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오해받는 연예계 생활-147화 (147/200)

[147] 버라이어티(5)

뒤통수 강화 이후, 성공의 척도를 구분하기 시작했다.

어느 방송이 얼마나 성공할지.

간지러운 정도에 따라 나눴다.

"와아!! 시청률 2프로!!!"

"와하하하!!!"

"역시! 우리 대표님!"

"...."

열광적으로 소리치는 직원들 사이에서 표정이 굳어졌다.

'이 정도가 아니야.'

평균 시청률의 2배 가까이 나왔으니 성공한 건 맞았다.

뒤통수 강화 전이었으면 나도 만족하고 끄덕였을 텐데.

'아직 끝난 게 아니야.'

이것보다 더 성공할 여지가 남아있다.

지이이잉─

마침, CBC 방송사 예능국장님께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정수호 대표입니다."

-오우, 대표님.

미국에서만 브레인에 이어서, 굿버스킹까지.

벌써 두 번 연속으로 시청률이 잘 나왔으니.

-덕분에 요즘 어깨가 올라갑니다. 하하하.

"다행이네요."

이 정도면 서로 상부상조 아닌가.

인지도 없어도 출연시켜주셨으니.

-굿버스킹은 너튜브 클립으로 바로 올릴 생각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럼 앞으로도 종종 뵙도록 하죠.

"네. 국장님."

이렇게 미국에서도 인맥이 하나씩 생기는구나.

"대표님."

이내, 예지가 옆자리에 다가와 말을 걸었다.

"무슨 안 좋은 일 있으세요?"

"아니."

"표정이 안 좋으셔서."

"...."

예지는 항상 이렇게 내 감정을 신경 썼다.

"앞으로 더 성공할 거야."

"아, 네!"

굿버스킹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무적 해병대 방송하면 다시 떡상할 수도 있겠지.

"내일 지올 화보 촬영 있다면서요."

"맞아, 은서하고."

"많이 멀어요?"

"조금 멀지. 그래도 같은 LA니까 저녁때는 돌아올 거야."

"네에."

배시시 웃는 예지를 보며 질문했다.

"개막식 무대 연습은 잘 돼?"

"네. 에일리 프로듀서님이 신경 써주시고 있어요."

"한번 들어봐도 될까?"

"지금요?"

"준비되면."

예지는 시청률에 취한 멤버들을 슬쩍 돌아보며 말했다.

"지금, 좋아요."

이내, 손을 꼭 붙잡고 휴게실을 벗어나는 예지.

나는 어쩌다 보니 손을 놓지 않고 따라나섰다.

오렌지빛 조명.

뭔가 그렇고 그런 조명 아래에서 MR을 재생했다.

연습한 곡은 두 곡이었다.

미국 국가와 공연 연습곡.

-아아, 마이크 체크. 연습곡부터 부를게요!

새 나라의 잼민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팝송.

미국 프로야구 협회 측에서 요청한 음악이었다.

「Sun rising up」

연습실에 반주가 퍼지며 천천히 노래를 시작했는데.

'.... 예쁘네.'

노래는 안 들리고 얼굴천재 미모만 감상했다.

어차피 이제 거슬리는 점은 노래가 아니었다.

내 눈에만 손동작이 조금 어색해 보이거나.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니까 거슬.... 예쁘네.

'이상하다.'

원래는 거슬렸는데 언제부터 저렇게 예뻤을까.

저 하얗고 조막만 한 얼굴에 눈코입이 다 있네.

"대표님, 어때요?"

"뭐가."

"노래요. 끝났잖아요."

"아."

미안. 못 들었다.

"졸업해도 되겠네. 너무 좋았어."

"정말요?"

"응."

"...."

이내, 예지 표정은 조금 어두워졌다.

눈치 깠나.

못 들은 거.

".... 다시 한번 부를까요?"

"아니야. 진짜 좋았어!"

"근데 왜 손은 가만히 있어요?"

"???"

예지는 바로 앞까지 다가와서 내 눈을 빤히 바라봤다.

"머리요."

"아하."

머리 쓰다듬어달라고?

뭘 이런 걸 다 시키냐.

스윽─

나는 손을 들어 예지 머리를 슥슥 만져주었다.

".... 내 머리 말한 거 아닌데."

"응?"

아, 내 뒤통수 말한 거였냐.

민망한 기분에 바로 손을 떼어내려고 했는데.

예지는 내 손을 붙잡더니 본인 머리에 얹었다.

"오히려 좋-, 아니, 그냥 계속해줘요."

"...."

뭐지,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옛날에 키운 강아지도 안 만졌는데.

연습실에서 여자 아이돌 머리를 쓰다듬으며. avi

"부드럽고 찰랑거리고 좋네."

"칭찬이죠?"

"당연하지."

순간, 연습실 문에 얼굴을 빼꼼 내민 친구를 발견했다.

'.... 은서야?'

그런 거 아니야. 오해야.

* * *

지올 브랜드 화보 촬영장.

장은서는 특이한 복장을 하고 카메라 앞에 섰다.

열심히 갈고 닦은 포즈를 취하며 촬영에 임했다.

"은서 씨, 거기서 약간 허리를 뒤로 당기고 팔꿈치는 앞으로."

"이렇게요?"

"엑설런트!"

은서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옆에 누군가 다가와 말을 건넸다.

"오랜만이네요."

"아, 사쿠라 상."

미국과 일본, 혼혈인 디자이너.

미국에 올 때마다 종종 만났다.

"진짜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셨죠?"

"그럼요."

".... 눈에 다크서클을 보니까 잘 못 지낸 것 같네요."

"그래도 대표님만큼은 아니죠."

"저요?"

사쿠라 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걸스온탑 심사위원에, 미국 진출도 하시고...."

"에이, 그거야 뭐."

"남미 정글이랑 아프리카 사바나도 갔다 오셨다면서요."

"...."

스케줄을 꿰고 계시네요.

"대표님보다 바쁘게 사는 사람은 없을걸요?"

"아니, 근데."

방금 읊은 것들은 엔터 대표가 할 일이 아니잖아요.

"가져왔습니다!"

그때, 한 디자이너는 옷 한 번을 들고 다가왔다.

여성 티셔츠 '위'에 속옷을 입는 패션.

가끔 이렇게 난해한 경우도 있었다.

"설마 은서가 입을 건 아니죠?"

"에이, 설마요."

".... 다행이다."

은서 분조장 튀어나올 뻔했네.

"제가 어렸을 때는 가끔 이렇게 입었어요."

".... 사쿠라 씨가?"

"네. 어머니, 아버지, 남동생이랑 같이 살 때요."

"아, 일본에서."

"마이 마자, 마이 화자, 안도 마이 브라자."

"...."

이분, 드립 치려고 노린 것 같은데.

표정을 보니까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은서 패션쇼 일정은 나왔습니까?"

"네. 이번 달 말이에요."

"흐음."

모델 경험이 없는데 잘할 수 있으려나.

"은서 씨는 걱정하지 마세요."

"네?"

"모델 워킹 티쳐는 회사로 보내드릴 겁니다."

"아, 감사합니다."

모델은 자신감 아닌가.

현재 입고 있는 패션에 대한 자부심.

장은서도 자신감 하나는 원톱이거든.

화보 촬영을 마치고,

은서는 피곤한 기색으로 자리에 돌아와 앉았다.

"은서야, 이거 마셔."

"음, 아메리카노는 써서 싫은데."

"그래도 마셔."

"예아."

당분간 무조건 몸매 관리하라고 말씀하셨다.

대신 나도 이렇게 같이 아메리카노 먹어주지.

"대표님."

은서는 빨대로 커피를 쪽쪽 빨아 먹으며 말했다.

"예지 언니랑 사귀어요?"

"푸흡."

마시던 커피를 뿜을 뻔했다.

"갑자기 무슨 말이야."

"그냥 머리 쓰다듬는 거, 연인한테 하지 않나."

".... 아니야."

두뇌 100% 풀가동으로 머리를 굴렸다.

"대표로서 키우는 아티스트가 기특해서 쓰담쓰담 한 거지."

"그럼 저는 기특해요?"

".... 그런 편이야."

"그럼 저도 쓰담쓰담 해줘요."

"여기서?"

"네."

스탭들이 다 보고 있는데?

"역시, 은밀하고 비밀스럽게 하신 건가 봐."

"아니라니까."

어쩔 수 없이 은서 머리를 토닥거리며 말했다.

"요즘 머리카락 빠지는 거 아니지?"

"아니에요!!!"

"아니면 말고."

"아잇, 진짜."

은서는 얼굴을 붉히고 화장실로 뛰어갔다.

자기가 만져 달랬으면서.

본인이 더 부끄러워하네.

* * *

이클립스 멤버들은 다시 한국으로 복귀했다.

굿버스킹으로 미국에도 찾는 곳이 많았지만.

"대표님도 진짜 대단하구만."

"동감입니다. 이클립스는 깔끔하게 철수했군요."

"...."

박철민 본부장은 진 실장과 대화를 이어갔다.

"이클립스 멤버들이 계속 미국에 남았다면."

"한국에서 입지는 약해졌겠죠."

"그렇죠."

현재 너튜브에 올라온 굿버스킹 쇼츠 영상이 심상치 않았다.

하루 만에 조회수 1,000만.

슬슬 떡상각을 잡고 있었다.

이미 미국과 한국에서 앨범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었으니.

'미국에 간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차세대 월드스타로 성장하고 있었다.

「굿버스킹」이라는 음악 예능을 발판 삼아.

"진 실장님."

박철민 본부장은 뉴스를 통해 솔라의 소식을 접했다.

"혹시 그 뉴스 보셨습니까?"

"뭐를요?"

"올스타전 개막식 무대."

"아."

한국에도 야구 팬이 얼마나 많은가.

정 대표님의 실력을 새삼 실감했다.

개막식에서 예지와 함께 공연하는 아티스트는 키아라.

'만약에, 예지 혼자 메인을 맡으면....'

리허설 결과에 따라 단독으로 미국 국가를 부른다고 들었다.

멤버 한 명이 세계적인 팝스타를 뛰어넘으면.

솔라를 단순한 아이돌로 보는 사람은 없겠지.

여러모로, 한국인들의 국뽕 감성을 깨워주고 있었다.

"요즘 미국 예능에 많이 출연하시던데."

"에미상 때문.... 아닐까요?"

"일리가 있군요."

매년 9월에 열리는 미국 최대 TV 시상식.

예능이나 드라마, OTT가 후보로 오른다.

"우리 쪽도 열심히 해야죠."

"물론입니다."

"루나 컴백 날짜 잡혔습니다."

"언제쯤....?"

"다음 달이요. 하이엔드 곡이 내려갈 때쯤."

"좋네요."

이미 뮤직비디오 촬영도 마치고 활동을 준비했다.

"아육대는 어떡하죠?"

"그야."

팬들도 이클립스만 기다리고 있는데.

다른 건 몰라도 아육대는 참가해야지.

"루나는 불참하죠."

"네. 알겠습니다."

말은 많지만, 스타 등용문인 건 확실했다.

드르륵─

그때, 루나의 리더가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시아야, 무슨 일이야."

"저 리듬체조 할래요."

"???"

그동안 다른 가수의 작곡이나 피처링으로 활동한 류시아.

굳이 아육대에 나갈 이유는 없었다.

신인도 아니라, 못하면 민망할 텐데.

"주희가 유일하게 금메달을 못 딴 종목이죠."

".... 그렇지."

"그 나머지를 제가 채울게요."

"컴백 준비랑 같이할 수 있겠어?"

"네. 연습하고 있어요."

"알겠다."

루나 역시 스카이 엔터의 아티스트.

평소에 부탁하는 성격도 아니었으니.

박철민은 멀어지는 류시아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앨범이 망해도 좌절하지 않는 꿋꿋한 친구.

루나 멤버들의 버팀목이 되어 주지 않던가.

'그게 아니면....'

솔라의 인기에 눌려서 진작에 해체했을지도 몰랐겠지.

지금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팬덤도 안정적이었다.

'하여튼, 멘탈이 강해.'

언젠가 한번 큰일을 치를 것 같다.

나쁜 의미가 아니라, 좋은 의미로.

그럼 이클립스와 루나 스케줄은 충분히 정리했고.

'마지막으로....'

이수연과 진세은 주연의 「악마가 되었다」.

영화 촬영도 슬슬 크랭크 아웃을 준비했다.

당연히 영화 프로모션 활동도 중요했다.

각종 예능과 너튜브 채널은 기본이었다.

'수호한테도....'

조만간 한국에 한번 들러달라고 말해야겠네.

"보, 본부장님!"

"네?"

"지금 캐시제이 SNS에...."

"캐시제이?"

《Cash Jay : 게시물 3,221 / 팔로워 231백만 / 팔로잉 7,210명》

[GOOD BUSKING!!! solar lol.... <더보기>]

[#Losing Star #Value #Nutube shots]

현재 미국에서 가장 힙한 여성 래퍼 중 한 명.

그녀는 인별그램에 너튜브 링크를 공유했다.

"이거, 홍보 아니죠?"

"네. 전혀 연관 없습니다."

"...."

* * *

자고 일어났더니 세상이 바뀌었다.

솔라는 최근 몇 년 사이에 그런 경험을 유독 많이 했다.

다이애나가 정체를 공개하고, 로이랜드가 대박 났을 때.

그리고, 다시 한 번.

솔라는 「굿버스킹」이라는 날개를 달고 날아올랐다.

'너튜브 알고리즘도 대세를 아는구나.'

굿버스킹 쇼츠는 한미 양국에서 떡상각이 잡혔다.

수많은 팝스타들이 해시태그를 걸고 SNS에 올렸다.

'Losinng Star 노래 영상이....'

너튜브 조회수로 3,500만.

업로드하고 고작 사흘 만에.

심지어, 상승세는 전혀 꺾일 생각이 없어 보였다.

무적 해병대 방송으로 이어진 연타석 홈런까지.

'역배각 확실하네.'

정확하게 예측한 결과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나왔다.

게다가, 아침에 받은 이메일 한 통.

캐시제이 소속사에서 메일이 왔다.

[This is Global Hip studio. To Sky Entertainment.]

-We found your fantastic video clip from....

요약하면, 캐시제이가 솔라와 콜라보하고 싶다는 내용.

좋은 제안에 감사하며, 숙고 후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딸깍, 딸깍─

이내, 보기만 해도 배부른 차트를 확인했다.

[Rank 28 : 「Losing Star」 ]

[Rank 47 : 「Value」 ]

빌보드 차트 순위도 중상위권에 알박 했고.

이제 미국에서도 윗공기 냄새가 솔솔 났다.

똑, 똑─

이내, 홍보팀장님이 노크하고 대표실에 들어왔다.

"대표님, 솔라 앨범 3차 물량 풀었습니다."

"수고하셨어요."

레이첼 씨의 눈빛은 고작 며칠 만에 달라졌다.

빌보드 차트만 봐도 비약적으로 상승했으니.

"한국인 직원들이 왜 그렇게 대표님을 믿는지 알 것 같네요."

"아, 그래요?"

"네. 오히려 그동안 들은 찬양이 부족할 지경이에요."

"...."

바로 앞에서 칭찬받으니 괜히 민망했다.

"구 팀장님 좀 불러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레이첼이 사라지고, 두 명의 스케줄을 정리했다.

은서의 패션쇼 워킹.

예지의 개막식 무대.

두 명 모두 알아서 열심히 하는 성격이지만.

일단, 리허설 무대는 바로 코앞에 다가왔다.

똑, 똑─

이어서, 구 팀장님이 대표실을 찾았다.

"대표님, 부르셨습니까."

"네. 팀장님."

내일 올스타전 리허설 무대.

내가 직접 가주면 좋겠지만.

"중요한 미팅이 있어서 어쩔 수가 없네요."

"제가 잘 케어하겠습니다."

"네. 그럼...."

미국 프로야구 올스타전.

야구선수 뿐만 아니라 미국의 별들이 모이는 자리였다.

물론, 리허설 무대를 보러 오는 월드 스타는 없을 테니.

"잠시만요."

순간, 뒤통수에서 간지러운 감각이 밀려왔다.

"그냥 중요한 미팅을 미루죠."

"네?"

"예지 무대가 더 중요합니다."

"아....!"

갈 필요 없다고 생각할 때는 가야 할 때.

내가 연예계에서 살아남는 방법이었다.

"역시, 대표님께선 아티스트가 먼저군요!"

"...."

그건 아니고, 역배각이 먼저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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