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오해받는 연예계 생활-109화 (109/200)

[109] 재능(2)

쇼미더돈까 공연장.

도하나를 보기 위해 수많은 팬들이 몰려들었다.

특히, 이번 공연 티켓팅은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여러분, 내가 누구?"

"엄재하!!!!"

"내가 누구!?"

"엄재하아아!!!"

재하는 태양빛 임원진과 함께 엔넷 방송국을 방문했다.

수년간 덕질로 키워낸 티켓팅 실력.

다른 임원들은 존경의 눈빛을 보냈다.

"이 정도는 돼야 카페지기 하는군요."

"물론이오."

오늘 엄지유도 이 자리에 있다던데 조심해야지.

띠링─

마침, 단톡방에 동생이 톡을 보냈다.

[오늘 태양빛 임원분들 오셨다면서요!]

[마스터님 오셨나요? ^^]

질문을 받았으면 답장을 해줘야지.

톡, 토톡─

[왔어도 안 왔어요 ^^]

한동안 뜸을 들이며 답장을 보내는 그녀.

아주 짧은 텀에서 깊은 빡침이 느껴졌다.

[혹시 싸움 잘해요?]

옆에서 공동 카페지기가 말을 걸었다.

"저기, 매니저님께 언제까지 비밀로 하시려고요?"

"네?"

설마 친동생인 거 알고 있나.

흔한 성씨가 아니긴 하니까.

"저번에 기사 투구 쓰시고, 혹시 일부러 그러시는...."

"그냥 모른 척 해줘요."

"으음, 그러다 사이 틀어지면 우리도 손해예요."

"넵. 조심할게요."

"스페이스랑 통합하고 어수선한데. 팬 매니저랑 친해져야죠."

"제가 자리 한번 만들겠습니다."

"알겠어요."

어떻게든 넘어간 것 같다.

이내, 드디어 본선 무대를 진행하는 제작진.

곧바로 MC가 나타나서 한 팀씩 소개했는데.

-와아아아─!!!

특히, 다이애나 팀을 설명할 때 엄청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이쯤되면 대중이 팬클럽 맞는 것 같다.

이 중 태양빛 회원은 몇 명 안 되는데.

"와.... 진짜 태양 여신이네."

태양빛 팬클럽 회원들은 그녀의 미모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얼굴, 몸매, 춤, 프로듀싱에 랩 실력까지.... 진짜 다 가졌네."

"도하나는 대체 못 가진 게 뭘까요?"

".... 하나 있긴 하죠."

"엥, 그게 뭔데요?"

엄재하는 진지한 얼굴로 임원진을 둘러보며 말했다.

"아직 영월 엄씨 32대손인 나 엄재하는 가지지 못했지."

"...."

이어서, 한 팀씩 순서에 맞춰 스테이지에 올랐다.

마침내 다가온 장문백과 제이콥의 대결.

그나마 도하나가 균형을 맞추긴 했는데.

'와우, 저쪽 팀 피처링 개쩌네.'

제이콥은 작년 쇼미 우승자, 준우승자와 함께 등장했다.

-두 손 머리 위로 들어!

쇼맨십, 랩 스킬, 무대 구성.

거의 모든 게 전부 완벽했다.

관객들은 미친 듯한 함성을 보내며 그들의 무대를 감상했다.

-자, 제이콥 씨의 무대가 좋았다면 버튼을 눌러주세요.

무대를 마치고, MC가 다시 등장했다.

-다음 팀에 중복 투표도 가능합니다.

.

.

.

.

.

걱정은 기우였다.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비트가 무대를 장식했다.

장문백과 다이애나에게 쏟아지는 엄청난 환호성.

-와아아아아─!!!!

그들은 오히려 제이콥 무대보다 뜨거운 열기를 발산했다.

도하나의 재능은 정말 미친 게 아닐까.

음원 작업 프로듀싱 뿐만이 아니었다.

'무대 구성이....'

다이애나가 프로듀싱한 「This is Real」.

랩 한마디에 끼워 넣은 드럼 소리가 감성을 건드렸다.

싼마이 기믹으로 올라온 장문백의 랩이 고급스러웠다.

데뷔 때부터 봐서 알 수 있었다.

다이애나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그외, 다른 멤버들도 그동안 얼마나 성장하고 있는지.

'솔라는 신이야. 여신.'

스페이스에 입점하고, 어떻게 규모를 키울지 고민했다.

수백, 수천만 팬을 보유한 월드스타와 경쟁해야 했기에.

'.... 걱정할 필요도 없었네.'

낭중지추처럼 숨길 수 없는 미친 재능.

그녀들은 알아서 팬덤을 키울 테니까.

-You know Carly Jackson here!

그때, 도하나는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무대 뒤쪽을 바라봤다.

이 또한 무대 연출의 일부.

무대는 양옆으로 벌어졌다.

그 사이에서 걸어나오며 랩을 뱉는 또 한 명의 피처링 가수.

평화로운 K-힙합씬에 등장한 메기 한 마리.

미국 본토에서 구르던 래퍼가 쇼미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런, 미친.... 칼리 잭슨!?"

빌보드 가수가 왜 나와.

혹시 지금 꿈을 꾸는 건가.

다이애나 덕분에 한국에서 그의 인지도는 최상이었다.

-와아아아아아─!!!!

빌보드 가수의 등장에, 프로듀서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심지어, 같은 팀인 블래키도 입을 틀어막고 어버버하고 있었으니.

'분명히 같은 노랜데....'

벌스와 벌스 사이, 무호흡 속사포 랩을 쏟아내는 월드 스타.

장문백이 부르던 훅을 칼리 잭슨이 부르니 왜 이렇게 다를까.

순간, 엄재하는 무대에서 뿜어내는 에너지에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이미 이전에 펼친 제이콥의 무대는 기억에서 사라졌다.

다이애나와 칼리 잭슨이 선보인 꿈의 무대만 남았을 뿐.

무대를 마칠 무렵, 다이애나는 무반주로 프리스타일 랩을 뱉었다.

-외노자라 놀리던 새끼들 싹 다 입 닫아. 내가 내는 세금이 너희 평생 모을 연금. 솔라는 태양까지 올라가, 너희를 내려다봐. This is our turn. This is Solar Anna with D. 지금부터 보여줄게. 태양빛 리스펙.

반주 하나 없이 묵직하게 뱉어낸 다이애나의 랩.

관객은 그녀의 압도적인 포스에 환호로 화답했다.

-꺄아아아아악─!!!

관중의 함성과 함께 다시 도하나의 비트가 흘러나왔다.

일렉 사운드와 쿵쿵대는 드럼의 조화.

관객 반응은 광신도처럼 열광적이었다.

'애초에 다이애나는....'

처음부터 장문백 뒤치다꺼리하러 출연한 게 아니라.

직접 랩으로 제이콥을 찢어버리려고 나온 것 같은데.

".... 이러니까."

팬이 안 되고 어떻게 배겨.

한편, 제이콥은 무대를 보는 내내 표정이 썩어버렸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 표정은 방송에 나올 수가 없었다.

전부 모자이크 처리가 됐기에.

* * *

며칠 뒤.

나는 사무실에 TV를 설치하는 기사님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진짜 내 방 같네.'

며칠 뒤에는 간이침대도 하나 들일까 생각하고 있었다.

이내, 문이 열린 사무실에 누군가 치킨을 들고 들어왔다.

"오빠, 배달시켰어?"

"어, 지유야. 두고 가."

"...."

치킨 배달까지 완벽.

마침, 기사님은 TV 설치를 완료하고 사무실을 벗어났다.

"오빠 팔자 좋네."

"너도 실장해."

"아."

오늘 공차녀, 양주희 축구 경기나 보려고 치킨을 주문했다.

"너도 앉던가."

"바빠. 가봐야 해."

"그래?"

지유는 어깨를 으쓱이며 입을 열었다.

"오빠, 홍보팀에서 제이콥 대마초 뉴스 뜰 거래."

"그래? 빠르네."

"대체 어떻게 미리 알았어?"

"운이 좋아서."

"아니, 스탭들 앞에서...."

대마초 전과 있다고 시비 걸었지.

"그, 그게 우연이라고?"

"글쎄."

"지금 제이콥 출연한 방송은 줄줄이 망했대! 우리만 피해 갔고."

"다행이네."

"하아, 오빠는 가끔 초능력자 같아."

"잼민이니."

"아 쫌."

나는 지유를 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조만간 블루숄츠 컴백하는 거 알지?"

"알아. 뉴스로 봤어."

"덕분에 엔넷 마미 시상식 피날레 빼앗겼거든."

"그야, 우린 영화 촬영 때문에 3인조니까."

"응. 어쩔 수 없지."

혹시 솔라도 완전체였으면, 누가 마지막 무대에 섰을지 몰랐겠네.

그 격차가 점점 좁혀지는 지금.

상대도 살짝 초조할 수 있었다.

정말 중요한 건, 내년 코첼라 음악축제 때 각자 어떤 무대에 오르는지.

최고의 무대는 메인 헤드와 서브 헤드.

그게 아니면 메인, 서브 스테이지일까.

"일단 지켜보자고."

곧장 리모컨을 들고 SBC 채널을 틀었다.

"오, 벌써 공차녀 한다."

"오빠, 오늘 저녁에 주 피디님이랑 미팅 있는 거 알지?"

"응. 알지."

"그래."

이내, 지유가 문을 닫고 사라지려는 찰나.

"언니, 웬일로?"

"실장님 봬러."

나는 고개를 돌려 사무실에 들어오는 인물을 확인했다.

"은서야, 들어와."

이내, 고개를 꾸벅 숙이고 들어오는 장은서.

"뭐야, 어쩐 일이야."

"그냥요."

"같이 공차녀 보러 온 거 아니지?"

"그건 아니긴 한데."

은서는 민망한지 소파에 앉더니 함께 TV를 시청했다.

"은서야, 치킨 한 조각 먹을래?"

"살쪄요."

"그럼 말고. 첫 사랑 촬영은 어때?"

"순조로워요."

"힘든 건 없고?"

"...."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망설이는 그녀.

"이번 영화, 무조건 잘 된다고 하셨잖아요."

"그랬지."

".... 제가 연기만 잘하면요."

"연기 힘들어?"

"아뇨."

아, 그건 모든 촬영이 똑같은 거 아닌가.

아버지 유작인데 너무 부담을 준 건지.

"실장님께서 너무 안 봐주셔서 좀 걱정은 돼요."

".... 아하."

미국 갔다 오고, 도하나 곡 작업하고.

여기저기 바빠서 신경을 못 써줬네.

"촬영 끝나기 전에 한번은 들를게."

"고마워요."

이전 작품에서는 이런 식으로 표현하지 않았는데.

'진짜 많이 신경 쓰였나 봐.'

마침, 공차녀에서 양주희가 영웅처럼 등장했다.

이번 시청률 진짜 볼 만하겠네.

가장 강한 두 팀 간의 경기라서.

아무 생각 없이 치킨에 손을 가져갔는데.

"실장님! 다리를 두 개 다 먹으면 어떡해요!"

"뭐야."

언제부터 먹고 있었어.

"치킨 도덕이 없으시네요."

"...."

제가 산 거예요.

안 먹는다면서.

"아후, 실장님께서 하도 먹으라고-, 먹으라고 사정을 하니까 어쩔 수 없이 먹는 건데요."

"아니야. 먹기 싫으면...."

"뭐요??"

"아냐. 먹어."

체형 관리는 본인이 알아서 하시겠지.

난 이제 그런 거 신경 쓸 짬도 아니고.

"뭐, 뭐가요."

은서는 갑자기 얼굴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

"아무 말도 안 했는데?"

"하려고 했잖아요."

"아닌데."

"으으, 갑자기 빡치네."

"사이코야, 뭐야."

"저 갈래요."

이내, 은서는 도도한 걸음으로 걸어나갔다.

문을 열고, 밖에 나가기 직전에 뒤로 돌았다.

"실장님, 우리 내년에 휴가 좀 가면 안 돼요?"

"솔라빔 찍을 때마다 여행 가잖아."

"그런 거 말고 진짜 여행."

"생각해볼게."

"흐음."

은서가 노려보면 가끔 무서워.

얼굴은 진짜 더럽게 예쁘면서.

"그럼 솔라비티 촬영은 어때?"

"아, 그 액티비티요?"

"응. 오늘 마침 주 피디님이랑 미팅 있거든."

"액티비티면...."

"솔라 멤버들이 돌아가면서 출연할까 해."

"뭐, 나쁘지 않네요."

거 봐, 액티비티 돈 주고 하러 가는 사람도 있다니까.

당연히 싫다고 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실장님도 하시게요?"

"하겠냐."

"하겠다는 소리네요. 그럼 한번 추진하도록 하세요."

".... 예이."

주인님인 줄.

"실장님 옷 좀 잘 입고 다녀요. 품위 유지."

"이거 디올에서 산 건데."

"하아, 예지 언니랑 같이 샀다면서요."

"맞아. 그거."

"그거만 몇 달째 입는 거에요!"

"...."

요즘은 옷 사러 갈 시간도 없어.

솔라가 바쁘면 나도 바쁜 거라.

"헤유, 어쩔 수 없이 내가 같이 쇼핑해줘야겠네!"

"예. 고마워요."

"영광인 줄 아세요!"

"...."

이내, 은서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했다.

"우리 계약 기간 끝나도 안 버릴 거죠?"

"뭐야, 갑자기."

"버리면 칼 들고 쫓아감."

"아니."

그런 말을 왜 진지한 표정으로 하는 건데.

".... 안 버릴게여."

"굿."

나 혹시 노예냐.

* * *

소미의 너튜브 채널.

우주아이돌 갓소미의 스튜디오에 솔라 멤버들이 모여들었다.

새 예능 솔라비티를 기획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자리였다.

"은서 언니, 기획안 봤어?"

"응. 나는 봤는데."

"나 고소 공포증 있단 말이야!"

"진단서 있어?"

"없는데."

"그럼 견뎌."

"...."

소미는 허망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진짜 못하겠단 말야!"

"왜? 재밌을 것 같은데."

"아니."

말이 안 통한다.

"주, 주희 언니...."

스턴트 우먼 스킵.

당연히 즐길 거야.

"다이애나 언...."

소미는 곧장 고개를 돌려 도하나를 찾았는데.

한쪽에서 정수호 실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도하나, 너도 패러글라이딩할래?"

"아뇨, 저는 무서운 거 하면 갑자기 영감이 사라질 것 같은데."

"그럼 안 되지."

"????"

도하나 씨, 당신은 영감으로 음악 작업하는 스타일 아니잖아요.

"으음, 아영 언니....!"

소미는 새로 들어온 코디를 찾아가 애원했다.

그녀는 성격이 무척 활발해서 도와줄 것 같다.

"언니, 저 좀 살려주세요."

"절대 안 죽어."

"죽은 사람 없어요?"

"없어, 없어."

"...."

박아영은 지갑에서 자격증을 꺼내며 입을 열었다.

"그거 내가 교관인데."

"네?"

"미국에서 땄거든. 패러글라이딩 2인승 조종 면허."

".... 아."

언틋 그녀가 챙겨온 가방 옆에 낙하산 가방이 보였다.

'뭐야, 내 편이 없잖아.'

인터넷에 수십만 팬이 있는데.

당장 현실에선 도와줄 수가....

".... 있네."

그냥 개인방송을 키면 되는 거 아닌가.

현재 구독자 수는 500만.

라이브 방송에 수십만 명 단위로 들어왔다.

삐릭─

소미는 라방을 킨 상태로 정수호 실장에게 다가갔다.

"실장님, 은서 언니가 그러던데."

"응?"

그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솔라비티 같이 출연하신다면서요."

"내가?"

"네. 무서우신 게 아니면."

"아니."

그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내가 어린이도 아니고, 그런 걸 무서워할 것 같아?"

"...."

걸려들었다.

"그럼 같이 출연하실래요?"

"내가 왜."

"실장님, 혹시 하남자.... 아니죠?"

"하남자?"

소미는 테이블에 턱을 기대고 말했다.

"상남자의 반대말, 하남자요."

"그런 문제가 아니야. 그게 무서워?"

"오오, 전혀 안 무서우시구나."

"당연하지."

소미는 방송 카메라를 들이대며 방긋 웃었다.

"이거 방송이에요."

".... 저는 하남자입니다."

"늦었어요."

소미는 스마트폰을 들고 팬들과 소통했다.

"여러분! 실장님께서 솔라비티 고정 출연하신대요!"

"???"

정수호 실장은 특유의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뒤통수를 긁었다.

"나한테 왜 그러는데."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