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오해받는 연예계 생활-145화 (145/200)

[145] 버라이어티(3)

소미와 민지의 전역을 코앞에 두고,

마침내 CBC 방송국의 「굿버스킹」 예고편을 시청했다.

한국도 미국도, TV 시청률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지만.

'기대해봐도 되겠는데?'

미국에서 역사와 전통이 있는 메이저 방송국.

브레인도 역배각이라 반응이 꽤 좋았으니까.

「굿버스킹」

평균적으로 1프로대, 최대 2프로도 나오는 시청률.

"지유야, 본방송이 언제야?"

"7월 중순."

음악 예능이라 편집이 오래 걸리나.

무적 해병대와 방영 날은 비슷했다.

일단, 음방 예능이니까.

음반 판매나 방송 실적으로 직결되는 건 당연했다.

"아, 그리고 은서 언니 엠버서더 기사 뜰 거야."

"...."

패션 쪽이라 막막하지만.

딱 하나 확실한 건 있었다.

"뽑히는 게 중요한 게 아니야."

"그건 맞지."

패션쇼에서 모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지.

위축되지 않고 당당하게 의상을 소개할 수 있는지.

"은서 언니는 잘할 거야!"

".... 그래."

일단, 지올 패션쇼는 은서를 믿어보기로 하고.

최근에 미국에서 고용한 현지 직원들 눈빛이 조금 달라졌다.

빌보드 차트도 오르고, 예능 성적표도 점점 눈에 들어오니까.

"대표님."

홍보팀장 레이첼은 내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예능 위주로 프로모션 진행해보겠습니다."

"그래요. 부탁해요."

일단, 남은 예능은 생존 아일랜드 하나.

앞으로 이어지는 활동 계획을 정리했다.

'오늘 구 팀장님이 소미랑 민지만 데려오면....'

미국에서 잡힌 행사와 공연들.

예능과 라디오 스케줄도 있고.

"홍보팀장님, 생존 아일랜드 측과 미팅 잡을게요. 이번엔 주희랑 같이."

"네. 준비하겠습니다."

".... 지유야?"

한쪽에서 스마트폰을 들고 심각한 표정을 짓는 지유.

방금 전까지 엄청 표정이 밝았었는데.

무슨 일인가 싶어서 가까이 다가갔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오빠, 소미가 군복 입고 라방 켰는데?"

"군대에서?"

"아니, 전역하자마자."

"...."

우주아이돌 갓소미 채널, 오랜만에 켠 라이브 방송.

엄지유한테 스마트폰을 건네받고 방송을 시청했다.

-자자, 여러분 이거 보이세요?

-대박, 대박 신 하사님!

-그래요. 남 이병.

미 군복을 입은 두 여고생.

거의 만담 콤비가 다 됐다.

-독수리와 지구본, 그리고 닻! 미 해병대 표식이죠!

-수료식 때 받았어요!!

-미쳐따리. 이제 미군필 여고생이라고 불러주쎄용.

-헤헤헤.

그래. 강해 보이긴 하는데.

누구 마음대로 라방을 켰어.

"지유야, 구 팀장님한테 전화해서 방송 끄라고 해."

"아, 그럴까?"

"응. 무슨 실수 할지 무섭다."

"알겠엉."

뭐지, 갑자기 왜 뒤통수가 간지럽냐.

불안한 마음과 함께 느껴지는 감각.

"잠깐만, 그냥 내버려둬."

"응?"

역배각이었다.

고작 라방에서.

무슨 헛소리를 하려나 잠자코 지켜보고 있었는데.

-생존 아일랜드 출연진 스포합니다!

-스포합니다!!!

양주희가 나가는 건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이미 정글에서 생존 실력을 증명했으니까.

-정수호 대표님이랑 저희랑 주희 언니!

-오오, 라인업 쩔어.

-멤버 바뀌면 우리 둘이 해병대 머리로 자를게요!

-.... 그런 말씀은 없었자나요.

-이거슨 해병대의 굳은 의─지.

-앗, 아아.

전 세계 수만 명이 보는 앞에서 공약을 뱉어버렸다.

미친 소리 하고 있네.

저거 왜 저러는 거야.

"훈련이 많이 힘들었나."

"엄청 힘들었나 보네."

"아무리 그래도."

주희 혼자 출연하는 건데 왜 저래.

일단, 나는 또 왜 걸고넘어지냐고.

".... 어이가 없네."

뒤통수는 간지러움을 넘어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 * *

미국에서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는 걸그룹, 솔라.

빌보드 핫100 차트인 이후 한동안 정체되었던 솔라의 음원.

최근 타이틀곡 뿐만 아니라 후속곡 순위도 오르기 시작했다.

[Rank 82 : 「Losing Star」 ]

[Rank 96 : 「Value」 ]

유통을 맡은 RSB 음반사는 이 현상을 고무적으로 평가했다.

아직 빌보드 최상위권은 아니지만.

인지도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었다.

핀 브라운은 점점 오르는 음원 성적을 보며 턱을 매만졌다.

'역시, 정수호인가.'

성공하는 궤적이 눈에 보이는 듯 착실하게 왕도를 따라갔다.

인지도를 야금야금 키우고, 행사 위주로 스케줄을 구성했다.

삐이이─

이내, 핀은 유선 전화로 비서를 호출했다.

곧이어, 노크하고 대표실에 들어온 비서.

"대표님, 부르셨습니까?"

"지금 신소미 씨는 ABS 방송국에서 스케줄 중이라며."

"네. 무적 해병대입니다."

"그렇군."

가을마다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를 주최하는 ABS 방송국.

역시, 정수호 대표는 모든 스케줄을 계획적으로 진행했다.

'하긴....'

그는 이미 에일리 프로듀서를 계약직으로 부리는 엔터 사장이니까.

그래미 어워드는 1만여 명의 전문가가 수상자를 정하지만.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는 최종 수상을 대중 투표에 맡긴다.

만약에, 솔라가 AMA에서 굵직한 상을 탄다면.

'.... 내년 1월 그래미까지 내다본 거였어!!'

가끔 정 대표가 너무 큰 그림을 그려서 예측이 안 될 때도 있었다.

"앞으로 솔라 스케줄은 전부 보고해."

"생존 아일랜드는...."

"그건 이미 보고받았지."

"아, 은서 양이 지올 엠버서더로 발탁됐다고 합니다."

"패션이라...."

모델 경력 없이 쉽게 버티기 힘든 자리.

이번에는 어떤 의미로 잡은 스케줄일까.

"한번 지켜보자고."

"네. 대표님."

현재 솔라의 멤버 중 미국에서 잘나가는 인기 멤버는 두 명이었다.

로이랜드의 서브 히로인 예지.

미국 예능에서 활약하는 소미.

현지에서 생긴 팬덤은 두 명을 중심으로 굴러갔다.

또한, 도하나 작곡 실력은 이미 충분히 검증했으니.

'이제 양주희 한 명만 남은 건가.'

아마도 다음 예능인 생존 아일랜드.

생존 아일랜드에서 베아 그럴스의 존재감을 넘을 수는 없다.

걸그룹은 고사하고, 여자 게스트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방송.

최소한 그와 보조를 맞출 수만 있다면.

독보적인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을 터.

그때, 비서는 놀란 어조로 핀에게 보고했다.

"대표님!! 신소미랑 남민지도 생존 아일랜드에 나간다고 합니다."

"뭐라고!?"

"거기다 정수호 대표님 본인까지....!"

"...."

그의 선택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매번 좋은 결과로 이어졌으니까.

잠시 후, 비서가 나간 뒤에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띠리리링─

스포츠 관계자.

가끔 음악 작업 외주를 맡기는 미국 프로야구 협회였다.

-예지 씨가 후보에 올라서 연락드렸습니다.

"후보라면....?"

핀은 상대의 말을 듣고 눈을 동그랗게 치켜떴다.

미 프로야구 올스타전 개막식.

미국 국가를 부르는 초청 가수.

이례적으로 다른 나라의 가수를 초청하기도 했다.

특히, 김예지는 올해 로이랜드로 이름을 알렸으니.

-개막식 무대는 두 명의 가수가 초청받았습니다.

"그럼 미국 국가는....?"

-둘 중 한 명이 불러야죠.

"상대는 누굽니까?"

-팝스타, 키아라 씨입니다.

"...."

핀 브라운은 진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에일리가 키운 키아라.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지금 에일리는 스카이 엔터의 프로듀서로 있으니.

"그럼 둘 중에 누가 미국 국가를 부르는 겁니까?"

-그건 7월 중순쯤 발표할 겁니다.

".... 아."

높고 어렵기로 유명한 미국 국가.

미국인인 키아라가 유리할 터였다.

'아니, 잠깐만....!'

굿버스킹과 무적 해병대 본방이 언제더라.

전화 상대가 말한 날짜보다 살짝 빠르던데.

'.... 이것도 예상한 거야!?'

정수호 대표는 어디까지 앞을 내다보는 걸까.

* * *

소미의 뻘짓은 전혀 예상 못 했다.

미군필 여고생 두 명은 구석에서 벽을 보고 서 있었다.

미 군복을 입은 채 벽 보고 반성하는 모습이 가관이다.

"대표님, 어쩔 수 없을 것 같습니다."

"...."

구 팀장님은 볼을 긁적이며 말했다.

"대표님께서 생존 아일랜드에 출연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냥 소미 머리를 빡빡 밀어버리면 안 되나."

"...."

순간, 벽에 붙어서 움찔하는 소미.

사실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미국에서 신뢰는 생명.

라방에서 진담으로 뱉은 말을 주워담을 순 없었다.

"구 팀장님, 쟤들은 대체 왜 그런 거래요?"

"입을 열지 않습니다."

"아, 그렇게 나가고 싶었으면 말을 하던가."

"...."

그래, 그건 또 둘째치고.

내가 왜 나가야 하는 거야.

"The CQ 방송국 측에서는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당연히 그렇겠죠."

브레인에서 천재 이미지도 있고.

굿버스킹 시청률도 잘 나왔으니까.

결론적으로, 소미랑 민지가 출연해도 역배각은 떴지만.

'.... 나는 왜.'

뒤통수의 간지러움은 나를 왜 이렇게 괴롭히는 건가.

"지금 The CQ 방송국에 출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 베아 그럴스 씨도 오셨다고요."

"네. 대표님."

무적 해병대가 군대 사나이의 상위 호환이라면.

생존 아일랜드는 SBC 방송국 정글의 상위 버젼.

거기서 모기 때문에 고생한 걸 생각하면.

"제가 운전할게요. 주희랑 소미, 민지까지 한 번에 가죠."

"네. 알겠습니다."

".... 쟤들은 저기 5분간 더 서 있다가 출발할게요."

"네. 대표님."

소미랑 민지는 벽에 붙어서 서로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둘이서 진짜 친해졌네.

미 해병대 전우회 아냐.

이번처럼 신소미는 종종 역배각을 틀어버린다.

민지도 걸스온탑에서 밀어줄 마음이 없었는데.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이왕 이렇게 된 거 좋게 생각하자.

그래도 이번 생존 아일랜드만 끝나면.

역배각 뜬 예능은 다 털어내는 거니까.

"애들아, 일로와."

이내, 소미와 민지는 눈치를 보더니 터벅터벅 걸어왔다.

"그렇게까지 생존 아일랜드가 하고 싶었어?"

"아니, 그런 건 아닌데."

"됐어, 나도 너희 마음 다 알아."

"...."

학창 시절에 연습 생활이나 활동하느라 수학여행도 못 가니까.

무슨, 캠핑 정도로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보다 훨씬 고생이었다.

"아무튼 너희가 가고 싶어서 가는 거니까 열심히 하자."

".... 예아."

띠링─

그때, 핀 브라운 씨에게 톡이 날아왔다.

"일단 너희 둘이 주차장에 가 있어."

"넹."

"헹."

군필 여고생 두 명이 아주 깨발랄하네.

특히, 신소미 덕분에 심심할 틈이 없어.

뚜루루루─

이내, 방금 받은 톡을 확인하고 곧장 전화를 걸었다.

"헬로우. 핀 브라운 씨, 잘 지내셨죠?"

-물론입니다.

지금도 솔라 음반 유통으로 노력하는 동업자.

상대는 믿기 어려울 만큼 큰 건수를 언급했다.

-예지 씨가 프로야구 개막식 무대에 초청받았습니다.

"오오, 정말입니까?"

-전부 예상하고 있었으면서 놀란 척을 하시는군요.

"???"

예상하긴 뭘 예상해요.

-방송일까지 다 고려해서 짜신 예능 스케줄 아닙니까.

".... 제가요?"

-AMA랑 그래미도 노리고 계신다면 슬슬 출품하시죠.

"...."

그래미는 무슨, 그래미예요.

이제 막 미국에 데뷔했는데.

-그래미는 8월까지 트랙을 출품해야 수상 후보에 들 수 있습니다.

"네. 그건 알고 있지만.

-바쁘시면 제가 대신하겠습니다.

"아, 네."

뚝.

내가 방금 무슨 말을 들은 건지 모르겠다.

솔라는 벌써 팝 아티스트 취급을 받는 건가.

빌보드 핫100 순위는 아직도 오르고 있었다.

'미국 프로야구 올스타전 개막식 무대면....'

조만간, 예지 얼굴을 모르는 야구 팬이 없겠는데.

* * *

오지 탐험 전문가.

베아 그럴스는 진지한 표정으로 너튜브 영상을 감상했다.

"와우, 이 친구가 양주희라고 했나?"

"맞아요."

피디가 보여준 한국의 한 예능 방송.

솔직히 거의 주작이라고 예상했는데.

".... 이 친구는 찐이야."

"그렇습니까?"

하루 이틀 준비로 나오는 자세가 아니었다.

아니면, 천부적인 운동신경을 갖고 있던가.

"걸그룹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네. 맞아요."

한국의 엔터는 걸그룹에게 뭘 가르치는 걸까.

보통 노래랑 안무 아니었나.

혹시 내 상식이 잘못된 건가.

"지금 방송국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오, 그렇습니까?"

양주희와 정수호, 신소미와 남민지.

소규모 오지 탐험대가 결성되었다.

당연히 탐험대 리더는 5천만 너튜버인 베아 그럴스.

그는 탐험대원들을 반가운 미소와 함께 맞아주었다.

"잘 오셨습니다."

"...."

몇 명은 표정이 어두웠지만.

사소한 건 제쳐놓기로 하고.

"다들 기본적으로 애벌레는 먹어보셨겠죠?"

"???"

뭐야, 여기 정글 갔다 온 멤버 아닌가.

다들 왜 예상 못 했다는 표정을 짓나.

"혹시 원숭이 오줌도 안 먹어보셨나요?"

"?????"

그럼 대체 뭘 먹어본 거지.

"잠깐만요, 우리 어디 가는 겁니까?"

정수호 대표의 말을 듣고, 베아 그럴스는 입을 열었다.

"사바나, 초원이죠."

".... 안녕히 계세요."

이내, 꾸벅 인사하고 문밖으로 도망하는 소미.

정수호는 냉큼 달려가 그녀의 뒷덜미를 잡았다.

"계속 말씀하시죠."

"우리 엄마 변호사예요!!!"

"동의서 받고 옴."

".... 아하."

The CQ 방송국과 스카이 엔터는 계약서를 작성했다.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뭐까지 먹을 수 있는지.

탐험대원들은 조항을 확인할 때마다 눈썹이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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