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오해받는 연예계 생활-105화 (105/200)

[105] Higher(5)

시간이 흐를수록 천정부지로 치솟는 도하나의 주가.

「묠니르2」의 흥행 성적만큼.

칼리 잭슨의 빌보드 순위만큼.

그 이름값의 가치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갔다.

[Rank 3 : 「Bad police」 ]

최종 성적은 빌보드 차트 3위.

'이게 사흘 만에 찍은 성적인가?'

칼리 잭슨 위치에서 이 정도면 더이상 올라갈 곳이 없었다.

위에 알박한 두 곡이 넘사벽 아티스트라 올라갈 수는 없고.

"빌보드 3위면 진짜 대박 났네."

다이애나 덕분에 며칠간 여기저기 끌려다녔다.

정말 오랜만에 회사 출근.

미국 생활이 꿈만 같았다.

'오늘 만나려나.'

드림 에이전시 대표님 핏줄.

뒤통수를 간지럽히는 코디 실력이라니.

'박아영 씨랬나.'

부전여전인 건지, 능력 하나는 확실하네.

아니면, 미국물을 먹어서 자유로운 걸까.

이래서 아메리카, 아메리카 하는구나.

심지어 유미 씨도 뒤통수는 쉽게 간지러운 적이 없었는데.

터벅, 터벅─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고, 곧장 1팀 사무실로 움직이던 찰나.

걸어가던 중 복도에서 만난 여인은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와우, 정수호 실장님!!"

"네?"

처음 보는 여자가 내게 폴짝폴짝 뛰어왔다.

"누구세요."

"저요?"

그녀는 내 손을 꼭 붙잡고 대화를 이어갔다.

"완전 팬이에요! 댄싱머신!!!!"

"아잇."

뭐 하는 인간이야.

"그쪽, 여기 어떻게 들어왔어요."

"직원이니까 들어왔죠!"

"음?"

그때, 엄지유가 멀리서 달려오며 큰 소리로 외쳤다.

"바카영 씨이이이!!!"

".... 박아영?"

설마 이분이 공수부대원.

이전 회사에선 감히 말도 못 붙여본 하늘 같은 분.

드림 에이전시 대표님의 무남독녀 외동따님이신가.

지유는 씩씩대며 그녀에게 소리쳤다.

"제가 실장님께 예의 지키라고 했죠!"

"에이, 우리 가족 같은 회사잖아요."

"가족 같은 소리 하지 말고."

"...."

지유야, 너 왜 그러는데.

상대는 공주님이라니까.

"박아영 씨, 어서 사과하세요!"

"이잉, 죄송해요."

"아뇨. 무슨 말씀이세요. 죄송이라뇨."

"???"

지유는 눈을 크게 뜨고 내게 반문했다.

"뭐야, 오빠! 전화에서 했던 말이랑 다르잖아."

"조용히 해, 인마."

"나한테는 군기 잡아놓으라고...."

"엄 팀장, 안 바빠?"

"엉?"

존나 쓸데없는 말 좀 그만하고.

"빨리 가서 밀린 결재 서류 다 가져와. 당장."

"지, 지금?"

"응. 전부 다 가져와. 냉큼."

"으으, 알겠오."

축 늘어진 그녀의 어깨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지유야, 내가 너 살린 거야.

고마우면 나중에 술이나 사.

"실장님, 엄청 따뜻하신 분이셨군요!"

"아뇨. 아닙니다."

당연히 따뜻해야죠.

뜨거운 맛 보기 싫으면.

"실장님, 혹시 여자친구 있으세요?"

"갑자기?"

"제가 꼬시면 넘어오실래요?"

"와...."

"오라고요!?"

"아니."

이분, 진짜 예측이 안 되는 사람이네.

대표님 따님인 걸 몰랐으면 어땠을까.

"박아영 씨, 급발진하지는 마시고."

"오케이, 그럼 천천히!"

"...."

우리 공주님 감당이 안 되는데.

누가 머리끄덩이 안 잡아가나.

* * *

너튜브 채널, 「모해모해」 촬영 스튜디오.

엄지유는 다이애나를 대기실에 두고 내게 다가왔다.

"다이애나 헤메코 예쁘게 잘하고 왔어?"

"응. 끝내줘."

"고생했어."

오늘은 특히 신경 좀 써줘야지.

도하나 공개 영상은 평생 짤로 남을 텐데.

"오빠, 오늘따라 왜 이렇게 유난이야?"

"...."

아직도 말을 안 해줬구나.

도하나, 오늘 공개하는데.

'오래 참긴 했지.'

당장 할리우드와 빌보드, 양쪽에서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으니.

과장을 좀 보태면, 도하나 개인 인기는 솔라 전체와 맞먹었다.

"오빠."

지유는 조금 걱정스러운 어조로 내게 말했다.

"은서 언니, 오늘 첫 촬영 들어갔거든?"

"응. 잘했네."

"근데 왜 이렇게 신경을 안 써줘?"

"신경 쓰고 있어."

"모해모해보다 영화 촬영이 더 중요하잖아!"

"둘 다 중요하지."

"아, 그건 맞는데."

일단, 오늘은 진짜 중요한 게스트가 출연한다고.

"이번에 게스트가 다이애나잖아."

"그건 알지."

"그래서 오늘 깜짝 발표가 있거든."

"???"

마침, 제 시각에 맞춰 조영수 기자님이 스튜디오에 방문했다.

"조 기자님, 오셨어요?"

"네. 특종이라는데 달려와야죠."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긴장되는데요."

나는 조금 뜸을 들이며 입가에 씨익 미소를 지었다.

"오늘 도하나가 출연할 겁니다."

"네?"

"도하나 프로듀서."

"!!!!"

순간, 옆에서 듣고 있던 스탭들의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 자리에서 다이애나를 제외하면 아무도 몰랐으니까.

"지, 지금이요? 모해모해 촬영 중에 도하나 얼굴을 공개한다고요?"

"네. 최초 보도 부탁드립니다."

"아니, 이게 무슨...."

기자님은 근처에 앉아 노트북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타이핑에 집중하는 모습을 확인하고 시선을 돌렸다.

"피디님, 오늘 촬영 준비는 끝났습니까?"

"네? 아, 네! 당연하죠!"

한때, 100만 채널의 주인이었던 주현성 피디님.

그 역시 감이 없는 인물은 아니었다.

사업 확장으로 채널을 팔아버렸지만.

"저 지금 손이 떨려요."

"...."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마지막으로 소미와 한지아를 바라봤다.

"얘들아, 바로 준비하자."

"네에!"

서브 MC로 소미 옆에서 자리를 꿰차고 있는 한지아.

일본에서 돌아온 그녀는 고장 난 로봇처럼 뚝딱거렸다.

"실장님, 진짜 그분이 오세요?"

"벌써 와 있어."

"헐키."

주 피디는 큰 소리로 스탭들에게 외쳤다.

"바로 라이브 촬영 시작하겠습니다!"

"으아, 준비해야겠네."

주현성 피디의 외침과 함께 소미는 큐시트를 확인했다.

"도하나 프로듀서님의 헤드샷?"

"랩도 하시려나 뵈!"

"그니까."

벌써 「모해모해」 회차가 몇 번이나 쌓였으니까.

소미는 지아와 함께 자연스럽게 진행을 이어갔다.

"우리 돌체라떼 한 잔씩 마시고 할까?"

"나는 감자칩 먹을래."

PPL 담당자 입 벌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시청자 여러분, 오늘은 라이브 방송으로 진행합니다!"

"벌써 3만 명이에요!"

"다이애나 언니! 빨리 내려와!"

"...."

소미는 대본도 무시하고 냉큼 다이애나를 불렀다.

라이브 방송이라 NG 없이 그냥 갈 수밖에 없었다.

"언니야, 오늘 게스트가 한 명 더 있는 거 들었어?"

"응. 듣긴 했는데."

어느새 10만을 넘어가는 라이브 시청자 수.

신소미는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입을 열었다.

"도하나 프로듀서님이 게스트라던데!"

"...."

순간, 채팅창에 엄청난 반응이 쏟아졌다.

신비주의 천재 작곡가의 등장이 아닌가.

"소미야."

"응?"

"오늘 내가 먼저 여기서 신곡 발표하기로 했잖아."

"아 맞다."

"아 맞다라니."

다이애나는 소미의 팔을 부드럽게 감싸고 마이크를 건네받았다.

"원래 피처링이 있는 곡인데, 오늘은 혼자 할게."

"...."

라이브 방송 화면에 뜬 시청자 수는 어느새 30만.

도하나 소식은 벌써 각종 커뮤에 퍼지고 있었다.

'도랐, 계속 오르네.'

브레이크도 없이 미친 듯이 오르는 시청자 수.

곧 우에다 유이의 라이브 방송을 넘을 듯했다.

"소미야, 귀에 때려 박아줄 테니까 잘 들어."

"???"

결국에는 생라이브로 갱스터 랩을 하는구나.

사실, 이게 차라리 잘 된 걸 수도 있지.

어차피 공중파에서 라이브 못 할 테니.

"드랍 더 비트."

이내, 다이애나는 비트에 몸을 맡긴 채 마이크를 들었다.

"모야, 언니! 이 노래는 도하...."

"쉿."

소미는 내가 주는 신호에 입을 꾹 다물었다.

'응. 지금 네가 생각하는 그거야.'

저기서 마이크 들고 랩하는 다이애나.

너랑 같이 사는 룸메이트가 도하나야.

* * *

다이애나의 노래와 함께 기자님은 기사를 올렸다.

라이브 방송이지만, 그래도 최초 보도는 맞으니까.

"조 기자님, 수고하셨어요."

"감사합니다. 실장님."

"감사는요, 공생이죠."

"하하하."

비트와 함께 나오는 다이애나의 시그니처 사운드가 부활했다.

-Anna with D.

나는 무표정으로 다이애나의 무대를 지켜봤다.

MC 두 명도 그저 입을 떡 벌린 채 다이애나의 랩을 감상했다.

도하나가 작곡, 작사, 프로듀싱 한 솔로곡을 부르고 있었으니.

-Pop star, idol, icon, produced by hana D, who call me bad bitch? Shot your head, Shot your eyes, Shot your fuckin ears.

미국에서 먹힐 법한 강렬한 비트.

은근한 욕이 곳곳에 들어있는 랩.

'이젠 나도 모르겠다.'

가끔 다이애나가 거친 말을 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항상 순수한 이미지를 유지했었는데.

'.... 청순 안녕.'

지금까지 걸크러쉬는 오직 양주희의 몫이었으니.

도하나 정체 공개는 한 걸음 도약이 되지 않을까.

'지금 해외 인지도면....'

외힙이나 영화 팬 유입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당연히 채팅창은 광란의 현장이었다.

태양빛뿐 아니라, 평범한 리스너들도.

'.... 반응 좋은데?'

욕한다고 불평하는 유교 피플은 거의 없었다.

이내, 불안한 마음과 가려운 감각이 사라졌다.

'거의 이 정도면 식스 센스네.'

실시간 라이브 방송 화면에 자막으로 공개된 그녀의 정체.

팬들은 채팅창을 채우며 그녀의 찐한 갱스터 랩을 감상했다.

-도하나가 솔라 멤버였다니 ㅋㅋㅋㅋㅋ

-올해 최고의 반전임

-가슴이 웅장해지는 영상입니다

-개쩌네, 묠니르2 곡을 다이애나가 썼다고?

-미칠것같애미칠것같애미칠것같애미칠것같애

-국뽕 미터기 터짐 ㅋㅋㅋㅋㅋㅋ

-다이애나는 슬럼프가 아니라 슬럼가였누

-랩 개잘하네 ㄷㄷ

-이런 스웩으로 데뷔곡에서 나만 봐 ㅋㅋㅋㅋㅋ

-솔라는 ㄹㅇ 전설이다

-칼리 잭슨 빌보드 3위! Goat!!!

-한국 작곡 재벌 순위 갈아치울 듯 ㅋㅋㅋㅋ

-태양빛 가입은 어디서 함?

-여러분, 솔라는 사랑입니다

작년부터 탈아이돌 소리를 듣던 다이애나가 아니던가.

이제는 탈아시아급으로, 미국 시장에서 놀고 있으니까.

'바로 국힙 원탑인가.'

빌보드 최상단에 오르는 비트 메이커를 누가 디스해.

랩을 병신같이 했어도 그냥 닥치고 끄덕이는 수밖에.

"언니!!!"

소미는 무대가 끝나자마자 다이애나에게 소리쳤다.

"그동안 왜 말 안 한 건데!!"

".... 그건 니가."

"???"

시청자들은 소미 연기가 어색하다고 놀려댔다.

설마 멤버에게도 숨겼을 거로 생각하진 못했다.

-알고 있었으면서 ㅋㅋㅋㅋ

-오늘 알게 된 척 ㅋㅋ

-진짜 귀엽네

-멤버들 몰래 1년 동안 작업하는 게 말이 됨?

-연기력은 좀.... ㅠㅠ

소미는 채팅창을 확인하며 세상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진짜로! 진짜로 몰랐어요!"

"맞아요, 소미 몰랐어요."

옆에서 거드는 한지아의 도움도 의미가 없었다.

찐으로 억울해하는 소미 표정이 귀여웠으니까.

"아우, 진짠데에."

진짜든 아니든 큰 의미는 없었다.

그냥 귀여운 소미를 계속 놀릴 뿐.

나도 괜히 미소가 새어 나와서 애써 표정을 관리했다.

주변에서 영문 모를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으니까.

"오빠, 나한테는 말 좀 해주지."

"미안하다."

"아냐."

지유는 묘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오빠가 잘 숨겼으니까 이렇게 한 번에 터트렸겠지."

"알아줘서 고맙다."

"지금 구독자 봐봐."

"아, 우리 채널 떡상했나."

"응, 맞아!"

사실, 그동안 소미 개인 채널의 구독자 수는 살짝 아쉬웠다.

200만이 적은 건 아니지만, 솔라 인지도에 비해선 부족했지.

"지금 몇 분 사이에 숫자가 바뀐다고!"

".... 엄청 오르는구나."

새로고침을 누를 때마다 '0.1만'씩 구독자가 늘어났다.

며칠 뒤쯤에 확인하면 외국인 팬도 많이 붙을 것 같다.

"이거 내버려두기 아까운데."

"내가 쇼츠 만들어서 올리고 있긴 해."

"...."

쇼츠는 돈이 안 돼요.

"주 피디님이랑 뭐 하나 기획해보자."

"응. 알겠어."

소미 채널에 10분 영상을 올리면 조회수 당 3원쯤.

단순 토크쇼보다는 액티비티 한 활동을 하면 어떨까.

"오빠, 오빠! 지금 워터멜론 확인해 봐."

"아, 벌써 차트에...."

지유의 말을 듣고, 곧장 음악 어플을 확인했는데.

이미, 도하나의 솔로곡는 빛의 속도로 정상을 찍었다.

국내 차트를 장기 집권 한 송나연을 가볍게 계승했다.

[1위 Head shot <도하나 feat. Carly Jackson>]

당장 수많은 방송국에서 러브콜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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