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오해받는 연예계 생활-144화 (144/200)

[144] 버라이어티(2)

소미 입대 당일.

나는 스페이스 어플로 라이브 방송을 켠 소미를 바라봤다.

연습실에서 다른 멤버들도 같이 소미를 위로해 주는 모습.

미국에서도 소통할 수 있어서 좋네.

"소미야, 울지 마."

"언니들, 보고 싶을 거야. 이잉."

".... 2박 3일인데."

내 말이 그 말이야.

신소미는 타고난 어그로꾼인 것 같다.

채팅창은 이미 눈물로 바다를 이뤘다.

-가디마 ㅠㅠㅠ

-우리 소미 괴롭히지 마 ㅠㅠㅠㅠ

-정수호 니가 가라 해병대

-겨우 2박 3일 아님....?

-금방 돌아올 텐데 ㅋㅋㅋㅋㅋ

-라방만 세 시간째.... ㅠ

-태양빛 눈치 챙겨

-소미야 사랑해 >_<

-언니 예뻐요

슬슬 가야 하는데 언제까지 저럴 거야.

이동시간 생각하면 거리가 꽤 있어서.

"소미야, 인제 그만 가자."

"아앗, 아직 할 말이 남았어요!"

"...."

지금 3시간 동안 라방 켰어.

여기서 무슨 말을 더 하려고.

"그래, 그럼 10분만 더 줄게."

"여러분! 저는 이제 떠나지만, 언니들을 잘 부탁해요!"

".... 10분 됐다. 가자."

"아아악! 아직 10초도 안 됐어요!"

"기분 탓이야."

나는 시청자들에게 라방 종료 양해를 구했다.

-드디어 끝났나?

-끝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세 시간 길었다.... ;;

-아직 소미 보고 있다곸ㅋㅋㅋㅋ

-소미야 가지마ㅠㅠㅠㅠ

-가지마ㅠㅠㅠㅠ

-제발 ㅠㅠㅠ 제발 그만 가줘

-솔라 사랑해!

나는 소미가 댓글창을 보기 전에 냉큼 라방을 종료했다.

시청자들 단호하네.

옛날 같지 않다니까.

"대표님, 보셨죠? 팬들이 얼마나 저를 사랑하는지."

"그러게. 사랑이 넘치네."

"이러다 제가 군대에서 다쳐서 오면 어쩌시려고!"

"...."

그럴 일은 없어.

뒤통수 픽이거든.

"네가 일부러 다칠 건 아니잖아."

"당연하죠!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몸인데!"

"그래. 그러니까."

"???"

소미랑 민지는 비슷한 '결'이 있었다.

나르시시즘은 두 그룹 통틀어 최고야.

"얘들아, 소미랑 갔다 올 테니까 팀장님 말 잘 듣고 있어."

"네에!"

이내, 소미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대표님, 근데 민지는....?"

"아."

어제부터 스케줄이 있는 걸로 알고 있었으니.

군대 가서 민지랑 만나면 부둥켜안고 울려나.

"민지는 따로 갈 거야."

"그래용?"

지금 군대에 있어.

너보다 하루 먼저.

바로 말해주고 싶지만, 방송국 측에서 숨겨달라고 하네.

"가면 만날 수 있을 거야."

"빨리 보고 싶다. 헤헷."

"...."

이렇게 친한 줄 몰랐네.

부르릉─

이내, 밴에 시동을 걸고 소미와 함께 군부대로 향했다.

솔라가 미국에 뿌리를 내리는데 소미의 공이 컸다.

오자마자 브레인에서 천재 소녀로 눈도장 찍었으니.

"소미야, 그래도 재입대라서 할 만할 거야."

"대표님도 허실?"

".... 방금 말은 실언이었다, 쏘리."

"봐 드림."

재입대는 더 하기 싫겠네.

얼마나 족 같은지 아니까.

그래도 하루 먼저 입대한 후배가 있으니까.

둘이 의지하면서 2박 3일만 버티면 되겠네.

"대표님, 혹시 생존 아일...."

"응?"

소미는 무언가 말하려다 그만두었다.

어느새, 밴은 목적지 근처에 도착했다.

끼이익─

멀리 보이는 군용 버스 한 대와 근처에서 대기하는 조교들.

입소하는 일반인과 연예인들이 주변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소미야, 화이팅."

"...."

소미의 두 눈가는 촉촉하게 젖어있었다.

".... 이제 가."

* * *

미 해병대 입소는 버스에 타기 전부터 시작이었다.

소미는 무섭게 생긴 언니들과 함께 걸었다.

그리고, 더 무섭게 생긴 조교들이 소리쳤다.

"빨리! 탄다! 신속하게! 서둘러라!"

"허리 업! 레쓰 고! 비 온 더 버스!!"

"비 온 더 버스!!!"

정신 나갈 것 같애.

"무브, 무브! 허리 업!!! 패스털!!!"

"거기 여자 뜁니다! 허리 업! 허리 업!!!"

"You!!! Hurry!!!!!"

"...."

아웅 귀아펑.

계속해서 울려 퍼지는 고막 밀착 샤우팅.

2천만 원 받는 행사도 이렇게 안 뛰는데.

이내, 영상 속 군복을 입은 중년 남성의 음성이 버스에 울려 퍼졌다.

-미 합중국 해병대로서 여정의 시작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제부터 엄격하고 힘든 훈련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멍한 표정으로 버스에 몸을 맡겼다.

이리저리 흔들리고 덜컹거리더니만.

이내, 도착하자마자 조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쳤다.

"허뤼 업! 빨리! 내린다! 어서!!!!"

"무브, 무브! 레쓰 고!!!"

선생님덜, 한 번만 말해도 다 알아들어요.

버스에서 내리고, 본적격인 2박 3일의 미군 생활을 시작했다.

촬영진과 조교, 입소자가 뒤섞이며 북적거리는 장관을 이뤘다.

'.... 왜 없지?'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민지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어서! 두 줄로 만들어!!! 무브!!!!!"

"비하인드 유! 비하인드 유!!!"

조교들은 고막 밀착 샤우팅 창법으로 계속해서 소리쳤다.

"You!!! Stand up!!!"

"에?"

순간, 어떤 조교는 옆 사람에게 밀착해서 소리를 질렀다.

"아이, 아이, 서전트!!! 이렇게 대답합니다!!!"

"아이, 아이, 서전트!"

"톡 라우더!!! 더 크게 말해!!!!!"

"아이, 아이, 서전트!!!"

"안 들려!!!!!"

거짓말하지 마세여.

다 들리잖아여.

미군 조교는 한국 조교보다도 화가 많았다.

귀에 대고 소리를 뺵뺵 지르는 게 습관인가.

"앞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아시겠습니까?"

"아이, 아이, 서전트!!!"

이제 만족스러운 듯 돌아서는 그녀.

시작부터 고된 일정이 눈에 훤했다.

그때, 상사급 조교가 다가와 소미를 따로 불렀다.

"지금이 재입대라면서."

"아, 네. 맞습니다!"

군대사나이와 무적 해병대 세계관!

제작진이 미리 준비한 컨셉인가 봐.

"한국군에서 하사 계급을 수여했다고 들었네."

"넵! 그것도 맞습니다!"

"흐음, 그런가."

미국은 한국의 자랑스러운 동맹국.

서로 군대를 파견하는 우방 아닌가.

"훈련은 똑같이 받지만 하사 계급은 유지하도록 하게."

"아이, 아이, 치프!!"

곧이어, 조교를 따라 들어간 생활관.

하루 먼저 입소한 '선임' 숄져들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동행하던 조교들이 나가고, 익숙한 한국말이 들려왔다.

"아이고, 선배님 오셨네요?"

"???"

남민지가 왜 여기서 나와.

상황을 파악하는 데에 3초도 걸리지 않았다.

문득, 한국에서 민지와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우리 민지는 잡초 같아.

-아하, 끈질기고 인내심이 강해서요?

-아니, 밟아도 밟아도 계속 자라나. 안 뒤져.

-.... 힝.

주변 눈치를 보며 눈알을 굴리는 걸 보면 아직도 멀었다.

"여기선 선배님을 뭐라고 불러야 하나....?"

"남 이병님, 귀 대보셔요."

"예?"

소미는 민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신 하사님이라고 불러라."

".... 아."

"잘하자."

뿌리 깊은 갑을 관계는 하루 만에 바뀌지 않았다.

"아, 그런 게 어딨어요!"

"요오? 요─오?"

"어딨지 말입니다."

* * *

소미랑 민지는 많이 친해졌겠네.

군대도 같이 가고, 이러다 친구 먹는 거 아닌지 몰라.

나이 먹고 보면 한 살 차이는 진짜 아무것도 아니라.

끼이익─

솔라 숙소 앞에 밴을 세우고 스케줄을 정리했다.

특히, 공연이나 콘서트 관련 일정.

소미 돌아오자마자 행사 뛰어야지.

그리고,

굿버스킹, 무적 해병대에 이어 세 번째 예능.

「생존 아일랜드」의 피디님과 미팅도 잡았다.

'그래도 이건 주희 혼자서....'

소미나 민지가 그런 환경에서 버틸 순 없겠지.

이번엔 뒤통수 촉도 양주희한테만 반응하니까.

톡, 토톡─

은서를 기다리며, 스마트폰으로 한국 연예계 뉴스를 검색했다.

"와우, 이걸 진짜 하네."

지상 최대 오디션, 「걸스 오퍼레이션」.

빅 3가 합심한 오디션이 베일을 벗었다.

프로모션도 그렇고, 세트장에 돈을 얼마나 퍼부었는지.

이건 볼 때마다 뒤통수가 계속 간지럽다.

얼마나 크게 망하려고 이런 반응이 오냐.

턴업 레코즈, 서태성 프로듀서님이랑 친하니까.

조심스럽게 느낌이 안 좋다고 전해주긴 했지만.

'그 이상은 오지랖이지.'

강하게 어필해 봤자 잔칫상에 재 뿌리는 행동밖에 안 됐다.

띠링─

그때, 은서는 나오고 있다는 톡을 보냈다.

백화점에서 단둘이 쇼핑하고 싶다는 약속.

저번부터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오늘 아침에 은서한테도 개인 스케줄이 들어왔다.

사쿠라 씨가 직접 제안한 지올 패션쇼 엠버서더.

모델도 연예계 관련일까.

아직 뒤통수에 반응은 없어서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정배도, 역배도 아닌 작품은 특히 조심스러웠으니.

드르륵─

이내, 밴이 열리고 은서가 고개를 내밀었다.

"아니다, 오늘은 조수석에 탈래요."

"뭐야, 그냥 뒤에 타."

"싫어요."

냉큼 조수석 문을 열고 안전벨트를 매는 은서.

아영 씨 코디도, 전문가 메이크업도 없었는데.

'오늘 좀 수수하네.'

국민 첫사랑 타이틀을 얻고, 조금 연해졌지만.

걸그룹 활동할 때는 항상 진한 화장을 했으니.

"뭐, 뭐에요. 왜 그렇게 보세요?"

"장폭스, 예쁘네."

"...."

예지한테는 자주 해주던 말인데.

"처음이네요. 저한테 그렇게 말해준 거."

"그런가."

".... 자주 해주든지, 말든지."

"???"

무슨 말이야, 그게.

"아무튼, 뒷자리에 모자랑 선글라스 준비했다."

"머리 망가지는데."

"그래도 써."

"알겠어요."

미국이라 알아보는 사람이 많지는 않아도.

"일단 조심해야지."

"...."

사실, 은서는 걸그룹이 아닌 배우지망생이었다.

드림 에이전시에서 발탁한 신인 배우.

어쩌다 보니 큐앤지 연습생이 됐지만.

"너 드림 에이전시 시절에 프로필 봤다."

"그, 그걸 봤어요!?"

"응. 엄청 촌스럽...."

순간, 옆자리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운 시선.

".... 순박하고 착해 보이더라."

"그때는 무조건 청순밖에 선택지가 없었거든요!"

"그래. 그럴 때가 있었지."

트렌드는 돌고 도는 거니까.

"아, 맞다."

"네?"

이어서, 오늘 받은 패션쇼 스케줄을 언급했다.

코디도 아니고 패션이니까.

연예계가 아닐 수도 있었다.

솔직히, 역배각이 안 떠서 나도 잘 모르겠지만.

"할래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곧바로 대답하는 은서.

당연히 내게 의견을 물어볼 줄 알았다.

무슨 대답을 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나도 아직 확신을 못하겠어. 그래도 괜찮아?"

"네. 그럼 제가 더 잘하면 되죠."

"...."

정답이네.

언제부턴가 뒤통수에 의존하는 버릇이 생겼다.

100%가 있는데, 굳이 도전할 이유가 없으니까.

'오늘은 은서가....'

나보다 낫다.

조금 멋있네.

* * *

수호가 은서와 시간을 보내는 그 시각.

"미 해병대에 여자는 없다. 강한 숄져만 있을 뿐!"

"아아아악!!!"

미국의 워리어들은 전투적으로 훈련을 받았다.

"훈련병들, 목소리가 그것밖에 안 됩니까!!!"

"아닙니다아악!!!"

고무보트와 하나가 되는 훈련.

진흙이 묻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연예인 여군.

그중, 두 명의 소녀는 독보적인 미모를 자랑했다.

"신소미, 남민지 훈련병!"

"아이, 아이, 써!"

조교는 여고생 두 명을 쳐다보며 외쳤다.

"그런 체력으로 무적 해병이 될 수 있겠습니까!"

"없습니다!"

"미 해병대에서 꽁짜로 얻을 수 있는 건 없습니다. 아시겠습니까?"

"아이, 아이. 써!!!"

"해병대 머리로 깎을 자격을 얻으려면 더 노력해야 합니다! 아시겠습니까?"

"아이, 예....?"

잠깐만요. 그건 얻고 싶지 않은데요.

그런 말은 없었잖아여.

빡빡이 걸그룹이 어딨어여.

장애물 훈련. 암벽등반 훈련. 고무보트 훈련.

훈련의 목적은 훈련병을 힘들게 하는 것뿐.

시간이 흘러, 여고생들은 점점 강한 워리어로 성장했다.

"후우, 민지야."

"네. 신 하사님."

두 사람은 생활관 구석에서 대화를 나눴다.

"우리 전역까지 이제 얼마나 남았지."

"이제 26시간 20분 41초-, 40초-, 39초 남았습니다."

"그래?"

사실, 소미는 입대 전에 지유에게 놀라운 정보를 입수했다.

"우리 다음 스케줄이 뭔지 알아?"

"네?"

"생존 아일랜드."

"...."

다큐 전문 The CQ 방송국과 5천만 너튜버의 콜라보라던데.

"그건 주희 멘토님만 하는 거 아니에요?"

"자네는 아직도 사람을 믿나?"

"앗, 그러네."

정글도 배우 언니들 빼고 세 명을 보냈었으니.

"그, 그럼 어떡해요?"

"어떡하긴."

라이브 방송 켜서 선빵 갈겨야지.

"전역하자마자 제작진이 스마트폰 준다고 했거든."

"그래요?"

신소미 하사는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라방 켜서 대표님도 같이 갈 거라고 발표할 거야."

".... 오."

대표란 모름지기 모범을 보이는 자리.

얼라들 세 명 데리고 가서 같이 해야지.

"제군들, 식사 집합!!!!!"

그때, 복도에서 조교의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밥 무러 가자."

"네엥."

어느새, 소녀들은 미 해병대 일원이 되어 식당으로 향했다.

생존 기술을 가르치는 해병대에서.

미군필(진) 여고생들은 독을 품었다.

"이 짬밥에 생존 아일랜드라니....!"

"...."

.

.

.

.

.

다음 날.

정수호는 「생존 아일랜드」 피디와 대화를 나눴다.

5천만 너튜버, 베아 그럴스와 함께 출연하는 방송.

"소미는 어렵지만, 주희는 가능할 것 같습니다."

"아쉽네요."

"주희만 있어도 충분히 좋은 그림 뽑을 수 있을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미팅을 마치고, 수호는 뿌듯한 표정으로 지유에게 말했다.

"소미랑 민지, 전역 선물 준비했는데."

"무슨 선물?"

"은서랑 쇼핑하면서 예쁜 옷 한 벌씩 사놨지."

"오, 좋은 대표님이네."

"기본이지."

소미의 군생활이 하루도 채 남지 않은 어느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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