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오해받는 연예계 생활-153화 (153/200)

[153] To The Top(6)

MBS에서 편성된 「솔라빔 시즌 3」

핫한 걸그룹 세 팀이 나오는 예능 소식은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각종 포탈 사이트, 연예계 뉴스에서 비슷한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김선호 스타 PD의 복귀작 솔라빔, 루나의 컴백을 앞두고 스카이 엔터는....》

텀블 인베는 「솔라빔 시즌3」 메인 투자사를 자처했다.

스카이 엔터에서 얻은 투자 수익을 생각하면 당연했다.

"스카이 엔터에서 이번에 루나 엄청 밀어주네요."

"그러게요. 컴백한다고."

"아, 미연 씨."

엄재하는 썸타는 동료 직원과 함께 스카이 엔터로 향했다.

"그냥 제가 계약하는 것만 따라오시면 됩니다!"

"넵. 팀장님!"

"하핫."

요즘 엄재하는 인생의 전성기를 달리는 느낌이 들었다.

수호 형님 덕분에 일은 항상 잘 풀리고.

예쁘고 어린 썸녀랑 회사도 같이 다니고.

지금도 이렇게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만 바라보고 있짆아.

"미연 씨, 주말에 같이 저녁 먹을래요?"

"네 좋아요! 헤헤."

이내, 그녀는 뭔가 떠오른 듯 질문을 건넸다.

"팀장님, 스카이 엔터에 여동생분 다니시는 거 맞아요?"

"누, 누가 그래요?"

"동생 때문에 고자 됐다고 하.... 흡."

미연은 실수를 깨닫고 자신의 입을 황급히 막아버렸다.

"누가!!! 누가 그래요!"

"그냥 소문이에요."

"그런 거 다아아아 거짓말인 거 아시죠?"

"네에!"

어떤 놈이 퍼트렸냐, 걸리기만 해봐라.

끼이익─

이내, 두 사람은 차를 세우고 스카이 엔터 사옥에 들었다.

로비 벽면에 걸린 소속 아티스트들의 포스터.

특히, 솔라는 멤버마다 출연작이 쓰여 있었다.

'크으, 필모 화려하네.'

썸녀는 있지만, 덕질은 멈추지 않았다.

아직도 태양빛에 종종 게시글을 남겼다.

"팀장님, 저쪽에...."

"아."

재하는 로비 맞은편에 있는 지유를 발견했다.

'아우, 동생 없다고 했는데.'

썸녀랑 같이 있는데 여동생이랑 마주치네.

동생이라고 한 명 있는 게 도움이 안 된다.

"아는 사람 아니에요? 계속 쳐다봐요."

"글쎄요. 모르겠네요."

"아, 음."

친동생을 못본 체 하며 엘리베이터의 '닫힘' 버튼을 눌렀다.

썸 탈 때마다 방해하는 게 일상이라.

어서 피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는데.

"오빠아.... 내가 창피해?"

"???"

엄지유는 다리를 절뚝거리며 자신에게 걸어왔다.

"내가 몸이 불편해서 창피하구나?"

"?????"

-문이 닫힙니다.

엘리베이터가 닫히고, 천천히 썸녀를 바라봤다.

음식물 쓰레기를 보는 듯한 혐오스러운 시선.

"그런 거 아니에요."

".... 네."

"진짜 오해에요."

"예예."

저런 개 같은 동생 쉑, 미쳤나.

썸이고 뭐고, 존망한 거 같은데.

"미연 씨, 그게 아니고."

".... 도착했는데요."

차갑다. 목소리에 냉기가 흘렀다.

"팀장님, 주말에 저녁은 어려울 것 같아요. 약속이 있어서."

"약속 없다면서요."

"생겼어요. 남사친이랑."

"갑자기?"

"네. 결혼까지 약속한 친구에요."

"???"

안녕, 내 사랑.

태양빛 카페지기 업보가 생각보다 오래갔다.

동생 때문에 썸녀한테 약혼자가 생겨버렸다.

"재하야, 안 들어오고 뭐 해. 피디님 기다리셔."

"아, 수호 형."

곧이어, 제작사와 빠르게 투자 계약을 진행했다.

처음부터 조율을 맞췄으니 순조로운 편이었는데.

"재하야, 슬픈 일 있어?"

"괘, 괜찮아."

"눈가가 촉촉한데? 눈물이 그렁그렁해."

"괜찮다니까."

여전히 옆에 있는 썸녀의 눈빛에는 혐오감이 가득했다.

"아, 지유 때문이구나."

"응?"

"여동생이 몽골 간다고 걱정하는 거야!?"

"아니."

방금 의절했는데요.

* * *

얼마 후,

나는 루나의 컴백과 함께 「솔라빔 시즌3」를 준비했다.

세 그룹이 동시에 출연하다 보니 인력도 많이 필요했다.

"은서야, 요즘 많이 바쁘지?"

"네. 뭐."

"근데 너도 말은 좀 타니?"

".... 조금?"

김 피디님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승마 연습을 하라고 한 걸까.

히히히힝─

어느새, 양주희는 잡고 있던 고삐를 놓고 타기 시작했다.

마치 승마장을 벗어나 거친 초원을 달리고 싶다는 듯이.

"와, 벌써 손을 놓고...."

"허벅지만으로 저게 된다고!?"

"...."

이내, 승마 선생이 다가와 내 옷깃을 붙잡았다.

"대표님! 주희 씨는 천재에요! 승마 천재!!!!"

"네. 그런 말 많이 들어요."

"아니!"

승마 선생은 내게 소리치며 고개를 저었다.

"진짜 천재라니까요!"

"알겠으니까."

멱살은 좀 놓고 말해요.

"어떻게 배운지 하루 만에....!"

"흐음."

양쪽 다리로 꽉 붙잡아야 탈 수 있겠지.

어쩐지 요즘 허벅지만 조졌다고 하더라.

"주희 씨이이! 자네 승마 선수 할 생각 없나....!?"

"...."

은서는 열심히 뛰어가는 승마 선생을 보며 한 마디 뱉었다.

"저분, 직업 정신이 투철하네요."

"그러게."

스무 살 넘은 걸그룹 멤버한테 못 하는 말이 없네.

"은서야, 그거 준비는 하는 거지?"

"무슨 준비요?"

"팬 서비스 몰카."

"아."

약속 날짜는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촬영 스탭은 벌써 예전에 구했는데.

"준비할 게 많진 않으니까요."

"그래."

사실, 보통 태양빛 팬들은 얼굴만 봐도 소스라치게 놀랐다.

하물며, 코앞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고민 상담을 들어주면.

"루나랑 이클립스 여행지는 어디에요?"

"영국, 일본."

"뭐지, 이 불공정한 기분은."

"소미가 뽑았잖아."

"아하."

바로 납득하네.

"근데 어차피 부루마블 여행이니까, 다음에 미국이나 캐나다 뽑으면 돼."

"제가 뽑을래요."

"그래."

은서는 승마장을 스윽 둘러보더니 대화를 이어갔다.

"루나 컴백하면 바로 가는 거예요?"

"아니, 활동 좀 하고 가야지. 음방 순회도 하고."

"아하."

그나저나, 주희는 이미 승마 선생의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은 것 같다.

"양주희, 저러게 석궁 들고 말 타겠네."

"전쟁 나가나."

"그러게, 피디님은 왜 말 타는 연습을 시켜오라고 했을까."

"글쎄요."

다행히 투자금은 충분히 확보했다.

텀블 인베도 있고, 다른 투자사도.

"아, 맞다. 대표님."

"응?"

은서는 내 옆구리를 콕 찌르며 은근한 어조로 말했다.

"남친 어머니께서 전화했어요."

"남친이 있어!?"

".... 대표님이요."

"아."

그거 아직도 진행 중이었냐.

"우리 엄마 전화번호가 왜 있어?"

"그럼 어머님이 번호 주시는데 어떡해요."

"뭐라고 하시는데."

"추석 때 오라고 하시네요."

"아니."

나도 못 가게 생겼는데.

솔직히, 연예인 며느리 얻고 싶으신 마음은 알겠지만.

은서랑 사귄다고 하면 의심부터 하는 게 먼저 아닌가.

"그냥 솔직하게 말씀드려야 하나. 죄송하네."

"왜 죄송해요?"

"거짓말이니까."

은서는 들릴 듯 말듯 혼잣말을 읊조렸다.

".... 그럼 거짓말이 아니면."

"응?"

"저 그냥 말 안 탈래요."

"뭐야, 이제 곧 네 차롄데."

"몰라요."

갑자기 토라졌다.

왜 그러는 걸까.

"은서야....?"

은서는 고개를 휙 돌리더니 승마장을 벗어났다.

다그닥, 다그닥─

한편, 양주희는 한 손으로 스마트폰을 들고 말을 타기 시작했다.

"양주희!!! 위험하게 스마트폰 들고 타지 마!"

"네에─!"

승마 하면서 스마트폰 하는 사람 처음 보네.

북방의 오랑캐들도 저렇게는 못 했을 거야.

* * *

루나의 컴백을 앞두고,

나는 솔라의 팬 서비스 현장에서 멤버들을 확인했다.

총 다섯 명의 남녀 팬은 이미 밖에서 대기 중이었다.

"얘들아, 그냥 편하게 생각해."

"네에."

주현성 피디와 함께하는 너튜브 촬영.

소미의 채널에 올라갈 영상이었으니.

"각자 한 명씩 만나서 가볍게 이벤트도 하고 대화만 하면 되는 거야."

"으아아, 떨린다."

소미는 평소와 달리 긴장한 눈치였다.

수만 관중 앞에서도 떨지 않았으면서.

"저 잠깐 화장실 갔다 올래요!"

".... 빨리 갔다 와."

"네에!"

가다가 팬한테 들키지 말고.

"아무튼, 예지야! 바로 출발하자."

"제가 제일 먼저예요?"

"응."

나는 다른 멤버들을 뒤로한 채 대기실을 빠져나왔다.

"손으로 얼굴 가리고 있어."

"손으로?"

"응."

"오빠가 대신 가려주시면 안 돼요."

".... 내가 오빠야?"

"그럼 언니에요?"

"...."

예지는 혀를 살짝 내밀고 말을 이었다.

"농담이에요."

농담 3주간 압수.

첫 번째 순서로 오픈형 스튜디오 중앙에 앉아계신 예지 팬.

나는 스탭들 틈에 섞여서 인터뷰 중인 팬을 재차 확인했다.

'여성 팬이시네.'

보통 예지 팬은 남자가 대부분인데.

다른 팬분들이 엄청 부러워하겠어.

그동안 솔라는 이런 종류의 이벤트를 한 적이 없었으니까.

"잠시만요!"

그때, 인터뷰를 진행하는 주 피디님이 손을 들고 신호를 보냈다.

"잠시 스튜디오 정리 좀 할게요!"

"네!"

큰 목소리로 대답하는 팬.

스탭들이 우르르 움직였다.

신호를 받고, 예지는 스탭들 사이에 섞여 팬의 뒷자리로 이동했다.

그녀는 자신의 뒤에 예지가 있는 줄도 모르고.

조금은 멍한 표정으로 나와 두 눈을 마주쳤다.

"어, 어!? 정수호!?"

".... 예."

이래서, 주 피디님이 나도 같이 부른 건가.

얼굴 마담 그런 거냐.

시선 빼앗기지 말라고.

"대박! 완전 신기해요! 실물이 이렇게 생기셨구나!"

"저도 사람이에요."

"아하, 그건 그렇긴 하죠."

"그렇긴 하다뇨."

말씀이 좀 지나치시네여.

솔라 팬이랑 싸운 썰 푼다.

"자자, 그럼 계속 인터뷰 진행할게요."

"넵!!!"

예지는 팬의 뒤에서 미소를 지으며 인터뷰를 지켜봤다.

"솔라 노래 중에 제일 좋아하는 노래 있나요?"

"으음, 너무 많은데."

"한 곡만 골라주세요."

"으음.... 검은 태양! 예지 언니 파트 때문에 입덕했어요!"

"그렇군요."

이내, 예지는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시작했다.

"고개를 들고 하늘을 봐. 검은 태양이 쏟아지는...."

"에?"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뒤를 돌아보는 소녀.

"꺄아아악!"

소녀팬은 비명 소리와 함께 자리에서 넘어졌다.

예지는 노래를 멈추고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

"엄마아아. 언니 사랑해여어어."

"저도요."

아이처럼 서럽게 우는 소녀를 꼭 안아주는 예지.

연예인을 바로 앞에서 만난 팬의 마음이 이럴까.

"언니 인형이세여?"

"사람이에요."

나도 송나예뻐 팬클럽 회원일 때가 있었는데.

'송나연 씨, 어떻게 지내시나.'

잠시 후,

예지에 이어 다른 멤버들도 개인 팬과 짧은 팬미팅을 가졌다.

"아니, 근데 양주희는...."

헬창이랑 진짜 팔씨름을 하려고 하네.

그냥 농담으로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에이, 그래도 여자랑 어떻게...."

"그냥 해요, 뭐 어때."

"자, 잠시만요!"

우락부락한 남자는 잔뜩 긴장한 채 주희의 손목을 잡았다.

"손목....?"

"이 정도로 봐 드릴.... 억."

콰앙─

순간, 헬스남의 손등은 책상에 강하게 부딪혔다.

"다시?"

"콜."

주희야, 살살해.

진심으로, 남자랑 대등하게 팔씨름하는 양주희.

보통 남자가 아니라, 헬스하는 남자와 비슷했다.

"끄아아악─!"

"흐으읍!"

처음에는 봐주겠다고 말한 남자 팬도 이제는 전력을 다했다.

팽팽한 접접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희는 이를 악물고 손을 넘겼다.

'도랐....?'

한계가 있긴 한 거냐.

양주희를 보면 종종 이런 생각을 했다.

걸그룹 멤버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그냥 인간 자체가 강함."

"그러게요."

예지는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대표님, 이런 자리 마련해주셔서 감사해요."

"너희가 준비했잖아."

솔라 멤버들도 활동하면서 지친 상태였는데.

한국 팬들 덕분에 서로 함께 힐링하는 듯했다.

"한국 팬분들 반응이 제일 좋네."

"역시 집이 제일 좋아요."

* * *

며칠 뒤,

루나의 미니 앨범 「To The Top」 음원을 발매했다.

몽환적인 분위기의 뮤직비디오.

열심히 공들인 흔적이 보였다.

정수호 대표가 신경 써서 음원이나 안무를 계속 수정했으니.

[1위 To The Top (Lunar)]

솔라와 하이엔드의 상위권 경쟁이 시들해질 때쯤 진입한 새로운 앨범.

"솔라, 루나, 이클립스...."

이제 각종 음원 차트 최상위권을 석권하는 건 기본이었다.

스카이 엔터는 명실상부의 걸그룹 명가로 입지를 다졌다.

"스카이 엔터는 전설이네요."

"인정."

어떻게 매번 대중성을 정확하게 겨냥하는지.

요즘 음악 트렌드는 한 달마다 바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천재 프로듀서로 불리는 이들도 종종 감을 잃고 헤매지 않던가.

"김선호 피디님, 이거 맞죠?"

"네. 맞아요."

MBS 방송국, 솔라빔 미팅룸.

김선호 피디는 주사위 던지는 영상을 보며 뭔가를 기록했다.

"다음 두 번째 여행지는 세 팀이 전부 같은 국가로 통일하시죠."

"그럴까요?"

"네. 어차피 세 팀이 모이는 그림도 찍어야 하니까."

"주사위는 누가 던질까요?"

"소미 씨."

소미는 예능신이 돕는 천재 똥손이 아닐까.

기가 막히는 솜씨로 6분의 1 확률을 뚫었다.

루나는 영국에서 버스킹 하고, 이클립스는 일본에서 쇼핑하는데.

"몽골에 기마 궁술이 걸리다니."

"...."

과거, 아육대에서 양궁 1위를 찍은 적은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말 위에서 쏘는 화살은 다른 차원의 문제 아닌가.

"대신 몽골이 포인트 획득은 가장 유리해요."

"그렇긴 하죠."

포인트를 획득하면 최종 우승에 한 걸음 가까워진다.

부루마블 완주로 누적 점수를 가장 많이 획득한 팀은.

"독도, 진짜 가는 거예요?"

"글쎄요."

하이엔드도 가려고 했는데 일본의 팬덤 때문에 무산됐다.

과연 정수호 대표는 프렌즈 의장님과 다른 행보를 걸을까.

'성사만 된다면....'

걸그룹 중에선 세계 최초겠지.

"일본 활동에 지장이 있을 텐데요."

"그건 제가 정수호 대표님과 상의해 보겠습니다."

"그래요."

이름값은 보면 솔라가 가는 게 좋은데.

"누가 가든...."

넥플렉스에서 화제성 1위는 기정 사실이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