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 개별 활동(1)
모든 국가의 콘서트 일정을 종료하고.
솔라는 아주 잠깐 휴식기에 들어갔다.
물론, 쉬는 동안에도 Tvm 방송국 카메라는 돌아갔지만.
"지훈아, 수고했다."
"수고하셨습니다!"
드디어 해외 일정을 끝내고 촬영을 마친 「솔라빔 시즌2」.
각국의 콘서트를 준비하는 과정을 전부 카메라에 담았다.
"지훈아, 이거 첫 방송이 언제야?"
"편집하려면 좀 걸릴 거예요."
"그럼 예지는 못 보겠네."
"미국에서 보면 되죠!"
"...."
내가 미국 일정표를 보니까 그렇게 편하지는 않더라고.
서양식 연기, 영어, 보컬 수업.
촬영 전부터 장난이 아니었다.
당장 며칠 뒤에 미국행 비행기를 타야 했으니.
"아무튼, 수고했어."
"넵!"
실장실을 벗어나는 지훈을 뒤로한 채 포털 사이트에 접속했다.
총 4개 국가에서 열린 콘서트 투어 이후.
팬카페 태양빛은 순식간에 규모를 키웠다.
그래서일까.
딸깍, 딸깍─
한빛일보는 때아닌 댓글 폭격을 정통으로 받아내야만 했다.
다이애나의 슬럼프를 언급하며 굳이 도하나와 비교했으니.
"아휴, 살벌하다. 살벌해."
그래도 부모님 욕은 너무 했네.
근데 마냥 편한 상황은 아니고.
".... 악플이 달리긴 하네."
솔직히, 팬이 많으면 안티도 많은 게 당연했다.
아니, 오히려 팬덤에 비해 안티가 없는 편이지.
앞으로 딱 한두 달만 기다리자.
그쯤 「묠니르2」 개봉하고 OST로 도하나 코인이 떡상하면.
칼리 잭슨 EP 앨범도 기깔나게 뽑아서 빌보드에 진입하면.
"내가 그때는...."
어떻게든 다이애나를 설득해서 국뽕 무적 실드권을 받아내야지.
그래도 반은 한국인이거든.
미국 국적이라도 혼혈이라.
똑, 똑─
그때, 엄지유는 노크를 두드리고 사무실에 들었다.
"오빠, 여기 결재 좀."
"한지아, 결국 일본 스케줄 잡혔네."
"당연하지."
우에다 유이가 정식으로 낸 싱글 앨범, 「오덕」.
한지아는 피쳐링 참여로 일본 활동을 결정했다.
"일본 활동하는 동안 매니저 붙여줘야겠네."
"응. 신입 직원이 일본어 좀 해."
"그럼 일단 그 친구한테 맡겨보자고."
"응!"
나는 지유를 빤히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해외 출장 다니느라 수고했어."
"에이, 수고는 무슨."
구 팀장님이 미국에 있는 동안 팀장 대리직을 수행할 친구.
"엄 팀장, 그만 나가 봐."
"팀장? 내가?"
"응. 구 팀장님이 안 계시면 니가 팀장이야."
"오오, 대애박!"
지유는 생긋 웃으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이거거든! 이래서 실세랑 친하게 지내야 해! 히힛."
"그래 그래."
나도 친한 사람한테 일 시키는 게 더 편하지.
"그럼 주희랑 소미한테 예능 들어온 거 정리해서 메일로 보내."
"응. 알겠어!"
"은서 앞에 들어온 대본도 다 챙겨서 보내. 전부 코멘트 기록하고."
"아, 음.... 오늘까지?"
"어. 그럼 내일 하게? 라떼는 잠을 회사에서 잤어."
".... 팀장이 좋은 거 맞지?"
"당연하지."
"진짜로?"
"응."
당연히 별로지.
월급은 안 오르고 일만 많아진 건데.
그래도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는가.
"지유야, 연예계에서 스물한 살짜리 팀장은 너밖에 없을걸?"
"그, 그런가?"
"그렇지. 요즘 큐앤지 레이블 입사 컷 오른 거 알지?"
".... 오케이!"
와우, 이걸 또 납득하네.
이래서 네가 편한 거야.
"오빠, 그러고 보니까 다이애나도 스케줄 들어왔는데."
"안 돼. 걔는 당분간 곡 작업으로 바빠."
"아하."
이어서, 지유는 조심스럽게 질문을 건넸다.
"도하나 프로듀서님 의식해서 작업 의뢰받은 거야?"
"그런 거 아냐."
"아니긴! 그분은 빌보드 가수랑 작업하게 생겼는데."
"...."
갸가 갸라고.
"멤버들 앞에서 그런 말 하지 말고."
"절대 안 하지!"
도하나의 위상이 높아지는 만큼.
나중에 찾아올 기대감이 커졌다.
"오빠, 예지 언니 미국 가기 전에 뭐 해줄 거야?"
"응? 뭐를 해."
"뭐라도 해야지. 예지 언니 생일도 미국에서 혼자 보낼 텐데."
"음, 그러네."
사실, 미국에 보내는 것도 내 독단이었다.
예지는 오디션 전에 은근히 티를 냈는데.
'정말로 가기 싫었을 수도....'
내 똥촉의 최대 수혜자인 동시에 첫 번째 희생양.
문득, 내가 아는 어떤 수석 디자이너가 떠올랐다.
"지유야, 지올 강남점이 몇 시에 문 닫아?"
"글쎄. 보통 8시쯤."
"아, 그래?"
그럼 빨리 연락해 봐야겠네.
* * *
솔라는 이미 하나의 트렌드.
멤버들이 입는 옷, 들고 다니는 가방, 걸치는 악세서리.
하다못해 예능에서 떠든 말 한마디도 유행처럼 번졌다.
블루숄츠와 함께 걸그룹 지분을 양분하는 슈퍼스타.
그런 그녀들도 숙소에선 20대 초반 소녀에 불과했다.
"고마워 얘들아."
"소원 빌었어?"
"응."
예지는 멤버들이 준비한 작은 이벤트에 미소를 지었다.
작은 선물과 예쁜 케이크.
그리고 마음을 담은 편지.
"에이, 오늘도 언니가 울 줄 알았는데!"
"지금이라도 울까?"
"됐네요."
단독 콘서트의 여파는 생각보다 오래갔다.
"콘서트 때 펑펑 울었잖아. 팬분들이 노래 불러줄 때."
"나는 이제 눈물이 말랐어. 즙이 안 나와."
"그날 진짜 짜릿했지."
심지어, 눈물이 없는 양주희도 그날만큼은 눈물을 흘렸으니.
"주희야, 나 없는 동안 우리 애들 잘 부탁해."
"나는!?"
생일이 더 빠른 은서는 팔짱을 끼고 말했다.
"언니 없으면 내가 둘째거든?"
".... 물리적으로 잘 부탁한다고. 주희한테."
"아하."
사실, 주희도 너무 운동만 할까 봐 내심 걱정이었다.
콘서트도 끝났고, 댄싱 스트릿도 종영했으니.
정 실장님께서 새 작품을 가져오지 않는다면.
"너 이제 또 헬스만 하는 거 아니지?"
"헬스는 내 운명."
"적당히 해. 뼈 삭아."
"알겠어."
예지는 엄마처럼 멤버마다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솔라에게는 리더이기 이전에, 정신적 지주였기에.
"다이애나는 계속 이렇게만 해."
"응."
예지는 뿌듯한 눈으로 다이애나를 바라봤다.
도하나 프로듀서를 전혀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우린 조만간 미국에서 보자."
"엥? 나 미국 스케줄 있는 거 어떻게 알았어?"
"그냥."
한때, 실장님과 그녀가 나눈 대화를 우연히 들었으니까.
박철민 본부장님조차 모르는 비밀을 공유하는 셈이었다.
'우리 실장님은....'
내일 공항에서 마지막으로 보겠구나.
그 전에 잠깐이라도 보면 좋을 텐데.
"언니, 내일 실장님은 배웅 못하실 거야."
"응? 왜!?"
예지는 눈을 크게 뜨고 소미를 바라봤다.
"내일 미래를 보는 변호사 첫 방송이잖아."
"응. 그건 알지."
"배우분들 시청하는 장면 메이킹 필름 찍는 거 따라가신대."
"...."
일하러 가는 거라 어쩔 수 없긴 하지만.
그럼 설마 얼굴도 못 보고 떠나는 건가.
띠리리링─
그때, 거짓말처럼 그분께 전화가 걸려왔다.
예지는 벌떡 일어나 자신의 방에 들어갔다.
"여, 여보세요? 실장님!"
-예지야, 짐은 다 챙겼어?
"네! 준비 끝났어요!"
-컨디션은 어때?
"완전 좋아요!"
어쩐 일인지, 실장님은 살짝 뜸을 들이며 말을 늘어뜨렸다.
-.... 지금 바쁘지?
"아, 아뇨! 전혀 안 바빠요!"
-그럼 잠깐 숙소 앞으로 나올래?
"네, 좋아요!"
뚝.
순간, 심장이 미친 듯이 두근거렸다.
"뭐지뭐지뭐지. 이거 혹시 꿈인가?"
실장님이 이런 식으로 전화한 적은 없었는데.
그것도 엄청 자상한 목소리로 사랑을 담아서.
"얘들아, 잠깐 나갔다 올게!"
"이 밤에 어디가!?"
"바로 앞에!"
예지는 아파트를 단지 앞, 밴을 자주 세워두는 장소로 향했다.
아오, 화장도 안 하고 왔구나.
지금이라도 다시 하고 나올까.
".... 진짜 오셨네."
저 멀리, 밴을 세워놓고 자신에게 손을 흔드는 정수호 실장님.
'흐음, 아무래도....'
연애는 3년 정도가 딱 적당하겠지.
실장님이랑 나이 차이도 있으니까.
요즘 한별 유치원이 시설도 좋고 영어도 잘 가르친다던데.
부모님이 연예인이면 자식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려나.
"예지야, 왜 그렇게 멍하니 서 있어?"
"아이는 세 명 정도."
"응?"
"아."
어느새 다가온 실장님은 자신을 빤히 바라봤다.
"제가 방금 뭐라고 했어요?"
"됐고, 일단 타."
"조수석에 탈래요!"
"그래."
예지는 붉어진 얼굴을 푹 숙이고 그를 따라갔다.
"근데 우리 지금 어디 가요?"
"가보면 알아."
실장님의 씨익 웃는 얼굴이 오늘따라 왜 이리 잘생겨 보일까.
그 어떤 보이그룹 멤버와 비교해도.
아니, 탑 배우보다도 멋있어 보였다.
이내, 두 사람은 목적지에 도착하고 함께 밴에서 내렸다.
"여기는...."
지올 강남점.
분명히 문 닫을 시간인데.
"아무거나 골라."
"와아."
매장 매니저는 퇴근도 하지 않고 자신들을 정중하게 맞이했다.
"안녕하십니까. 편한 쇼핑 되시길."
"아...."
예지는 정 실장님을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봤다.
착각이 아니라 정말이었어.
여길 전세 내고 부르시다니.
'진짜로 실장님도 나 좋아하시나 봐!!!'
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클리셰!
재벌 왕자님이 해주는 그거잖아.
* * *
솔직히, 내가 아무거나 고르라고 말하긴 했는데.
".... 하나만 고를 줄 알았지."
진짜 마음 놓고 고를 줄은 몰랐네.
매니저 월급으로는 감당이 안 돼요.
"아니, 나는 그냥...."
본인 거 하나 사주려고 불렀는데.
내 가방이랑 구두는 왜 고른 거야.
"어휴, 얘는 나중에 누구한테 시집갈지."
탑스타 생활 수준에 맞추려면 진짜 재벌 2세 정도는 돼야 하나.
"어이가 없네."
지올 구두 신고 편의점에서 깡소주 한 병 사는 거 실화냐.
투자로 많이 안 벌어놨으면, 솔라고 뭐고 욕부터 나올 뻔.
"음, 지금쯤이면...."
벌써 LA행 비행기 탔으려나.
김 리다, 강해져서 돌아와라.
삑─
이내, 소주를 챙겨 편의점을 벗어났다.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네."
곧바로 밴에 올라타 신생 방송국 ETV로 이동했다.
술을 마시면 미래가 보이는 변호사.
드라마에서 종종 나오는 장면이었다.
주연 배우들끼리 TV를 보면서 한잔하는 장면을 찍자고 했으니.
조금 가식적이지만 이미지 메이킹이라는 게 원래 그런 거니까.
잠시 후,
약속 장소에 도착하고 스탭들에게 인사했다.
"아, 정 실장님! 오셨습니까."
"네. 감독님."
"아이고, 무슨 소주를 직접 사오셨어요."
"그냥 오는 길이라서요."
메이킹 필름은 드라마가 뜬 뒤에 의미가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을 테니까.
"저기, 실장님. 혹시 바쁘신가요?"
"솔라야 항상 바쁘죠."
"아뇨, 실장님이요."
"네? 저요?"
감독님께선 내가 함께 출연하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엄청 얼굴이 알려진 셀럽 아닙니까."
".... 솔라 코인이 달달하긴 하죠."
"하하. 부정할 순 없겠네요."
"...."
나는 드라마의 성공을 확신한다.
어쩌면, 제작진보다 더 확실하게.
"죄송합니다. 저는 출연하지 않을게요."
"하아, 그런가요."
내가 출연한다고 똥촉이 발동할 리도 없잖아.
메이킹 필름에 역배각이 뜨기도 어렵겠지만.
"대신 드라마 카메오 출연은 생각해 볼게요."
"여, 연기하시려고!?"
"아뇨. 저 말고 은서요."
순간, 스탭들은 깜짝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정말입니까?"
"네."
엄재하 회사에서 투자한 드라마.
망할 드라마에 카메오 출연은 별로겠지만.
성공할 작품에 출연하는 건 나쁘지 않았다.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는요."
이내, 첫 방송 시간이 점점 다가왔다.
"이거 넥플렉스에 바로 올라오나요?"
"아뇨. 본방 이후에 두 시간 안에 올라갑니다."
"그래요?"
혹시 넥플렉스가 성공의 핵심 요인이라면.
첫 방송부터 빵 뜨진 않을 수도 있을 거야.
이어서, 이수연은 동료 배우들과 함께 드라마를 시청했다.
카메라 앞에서 소주잔을 나누며 첫 방송을 감상했는데.
"아, 시청률이.... 0.9프로."
"선방했네요."
"하하."
다들 어두운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
오늘 메이킹 필름도 의미가 있을까.
"경쟁작이 너무 강했어요."
"그, 그쵸. 진세은 배우님 작품이고."
"요즘 케이블 0.9프로는 높은 거죠."
"그럼요."
다들 어떻게든 서로 위안을 하며 격려하는 모습.
'나도 조금 아쉽긴 한데....'
뒤통수가 가려운 걸 보면 아직 모른다.
* * *
일주일 뒤,
「미래를 보는 변호사」는 3화부터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 5프로 찍었네요."
"그러네요."
수연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커피를 마셨다.
지금 올라오는 반응을 보니 5프로로 끝날 것 같지 않았다.
최소 10프로, 어쩌면 15프로를 찍고 신드롬을 일으킬 수도.
"벌써 넥플렉스 한국 컨텐츠 1위 찍었다구요!"
"네. 축하드립니다."
".... 역시."
저 무심한 눈빛 속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그저 동쪽에서 해가 뜨는 것처럼.
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것처럼.
"이미 확신하고 계셨나요?"
"그냥 대충은요."
"...."
수연은 묘한 눈으로 수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떻게 그렇게 변할 수 있어요?"
"제가요?"
"네. 분명히...."
드림 에이전시에서는 고르는 족족 망해버렸는데.
"글쎄요."
그저 씨익 웃는 얼굴을 보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엄청난 재능을 모르고 있었다던가.
소미처럼 나태 천재가 각성한 건지.
'.... 세상에.'
대중성을 알아보는 안목이라는 게 실존할 줄이야.
매번 피부로 겪으면서도 믿기 어려웠다.
아니, 누군가에게 말해주면 믿기는 할까.
"정 실장님."
"네?"
"제가 미안했어요."
"갑자기?"
"옛날에 실수한 게 있다면 사과할게요."
"...."
한때, 그를 원망했던 건 사실이었다.
매니저를 믿는 성격 덕분에 더욱더.
"제가 고르는 작품마다 망했었죠?"
".... 네."
"정말 더 미안했어요. 진심으로."
"아."
정수호 실장의 진정성 있는 한마디에 심장이 울렁거렸다.
"뭐, 뭐예요!"
"네?"
수연은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실장실을 뛰쳐나왔다.
"아우, 바보같이."
방금 진짜 뭐였지.
내가 실수한 건가.
띠링─
그때, 정수호 실장님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톡을 보냈다.
[축하해요! 미래를 보는 변호사님]
[(이모티콘)]
뭔데 스윗해.
".... 참나."
막 이런 이모티콘 아무한테나 다 보내는 건가.
"그러면 내가 막, 어? 바로 답장할 줄 알고?"
톡, 토톡─
[제가 실장님보다 한 살 동생이에요]
[그냥 그렇다고요]
딱 한 번만 해주는 거야.
"그나저나...."
우리 세은이는 어떡하나.
정확히 일주일 전에 자신에게 연락했었다.
너무 실망하지 말고, 신생 방송국 아니냐고.
"본인이 했던 말 그래도 갚아줘야겠네."
우리 진세은 배우님, 섹시 컨셉 원툴로는 한계가 있다니까요.
"언니! 어디 가세요?"
"응?"
그때, 복도에서 자신을 보고 인사하는 다이애나.
롱 웨이브 금발은 오늘따라 반짝반짝 윤이 났다.
"그냥 가는 길. 너는?"
"저는 계약하러 가고 있어요."
"아, 실장실."
"네!"
요즘 슬럼프로 많이 힘들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 표정이 밝네.'
원래 이렇게 긍정적이었나.
탑아이돌 할 때는 몰랐네.
"언니, 드라마 잘 된 거 축하드려요."
"고마워!"
수연은 다이애나와 헤어지고 다시 스마트폰을 들었다.
"어쭈, 진세은이 읽씹하네?"
복도 모퉁이를 돌아 휴게실로 가려고 했는데.
툭─
그때, 스마트폰만 보고 걷다가 누군가와 부딪혔다.
"웁스."
귀에 치렁치렁한 장신구를 달고 있는 외국인.
얼굴이며, 어깨와 팔뚝에 문신을 한 래퍼였다.
".... 칼리 잭슨?"
"오, 하이."
얼마 전에 방한했다는 소식을 듣긴 했다.
당연히 도하나 프로듀싱 관련 사업이겠지.
"죄송합니다. 지나갈게요."
그의 옆에 비서로 보이는 여인이 한국어로 말했다.
두 사람은 그대로 지나쳐 자신이 왔던 길로 향했다.
'.... 저쪽은.'
정수호 실장님 사무실밖에 없는데.
"다이애나.... 도하나...."
순간, 양 팔에 소름이 돋았다.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처럼 정신이 멍해졌다.
정 실장님은 대체 무슨 계획을 갖고 계신 걸까.
"미쳤어, 내가 뭘 본 거지?"
한국을 발칵 뒤집어 놓을 장면을 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