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오해받는 연예계 생활-115화 (115/200)

[115] 걸스온탑(2)

엔넷 「걸스온탑」 제작발표회장.

올해 첫 번째 스케줄을 참석했다.

화사한 교복을 입은 80명의 소녀들이 전원 집결했다.

솔라의 인기만큼 전 세계 수만 명 지원자를 모았으니.

보컬 학원, 댄스 학원, 아이돌 아카데미.

어떤 소속사 10년 차 연습생 출신 등등.

각자 80가지 사연을 가진 1차 합격생들이 단상에 올랐다.

찰칵, 찰칵─

기자들이 터트리는 플래시는 제작발표회장을 뒤덮었다.

맞춤 교복을 입고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드는 소녀들에게.

"아이고, 우리 아가들 예쁘네요."

"...."

여왕님은 개인 스마트폰으로 소녀들을 찍어댔다.

그래도 심사위원인데 신비감이 필요하지 않을까.

"저기, 대표님."

"왜요."

"아닙니다."

서 대표님은 나를 흘겨보더니 말을 이었다.

"정 실장님, 혹시 투표하셨나요?"

"네?"

"걸스온탑 사전 투표요."

"아."

당연히 비주얼이 눈에 띄는 참가자는 좀 있었다.

외모가 뛰어난 아이들이 상위권에 다수 포진했다.

"지금 한지아가 1등이더라고요."

"네. 그럴 만하죠."

원래 큐앤지 레이블 연습생 때도 비주얼로 뽑혔잖아.

게다가, 일본 데뷔도 했고 소미 채널에도 출연했으니.

개인적으로 도하나 씨 동생이 제일 뒤통수를 간지럽혔다.

"저는 엠마가 눈에 띄네요."

"엠마라면...."

"다이애나 동생이요."

"아, 팔이 안으로 굽는 건가요."

"아뇨. 그런 건 아니고."

금발 덕후가 입을 열 때마다 뒤통수가 간질간질했으니까.

"재능이 있을 것 같네요."

"그게 벌써 보여요!?"

"...."

보이는 건 아닌데 대충 느낌은 오더라고.

조만간 무대를 보면 더 확실하게 알겠지.

"심사위원님들."

그때, 조연출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지금 준비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아, 네."

이내, 인터뷰를 하러 우르르 빠져나가는 80명의 소녀들.

그녀들이 있던 자리로 솔라 멤버들이 한 명씩 걸어갔다.

'.... 감개무량하네.'

사실상 두 번째 솔라를 만들기 위한 오디션.

고작 2년 전에 연습생 시절을 생각해 보면.

'솔라는 기적이야.'

이번 달에 데뷔하는 신인 보이그룹보다 뜰 확률이 낮았을걸.

"정 실장님은 보면 볼수록 대단해요."

"네?"

"걸그룹 프로듀싱은 아마 정 실장님이 국내 최고일 거예요."

"...."

여왕님은 배시시 미소를 지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이번 방송도 실장님 덕분에 제작하는 거예요."

"제 덕분에요?"

"그럼요. 폐지될 방송을 살리셨어요."

"...."

졸라 부담스럽다.

곧이어, MC는 탁성수 피디님 이후로 심사위원을 호명했다.

-걸스온탑을 빛내줄 심사위원 두 분을 모시겠습니다!

"우리도 이제 나갈까요."

"네. 대표님."

객석의 열렬한 박수갈채를 받으며 단상 위로 걸어갔다.

제작발표회는 셀 수도 없이 참여했지만.

직접 기자들을 마주하는 건 처음이었다.

두근, 두근─

시야에 들어오는 기자들과 새하얀 불빛.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식은땀이 흘렀다.

"실장님, 괜찮아요?"

"어, 음."

걱정스러운 어조로 내게 말을 건네는 예지.

덕분에, 살짝 여유를 갖고 주변을 둘러봤다.

"실장님이 긴장하는 날이 다 있네요."

"그러게. 조금 떨리네."

심사위원 타이틀에 어깨가 무거웠다.

더군다나, 고정 출연은 처음이니까.

스피커를 통해 들었던 MC의 말소리가 옆에서 직접 들려왔다.

"기자분들 중 질문이 있으신 분은 손을 들어주세요."

저기, 조영수 기자님도 오셨네.

"데일리 조선, 추민혁 기자님! 질문헤 주세요."

"오, 감사합니다."

MC의 호명에, 한 기자는 마이크를 들었다.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리고 앉아 있었는데.

"정 실장님께 질문 드립니다."

"네? 아, 네."

"이번 걸스온탑이 솔라 여동생 그룹을 만드는 방송이라고들 하지 않습니까?"

"네. 뭐...."

거의 그렇다고 봐야겠지.

"근데, 큐앤지 소속 다른 아티스트들은 뒷전이 될까 봐 걱정입니다."

"...."

첫 질문부터 생각보다 예리했다.

누가 여기에 스파이를 심어놨나.

"물론, 제가 아니라 팬분들이 걱정할 거라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아."

그는 가슴을 활짝 펴고 초승달 티셔츠를 드러냈다.

요즘 그렇게 보기 어렵다는 루나 팬클럽 회원인가.

"걸스온탑에 큐앤지의 다른 아티스트 분들이 게스트로 출연할 수 있습니다."

"...."

다행히 서 대표님께서 긍정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루나를 포함해서, 이수연 배우님이나 신인 보이그룹이 출연할 수도 있습니다."

"오, 정말요?"

"네. 그리고 올해 안에 루나 컴백할 수 있도록 할게요."

"올해 언제요!? 지금 1월입니다!"

".... 상반기요."

"굿."

만족스러워하는 표정 킹받네.

"그럼 계속 질문받겠습니다."

* * *

「걸스온탑」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점점 높아졌다.

제작발표회장에서 큐앤지 레이블 전체를 대변한 정수호 덕분일까.

이번 1분기에 데뷔한 신인 보이그룹은 낙수효과를 톡톡히 받았다.

뮤직비디오 티저 영상부터 소속사 빨로 100만 조회수를 넘겼으니.

예정대로 1월 쇼케이스 무대로 데뷔한 헥토파스칼킥.

공 본부장은 떨리는 심정으로 부하의 보고를 받았다.

"김 실장, 초동 집계 끝났나?"

"네. 그게...."

"왜 그래. 몇 장이나 팔렸길래?"

"그, 5천 장 정도...."

"...."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보따리상이 홀로 1만 장씩 사재기도 하는 시대.

사실, 마음만 먹으면 몇만 장쯤 살 수도 있었다.

"5천 장? 확실해?"

"네."

티저 영상 조회수 100만 찍을 때는 혹시나 하는 마음도 있었다.

노래, 안무, 뮤비까지 업계 최고로 세팅했는데.

이번만큼은 반드시 성공할 거라고 자신했건만.

"그, 그래도 음원 차트인에 성공했습니다!"

".... 다행이네."

너튜브 뮤직 차트 84위.

워터 멜론 차트는 97위.

이것도 솔라가 SNS에 홍보해준 덕분이겠지.

"솔라가 재작년에 데뷔했나."

"네. 본부장님."

"...."

그날 이후로 큐앤지 레이블은 미친 듯이 성장했다.

특히, 정수호가 선택한 모든 방송은 전부 떴으니까.

'.... 미치겠군.'

올해 큐앤지 레이블의 분리는 기정사실이었다.

'정 실장을 대체할 사람이 있을까.'

뚜루루루─

허탈한 심정으로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본부장님. 오랜만입니다.

"잘 지냈나?"

-그냥 좀 바쁘죠. 하하.

"...."

요즘 걸스온탑도 나가고 잘 나가더만.

"잠깐 시간 괜찮나?"

-아, 지금 한 시간 정도 괜찮습니다.

"그래. 그럼 내가 그쪽으로 가겠네."

-네. 본부장님.

고작 1년 사이에 솔라는 탑스타에서 슈퍼스타가 됐다.

정 실장은 멤버들의 뛰어난 재능을 정확히 캐치했으니.

드르륵─

공세원은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홀로 그의 사무실을 찾았다.

서로 바쁜 시간이었다.

그 농도는 다르겠지만.

'이게 재능이라는 건가.'

오랜만에 본 정수호의 표정에 여유로움이 가득했다.

이젠 재능의 격차가 너무 커서 질투도 나지 않았다.

"본부장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음, 그러네."

"헥토파스칼킥 음원 사이트 차트인 축하드립니다."

".... 솔라 SNS에 올려줘서 고마워."

"같은 식구끼리 당연한 거죠."

"...."

그의 눈빛에는 한 치의 조롱이나 가식도 없었다.

그저 순수한 칭찬에 자격지심이 사라져 버렸다.

"솔직히, 성적이 조금 아쉬워서 찾아왔어."

처음부터 곡이나 안무를 그의 픽으로 골랐으면 어땠을까.

"아, 그러시군요."

"자네 솔루션이 필요해."

이미 자존심은 남아있지 않았다.

솔라와 정수호가 빠진 큐앤지 레이블이 심폐소생을 할 수 있다면.

"이번 앨범에 두 곡 넣지 않았어요?"

"그렇긴 한데."

후속곡 활동 계획은 전혀 없었다.

안무도 없이, 노래만 넣었으니까.

"최강욱 안무요."

"응?"

"그 친구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똑같네요."

"아!"

문득, 작년 이맘때쯤 정 실장이 연습생들을 평가했을 때를 떠올렸다.

데뷔조를 정하기도 전의 풋풋한 소년들.

그때 최강욱은 갓 입사한 연습생이었다.

'.... 그거였나.'

이미 정답을 듣고, 한참을 돌아갔구나.

최강욱의 안무를 유독 신경 쓰는 정수호 실장.

개인의 댄스를 부각하는 건 일부러 피했는데.

"두 번째 곡의 안무를 최강욱 위주로 짜라는 거였나!"

"아니, 여전히 별...."

"하하하. 정말 고맙네!"

".... 로."

뚜루루루─

공세원은 곧장 부하 직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 실장, 헥토파스칼킥 후속곡 활동할 거야."

-네? 후속곡은....

앨범에 포함됐지만, 안무도 만들지 않은 두 번째 곡이었다.

요즘 음반 시장에서 후속곡 활동은 지양하는 분위기였으니.

-보, 본부장님 혹시라도 망하면 손해가 너무 클 겁니다.

"그건 됐고, 지금 회사에 홍주 선생님 있나?"

-레드와인 님이요? 지금 연습실에 계실 겁니다.

"당장 모셔.... 아니, 내가 직접 가지."

-아, 네.

두 번째 곡을 최강욱 원톱 댄스곡으로 만들면.

'.... 아직 한 곡 남았다.'

이번에도 정수호 실장의 '예언'이 그대로 적중할까.

걸그룹 뿐만 아니라 보이그룹 솔루션도 완벽할지.

'조만간 알겠지.'

* * *

요즘 각종 커뮤에선 「걸스온탑」에 대한 이야기뿐이었다.

촬영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모든 화제성을 집어삼켰으니.

'상위권 경쟁이 치열하네.'

압도적인 1위인 한지아를 제외하면 고만고만했다.

첫 무대 방송 나간 후에 떡상각이 잡힐 것 같은데.

똑, 똑─

그때, 엄지유는 사무실에 노크를 두드렸다.

"지유 왔냐."

"오빠, 헥토파스칼킥 음방 봤어? 조금 아쉽더라."

"그런가."

"응. 솔라 SNS로 홍보도 해줬구만."

".... 아모른직다."

내가 오늘도 두 번째 곡 안무 짜는 거 보고 왔는데.

"후속곡은 삘이 좀 오더라."

"진짜? 뜰 것 같아?"

"글쎄."

졸라 별론데 안무 보니까 간질간질하더라고.

"아무튼, 너 손에 든 거 결재 서류야?"

"응. 오늘 광고 들어온 거."

"지올이네."

"맞아."

은서에게 단독으로 들어온 의류 브랜드 광고.

솔라 멤버 중에서 사복 패션이 가장 유명했다.

"일단 광고는 킵 해놓자."

"그럴까?"

어차피 첫 사랑이 개봉하면 몸값은 더 오를 테니까.

"우리가 아쉬울 게 없어."

"그래."

인기가 꺾이지 않으니 수요는 넘쳤다.

특히, 걸스온탑 때문에 예능이나 광고를 극도로 제한했다.

초반에 팀 편성은 끝나야 스케줄을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너 로이랜드는 벌써 기술 시사회 끝난 거 알아?"

"오, 벌써?"

"응. 배급사랑 협의 끝나면 개봉할 거야."

"드디어....!"

첫 사랑보다 한발 앞서, 전 세계 동시 개봉하는 「로이랜드」.

그 성적에 따라 걸스온탑 넥플렉스 성적이 바뀔 수도 있었다.

"걸스온탑 오디션 일정은 나왔어?"

"아, 가져왔어."

첫 촬영 때, 각자 준비한 자유 무대를 보고 등급을 책정한다.

조금 식상할 수도 있지만.

엔넷 서바이벌 국룰이니까.

80명 단체곡 센터는 무조건 A등급 연습생 중에 나올 테니.

"오빠, 심사위원마다 슈퍼패스가 있대."

"슈퍼패스가 뭔데."

"80명 중에 아무나 마음대로 A등급 줄 수 있어."

".... 솔라 다섯 명이 전부?"

"아니, 심사위원 두 명만."

"그래."

그게 맞지. 슈퍼패스 7개는 너무 많아.

"지금 솔라 멤버들 전부 2층 연습실에 있어."

"응?"

2층은 연습생 전용 트레이닝룸.

데뷔한 이후엔 3층을 이용한다.

"그건 왜 갔는데."

"멘토 시스템이잖아. 은근히 경쟁이니까."

"아, 한지아 영입하려고?"

"응. 맞아."

"지아는 당연히 소미랑 하는 거 아닌가."

"으음."

둘이 모해모해도 같이 찍고, 학교에서도 친하다고 들었거든.

"그래도 친구를 멘토라고 할 순 없잖아."

"그건 그렇네."

같은 이유로 엠마가 다이애나를 선택하지 않을 수도.

'.... 등급 발표 후에 멘토 선택이었나.'

현실적으로 도하나한테 몰릴 것 같다.

프로듀싱을 직접적으로 도와줄 테니까.

"오빠, 소미는 선택 못 받겠지?"

"나이 때문에?"

"글쎄."

두고보면 알겠지.

* * *

마침내 다가온 「걸스온탑」 첫 녹화일.

참가자들은 부모님의 품을 떠나 엔넷 방송국으로 향했다.

걸그룹 서바이벌 특성상, 연령대가 상당히 낮은 편이었다.

평균 나이가 무려 17세, 고등학교 1학년.

스무 살을 넘기면 '언니' 취급을 받았으니.

'.... 내가 제일 많나 봐.'

김덕자는 어깨에 통기타를 메고 대기석에 들어섰다.

원래 아버지 성함을 비공개로 하고 싶었지만.

결국에는 작가님들의 설득에 넘어가 버렸다.

현재 제출한 영상으로는 1차도 붙기 어려울 거라며.

"어, 김덕자!!!"

"와, 음악 금수저."

"부럽다."

"...."

대기실에 들자마자 연습생들은 자신을 신기한 듯 쳐다봤다.

그만큼 돌아가신 아버지의 작업물이 대단했다는 증거일까.

'.... 어디 앉지.'

수십 대의 카메라는 순위가 쓰인 좌석을 비추고 있었다.

총 80여 개의 의자에 먼저 도착한 소녀들이 앉아있었다.

적당히 20위권이 만만하다고 생각했나.

그 밑으로는 앉을 생각이 없는 듯했다.

"덕자 언니!"

그때,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

언제나 그렇지만, 역시 개명 마렵다.

"근처에 같이 앉아요!"

"...."

저 친구 이름이 남민지였나.

보기 드물게 패기가 넘치는 친구였다.

가장 꼭대기, 1위 자리에 앉아 있었다.

".... 덕자 말고 올리비아라고 불러주세요."

"영어 이름이에요?"

"네네."

덕자는 자신에게 말을 건 친구에게 다가갔다.

너튜브 '매력 어필' 영상 조회수가 상당했으니.

"남민지 씨, 맞죠?"

"네, 맞아요. 말씀 편하게 하세요!"

"나중에요."

사전 투표 탑 10에 드는 얼굴 천재.

외모만으로도 상위권을 차지했으니.

"매력 어필 영상 봤어요. 엄청 귀엽던데."

"정말요? 고마워요!"

"...."

기본적으로 목소리에 애교를 장착했다.

사실, 멀리서 봤을 때는 전혀 몰랐는데.

'.... 입만 웃고 있어?'

오히려 눈빛은 싸늘하다고 느낄 정도였다.

그때였다.

"어이어이, 네 녀석 무례하다구!"

"따로 가고 싶어요."

"건방진 코노야로!"

대기실 밖에서 들려오는 어색한 한국어.

아니, 일부러 어색하게 말하는 것 같기도.

드르륵─

눈부시게 아름다운 금발 소녀가 대기실 문을 열었다.

그 옆에는 귀여운 스타일의 일본인이 함께 들어왔다.

'저 사람이 엠마....?'

제작발표회 때 다이애나의 동생으로 가장 질문을 많이 받은 참가자.

"니코니코니 왔다!"

".... 닝겐?"

남민지는 이번에도 반갑게 손을 흔들며 두 사람을 맞았다.

"엠마 씨! 괜찮으시면 여기 같이 앉...."

"오늘 준비한 무대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랄까?"

"네? 아, 그렇구나...."

"나랑 오네쨩을 비교하지 말아줬으면 하는 게 내 의견."

"...."

저 새기 뭐야.

"오늘은 건드리지 말아 주세요. 제가 기분이 좋.지.않.으.니.까."

"...."

그냥 안 건드리는 게 좋을 것 같다.

엠마와 일본인 듀오는 근처로 다가왔다.

나란히 2위와 3위에 자리를 차지했으니.

'.... 말은 잘 듣네.'

말투는 이상한데 오라니까 냉큼 올라와.

이어서, 한 명씩 들어오며 자리에 앉는 참가자들.

단 한 자리를 제외한 모든 의자에 자리를 채웠다.

마지막 80등.

오직 꼴등의 자리만 남기고 있었는데.

걸스온탑 끝판왕이 대기실에 들어섰다.

'한지아....!'

자신처럼 어깨에 통기타를 메고 들어오는 참가자.

개인적으로 비슷한 스타일의 견제되는 상대였다.

"와, 한지아다."

"완전 연예인이야."

"...."

일본에서 데뷔하고 활동한 연예인.

솔라의 타이틀곡을 쓴 천재 작곡가.

한지아는 80등 의자를 빤히 쳐다보면서 잠시 고민했다.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 그냥 남는 자리에 앉으려던 찰나.

"야라야레, 킹이 꼴찌 자리에 앉다니!"

엠마는 벌떡 일어나 1위 옥좌의 손잡이에 팔을 걸쳤다.

"킹은 이 자리에 앉으셔야지."

킹이 아니라 퀸이겠지.

한편, 이미 1위 자리에 앉아있던 남민지는 표정을 굳혔다.

참가자들은 침을 꿀꺽 삼키고 한지아의 선택을 기다렸다.

"지는 그냥 대충 암데나 앉을게유."

한지아는 순박한 얼굴로 마지막 자리에 착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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