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오해받는 연예계 생활-148화 (148/200)

[148] To The Top(1)

굿버스킹과 무적 해병대 방송 이후,

미국 내 솔라의 인지도는 가파른 속도로 상승했다.

어느새 정상급 아티스트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그러니, 오늘 리허설 무대에 키아라와 예지가 동시에 오르겠지.

LA 다저 스타디움, 올스타전 주 경기장.

며칠 뒤, 별들의 경쟁이 있는 장소였다.

"예지야, 떨리지는 않고?"

"네! 대표님이 같이 와주셔서요."

"말도 예쁘게 하네."

"말만 예뻐요?"

"...."

당연히 얼굴은 더 예쁜데.

요즘 그 말이 잘 안 나와.

"대표님, 우리 한국 활동은 언제 재개해요?"

"돌아가고 싶어?"

"아뇨. 그냥 대표님이랑 같이 있으면 미국도 괜찮고."

"...."

요즘 예지는 설레는 말을 자주 했다.

'만약에....'

예지가 회사 대표랑 사귄다고 소문나면.

팬분들의 원성과 비난을 피할 수 있을까.

"무슨 생각 하세요?"

"응?"

어느새 깊숙이 가까이 다가와 얼굴을 들이미는 예지.

".... 너무 가깝잖아."

"아, 네."

뒤통수 하나 빼면 평범한 사람이었는데.

할머니 덕분에 이 자리까지 올라왔으니.

"요즘 연기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

"시켜주시면 할게요."

"몇 개 들어오긴 하는데."

"정말요?"

"응."

로이랜드 흥행 이후, 간간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중엔 할리우드 영화 주연급 작품도 있었고.

'그렇긴 한데....'

첫 작은 웹드라마, 그다음은 헐리웃 영화 주연급 조연.

그 갭 차이가 너무 커서 그런가.

아직 똥촉이 오는 작품은 없었다.

차라리 연기력을 제대로 검증하는 드라마가 나을 수도.

"나는 잠깐 화장실 좀 갔다 올게."

"저도 같이 가요."

"아니."

화장실을 같이 가면 큰일 아닌가.

"대표님, 저는 화장 고치러 가는 거예요."

".... 알고 있었어."

"아닌 것 같은데."

"놀리지 마라. 혼난다."

"헤헤."

그때, 복도에서 풍선을 들고 뛰어다니는 어린이를 발견했다.

'.... 키아라?'

둘이 부딪힐 것 같은데.

그때, 어떤 양복 입은 사람은 남자아이를 막아섰다.

아이는 벽에 부딪힌 듯 쿵-, 소리를 내며 넘어졌다.

"아이 씨."

이내, 키아라는 짜증 섞인 음성으로 말했다.

"꼬마야! 복도에서 뛰어다니면 안 되지!"

"으아아앙."

우는 아이를 째려보고 제 갈 길을 가는 키아라.

우연히 그녀와 눈을 마주쳤는데.

피식 웃고, 무대로 걸음을 옮겼다.

"애기야, 괜찮아?"

"아파아아."

넘어진 아이를 일으켜 세우며 달래주는 예지.

마음씨도 예쁘고 얼굴도 예쁘고 노래도 잘해.

"대표님! 저기 매점에서 밴드 파는지 보고와 주세요!"

".... 지금?"

"네."

우리도 빨리 준비해야 하는데.

이렇게 꾸물거릴 시간이 없어.

순간, 뒤통수에서 간지러운 감각이 밀려왔다.

"어서요!"

"그래."

일단 길 잃은 꼬마 부모님부터 찾아줘야 할 것 같네.

그래도 키아라가 우리보다 먼저 순서라 다행이었다.

"예지야, 여기 반창고."

"고마워요!"

* * *

예지와 키아라.

원래 둘 중 누가 <메인> 무대에 오를지는 자명했다.

미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 애국심이 강한 나라였으니.

"협회장님."

당연히 자국민인 키아라의 몫이었는데.

"무적 해병대가 생각보다 너무 떴습니다."

"그렇지."

현재 상황은 묘하게 흘러갔다.

미국인들의 군인에 대한 존경심은 어마어마했다.

브레인에 함께 출연한 소미와 예지.

국민들은 두 사람을 한 팀으로 보니까.

'이건 분명히 노린 거야.'

비주류 예능, 무적 해병대가 갑자기 떴다.

그것도 하필이면 이렇게 절묘한 타이밍에.

이게 우연일까.

굿버스킹에 이어서, 무적 해병대의 흥행.

두 번 연속은 우연으로 치부할 수 없었다.

잠시 후,

키아라가 먼저 리허설 무대를 준비하고 있을 때쯤.

협회장은 VIP석에 앉아있는 어떤 인물을 확인했다.

"뭐야, 지금 객석에 아무도 없을 줄 알았는데?"

"피올로 의원님께서 방문하셨습니다."

"뭐!? 그걸 왜 이제 말해!"

"어린 아드님과 함께 방문하셨다고...."

"그럼 인사드려야지."

매년 프로야구 올스타전을 직관하는 상원의원 피올로.

체육, 예술 계통에서 그 입김이 닿지 않는 곳은 없었다.

드르륵─

서둘러 그를 만나러 걸음을 재촉했는데.

복도에서 뜻밖의 인물이 눈에 들어왔다.

'저 사람은....'

정수호 대표,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었다.

왜 울고 있는 남자아이를 달래주고 있나.

그것도 리허설 무대를 앞둔 가수와 함께.

"예지 씨는 시간이 촉박할 텐데."

"협회장님, 의원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아, 그래."

아직 여유가 있으니까 저러고 있겠지.

곧장 걸음을 옮겨 VIP석으로 이동했다.

"안녕하십니까."

"또 보는군."

협회장은 피올로 의원을 보며 인사했다.

같이 오셨다는 아드님은 보이지 않았다.

"역시, 키아라의 실력은 일품이야."

"네. 의원님."

이변이 없는 한 키아라에게 메인 자리가 돌아가겠지.

피올로 의원의 표정을 보니 이변은 절대 없을 듯했다.

"이제 저 친구 차례로군."

"...."

그 시선의 끝에는 리허설 무대를 준비하는 여인이 있었다.

로이랜드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예지.

그 후로 빠르게 묻히는 건가 싶었는데.

"요즘 뜨고 있는 걸그룹, 솔라의 리더입니다."

"그런가."

피올로 의원의 심드렁한 표정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그의 마음이 굳어진 듯했다.

반쯤 포기한 채로 노래를 감상했는데.

-Oh say, can you see. By the dawn's early light.

미국 국가를 부르기 시작하는 예지.

첫 소절을 듣자마자 소음이 돋았다.

'원래 이렇게 잘했나?'

부드럽게 떨리는 바이브레이션과 반가성의 하모니.

로이랜드 안젤라가 노래를 잘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사이에 실력이 더 늘었네.'

특히, 두 번째 곡인 「Sun rising up」.

그녀의 요청곡을 누가 프로듀싱 했는지 모르겠지만.

키아라가 부른 곡과 대비되는 편곡이 인상적이었다.

"생각보다 괜찮네. 예상을 뛰어넘었어."

"네. 의원님."

그 역시 칭찬하는 어조에 감탄이 묻어나왔다.

예술을 대하는 그의 마음은 진심이었으니까.

이제 승부는 다시 원점인가.

결과를 예측할 수가 없었다.

잠시 후,

스카이 엔터와 캐피탈 매니지먼트 측 직원들이 귀빈석에 들어섰다.

"두 회사 모두 오늘 수고했어요."

"수고하셨습니다."

조만간 결과를 발표하겠다는 대화가 이어졌다.

정수호 대표에 비해 캐피탈 쪽 인물의 표정은 밝았다.

한 직원이 피올로 의원의 아들을 데려오기 전까지는.

"뭐야, 다쳤어?"

"으응, 저기 누나가 반창고 붙여줬어."

"...."

꼬마가 손가락은 무대 위에 있는 예지를 가리켰다.

"그 옆에 누나가 밀어서 넘어졌어."

"????"

키아라가 넘어뜨렸다고?

"흠, 살다보니 별일이 다 있군."

"...."

살짝 눈썹을 찡그리는 피올로 의원.

순간, 캐피탈 매니지먼트 직원의 표정은 사색이 되었다.

반면에, 입꼬리가 사악 올라가는 정수호 대표를 보면서.

'설마....!'

협회장은 그를 보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역시, 의원님 아들인 걸 알고 접근한 건가.

'진짜 무서운 사람이야.'

어린 아이의 순수한 마음까지 이용하는 냉혈한.

수호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뒤통수를 긁적였다.

"스카이 엔터 대표라고요."

"넵. 작은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마음씨 따뜻한 아티스트를 키우시는군요."

"그게 우리 회사 모토입니다!"

"아주 좋은 가치에요."

"감사합니다! 하하."

저, 저저, 가식적인 웃음.

전부 노리고 있었으면서.

"언제 한번 사석에서 식사하시죠."

"아, 넵! 영광입니다."

"영광은 무슨."

거물급 정치인 인맥이라니.

미국에 온 지 얼마나 됐다고.

이내, 협회장은 부하 직원에게 수호와 관련된 소식을 들었다.

피올로 의원 방문이 확정된 이후 그가 스케줄을 바꿨다는 것.

정수호는 중요한 일정도 미루고 직접 방문했다.

굿버스킹 덕분에 인지도를 올리고,

무적 해병대로 애국심을 자극하고,

우는 아이를 달래서 눈도장 찍었다.

그 와중에 예지는 완벽하게 실력을 증명했으니.

역시, 이 세상은 준비된 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 * *

며칠 뒤.

개막식 무대에 오른 예지를 멍하니 바라봤다.

미국과 한국, 양국 스포츠와 연예계 뉴스에 예지가 이름을 올렸다.

한국인 기자들이 이런 국뽕 갬성 터지는 뉴스를 놓칠 리는 없었다.

[오늘 미국 프로야구 올스타전 개막식에서 한국인 최초로 미국의 국가를 부르는 솔라의 리더....]

뉴스를 확인하다가 한 번씩 무대를 확인했다.

전광판에 뜬 예지를 보며 가슴이 웅장해졌다.

-와아아아아아─!!!!

객석에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에너지.

예지는 주눅이 들지 않고 미소를 지었다.

"이게 뭔 일이래."

"오빠가 제일 잘 알면서."

"읭?"

"협회장님 마음을 사로잡았다면서."

".... 내가?"

"응."

지유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게 말했다.

"이제 모른 척 해도 아무도 안 믿어줘."

"뭐를."

"오빠는 원래 다 계획이 있잖아."

"그건 있지."

"역시!"

브레인을 비롯한 예능들.

대충 역배각 뜨는 예능 몇 개 넣은 게 전부인데.

이미 블루숄츠와 동급의 걸그룹으로 취급받았다.

치솟는 솔라의 주가.

그리고 스카이 엔터.

마침내, 진행자는 세계적인 스포츠 무대에 오른 예지를 소개했다.

-자, 지금부터 국가 제창이 있겠습니다. 사우스 코리아에서 온 가수 예지킴의 무대를....

반주와 함께 노래를 시작하는 예지.

곧장, 어마어마한 떼창이 이어졌다.

'처음엔 고음도 못 내던 보컬이....'

창법을 바꾸자마자 환골탈태했다.

이제 과거 실력은 기억도 안 났다.

얼마나 열심히 연습했으면 이렇게 높은 노래를 수월하게 부를까.

가청력으로 승부하는 솔로 가수도 쉽지 않은 곡.

예지는 많은 관객 앞에서 떨지도 않고 노래했다.

"내가 다 뿌듯하네."

"나도."

더이상 예지의 보컬을 주의 깊게 들어봐도 역배각이 서지 않았다.

키아라를 찍어누르고 메인 무대에 오른 실력.

세계적인 아티스트로서 노래를 부를 뿐이었다.

"지유야, MLB 올스타전 시청률이 몇 프로 정도 되냐."

"낮으면 4프로 중반, 보통 5프로 넘지."

"...."

그렇게 많은 시청자가 예지를 보고 있는 건가.

"이게 다 로이랜드 덕분이지."

"그리고 도하나도."

"아, 맞네."

그때부터 미국 활동은 스노우볼이 굴러갔다.

어느새 메인 스트림에 올라탄 느낌이긴 한데.

'아직 부족해.'

미국 진출을 결정했을 때.

내가 예상한 솔라의 성공은 이 정도가 아니었다.

세계적인 K팝 아트스트들과 동급, 혹은 그 이상.

"오빠, 키아라 씨도 무대 오른다."

"...."

예지와 바통터치하고 솔로곡을 부르기 위해 오르는 키아라.

저분, 표정 관리를 못 하는 편이네.

그렇게 기분이 좋아 보이진 않았다.

본인도 설마 리허설 무대에서 예지한테 밀릴 줄은 몰랐겠지.

"키아라 정도는 돼야 만족할 것 같은데."

".... 빌보드 1위?"

"너 요즘 미국 팬덤 관리는 잘하고 있어?"

"그럼, 당연하지."

이미 팬덤 구성은 미국과 한국을 가리지 않았다.

스페이스 어플을 통해 교류도 활발히 진행됐다.

"미국에서도 팬미팅 잡아볼까."

"그것도 좋지."

빌보드 순위는 방송 횟수, 음반 판매, 스트리밍.

팬덤을 키우면 충분히 순위를 올릴 수 있었다.

"한국 팬들도 서운하지 않게. 알지?"

"그럼 양쪽 다 잡아볼까."

"그렇게 해."

"알겠어."

은서 패션쇼 끝나면 한국도 왔다 갔다 해야겠다.

슬슬 「악마가 되었다」 촬영도 마무리 단계니까.

* * *

세계적인 브랜드 지올 LA 지부.

사쿠라는 생방송으로 올스타전 개막식 무대를 시청했다.

시청자들은 예지를 키아라보다 위로 평가할 터.

실제, 퍼포먼스도 예지가 앞서는 느낌이었으니.

아마 오늘을 기점으로 솔라의 단계를 한 단계 오르겠지.

'패션쇼가 기대되는데.'

언제나 실망시키는 법이 없는 솔라였다.

그 어떤 의상을 입어도 완벽히 소화했다.

'특히, 은서는....'

얼마 전부터 눈여겨보기 시작한 패션 피플.

LA에서도 몇몇 극장에 첫사랑이 걸렸던데.

'조만간 떡상할 거야.'

똑, 똑─

그때, 누군가 노크하고 방에 들어왔다.

"수석 디자이너님, 잠깐 시간 괜찮으세요?"

"아, 엘린 씨."

이번 패션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모델.

엘린은 표정을 얼굴에 드러내지 않고 말했다.

"피날레 무대에 은서 씨가 선다면서요."

"네. 아무래도 뉴페이스니까."

"부당합니다."

"...."

엘린 씨, 한동안 잠잠하더니.

다시 또 토를 달기 시작하네.

"이제 처음 런웨이에 오르는 신입이 피날레는 너무 과분해요."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네."

상대는 뜻을 굽힐 생각이 없는 듯했다.

"패션쇼 끝나고 어느 쪽이 완판되는지 내기하죠."

".... 내기요?"

결국, 패션쇼도 브랜드 홍보와 기업 활동의 일부.

아무리 예술로 포장한다고 해도 실적이 중요했다.

"앞으로는 내기에 이긴 사람 말을 '잘' 듣는 걸로 하죠."

"오, 자신 있으세요?"

"물론이죠."

".... 후회하실 겁니다."

"글쎄요."

탑급 모델과 수석 디자이너의 자존심을 건 막고라.

엘린이 떠나고, 사쿠라는 수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루루루─

신호가 잡히고, 수화기 너머로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저 지금 야구자아앙!!!

"대표님, 저는 제 선택을 믿어요."

-뭐라고오?

"태양 여신은 항상 승리했으니까."

-뭔 소리에여!!!

"...."

당신의 선택은 항상 정답이었잖아요.

".... 끊었어?"

한편, 야구장에서 전화를 끊은 수호.

옆에서 지유가 넌지시 질문을 건넸다.

"사쿠라 디자이너님?"

"응. 패션쇼 때문에 걱정이 많으신가 봐."

"은서 언니, 잘하겠지?"

"아마도?"

나도 몰라.

패션은 문외한이라니까.

아직 똥촉이 안 오더라.

"신입 모델한테 무슨 큰 기대를 하겠어."

"그렇긴 하지."

막말로, 피날레 순서로 세우진 않을 거 아냐.

"에이, 말도 안 되지."

"그렇지."

뭐냐, 갑자기 뒤통수가 간질간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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