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오해받는 연예계 생활-146화 (146/200)

[146] 버라이어티(4)

다큐 형식의 예능, 「생존 아일랜드」.

보통 촬영지를 섬으로 잡지만, 이번엔 사바나 초원 지대였다.

출연진은 고립된 장소에서 탈출하기를 생존 목표로 삼았다.

"사바나에서 탈출하는 게 목표야?"

".... 놀랍게도."

"세상에."

우리를 버스를 태워서 사바나에 떨구는 제작진.

밤이 오기 전에 자력으로 초원을 벗어나야 했다.

"오빠, 진짜 괜찮겠어?"

"뭐가."

"위험할 것 같아서."

"...."

그동안 역배각 잡은 예능들은 많았는데.

뒤통수 픽은 출연진의 안전을 보장했다.

더럽고, 역겹고, 짜증 날 수는 있을지언정.

"걱정하지 마. 위험할 일은 없을 거야."

"하긴, 멀리서 사냥꾼이 대기한다며."

"응. 멀리서. 사자한테 잡아먹힌 다음에."

".... 복수는 해주겠네."

"그렇지."

동행자는 5천만 너튜버, 베아 그럴스.

영국 특수부대 생존 교관 출신이었다

"지유야, 지금 주희 어딨어."

"야외 주차장에."

"응? 안 들어오고 뭐 하는데."

"뭐하긴, 부싯돌로 불 피우는 연습하지."

".... 도랐."

우리 메인댄서는 불도 피울 줄 아네.

빌보드 차트에 오른 걸그룹 댄서답다.

"요즘 아이돌 커트라인 엄청 빡세구나."

"...."

나는 하던 업무를 정리하고 지유에게 말했다.

"개막식 무대 프로듀싱은 에일리 씨한테 맡겨."

"다이애나가 아니라?"

"응. 내 말대로 해."

요즘 똥촉이 물올랐거든.

"아무튼, 소미랑 민지도 같이 있지?"

"응. 야외 주차장에."

"어, 그래."

곧이어, 주차장으로 나와 멤버들을 확인했다.

'.... 음료수 캔?'

주희는 쓰레기 캔을 버너로 이용했다.

그 속에 불이 붙은 지푸라기를 넣더니.

"소미야, 빨리 고구마 올려!"

"오키도키!"

"...."

우리 애들은 자립심이 정말 강하네.

여고생 두 명은 조기 교육받고 있나.

"크으, 고구마 냄새 보소. 멤버들 나눠주자."

"언니 대박이야!"

"뭘, 겨우 이 정도로."

".... 얘들아?"

멤버들은 얼굴에 숯검댕이를 묻히고 나를 반겼다.

"대표님!"

"깡통을 버너 대신으로 쓰는 거야?"

"네! 초원에서 구할 수 있는 걸로."

"...."

슬쩍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소미.

며칠 동안 계속 뭔가 공부하던데.

"군고구마 드세요!"

"...."

걸그룹 멤버가 직접 피운 불로 구운 군고구마.

'.... 이거 귀한데요.'

고구마는 어디서 구한 걸까.

어이가 없지만, 맛있긴 하네.

앞으로도 우리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지켜주고 싶다.

"얘들아, 벌레 먹는 연습은 안 했지?"

".... 고구마 맛 떨어졌어요."

"농담이야. 계속 먹어."

"헤헷."

당연히 계약서에 구황작물 선에서 정리했다.

걸그룹이 벌레 먹는 영상을 어떻게 찍겠어.

"대표님, 계약서 사진 찍으셨죠?"

"응. 한번 볼래?"

"넵. 보여주세요."

"잠만."

띠링─

이내, 소미는 톡으로 계약서를 전달받고 천천히 확인했다.

"오오, 걸그룹 멤버는 벌레를 먹지 않는다."

"그렇지."

".... 대표님은요?"

"엉?"

순간, 뒤통수에서 짜릿한 감각이 밀려들었다.

이건 똥촉이 아닌 것 같다.

진짜 진짜 좆된 것 같은데.

"대표님은 벌레 먹어도 괜찮으세요?"

"아니, 그게 무슨."

"우리를 위해서 희생하시려고....!"

"아."

상상해버렸다.

베아 그럴스 아재와 함께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을 먹는 상상을.

"살려줘."

양주희는 내 손을 꼭 붙잡고 눈빛을 번뜩였다.

"수호 형님."

"응. 동생."

우리 주희가 초심을 찾았구나.

한동안 형이라고 안 부르더니.

"제가 반드시 벌레 말고 다른 거 구해줄게요."

".... 믿는다."

"오키."

얼마 후, 우리는 LA 공항에서 아프리카로 떠났다.

예상 촬영시간은 당일치기로 짧았지만.

얼마나 고생할지 예상할 수가 없었다.

* * *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미국에 있는 동안에 꽤 많은 일이 있었다.

신곡으로 빌보드 차트에도 오르고,

브레인, 굿버스킹, 무적 해병대에 이어 벌써 네 번째 예능.

게다가, 지올 패션쇼와 미국 유명 스포츠 개막식 무대까지.

구현식 팀장은 서류를 정리하며 무언가를 발견했다.

[코끼리 똥으로 알아보는 코끼리의 행동 심리학]

".... 뭐지, 이건."

코끼리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에 사는 각종 동식물들.

그냥 무시하고 파쇄 하기에는 자료가 너무 방대했다.

"지유야, 잠깐만 이리 좀 와봐."

"네?"

"이게 다 뭐야?"

"아, 그거. 소미가 요청한 자료요."

"흐음."

그냥 슬슬 넘기면서 봐도 며칠은 걸릴 분량.

"하루 만에 다 보던데요?"

"에이, 설마."

"브레인 기출문제랑 많이 겹쳤대요."

"...."

정수호 대표님과 함께 떠나서 그런가.

그만큼 준비를 열심히 하는 모양이다.

"개막식 무대 오를 곡은 선정했나?"

"네. 수호 오빠가 고르고 갔어요."

".... 벌써."

언제부터였을까.

대표님의 일 처리 방식은 더 빠르고 날카로워졌다.

아마 SBC 방송국에서 정글에 다녀온 이후부터였나.

아직도 성장할 여지가 남아있다니.

연예계에서 전무후무한 천재였다.

"지유야, 그 소문 들었어?"

"무슨 소문이요?"

"...."

스윽─

구 팀장은 대표님의 컴퓨터를 빤히 바라봤다.

어떤 방송이 뜨고, 어느 연예인이 무너질지.

연예계 각종 정보를 저장했다는 소문이었다.

'원피스보다 값진 보물....!'

어쩌면, 디스패치보다 정확하고 방대하지 않을까.

이제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도 잘 정착했으니.

"저도 그 소문 듣고 물어봤어요."

"오, 뭐라셔?"

"그런 거 없다던데요."

"...."

그래. 당연히 그렇게 말씀하셨겠지.

"팀장님."

그때, 에일리 프로듀서가 사무실에 들어 말을 건넸다.

"제가 어떤 소식을 들었거든요."

"???"

그녀의 입에서 뜻밖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키아라가 예지 씨랑 경합한다면서요."

"아, 네. 맞습니다."

"...."

협회 측은 리허설 무대를 통해 <메인>과 <서브>를 판단하기로 했다.

메인은 미국 국가를 단독으로 부른다.

아마 인지도나 음악성이 기준일 텐데.

"제가 프로듀싱을 맡을게요."

"혼자서요?"

"네. 맡겨주세요."

에일리는 단호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저기."

이내, 엄지유는 옆에서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예상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지시를 받았다.

"수호 오빠는 벌써 그렇게 결정했어요."

"네?"

"에일리 프로듀서님께 맡기라고."

"...."

에일리는 감격한 표정으로 굳은 의지를 다졌다.

"개막식 무대, 반드시 메인 가져올게요."

"그래요. 부탁합니다."

개막식 무대 리허설은 7월 중순이었으니, 당연히 발표도 그쯤이었다.

코첼라 때 메인은 키아라, 서브는 솔라.

순수 실력으로 자리를 되찾을 차례였다.

* * *

각종 동물이 서식하기 좋은 사바나 기후.

특히, 아프리카 사바나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수많은 포유류가 살고 있다.

부르르릉─

낡은 지프의 배기음이 잔잔하게 울려 퍼졌다.

눈을 안대로 가리고 있어 앞을 볼 수 없었지만.

'북서쪽으로 가고 있구나.'

베아 그럴스는 특수부대 출신답게 이동 경로를 쉽게 파악했다.

아직 소녀들은 잘 모르겠지만.

저녁쯤에는 돌아갈 수 있었다.

잠시 후,

기지개를 켜고 차에서 내리는 탐험대원들.

정수호, 양주희, 신소미, 남민지.

「걸스온탑」 인기 멤버들이었다.

"자, 여기서부터 자력으로 빠져나오시면 됩니다."

"흐음."

카메라맨 한 명을 제외한 스탭들은 지프차를 타고 멀어졌다.

탐험대원 중에 당황하거나 긴장하는 인원은 아무도 없었다.

'아직 초원의 무서움을 모르는구나.'

겨우 당일치기라 그러는 걸까.

솔직히, 마음만 먹으면 풍족하게 살 수 있었지만.

피디는 계약한 선에서 타이트한 촬영을 요구했다.

'어쩔 수 없....'

그때, 소미는 슬쩍 주변을 둘러보며 손가락을 들었다.

"우리 저쪽에서 왔어요."

"????"

분명히 경로로 이리저리 바꾸면서 이동했거늘.

"남동쪽으로 계속 가다 보면 돌아갈 수 있겠네요."

"그걸 어떻게 확신하지?"

"훈련받았어요."

"...."

걸그룹이 무슨 훈련을 받아.

양주희를 빼면 오합지졸이라고 생각했는데.

소미는 그보다 중요한 생존 지식을 보유했다.

"아, 여깄네."

그녀는 동물의 발자국을 확인하더니 말했다.

"코끼리 떼가 저쪽으로 갔어요. 깊이가 7cm 이상이고 주변이 촉촉해요."

"아니....?"

진짜 걸그룹 멤버 맞냐.

그건 언제 공부한 건데.

"이쪽으로 가면 위험해요. 일단 수풀 쪽으로 가요."

".... 확실해요?"

"네! 브레인 기출 범위에요!"

"...."

무슨 기출 범위.

이내, 우거진 초목에 자리를 잡고 앉은 탐험대원들.

소미는 주변을 꼼꼼히 확인하고 돌아와 입을 열었다.

"여긴 안전해요. 불 피워도 될 것 같아요!"

"...."

베아 그럴스는 주머니 속 라이터를 만지작거렸다.

걸그룹이라 배려하는 차원에서 가져온 물건인데.

'이걸 주면 방송 분량이 안....'

치익, 칙, 칙─

그때, 양주희는 어디서 챙겼는지 부싯돌을 튕기기 시작했다.

"에이, 그게 그렇게 쉬운...."

"야야, 바람 불어! 발암!"

"후후후, 후욱─!"

"...."

설마 식량까지 구해오지는 못하겠지.

야생은 그렇게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곧이어, 소미와 주희는 함께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했다.

한 명은 뇌지컬, 나머지는 피지컬.

머리와 행동, 업무 분담이 확실했다.

".... 지금 뭐하는 거예요?"

"아, 사냥용 덫 만들고 있어요!"

"재료는 어디서....?"

"나뭇가지만 있으면 돼요! 밧줄이랑 링은 가방에 있으니까."

"...."

당신들 뭐야.

걸그룹 맞냐.

"토끼 두세 마리만 잡자."

"오늘 삼시세끼 다 먹는 거 아냐?"

"그러게. 솔라세끼 다 먹겠네."

"근데 누가 해체하지?"

"...."

두 여인은 베아 그럴스를 빤히 바라봤다.

그것까지 해결하면 어려움이 없지 않나.

"아이고, 어쩌죠? 지금은 칼이 없네요."

"그럴 줄 알고 준비했어요."

"...."

양주희는 가방에서 나이프를 꺼내 건넸다.

".... 준비성이 철저하네."

"그럼요."

뭘까, 섬에 떨어져도 살아남을 것 같은 소녀들은.

"남민지 씨 자네는 뭘 잘하나?"

"사인 잘해요"

"응···.?"

걸그룹 멤버들은 직접 피운 불에 토끼를 구워먹었다.

"맛 없엉."

"주는 대로 먹어."

"군대에서는 그냥 먹었지."

"여기서도 그냥 먹어."

"웅."

양주희는 토끼 다리를 떼어내 수호에게 건넸다.

"수호 형님, 한입 잡솨봐!"

"그래. 고맙다."

전 세계 방송 역사상 새로운 그림인 건 확실했다.

* * *

이건 무조건 너튜브 박제각이겠네.

걸그룹 멤버가 돌도끼 사냥이라니.

".... 실화냐."

엔터 대표로서 불안한 마음이 앞서는 건 당연했다.

뒤통수가 간지러운 이유는 머리를 안 감아서일까.

원래 역겨운 음식-, 아니, 벌레나 생고기를 먹는 방송이었는데.

주희와 소미를 합치면.

흡사 제갈량과 관운장.

소미는 생존 지식을 뽐냈고, 주희는 탈인간 피지컬로 실천에 옮겼다.

처음에는 당황했던 베아 그럴스 아재도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대표님."

남민지는 나와 함께 걸으며 그녀들의 활약을 지켜봤다.

"걸그룹이 되기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 그 정돈 아냐."

"저도 걸그룹 할 수 있을까요?"

"이미 하고 있잖아."

"아 그러네."

잊어버렸냐.

"근데 여긴 너랑 소미가 오고 싶어한 거잖아."

"에이, 그건 아니고."

".... 미스터 정!"

이내, 베아 형님이 내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소녀들한테 무슨 훈련을 시키신 겁니까?"

"예?"

"혹시 특수 부대라도 보낸 거예요?"

"군대는 보냈는데요."

"역시, 양주희는....!"

"아뇨."

양주희는 군대 안 갔어요.

"엑설런트! 군대를 두 번쯤 갔다 온 것 같군요!"

".... 한 명은 두 번 갔는데요."

"역시!!! 양주희는....!"

"아니."

걔는 군대 안 갔다니까요.

"대표님, 그냥 고정 출연하시죠."

".... 놉."

"까비."

이 정도면 방송 분량은 충분히 뽑았다.

주변에서는 인적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거의 끝나가는 건가....'

멀리서 피디가 신호를 보냈다.

마지막 식사를 준비하라는 뜻.

이내, 우리는 근처에 자리를 잡고 능숙하게 불을 지켰다.

베아 그럴스 아조씨는 가방을 뒤적거리며 입을 열었다.

"여러분, 제가 단백질 보충제를 가져왔습니다."

"오, 진짜요!?"

단백질 보충제 소리에 끼어드는 양주희.

그런데, 내용물을 보더니 소리를 질렀다.

"꺄아악!"

"으아."

살아있는 애벌레를 왜 가방에 가지고 다닐까.

그는 나무 꼬챙이에 벌레를 끼우기 시작했다.

"맛은 별로지만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죠."

"...."

이내, 베아 형님은 벌레 하나를 쭉 짜더니 입에 넣었다.

비주얼 쇼크가 이런 걸까.

애벌레를 짜면 즙이 나온다. 메모.

"퉷! 지금처럼 톡 쏘는 맛이 나면 먹기 좋은 벌레가 아닙니다."

".... 먹기 좋은 벌레가 어딨어요."

어떻게든 한 장면 만들고 싶은 것 같은데.

아직 인간의 존엄성을 버리지 못하겠어요.

"흠, 구워서 먹죠. 그냥은 못 먹겠네요."

"구워도 못 먹어요."

"까비."

프로페셔널이란 이건 걸까.

그의 실력이면 벌레를 먹지 않아도 생존할 수 있었다.

소금 하나만 있어도 멧돼지도 사냥하는 사람이었으니.

'당신을 기억할게요.'

다시는 카메라 앞에서 보고 싶지 않은 사람으로.

* * *

얼마 후.

결국, 무사히 촬영을 마치고 회사로 복귀했다.

국내외 팬들은 방송 날짜를 손꼽아 기다렸다.

드디어 「굿버스킹」 본방송 시각이 다가왔다.

"지유야, TV 틀어봐."

"응."

미국의 직원들은 휴게실에 모여 TV를 시청했다.

브레인 이후, 미국에서 잡은 세 가지 예능의 성적표.

그에 따라 미국에서 솔라의 입지가 오르길 기대했다.

"오, 시작한다."

처음 미국에 진출했을 때는 살짝 서투른 감이 있었는데.

어느새 적응을 마친 멤버들의 표정은 자신감이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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