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오해받는 연예계 생활-126화 (126/200)

[126] 시장 개척(7)

「첫사랑」이 한국 멜로 영화 흥행 기록을 갈아치우던 어느 날.

탑스타 한 명이 엔넷 방송국을 방문했다.

그 옆에 샤프한 인상의 매니저와 대동했다.

게다가, 무슨 일인지 정수호 실장이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하십니까."

걸스온탑 제작진은 게스트와 사전 인터뷰 약속을 잡았다.

현재 솔라에 견줄 수 있는 유일한 걸그룹, 블루숄츠 멤버.

"썸머 씨, 처음 뵙겠습니다."

"안녕하세요."

탁 피디는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도 믿기 어려웠다.

정수호 심사위원에게 미리 소식을 전달받긴 했지만.

'대박이야.'

그의 미친 섭외력은 어디까지인가.

코첼라 페스티벌의 라이벌 격인 가수를 꼬시다니.

블루숄츠와 솔라를 한 앵글에 담을 수 있는 건가.

잠시 후,

탁 피디는 여름과 인터뷰를 진행하며 진실을 확인했다.

현재 민지에 대한 루머 때문에 고민이 많았는데.

여름은 시원하게 가려운 부분을 벅벅 긁어주었다.

"그럼 정말로 민지 씨랑 친분이....?"

"네. 민지랑 정말 친했어요."

"민지 씨가 블루숄츠 데뷔조에서 아쉽게 떨어졌다고요?"

"네. 맞아요."

여름은 카메라 앞에서도 거리낌 없이 입을 열었다.

블루숄츠의 인지도를 생각하면 망설일 법도 한데.

"솔직하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는요."

양주희와 더불어, 국내 걸그룹 최고의 댄서로 평가받는 인물.

여름은 계속 수호를 힐끔힐끔 쳐다봤다.

그녀는 인터뷰를 하던 중간에 입을 열었다.

"사실, 빅보스에선 민지의 역량을 몰라봤죠."

"...."

여름은 슬쩍 정수호 실장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래서 정 실장님도 뵙고 싶었어요. 심사위원님 덕분에 민지가 점점 성장하더라고요."

"아, 그렇습니까."

"네. 2년 만에 코첼라 헤드라이너 무대에 오른 분이잖아요."

"...."

역시, 정수호 실장 때문에 나오는 거였구나.

"그럼 소미팀에 게스트로 참여하시는....?"

"소미팀이요?"

"남민지와 권시연이 한 팀입니다."

"아, 네. 좋아요."

쿨한 모습을 보니 이름값 제대로 했다.

"그럼 저희는 다음 스케줄이 있어서요."

"넵. 계약서는 팩스로 보내겠습니다."

"아, 네."

이내, 빅보스의 매니저는 고개를 꾸벅 숙이더니 여름과 함께 사라졌다.

남아 있는 제작진은 모두가 한 곳을 바라봤다.

물론, 그녀와 함께 대동한 정수호 실장이었다.

"실장님, 어떻게 섭외하신 겁니까!"

"제가 섭외한 건 아니고."

"네? 그럼."

"여름 씨가 먼저 연락을 주셔서요."

"...."

당연히 거짓말이지.

코첼라 무대를 앞두고 먼저 연락을 했다고?

고작 연습생 한 명과의 오해를 풀기 위해서?

'빅보스랑 말을 맞췄구나.'

과연, 연예계 잔뼈가 굵은 사람답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다.

들리는 소문에는 큐앤지 레이블 분리 얘기가 나오고 있던데.

역시, 점점 거물로 성장하는 건가.

엔터의 수장이 될 인물이라 그런지.

'이렇게 되면....'

남민지는 다시 떡상각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개인 인터뷰 때문에 인터넷 여론이 좋지 않았지만.

'소미팀은 운이 좋네.'

함께 팀을 구성한 권시연 역시 천운을 타고났다.

아니, 어쩌면 운이 좋은 게 아니라.

'누군가'의 선택을 받았기 때문에.

스윽─

순간, 정 실장과 눈을 마주치자마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서바이벌 방송을 쥐락펴락하는 사람.

팩트에 근거한 합법적 주작이 아닌가.

그동안 그가 내린 심사평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한지아, 올리비아, 엠마, 남민지.

최근에 권시연도 호평을 남겼지.

처음부터 자신의 손아귀 위에서 판을 짜고 있었다.

일전에 탑아이돌 때도 이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 진짜 대단한 사람이라니까.'

큐앤지에서 데뷔시킬 걸그룹 멤버를 자신이 직접 골랐다.

대중픽을 마음대로 할 수 없으니 외부 요인을 끌고 와서.

몇몇 엔터에선 그를 이렇게 불렀다.

연예계에서 천운이 계속 따르는 사람.

그의 진면모를 모르고 하는 소리였다.

'정수호는 천재야.'

주사위 놀이처럼 연예계를 가지고 노는 천재.

그는 순진한 척 웃으며 뒤통수를 긁고 있었다.

"피디님, 왜 그렇게 쳐다보세요?"

"아."

탁 피디는 급하게 눈을 내리깔며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네? 뭐가 죄송해요?"

"그냥 다 죄송합니다."

"???"

* * *

걸스온탑 생방송 무대 당일.

데뷔에 근접한 상위권 연습생들을 위해 개인 팬들이 현장을 찾았다.

그뿐만 아니라, 솔라와 블루숄츠의 일부 팬들도 무대를 찾아왔으니.

"드디어 마지막인가."

"정 실장님, 수고 많았어요."

"넵. 대표님."

여왕님의 옆자리, 심사위원석에 앉아 대화를 나눴다.

"여름 씨를 직접 섭외하셨다면서요."

"아뇨. 오해입니다."

"오해는요."

"아무튼, 넥플렉스 글로벌 랭킹 1위도 기대해볼 만하겠네요."

"네. 맞습니다."

블루숄츠의 해외 인지도를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성 있었다.

이미 인터넷 투표에서 '소미팀'은 최상단에 이름을 올렸으니.

"오늘 무대 보고 생각하죠."

"네. 대표님."

작년 말부터 올해초를 함께한 걸스온탑.

그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두 평의 영화는 개봉했고, 코첼라 페스티벌에 정식으로 초청받았다.

'코첼라 이후에는....'

큐앤지 레이블은 두 회사로 분리되겠지.

로드 매니저로 시작해서 대표에 올랐다.

"정 실장님."

여왕님은 MC를 보러 자리에서 일어나며 입을 열었다.

"새 레이블 대표된 거 축하해요."

"넵. 감사합니다."

진심어린 미소와 함께 말하는 서 대표님.

살짝 불편했던 마음이 눈처럼 녹아내렸다.

"새로운 걸그룹도 잘 키워줄 거라고 믿어요."

"맡겨주십쇼."

심사위원석에 혼자 남아 리허설 중인 연습생들을 확인했다.

솔라와 루나, 신인 걸그룹.

아마도 이수연 배우님까지.

이제는 새로운 회사의 대표가 되어 그들을 이끌어야만 했다.

".... 사람이 더 필요해."

나는 내 자신의 그릇을 잘 알고 있었다.

매니저와 회사 경영은 완전히 다르니까.

잠시 후,

솔라 멘터들은 리허설을 마치고 심사위원석에 올라왔다.

"실장님, 무대 보셨어요?"

"어? 봤지."

"누가 제일 잘했어요?"

"...."

질문은 소미가 했지만, 다른 멤버들의 표정에도 기대감이 가득했다.

"다들 고생했어."

"???"

마치 솔라 데뷔 때랑 분위기가 비슷했다.

평균적으로 전부 내 취향이 아니었으니.

"썸머는 장난 아니더라."

"역시!"

소미는 하얀 건치를 드러내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분은 월클이니까.

뒤통수랑 상관없지.

"언니들, 이게 바로 클라스라는 것이야. 오키?"

".... 주워 먹은 거잖아."

"나도 블루숄츠 선배님이 게스트로 나오면 1등 하지."

"...."

양주희는 대표로 나서서 입을 열었다.

"실장님, 블루숄츠를 대신 섭외해주는 게 어딨어요."

"내가 섭외한 거 아냐."

"그럼요?"

"본인이 직접 전화했지."

"거짓말!"

"...."

거짓말 아니라고.

"그럼 저도 다른 프로에 전화해서 섭외해 달라고 해도 돼요?"

"안 되지."

"거봐요."

"...."

우리랑 블루숄츠는 짬이 달라요.

너튜브 구독자만 8천만이라니까.

"은서야, 너도 한마디 해야지. 분조장 어디 감."

"...."

은서는 주희의 말을 듣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개빡치네."

".... 영혼이 없잖아."

"몰라."

이내, 카메라를 설치하러 올라오는 스탭분들.

여왕님은 걸스온탑 마지막 진행을 준비했다.

-아아, 마이크 테스트. 피디님 준비됐어요.

* * *

현재 넥플렉스 글로벌 랭킹 5위권에 있는 서바이벌 예능.

「걸스온탑」의 생방송은 한국 시청률 30프로를 기록했다.

"게스트 라인업 화려하네.'

"그러게요."

엄재하는 임원진과 함께 마지막 방송을 시청했다.

사실, 당연히 직접 관람하고 싶었지만.

블루숄츠 때문에 티케팅이 너무 빡셌다.

-하아, My love. 함께 있어요.

숨소리까지 전부 들리는 생라이브 무대.

소미팀은 굉장히 좋은 케미를 보여주었다.

처음엔, 여름의 압도적인 댄스 실력에 묻힐 줄 알았지만.

남민지는 대기업 연습생 출신답게 좋은 실력을 드러냈다.

"권시연이 생각보다 엄청 잘했어."

"진짜 많이 늘었죠."

처음에는 F랭크로 시작한 연습생.

외모 하나로 지금까지 버텼는데.

'진짜 데뷔할 수도....'

전체적으로 모든 무대가 수준급이었다.

연습생들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훌륭한 무대.

솔라 멤버들의 프로듀싱 실력에 감탄이 나왔다.

'코첼라 무대 준비랑 병행하면서....'

어떻게 이런 완벽한 무대를 준비했을까.

과연, 솔라가 뜨는 데에 이유가 있었다.

"오늘 무대 중에 누가 제일 잘했어요?"

"개인적으로 소미팀."

"저도."

특히, 권시연은 지금까지 보여주지 못한 포텐이 제대로 터졌다.

그동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남민지와 케미를 키웠으니.

'순위발표식만 남았네.'

엄재하는 진지한 표정으로 데뷔조 멤버들을 확인했다.

솔라와 루나에 이어서, 새로운 걸그룹.

동생이 다니는 회사에서 뽑는 거니까.

마침내, 여왕님은 한 명씩 데뷔조 멤버의 이름을 불렀다.

-한지아 양, 1위를 축하드립니다.

한지아, 올리비아, 엠마, 남민지.

데뷔조 멤버들은 이름을 올렸다.

-마지막 데뷔 멤버는....

숨이 막힐듯한 분위기 속에서 여왕님은 입을 열었다.

-권시연 양, 축하합니다!

역시, 이렇게 되는 건가.

근소한 차이로 운명이 바뀐 연습생들은 눈물을 흘렸다.

아쉬움과 허탈함, 후련한 마음이 표정에 전부 드러났다.

"새 그룹명 나온다."

"오, 드디어."

서 대표님의 발표와 함께 스크린에 띄운 그룹명.

[이클립스(Eclipse)]

해와 달 컨셉은 끝이 없네.

"그나저나...."

재하는 운영진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여기서 코첼라 티케팅을 저만 성공했네요."

"솔직히 너무 비싸요."

"여러분,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마인드 문제에요."

".... 장난?"

"죄송."

물론, 가격도 문제가 맞긴 함.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협곡, 코첼라.

페스티벌 기간의 숙박 비용은 살인적이었다.

"카페지기님, 후기 남겨줘요."

"오케이."

아무래도 혼자 가야 할 것 같다.

"그럼 다들 헤어지죠."

"네. 오늘 고생했어요."

엄재하가 사라지고, 공동 카페지기는 슬쩍 입을 열었다.

"팬매니저님께 말씀드려야 하는 거 아닌가."

"지유 씨한테요?"

"네. 이렇게 열심히 덕질하시는데, 알아주셔야죠."

"그런가."

그녀는 스마트폰을 거내 엄지유에게 톡을 보냈다.

항상 단톡방에서 활동했는데 개인톡은 처음이었다.

톡, 토톡─

[태양빛 카페지기님 혼자 코첼라 비행기표 끊었습니다 ㅎㅎ]

[가서 만나실 수도 있겠네요 ㅎㅎ]

그녀는 뿌듯한 마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두 분, 성씨도 같은데."

"미국에서 완전 친해지려나."

"그러게."

이러다 커플 탄생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둘이 은근히 닮지 않았어요?"

"지유 씨가 훨씬 예쁘죠."

"그런가."

* * *

시간이 흘러,

코첼라 페스티벌 시즌을 코앞에 둔 어느 날.

「첫사랑」은 결국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은서가 이걸 해냈네."

"그니까."

한국 멜로 영화의 신기록을 세우고, 국민 첫사랑 타이틀을 얻었다.

"아무튼, 이제 다음 주면 미국 가는 거 알지?"

"오빠, 나 지금 엄청 기대하고 있어."

"네가 왜?"

지유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드디어 그 자식을 볼 것 같거든."

"음....?"

뭔 말인지 모르겠고.

"SBC 예능국, 정글 가는 날짜는 잡았다."

"아, 그거."

미국에서 코첼라 페스티벌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진짜 소미 정글 보내려고?"

"당연하지."

다행히 뒤통수가 또 간질간질하더라고.

매니저로 누가 같이 갈지는 모르겠지만.

"이클립스 연습생들 데뷔 준비는 잘하고 있어?"

"그야, 오빠가 골라준 세 곡 연습하고 있지."

"완벽할 때까지 데뷔 안 시킬 거야."

"알겠어."

어차피 이클립스는 새 회사에서 데뷔할 예정이었다.

"우리 회사, 이사 준비도 슬슬 시작할 거야."

"오, 드디어."

"구 팀장님께 이미 말씀드렸다."

"결국 이사 가는구나."

"응. 미국 갔다 오면 바로 갈 수 있게."

"알겠어."

일단, 두고 갈 사람과 함께 갈 사람을 구분할 필요가 있었다.

구현식 팀장님이랑 엄지유, 박아영 씨는 당연히 따라갈 테고.

"솔라 재계약은 어떻게 하려고?"

"아, 말 꺼내 봐야지."

원래 계약은 3년이라, 내년 2월까지.

앞으로 1년 정도가 남아있긴 하지만.

'.... 뭔가 민망하네.'

사실, 솔라 재계약은 어디에 맡겨둔 게 아니었다.

마음만 먹으면 훨씬 더 좋은 조건으로 갈 수 있겠지.

그렇다고 보내주고 싶다는 생각은 당연히 아니었고.

"일단, 회사 직원부터 생각하자."

"회사 직원?"

"응. 잠깐 어디 좀 갔다 올게."

"어디 가는데?"

똑, 똑─

잠시 후, 나는 심호흡을 하고 본부장님 방에 들어갔다.

"수호야, 웬일이냐. 네가 먼저 찾아오고."

"...."

그러게, 평소에 본부장님이 먼저 찾아오셨네.

보통 상사보다 부하 직원이 찾아가야 하는데.

"괜히 죄송하네요."

"죄송은."

큐앤지에 처음 봤을 때부터 직속 상사였던 박철민 본부장님.

현재로서 빡빡이 형님이 가장 애매했다.

새로운 회사에서는 직급이 바뀔 테니까.

아무리 높은 자리에 앉아도, 대표보다는 낮은 직급이니까.

"뭐야, 갑자기 표정이 왜 그래?"

"본부장님."

함께 가자고 말씀드리려던 찰나.

본부장님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수호야, 솔 엔터 알지?"

"솔 엔터면...."

드림 에이전시 시절, 매니지먼트 4팀장님.

그분의 성함을 꽤 오랜만에 언급하셨으니.

"진영호 실장님, 이전 직장 상사였잖아."

"네. 맞아요."

"그분이 먼저 연락을 주셨네."

"...."

스윽─

이내, 이력서 한 장을 건네는 본부장님.

"진 실장님도 새 회사 창립 멤버가 되고 싶다는데?"

"오, 고맙네요."

"나한테는 안 고맙고?"

"네?"

본부장님은 솥뚜껑만 한 손으로 내 어깨를 툭 쳤다.

"나도 네 밑에서 일할 거 아냐, 인마."

".... 아하."

내가 불편한 말을 꺼내기도 전에 먼저 꺼내주셨다.

"근데 말이야. 솔 엔터에 섹시 컨셉 여배우 있는 거 알지?"

"누구요?"

"진세은 배우님."

"아, 저랑 대학교 동문이에요."

"그래?"

그분 이수연 배우님이랑 사이 안 좋은데.

"그분도 같이 올 수도 있다더라."

"음."

오랜만에 뒤통수가 간지러웠다.

.

.

.

.

.

며칠 뒤.

나는 솔라 완전체와 함께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목적지는 캘리포니아 주, 미국 시장으로 시야를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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