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오해받는 연예계 생활-98화 (98/200)

[98] 개별활동(5)

SBC 예능 「공차녀」 감독들은 실제 국대 출신으로 포진되어 있었다.

대부분 2002년 월드컵의 주역들이었는데.

그중에서도, 걸그룹 팀 「걸킥스」의 감독.

김춘식 선수는 첫 연습을 앞두고 멤버들을 확인했다.

"걸킥스는...."

솔직히, 전혀 기대되지 않았다.

리그 꼴찌는 면할 수 있으려나.

저번 시즌에는 제법 괜찮은 팀을 만나 리그 4강까지 올랐지만.

만년 꼴찌 팀을 무슨 수로 키우냐.

이건 허딩크 감독님 오셔도 안 돼.

시즌1 후반쯤엔 팀별로 실력 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는데.

그중, 걸그룹 팀은 피지컬부터 다른 팀보다 많이 약했다.

"아이고, 춘식이 형님!"

"...."

그때, 다른 팀 감독이 근처에 다가와 활짝 미소를 지었다.

우승 후보로 꼽히는 '국대 가족' 팀을 맡게 된 친구였으니.

"형님, 이전 시즌에 내가 걸킥스 감독이었잖아."

"너 인마, 말 잘했다. 연습은 시킨 거야?"

"에이, 내가 기초는 진짜 열심히 다져놨어."

"아닌 것 같은데?"

"아님 말고."

"...."

두어 명 빼고는 초보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미 비디오를 수차례 돌려보고 오는 길이었다.

"그래도 수아랑 민영이는 꽤 잘해."

"참나."

그 두 명도 걸킥스에서나 에이스지.

다른 팀에선 잘 쳐줘도 중상위권이야.

"그냥 포기하면 편해."

"죽을래?"

"어후, 걸그룹은 괜히 걸그룹이 아니더라."

"...."

TV로 봐도 말랐는데 실제로는 더 마른 몸매.

걸그룹 체형이 괜히 화제가 되는 게 아니지.

"그냥 예능은 예능으로 즐기자고."

"고오맙다."

춘식은 그를 뒤로한 채 개인 연습 구장으로 이동했다.

"둘 셋, 안녕하세요!!!"

해맑은 인사로 자신을 맞이하는 6명의 소녀.

박수아는 주장으로서 당당하게 입을 열었다.

"감독님,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어, 음. 그래요."

걸그룹이라 그런가, 인사는 참 잘하네.

한 명씩 피지컬을 슬쩍 확인해 봤는데.

'.... 한 명 상태가?'

요즘 걸그룹은 벌크업도 하나.

"자네는 처음 보네? 이름이...."

"네. 감독님, 이번 시즌에 새로 합류한 양주희라고 합니다!"

"아, 솔라."

아이돌에 관심이 없어도 이름 한 번쯤은 들어볼 수밖에 없었다.

당장 오늘도 작가님들이 분량 뽑아야 한다며 난리를 치더라고.

'저 친구는 운동하다 왔나.'

이러면 갑자기 기대감이 드는데.

걸그룹 멤버라기보다는 얼굴 예쁜 운동계 후배 느낌.

팔다리만 봐도 탄탄하게 붙은 근육이 눈에 들어왔다.

"그럼 전체적으로 기초 테스트 한번 해볼까?"

"저기, 감독님."

그때, 걸킥스 주장 박수아는 주뼛거리며 다가와 말했다.

"오늘 테스트에서 주장을 가리기로 했습니다."

"음, 주장 내려놓고 싶어서?"

"아뇨. 그보단...."

슬쩍 양주희의 눈치를 살피며 말하는 그녀.

"실력순이 맞는 것 같아서요."

"...."

축구는 무조건 세트 플레이.

실력보다 팀워크가 우선인데.

오늘 처음 들어온 신입 눈치를 보며 말하는 꼬라지 보소.

'.... 이러니까 매일 꼴찌나 하지.'

진짜 축구 후배였으면 줄빠따각이지만.

사기 진작을 위해서 오늘은 참기로 했다.

"그럼 일단 실력부터 보자고."

"네. 감독님."

이내, 걸킥스 내에 3:3으로 나눠서 연습 경기를 진행했다.

에이스 박수아와 이민영, 두 팀으로 나누고.

기본적인 전술 훈련을 시작하려고 했는데.

역시, 피지컬 좋은 친구는 이런 단점이 있다.

저렇게 혼자서 솔로 플레이를 한다는 거야.

"양주희! 너 혼자 그렇게 막 튀어나.... 가."

가, 그래. 그렇게 계속 가.

"그렇지! 잘 한다!"

주희는 걸킥스 첫 번째 수비수를 제치고 박수아의 앞에 섰다.

이내, 몸으로 달려오는 수아를 가벼운 페인트로 넘기는 모습.

'.... 선수였어?'

양주희는 전혀 서두르지 않았다.

다시 자신의 앞을 막기 위해 달려오는 수아.

그녀를 천천히 기다리며 어깨를 으쓱였으니.

"아니, 제쳤으면서 왜 다시...."

가지고 노는 거냐.

축구가 장난인가.

어린 아이와 어른의 경기처럼 압도적인 차이.

단 한 번이라도 빼앗기면 혼을 내려고 했지만.

"양주희 너 그렇게 하면...."

퍼엉─

그때, 주희의 발끝에서 대포 발사 소리가 들려왔다.

"꺄악─!"

몸을 웅크리는 골키퍼의 옆자리에 정확히 꽂혔다.

지난 시즌 나름 선방했다고 말하는 골키퍼였는데.

"감독님! 부르셨습니까?"

김 감독은 부드럽게 골망을 뒤흔드는 축구공을 보며 엄지를 올렸다.

".... 나이스 샷!"

"감사합니다!"

양주희는 씨익 웃으며 수아를 바라봤다.

"자, 이제 누가 주장이지?"

잠시 후, 밸런스 배치를 위해 4:2로 팀 구성을 교체했다.

그래도 어느 정도는 게임이 될 거라고 기대했는데.

양주희가 혼자 두 명의 수비수를 제치는가 싶더니.

투욱─

깔끔한 킬 패스로 팀원 앞에 공을 정확하게 배달하는 양주희.

허나, 민영은 어버버 하며 완벽한 찬스를 허무하게 날려버렸다.

"주, 주희 씨 미안해요."

"에이, 그냥 연습인데 뭐 어때요."

".... 멋져!"

이미 주장의 품격을 갖춘 양가의 딸.

주희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어깨를 으쓱였다.

상대 팀 선수들도 선망의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으니.

'팀의 사기를 올리는 걸킥스의 주장....!'

솔라 인지도에, 폭발적인 축구 실력.

방송도, 축구도 둘 다 씹어 먹겠는데.

골 결정력. 슛 파워. 위치 선정.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패스.

흠결을 찾기 어려운 여성 스트라이커였다.

세트 플레이고 뭐고, 이 정도 실력 차이는 깡패 맞다.

특히 여성 축구였기에 격차는 훨씬 더 크게 느껴졌다.

얘는 왜 축구선수가 걸그룹을 하는 걸까.

아니, 반대로 걸그룹이 축구를 하는 건가.

"이거, 어쩌면...."

리그 상위권은 물론, 슈퍼리그까지 노려볼 수도.

* * *

얼마 후.

소미의 너튜브 채널, 모해모해 촬영 스튜디오.

나는 구석에서 지유와 전화로 대화를 나눴다.

"진짜 혼자 괜찮겠어?"

-응. 맡겨둬.

하필 스케줄이 겹쳐서 어쩔 수 없네.

"그냥 태양빛 운영진 미팅을 미룰까? 내가 양해 구하고...."

-아니, 혼자 괜찮다니까.

내가 안 괜찮아서 그래요.

-어차피 내가 팬 매니저잖아.

"그렇긴 한데."

-오빠, 모해모해가 더 중요하지. 거기 집중해.

"음, 그래."

촬영이 더 중요하긴 하지.

-나는 오늘 꼭 마스터 면상을 봐야겠거든?

"...."

나는 잘 모르겠소.

"오늘 은서 촬영 끝나지?"

-응. 저녁에 회사로 올 거야.

"그래. 알겠어."

지유와 전화를 끊고, 다시 시나리오를 집어들었다.

「첫 사랑」

며칠 전부터 꽂혀서 가지고 다니는 영화 시나리오.

금수저 여대생에게 빠져버린 가난한 남자의 로맨스.

90년대 배경에, 복고풍의 풋풋한 첫사랑 이야기였다.

'.... 열린 결말 진짜.'

그래서 두 사람은 결혼을 했다는 거야, 못 했다는 거야.

은서는 카메오 촬영 때문에 좀처럼 대화할 시간이 없었다.

"안녕하십니까!"

그때, 소미는 큰 소리로 누군가에게 인사를 건넸다.

'아, 오셨네.'

송나연 님이 등장하자 촬영장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아이돌의 아이돌.

송나연 보고 꿈을 키운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노래, 연기, 작곡, 팬 서비스까지 완벽한 분.

나 같은 짭이 아니라 진짜 연예계 천재였다.

"정 실장님, 반가워요."

"네. 나연 씨."

"제가 더 어린데. 오빠라고 불러도 돼요?"

"네, 그럼요."

"그럼 말 놔요, 오빠."

"...."

제가 어떻게 그래요.

송나예뻐 회원인데.

방긋 웃는 얼굴로 지나치는 모습도 생기가 넘쳤다.

"자자, 그럼 촬영 들어가겠습니다!"

이어서, 주 피디는 타이밍 좋게 촬영을 시작했다.

이에 맞춰 민망한 표정으로 그녀를 부르는 소미.

"저기, 나연아. 안녕."

"응. 소미 안녕!"

신소미, 반말 부끄러워하는 거 킹받네.

나한테는 준비도 없이 잘만 놓더니만.

"나연아, 나 피처링 해줘."

"그래."

"응? 그, 그럼 같이 무대도 올라가줘!"

"알겠어."

"???"

일부러 귀찮게 하는 여동생 컨셉인데 왜 쉽게 알겠다고 하지.

"대, 대본이랑 다른데....?"

"싫으면 말고."

"아니야! 진짜로 좋아!"

"응. 소미야."

소미를 보는 나연의 눈빛은 정말 따뜻했다.

방송이 아니라, 귀여운 동생을 보는 느낌.

'힐링 방송인가.'

소미는 혀를 살짝 내밀더니 재차 입을 열었다.

"나연아, 내가 너를 위해 요리 재료를 준비했어."

"정말?"

"응! 너랑 잘 어울리는 토메이토 파스타!"

"나 파스타 좋아해!"

요리는 게스트가 하는 거라며.

그래서 나는 직접 요리했잖아.

"근데 우리 실장님이 요리 진짜 끝내주게 하시는 거 알아?"

"오, 정 실장님?"

".... 나?"

소미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취 오래 하셔서 요리 엄청 잘해!"

"아하, 요리 해주시면 좋겠네."

"...."

나보고 어쩌라고.

소미는 내가 없으면 방송이 안 돌아가냐.

그럼 연예인 하지 말고 니가 실장 하던가.

"???"

주변 사람들은 전부 나를 쳐다봤다.

"실장님, 가셔야 해요."

"대본에 없잖아요."

"원래 모해모해는 대본 없어요."

"아니."

"빨리요!"

"...."

소미 채널에 투자를 크게 해서 수입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성과급도 상당했지만, 이미 너튜브 수익은 그보다 컸으니.

".... 열심히 해볼게요."

"와아!"

"수호야 이리와!"

소미는 당연하다는 듯이 나를 부르며 프라이팬을 넘겼다.

"나한테도 반말이 맞나."

"당연하지!"

왜 당연한 건지 모르겠지만.

진짜 내가 돈 때문에 참는다.

"에휴, 알겠어."

똥촉이 없어도 열심히 해줄 용의가 있었다.

금융치료 받으면 없던 의지도 생겨나거든.

치이익─

사실, 조리법만 알면 파스타만큼 쉬운 요리도 없지.

"와, 실장님 진짜 착하시네요."

"저요?"

"네! 멤버를 위해서 방송 중에 요리해주는 매니저는 처음 봐요!"

"...."

멤버가 아니라 돈을 위해서죠.

* * *

태양빛 운영진 미팅.

그동안 이날만을 손꼽아 기다리지 않았던가.

"카페지기....!"

진짜 그 낯짝 한 번만 보자고.

구 팀장님도 보셨다고 하던데.

잠시 후, 약속 장소에 도착하고 활짝 웃으며 인사했다.

"다들 안녕하세요!"

"오오, 엄지유 매니저님!"

"티비에서 봤어요!"

"...."

홍삼 한 스틱씩 쪽쪽 빨아먹는 게 꼴 보기 싫은데.

"그거 홍삼은 누가 줬어요?"

"우리 마스터요!"

내가 사준 거라고 말도 안 해줬어!?

진짜 양아치도 이런 상양아치가 있나.

"자, 여러분 중에 누가 카페지기죠?"

"저요?"

여리여리한 여인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겉보기에는 그렇게 나쁜 사람 같지 않았는데.

"그쪽이 혹시 단톡방 닉넴.... 마스터?"

"아뇨. 저는 새로운 카페지기 선우지라고 합니다."

"아, 그럼 원래 카페지기는요?"

"저기 오시네요."

스윽─

그때, 식당에 들어오는 한 남자를 바라봤다.

"뭐예요, 저건?"

"그러게요."

중세 기사 투구를 어디서 구한 걸까.

깡, 깡─

자꾸 머리를 왜 부딪치면서 오는데.

왜 창피함은 우리 모두의 몫인 건가.

"저기요?"

"네!"

기사 투구에서 붕붕 울리는 남성의 목소리.

".... 안 더우세요?"

"괜찮습니다!"

"그래도 벗고 말씀하시죠."

"제가 대인기피증이 있어서요!"

"그러시구나."

"아임 파인 떙큐입니다!"

"아니."

어디서 들어본 듯한 목소리 같기도 했지만.

투구에서 울리는 진동 소리 때문에 헷갈렸다.

"그거 어디서 샀어요?"

"애매존!"

아, 투구 썼으니까 뒤통수 한 대만 때리고 싶다.

'보통 놈이 아니라고 생각은 했는데.'

진짜 세상에 개또라이가 만든 카페였나.

그런 카페 회원 수가 왜 몇십만인 거야.

"그럼 회의 진행하죠!"

"좋습니다!"

이제 「태양빛」은 공식적인 솔라 팬 카페로 인정받았으니.

기존의 유료 팬 카페에서 하던 방식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저희 운영진 측에선 돈만 낸다고 정회원으로 올려줄 수 없다는 의견입니다."

"음, 그래도 회사 입장이라는 게 있어서...."

팬 활동을 강요하다가 수익성이 떨어지면 곤란했다.

"너무 복잡하지 않은 선에서 부탁합니다."

"네. 유료 회원 중에 일주일만 열심히 활동하면 정회원 되는 걸로."

"좋습니다."

지유는 회의 중간마다 투구남을 힐끔힐끔 쳐다봤다.

'회의는 또 진지하게 하네.'

무슨 기사도야 뭐야.

머리에 투구 썼다고 행동은 정중하잖아.

중요한 회의를 마치는 동안.

초대 카페지기는 한 번도 투구를 벗지 않았다.

"흐음."

엄지유는 그에게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옆 사람에게 물었다.

"저기요, 저분 얼굴 본 적 있어요?"

"네, 당연하죠."

"오, 정말요?"

"네. 장난기가 많으셔서 그렇지, 원래는 멀쩡하세요."

"사진, 사진 있어요!?"

"으음, 있는 것 같기도...."

그때, 투구남은 대화에 끼어들었다.

"대충 회의를 마친 것 같은데요."

"아, 네. 그렇죠."

"저희 운영진끼리 추가 회의가 있어서요."

"예....?"

저보고 꺼지라고요?

"오늘 회식은 저희끼리하고 다음에 부르겠습니다."

"아, 그런 게 어딨어요."

"죄송합니다. 아주 중요한 회의라서요."

"...."

뽀드득─

지유는 손에 잡힌 냅킨을 꾸기며 입을 열었다.

"그르시그나."

저런 사가지 없는 쉑.

팬 매니저가 죠스로 보이나.

꾸벅─

지유는 투구남에게 인사를 하고 나와 식당 문 앞에서 대기했다.

"너 이 새기, 내가 얼굴 보고 간다."

몇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다리겠어.

굳게 다짐하고 자리를 잡으려는데.

띠리리링─

그때, 하필이면 정 실장님 전화가 걸려왔다.

"수호 오빠?"

-회의 끝나면 바로 회사에 들러.

"지, 지금?"

-응. 니가 팀장 대리잖아.

"아."

지유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애써 옮겨야 했다.

* * *

요즘 똥촉이 제대로 오는 작품은 씨가 말랐어.

며칠 내내 꽂혀버린 영화 시나리오.

회사에 도착하고, 은서를 찾았는데.

"은서야!"

나는 영화 시나리오를 건네며 말을 이어갔다.

"이거 네가 가지고 있었다며. 어디서 구했어?"

".... 그건 왜요?"

"정말 좋은 작품이니까."

"저, 정말요?"

"응."

그 눈동자에서 잔잔한 떨림이 느껴졌다.

"그게, 사실은 이미 영화로 제작된 작품이에요."

"뭐?"

"판권도 팔렸고, 각색을 너무 많이 해서...."

"영화 제목이 첫 사랑 맞지?"

"아뇨, 이미 제작된 영화는 첫 경험."

"...."

제목이 미묘하게 바뀌었네.

은서 표정이 많이 어두웠다.

".... 너 괜찮아?"

"아, 음, 그냥 쉬고 싶어요."

"어. 그래."

대체 왜 그러는 걸까.

영화에 비밀이 있나.

곧이어, 나는 사무실로 돌아와 영화를 찾아보았다.

「첫 경험」

어렵게 유료 결제를 하고 볼 수 있었는데.

"와씨, 이건 각색이 아니라."

완전 다른 영화잖아.

마침, 회사에 복귀한 지유가 사무실에 방문했다.

"오빠, 진짜 중요한 순간이었는데에!!!"

"됐고, 이거 같이 봐."

".... 에로 영화를 같이 보자고?"

"아니, 인마."

사실, 시나리오 때문에 부른 건데.

이미 제작한 영화인 줄은 몰랐지.

"영화를 영화로 보라고."

"...."

한동안 지유와 함께 영화를 감상했다.

내용은 당연히 전부 바뀌었고, 제작비 500만 원은 썼을까.

풋풋한 첫 사랑 이야기를 저질 삼류 영화로 만들어놨구나.

"오빠, 취향이 좀...."

"이거 극작가 누구냐."

"검색해볼게."

역배각도 안 뜨는 허접한 각색 작가는 누군지 관심 없었지만.

시나리오에도 없던 원작가 이름은 궁금했다.

이미 이 세상을 떠나신 분이라고 하셨는데.

".... 장현우 작가님."

"아, 이분."

"아는 사람이야?"

"응, 그게."

지유는 표정을 굳히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돌아가신 은서 언니 아버지 성함이랑 똑같네."

"뭐?"

순간, 멍한 기분이 들었다.

어쩐지, 작품이 묘하게 현실적이더라.

'이거, 원작에서는....'

여주인공 어머니가 결혼을 엄청 반대하던데.

설마, 병원에서 부적을 건네주신 은서 할머니.

'.... 는 부자가 아니니까.'

그래도 현실 고증은 별로 안 했구나.

본인 이야기를 시나리오로 쓰신 줄.

"후우, 진짜 쉽지 않겠네."

"뭐가?"

이걸 다시 제작할 수 있을까.

이미 판권까지 팔린 영화를.

".... 영화 제작."

뒤통수에선 간질간질한 감각이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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