하고 있었다.

대표님은 타이틀곡의 작곡, 작사에 관여했다.

그 원본을 선공개 한 것도 전략적인 선택이고.

'프로야구 개막식 공연도....'

전부 대표님께서 직접 따온 스케줄이 아니던가.

그 모든 계획을 전부 성공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

'.... 대표님은 실수를 안 하셔.'

처음부터 전부 다 설계했다는 의미.

그 와중에 변수가 얼마나 많았을까.

'와아, 진짜 천재였네.'

단순 기억력이나 사고력이 좋은 자신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천재.

"오, 언니 차례인가 봐!"

"그러네."

"설렘 설렘."

소미는 스페이스 어플, 팬클럽의 반응을 살폈다.

태양빛 팬들은 이 감동적인 순간을 함께 즐겼다.

-예지 언니 정장핏 실화냐 ㅠㅠ

-자랑스럽다

-무슨 소리 안 들림? 국격 올라가는 소리 ㅎㅎ

-벌써 두근거림 ㅋㅋㅋㅋ

-대한민국 위상을 높이는 솔라의 김 리다

-주모 어디 계심 ㅋㅋㅋㅋ

-헐? 솔라빔 독도 영상 떡상함 ㄷㄷㄷ

-개쩐다 ㅋㅋㅋㅋㅋㅋ

팬 분들도 시청하고 계셨네.

국내 방송사 중에 중계권을 따낸 방송국이 있는 모양이다.

아마 UN 갈 때 같이 전세기에 오른 기자님 소속 회사겠지.

역시, 대표님은 다 계획이 있으시다니까.

-존경하는 UN 사무총장님, 유니세프 총재님, 세계 각국의 정상 분들과 귀빈 여러분....

이내, 예지는 유창한 영어로 연설을 시작했다.

대한민국의 걸그룹 솔라의 리더, 김예지.

자기소개도 어디서 하는지가 중요한 법.

"우리 진짜 글로벌 스타 다 됐네."

"그러니까."

"...."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랐을 때 이상으로 가슴이 벅차올랐다.

다이애나보다 영어 발음이 좋을 수는 없겠지만.

예지의 목소리는 감성을 건드리는 힘이 있었다.

"우리 언니, 딕션이 왜 이렇게 좋아."

"헐리웃 배우님이니까."

"그러네."

평화와 인종 차별을 금지하는 당연하지만 중요한 가치.

10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연설은 큰 울림을 전달했다.

"아아, 끝났다."

"그러네."

멤버들은 한동안 여운에 젖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무대나 시상식에서 느낄 수 없는 묘한 감각이었다.

"눈물 날 것 같아."

"눈물 흘리니까 배고프다."

"...."

주희는 소미를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너는 이 상황에 배가 고프니."

"먹고 힘내야지!"

"...."

어쩌면 역사에 남을 수도 있는 순간.

소미는 감동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라면 먹을 사람?"

"나."

"나도."

"대표님 안 계실 때 먹어야 해."

"인정."

이내, 양주희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멤버들을 바라봤다.

"그 나트륨 덩어리가 맛있어?"

"...."

라면은 맛있다.

* * *

새삼스레 솔라의 인기를 실감했다.

수많은 외교관분들과 사진을 찍고 벗어난 UN 회의실.

미국의 어떤 행사에 초청받았지만, 정중하게 거절했디.

자선 행사라 가볼까 했는데.

뒤통수가 살살 간지러웠으니.

"가자, 예지야."

"네."

예지는 완벽하게 연설을 마쳤음에도 여전히 표정이 안 좋았다.

"저 실수했죠?"

"아니, 안 했어."

"아으, 아니에요. 분명히 한 번 절었어요."

"...."

전혀 티도 안 났는데.

예지의 영상은 너튜브 바다에 일파만파 퍼지기 시작했다.

"저희 이제 어디로 가요?"

"지금 구 팀장님이 돌아갈 준비 하고 있어."

"아, 그럼."

"다시 미국 투어 시작해야지."

"그래야죠."

일단, LA 공연은 끝났으니 다음은 시카고.

회사에서 콘서트 준비를 마칠 생각이었다.

"대표님."

예지는 내 소매를 붙잡고 입을 열었다.

"연설문 준비하면서 대표님 생각을 많이 했어요."

"내 생각?"

"네. 어떤 의미로 이런 자리를 준비하셨는지 알아요."

"???"

의미 없는데.

그냥 뒤통수 픽이야.

"대표님을 대신해서 평화 연설을 할 수 있어서 기뻤어요."

"...."

나를 대신해서라니.

그런 거 아니라니까.

"오우, 반갑습니다."

"!!!"

그때, 유니세프 총재님이 우리를 반견하고 인사했다.

"김예지 양, 오늘 연설 내용 잘 들었어요."

"가, 감사합니다!"

"탑스타에 걸맞은 선한 영향력을 전당해 주셔서 고마워요."

"아.... 하하."

과분한 칭찬에 민망한 듯 미소 짓는 예지.

"앞으로 활동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이만...."

이내, 슬쩍 인사하며 작별을 고하는 총재님.

아마 앞으로 다시 볼 일은 없을 것 같은데.

"대표님."

이내, 조영수 기자는 카메라를 내려놓고 다가왔다.

"총재님과 멋진 투샷이었습니다! 하하하."

".... 그래요?"

"저는 바로 한국에 가려고 합니다."

"그렇군요."

하긴, 이미 솔라 멤버들 인터뷰 영상도 땄으니까.

"대표님은 정말....!"

"네?"

기자님은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했는데.

이내, 눈을 붉히며 과분한 칭찬을 던졌다.

"한국 엔터계의 선구자 역할을 하고 계십니다."

"제가요....?"

"네. 그럼 누가 있겠습니까!"

"프렌즈 의장님이 계시죠."

"그럼 투 톱!"

"...."

감사하다고 해야 하나.

너무 진심인 것 같아서.

"그냥 운이 좋았습니다."

"하하. 오늘도 겸손하시네요."

"진짠데."

뒤통수 선택을 피하지만 않는다면.

우주는 솔라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아무튼, 정말 감사했습니다!"

"감사는요."

곧이어, 꾸벅 인사하고 멀어지는 조 기자님.

구현식 팀장은 그를 스치며 내게 걸어왔다.

"대표님, 준비 끝났습니다."

"수고하셨어요."

"저기, 오늘 영화 시상식 주최 측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오, 그래요?"

국내 영화 시상식의 양대산맥.

대종상은 흥행 성적과 상업성을 최우선으로 두고.

청룡영화제는 배우의 연기와 작품성을 중요시했다.

대종상은 악마가 되었다, 청룡은 첫사랑.

이렇게 서로 나눠 먹으면 딱 좋을 텐데.

"오스카상은 아직 후보 발표 전이죠?"

"네. 지금 후보 선정 중입니다."

"기다려 보시죠."

"네. 대표님."

수많은 영화 팬들이 '인생 영화'로 선정한 「로이랜드」.

그동안 열린 시상식에는 불참했지만.

아카데미가 불러주면 당연히 가야지.

"예지가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를 수 있으려나."

"에이, 제가요? 말도 안 돼요."

"...."

예지는 아이처럼 순수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너는 욕심이 없는 거야? 로이랜드 성적이면 충분히...."

"저는 지금 제 옆에 있는 사람들을 지키고 싶어요."

"아, 음."

나를 빤히 바라보며 말하는 김예지.

그 눈에는 전에 없던 열망이 비췄다.

".... 가자."

"네에!"

오늘 예지는 누구보다 멋졌다.

* * *

시간이 흘러,

미국 콘서트 투어는 어느새 후반부를 넘어갔다.

피날레 무대에 맞춰 솔라를 부르는 태양빛 팬들.

이제 솔라는 외국에서도 먹힌다.

저번 1차 미국 진출에 이어, 2차 진출도 성공적이었다.

이번엔 미국 예능 출연도 없이 순수 음악으로 떴기에.

-와아아아─!!

연말 콘서트장을 찾은 팬들과 소통하는 솔라.

마지막 피날레 무대, 예지는 마이크를 들었다.

-예지! 예지! 예지!

UN 연설의 파급력 때문일까.

계속 예지를 제창하는 관객들.

곧이어, 정규 2집 타이틀곡의 반주가 나오고 예지가 입을 열었다.

-여러분, 다음 곡은 Save The Earth니까 따라 불러주세요!

-와아아아아아악─!!!!

수만 명 단위의 외국인 팬들이 떼창을 부르기 시작했다.

순간, 발가락에서 머리끝까지 저릿저릿한 전율이 흘렀다.

-We have different stories─♬

솔라 목소리보다 더 큰 함성 소리.

이젠 어느 팝스타도 부럽지 않았다.

".... 장관이네."

하이엔드나 블루숄츠 사장님이 지금 나와 같은 기분일까.

세상을 다 얻은 충만함.

돈으로 못 사는 만족감.

역배는커녕 완벽한 무대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이미 멤버들은 거물급 아티스트로 성장했으니.

"이제는 내가 해줄 게 없다."

"오빠."

이내, 옆에 있던 지유가 내게 말을 걸었다.

"해줄 게 없다니, 무슨 뜻이야?"

"그냥 멤버들이 알아서 잘한다고."

"...."

어떤 음악을 가져와도 완벽하게 소화할걸.

아무리 거슬리고, 뒤통수 똥촉을 건드려도.

"은퇴 준비하는 건 아니지?"

"응. 아니야."

박수칠 때 떠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아직 걸그룹 솔라는 정점을 찍지 못했다.

'아직 해외에서 단독 콘서트 한 번을 못 열어봤잖아.'

왕의 품격도 찍어야 하고.

월드 투어도 해야 하니까.

"아임 스틸 헝그리입니다."

"후우, 다행이야."

"뭐가 다행인데."

"난 또, 오빠가 결혼 발표라도 하려는 줄 알겠지."

".... 누구랑?"

"그야 당연히...."

"아니다, 대답하지 마."

"예압."

지금은 일이 먼저야.

국내 연말 시상식장에 초대를 받았다.

한국에 한 번 들렀다 와야 할 것 같다.

"헬로우, 미스터 정."

그때, 이번 콘서트 관계자가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미팅 때 만난 기억이 있었다.

말이 좀 많은 타입이었는데.

"얼마 전에 예지 씨가 UN에서 연설하는 영상 잘 봤습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

"우리 공연을 위해서 그렇게 노력하시다니....!"

"아니에요."

".... 아니에요?"

"네. 아니에요."

이건 진짜 아님.

"어쨌든 우리도 도움을 받은 건 맞으니까요! 하핫."

"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좋은 뉴스 하나 드릴까 하는데."

"뉴스요?"

기대도 안 했지만, 생각 이상으로 좋은 소식이었다.

웸블리 스타디움에 공석이 떴다는 정보.

원한다고 잡을 수 있는 장소가 아니었다.

"경쟁이 어마어마하겠죠."

"네. 그럴 겁니다."

"...."

무려 9만 명의 관객을 수용하는 영국 최고의 콘서트장.

역사에 남은 명가수들이 레전드 무대를 남긴 장소였다.

'우리 멤버들도....'

당연히 그런 무대에 서고 싶겠지.

얼마나 많은 가수가 꿈꾸고 희망하는 공연장인가.

당연히 대부분의 팝스타가 그 자리를 노릴 터였다.

'솔라의 첫 해외 단독 콘서트를....'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잡으면 얼마나 뽕이 차오를까.

-여러분, 감사합니다!

-땡큐!!!

-고마워요!

마침내, 솔라 멤버들은 앵콜 곡까지 부르고 무대를 종료했다.

"지유야, 새 공연 준비하자."

"응? 콘서트는 계속 준비하고 있잖아."

"아니, 새로운 무대."

당장 내년 1월에 열리는 그래미 어워드.

최고의 무대를 선보이기 좋은 기회였다.

"한국 갈 준비하자."

"엥, 벌써?"

어차피 은서 영화 시상식도 가야 하고.

"그래미 무대, 최고의 프로듀서 진으로 준비할 거야."

"알겠어."

역배각이 뜰 때까지 잠도 안 잘 생각이었다.

* * *

얼마 후,

솔라 멤버들과 연말 시즌에 맞춰 한국으로 복귀했다.

연말 시상식도 있었고, 프로듀싱도 한국이 편했으니.

"후우...."

늦은 시각, 사무실의 직원들은 퇴근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

특히, 올해 스카이 엔터는 연말 시즌에 바쁠 수밖에 없었다.

솔라, 루나, 이클립스에 여배우님들까지.

누구 하나 성공하지 못한 그룹이 없어서.

'그나저나....'

웸블리 스타디움 콘서트.

전 세계의 기라성 같은 아티스트들이 경쟁에 참여했다.

이미 여러 번 마주쳐 친숙한 네임드들도 몇몇 보였는데.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키아라.

빅보스 사운드의 블루숄츠.

신인상 후보로 경쟁한 레이븐.

그외, 빌보드 차트에 오른 다양한 아티스트가 관심을 보였으니.

"구 팀장님."

"네."

이내, 곡을 전달하며 의견을 전달했다.

"아직 편곡 방향에서 느낌이 안 오네요."

"벌써 4차 수정 버전인데...."

"알죠."

근데 역배각이 안 떠요.

얼마 전, 그래미에서 정식으로 초청을 받았다.

빌보드 1위에 올랐는데 안 부르는 게 이상하지.

"구 팀장님, 프렌즈에 연락해 주세요."

"아, 그럼...."

"같이 프로듀싱 할 작곡가들, 지원 요청하죠."

"네. 알겠습니다."

역배각이 안 뜨면 사람을 추가해야지.

요즘 음반 시장에서 수십 명의 프로듀서 군단은 기본 옵션이었다.

물론, 다이애나와 에일리 같은 최상급 실력자면 더할 나위가 없고.

'.... 반드시 곡이 별로일 필요는 없어.'

무언가, 핀트 하나에 꽂히면 신경이 거슬리니까.

그때 뒤통수에서 신호 오면 빼박 역배각이었다.

띠리리링─

한국에 왔다는 소식을 들어서 그런지.

당연히 솔라를 찾는 전화가 쏟아졌다.

"여보세요, 국장님."

-오오, 정 대표님 오랜만이에요.

"네. 안녕하세요."

이제 출연 섭외 요청은 일상이니까.

"그럼 검토하고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래요. 잘 좀 부탁합니다.

"네. 국장님."

띠리리링─

그냥 스마트폰을 꺼놓을까.

대충 확인하고 뒤집었는데.

".... 의장님?"

모기업, 프렌즈 방 의장님 성함을 확인하고 냉큼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십니까, 의장님."

-요즘 프로듀서 진을 찾는다면서.

"아, 네. 맞습니다."

무슨, 즉석 떡볶이보다 반응이 빠르네.

방금 전에 구 팀장님께 말씀드린 건데.

-에이 Yo, 랩 댄스 노래로 상대방의 기썬을 제압해야 해.

"...."

얼마 전에 내가 농담한 거 의장님 귀에 들어갔나.

-내가 프로듀싱에 참여하지.

"네?"

-내가 솔라 무대 프로듀싱을 한 번 맡아보겠다고.

"아...."

하이엔드를 키운 국내 최고의 프로듀서.

원래 같았으면, 당연히 반가워했겠지만.

'역배각이 안 뜨면....?'

의장님께서 프로듀싱 한 곡을 내가 어떻게 거절해요.

역배각이랑 상관없이 그냥 그대로 갈 수밖에 없잖아.

-모기업이라고 말만 하고, 협업도 없지 않았나.

"아, 네. 그랬죠."

-뭐지, 내가 맡는 게 싫은가 본데?

"아뇨, 그게 아니라...."

순간, 뒤통수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똥촉의 기운.

싫었는데요, 좋았어요.

거절할 이유가 없었네.

"의장님께서 맡아주시면 정말 영광일 겁니다."

-하하하. 그래.

이내, 우리 회사에 국내 최고 프로듀서 군단이 모여들었다.

편곡뿐만 아니라, 무대를 구성하는 모든 작업을 재정비했다.

상대는 키아라, 블루숄츠, 레이븐 등.

웸블리 스타디움을 걸고 경쟁하는 그래미 대첩.

솔라의 모든 걸 쏟아낼 하나의 무대를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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