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오해받는 연예계 생활-155화 (155/200)

[155] 솔라빔 프로젝트(2)

세 국가에 소수 인원으로 분리된 솔라빔 시즌3 제작진.

MBS 소속 스탭들은 도쿄에 모여들었다.

세 팀을 합치니까 100명을 훌쩍 넘겼다.

스카이 엔터는 소속 걸그룹 세 팀의 인원만 고려해도 총 14명.

여배우 담당을 제외하면, 모든 직원이 모였다고 해도 무방했다.

해외 활동으로 쓰리 배럭을 돌리다 보니까.

"우리가 일본에서 회의를 다하네요."

"그러게요."

일본 다다미 숙소에 짐을 풀고 직원들을 집결했다.

"구 팀장님, 영국 활동 보고해주세요."

"네. 대표님."

신곡 홍보차 버스킹 공연을 한 루나.

제작진 배려는 아니었고, 주사위 운이 상당히 좋았다.

아마 다른 팀이 영국에 갔어도 같은 미션이었을 테니.

"루나의 곡이 유럽에서도 먹히나 봅니다."

"네. 호응이 뜨거웠습니다."

다른 그룹과 비교하면, 다소 매혹적인 분위기의 루나.

밝고 희망찬 메시지를 담는 솔라와 차별점이 있었다.

짧은 회의를 마치고,

나는 솔라 멤버들이 있는 방에 노크를 두드렸다.

"대표님, 어쩐 일로...."

반갑게 나를 맞이하는 예지와 멤버들.

그중, 한 명은 소나무처럼 한결같았다.

"양주희, 여기서도 운동하니?"

"당연하죠."

".... 너 일본 귀신 때리지 마라."

"아, 왜요."

왜요라니, 그걸 몰라서 묻냐.

네가 때리면 해외 토픽이야.

"형님, 가녀린 소녀가 무서우면 때릴 수도 있죠!"

"귀신도 사람이야, 사람."

"아우, 이게 반사적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데."

"안 되겠다. 너 탈락."

"아아아."

너는 지금 의도가 너무 불순해요.

애써 키운 근육이 부끄럽지 않냐.

"자자, 내일 전율 궁전 들어갈 순서 정할 거야."

"제가 1등!"

"양주희 빼고."

"시무룩."

당장 숙소와 식사, 다음 여행지가 적힌 주사위까지.

전율 궁전에서 소리 지르면 실패니까.

솔라 멤버 중에 누가 제일 겁이 없을까.

"첫 번째 순서는 대표님이랑 같이 들어가는 거예요?"

"응. 그렇게 됐어."

예지는 눈빛을 반짝이며 손을 번쩍 들었다.

"저요! 제가 먼저 갈래요!"

"예지, 겁쟁이 아닌가."

"에이, 아니에요!"

첫 순서에 미션 점수가 제일 커서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고.

"저기."

그때, 은서는 조심스럽게 의견을 냈다.

혹시나 본인이 가려는 건가 싶었는데.

"다이애나가 안 무섭다고 했잖아요."

"...."

이내, 멤버들은 시선을 다이애나에게 집중했다.

그녀는 어깨를 으쓱이더니 자신감을 드러냈다.

"솔직히 저한테는 좀 시시해요."

"그래?"

"오브 코얼스. 어우메리카에는 무서운 심령 스팟이 아주 많거든요."

"네가 가봤어?"

"그럼요. 인터넷에서 가봤어요."

"...."

그럼 안 가본 거야.

"저 호러 데이즈도 출연했잖아요! 그때 하나도 안 무서웠어요!"

"방송에선 소리 지르던데."

"그건 연출! 메소드 연기!"

"...."

그날, 소미랑 은서랑 같이 검은 눈물도 흘리지 않았냐.

그 당시 한지아가 작곡한 곡, 「검은 태양」.

그걸로 우리 마미 시상식에서 상도 탔는데.

이쯤 되니까, 도하나 프로듀서는 꽤나 자존심이 상한 모양이다.

"저 진짜 하나도 안 무서워요! 내기하실래요?"

"무슨 내기."

"제가 소리 지르면 전 재산 기부할게요."

"이런."

어이가 없네.

방송 중이었으면 편집 좀 해달라고 빌었을걸.

솔라 음원 저작권을 말 한마디에 던질 셈인가.

"내기 조건은 내가 정해야지. 음원 하나만 만듭시다."

"음원이요?"

"응. 이왕이면 미국에서 활동할 수 있는 곡으로."

"오케이, 알겠어요!"

그래도 뭔가 믿는 구석이 있겠지.

이렇게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면.

* * *

다음 날.

제작진은 회의를 통해 나를 포함한 세 명의 입장을 허락했다.

아마 걸그룹 멤버 두 명이 부둥켜안는 그림을 원하는 듯했다.

"대신 다이애나 씨가 소리를 안 지르면 성공으로 인정할게요!"

"예스, 오히려 좋아."

"그렇죠."

이왕이면 솔라 멤버 중에 고를까.

역시, 양주희밖에 답이 없는 건가.

"안녕하살법!"

"???"

그때, 이클립스 멤버 사이에서 엠마가 손을 번쩍 들었다.

"오네쨩이랑 같이 전율 궁전 가고 싶읍니다!"

"괜찮겠어?"

"다이죠오부!"

"...."

저 어색한 일본어 좀 어떻게 해치우면 안 될까.

너희 부모님 두 분 다 일본이랑 상관이 없어요.

"저 전율 궁전 와봤어요! 데헷."

"그래?"

전체 출연진 중에서 유일한 경험자.

그럼 확실히 들어갈만 하지 않을까.

나는 VJ를 뒤에 둔 채 두 명과 함께 전율 궁전에 입구에 섰다.

다이애나, 엠마 자매.

함께 데뷔한 패밀리.

"대표님, 먼저 들어가실래요?"

"나는 상관없는데."

"아이, 그럼."

다이애나는 당당하게 출입문으로 걸어갔다.

"제가 그냥 앞장설게요. 저는 하나도 안 무서우니까."

"그럴래?"

"예아."

솔직히 나는 조금 무서워.

여기 분위기가 으스스하네.

"엠마, 손을 왜 그렇게 떨어?"

"으아, 경험자만 아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 있어요."

"...."

그럼 왜 따라온 거야.

이런 오타쿠 겁쟁이.

"오네쟝, 같이 가아아!"

"...."

엠마는 성큼성큼 걸어가는 언니의 등에 딱 달라붙었다.

폐쇄된 정신병원 컨셉의 인테리어.

하얀 장막이 여기저기 걸려있었다.

나도 그녀들과 걸음을 맞추며 주변을 천천히 둘러봤다.

'보통 저런 천막 뒤에....'

귀신이 있지 않나.

애들한테 말을 해줄까 고민하던 찰나.

좀비 분장의 귀신이 타다닥-, 달려왔다.

"크와아아앙."

"꺄─아아아아악!!!!"

"까아아악!"

"...."

미션 실패.

걸그룹 자매는 잽싸게 뛰어와 내 등 뒤에 숨어버렸다.

도망가는 건 일품이네.

근데 왜 내가 방패냐고.

"크아아앙."

"아조시, 저한테 왜 이러세여."

"꺄아아악!!"

"엄마아!"

다이애나, 너는 왜 앞장선다고 한 거야.

"대표님! 살려주세요!"

"나도 살려줘."

"으아앙."

아오 씨, 옷 늘어나. 잡지 마라.

이런 주제에 무슨 전 재산 기부야.

다이애나 통장 잔고 꼬라박을 뻔.

"왓더뻑, 쟤가 나 따라오쟈나아!"

"아니."

욕은 하지 말고.

"얘들아, 울어....?"

"뿌에에엥."

자매는 사이 좋게 바닥에 엎드려 눈물을 질질 짜냈다.

"아잇, VJ님 다이애나 울잖아요!"

"어떡하죠?"

"아, 어떻게 좀 해봐요."

"크아아앙."

아씨, 좀비는 좀 꺼지라고.

"엠마, 일본어로 가라고 말해봐."

"빠꾸! 겟 어웨이!"

너 일본어 모르지.

"대표니임, 엠마가 안 무섭다고 했단 말이에여!"

"훌쩍, 여기 리뉴얼 된 것 가테."

"이씨."

아니, 나도 무서운데.

니들 때문에 무서워 하지도 못하잖아.

좀비 귀신 이후,

각종 공포 장치에 찰진 리액션을 선보여주는 자매.

이내, 휠체어 귀신이 끼리릭 소리를 내며 등장했다.

"으아, 하지 마아아악!!

"끄앙, 오니쨩 괴롭히지 마아!!!

"...."

두 명이라서 데시벨도 두 배.

겁쟁이 혼혈 자매는 다양한 언어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빠꾸다사이! Go back! 겟 어웨이! 가라고오!"

"쓰미마셍! 고멘 나 사이!"

"조또, 조또 쉐꺄 구다사이!"

"와타시와 칸고쿠 데쓰!"

"타임 스토프! 멈춰! 따라오지 마라고!"

"오네가이씨마스!"

"흐에엥."

욕이 잠깐 들린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

끼리릭, 끼리릭─

이내, 훨체어 귀신은 말귀를 알아듣고 천천히 물러났다.

"으앙, 아직도 쳐다 보쟈나. 쟤가 자꾸 째려 봐여."

"히잉, 안 무섭다고 했쟈나요."

"...."

니가 그랬겠지.

내가 언제 그랬어.

터벅, 터벅─

나는 양팔에 매달린 두 소녀를 이끌고 전율 궁전을 탈출했다.

밖에서 오디오만 들은 멤버들은 입을 벌리고 우리를 바라봤다.

"미션 실패!"

"...."

우리 애들 우는데 꼭 그렇게 말씀하셔야 하나요.

'.... 뒤통수 간지러워.'

자매는 아직도 코를 훌쩍거렸다.

슈퍼스타가 콧물을 질질 짜면서.

"억울해, 분명히 엠마가 안 무섭다고 했는데에."

"너무 무서웠어요."

"아이고."

김선호 피디는 씨익 웃으며 내게 말했다.

"오늘 다이애나 씨 너무 귀여웠습니다! 하하하하."

"지금 울어요."

"얼마나 사랑스럽게 나왔는데요!"

"아, 넵."

이내, 피디님은 다시 도전을 권유했다.

"아무나 지금 들어가면 미션으로 인정할게요. 도전하실 분?"

"...."

소미는 귀에 착용한 헤드셋을 내려놓더니 입을 열었다.

"저 기권이요."

그래. 솔직해서 좋네.

근데 소미가 안 가면.

방송 분량은 다이애나 위주로 편집하는 건가.

"저요."

그때, 예지는 가녀린 손을 번쩍 들고 입을 열었다.

"제가 대표님이랑 같이 들어갈게요."

"???"

제 의견은요.

* * *

태양빛 2기 일본팬 중 최고의 유명인.

한때, 천 년 돌이라고 불렸고 현재는 일본의 국민 여동생.

우에다 유이는 솔라의 도쿄 방문 소식에 일정을 변경했다.

"유이야, 꼭 가야겠어?"

"응."

그녀는 매니저의 말에 단호하게 대답했다.

"나를 보러 일본까지 찾아오셨는데 어떻게 마중을 안 나가?"

".... 촬영하러 오신 거야."

"그거나 그거나."

"많이 다르지. 일단, 연락은 하고 가야 하지 않을까?"

"오빠야, 어느 팬이 연예인한테 연락하고 찾아가!"

"응, 그러네."

유이는 솔라의 방일 기사를 검색하며 미소를 지었다.

'예지 사마....!'

한국에서 처음 만난 이후, 팬심은 깊어졌다.

아마 일본인 중에 가장 앨범을 많이 샀겠지.

'나도 계약 기간이 슬슬....'

솔직히, 회사를 옮겨야 할지는 아직도 고민이었다.

굳이 안정적인 일본을 떠날 이유는 하나도 없지만.

"오빠, 너튜브 영상 봤어?"

"무슨 영상."

"예지 사마가 두 손 꼭 잡고 노래 불러주는 거."

"아, 몰카."

땅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하는 팬을 다정하게 잡아주는 천사.

예지의 쇼츠는 업로드 하루 만에 조회수 천만을 기록했다.

"혹시 내가 성덕의 상인가."

"성공한 덕후?"

"이에스.."

요즘 작사도 직접 하시던데.

같은 회사에서 활동한다면.

같이 곡도 쓰고, 요리도 해주고, 먹여주기도 하고....

"꺄아아악. 헤헷."

"뭐야, 왜 그러는 거야."

"나 사랑에 빠진 것 같아."

"야랄났네."

"...."

매니저님, 야랄이 뭔 뜻이오.

일본어는 아니고 욕 같네요.

잠시 후,

매니저는 현장에 도착해 제작진과 천천히 대화를 나눴다.

예지 사마, 얼마 만에 영접인가.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기다렸다.

드르륵─

이내, 매니저는 문을 열고 고개를 끄덕였다.

"개런티 없이 출연이면 무조건 환영이라고 하시네."

"오빠, 지금 장난하는 거지?"

"아, 역시 열정 페이는 자존심 때문에...."

"돈 내고 출연해야지!!!"

"...."

팬미팅 티켓 구할 때 앨범컷이 최소 천장이니까.

요즘 물가도 올라서 장당 1,500엔 정도를 잡으면.

"와우, 오늘 150만엔 벌었네. 배부르당."

".... 너 미친 거 같에."

"칭찬 감사."

우에다 유이는 스탭의 안내를 받아 솔라 숙소에 입성했다.

"아직 멤버들한테 말 안 했거든요."

"지금 촬영 중이에요?"

"네. 카메라는 돌아가고 있어요."

"아하."

마침, 식탁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예지 사마.

식탁에 앉아 남자와 다정하게 대화하는 모습.

'.... 어라?'

정수호 대표님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거듭된 덕질 덕분에 예지에 대해서는 전문가 수준이라서.

'설마....?'

찐팬으로서 울컥 질투심이 튀어나왔다.

"빼앗고 싶어."

"저기요."

"???"

그때, 뒤에서 들려오는 한 여인의 일본어.

장은서는 자신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상도덕은 지키셔야죠!"

"에....?"

"대기표 뽑고 줄 서요."

"아."

당신도 예지 사마 성덕입니까?

* * *

일본에서 예지랑 첫 번째 데이트.

남녀의 데이트라고 하기엔 촬영 중에 공포 체험한 거지만.

결정의 순간이 다가온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덕분에 성공했네."

"네!"

한 번 쓸 수 있는 <여행지 변경권>이 생겼다.

그때, 예지는 내 뒤쪽을 보며 누군가를 불렀다.

"우에다 유이 상!"

"예지 사마!"

유이 씨는 도도도 달려와 예지의 품에 그림처럼 안겼다.

'언제부터 이렇게 친했냐.'

오히려 예지가 살짝 당황했다.

가볍게 인사할 생각이었으니.

"대표님."

그녀는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계약 기간 끝나면 스카이 엔터와 계약하고 싶어요."

"갑자기?"

"네. 거절은 거절하겠어요."

"...."

한지아랑 같이 「오덕」 곡으로 활동한 가수.

일본의 탑스타를 거절할 이유가 없긴 한데.

"저기, 지금 회사에 여력이 없어서...."

"역시, 이럴 줄 알았어! 제 팬심을 방해하려고!"

"???"

뭔 소리 하는 거예요.

이내, 은서는 주방에 들어와 우에다 유이를 끌고 갔다.

대기 순번 2번이 새치기해서 잡으러 왔다는 말과 함께.

"유이 씨도 성격이 어질어질하네."

"그러게요. 저번에 가출도 했다고 하더니"

"...."

뒤통수 간지럽게.

그나저나, 다이애나는 어디서 울고 있는 건가.

세 팀이 모이는 다 여행은 오늘이 마지막인데.

"예지야, 갑자기 다이애나가 안 보이네."

"아, 지금 방에서 혼자 음원 작업하고 있어요."

"곡 작업?"

"네. 저쪽에 독방에서."

"...."

아, 내기에서 지면 곡 작업한다고 했었지.

미국에서 활동할 곡이 하나쯤 더 필요해서.

"예지야, 너도 곡 작업 좀 도와줘."

"네. 안 그래도 작사 참여하려고요."

"그래. 아무튼."

주사위가 정한 다음 국가는 스페인.

이 정도면 진짜 세계 일주가 맞았다.

'일단, 스페인에서는....'

몸 쓰는 건 양주희, 브레인은 신소미한테 맡겨야지.

"대표님!!!"

그때, 구현식 팀장이 헐레벌떡 들어와 소리쳤다.

"왜요, 설마 우리 주희한테 투우사 시키려고!?"

"네?"

이런, 김선호 피디 악마냐.

주희가 사이보그도 아니고.

"아뇨. 오히려 미국으로 바꾸자고 말씀하셨어요!"

"엥? 변경권을 쓰라고요?"

"네. 솔라가 에미상 시상식에 참석해야 해서...."

"...."

촬영 때문에 이미 거절했는데.

"시상식 주최 측에서 필참을 요청했습니다."

"...."

거절해도 다시 제안했다고?

그렇다면 이유는 단 하나 뿐이었다.

수상 후보가 아니라, 수상자인 경우.

"굿버스킹, 인기상....?"

미국에 진출하고 얻은 첫 번째 쾌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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