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오해받는 연예계 생활-76화 (76/200)

[76] 성장(1)

Tvm의 「호러 데이즈」 촬영장.

오늘이 벌써 몇 번째 촬영일까.

어쩌면 매번 이렇게 특이한 장소를 섭외하는지 모르겠다.

쏴아아아─

비 오는 날에 귀곡산장이라니.

정말로 기가 막힌 조합 아닌가.

"팀장님, 등이 너무 넓어서 앞이 안 보여요."

"얘들아, 밀지 말아줘."

"으아, 문 열지 마요."

"조용히 좀 해 봐."

은서는 내 어깨를 톡톡 치며 조용히 한마디를 건넸다.

"부적 쓰실?"

".... 안 사요."

"흥."

끼이익─

낡은 경첩 소리.

내부에 들어서니 세팅한 촬영 장비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서 입구를 바라보는 반가운 얼굴.

"루이팽 씨! 먼저 오셨...."

"...."

그런데, 상대방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붉게 물든 셔츠를 움켜잡고 입을 열었다.

"크윽, 여기 살인자가 있어요."

".... 응?"

뭐야, 이 로봇 연기.

배우는 하지 마세요.

"어서 빨리 2층에 가서 숨으세요!"

"...."

바보냐, 여기가 입군데 도망을 가야지.

누가 봐도 2층이 훨씬 더 위험하다고.

".... 즈기요?"

"네?"

루이팽은 위를 2층을 가리키며 말했다.

"얼른 안 가고 뭐 하셔요."

"아, 네."

루이팽 아재, 많이 당황하셨네.

진행상 올라가야 하는 것 같다.

"자자, 어서 올라가요."

"셔츠에 묻은 빨간 물은 뭐예요?"

"아, 이거 피."

"...."

누가 봐도 물감인데요.

"이거 살인자한테 당했어요."

"그러시구나."

옆에 있던 소미는 참다못해 한마디 거들었다.

"루이팽 오빠, 살인자한테 당했는데 왜 살아 있어요!?"

".... 반만 당해서?"

"치킨이야 뭐야."

"아이 참, 시끄럽고 빨리 좀 올라가요."

"아니."

이거 공포 맞냐.

망한 것 같은데.

갑자기 뒤통수가 살살 간지럽네.

터벅, 터벅─

2층에는 방이 두 개가 있었다.

"자자, 각 방에 세 명씩 들어가서 숨으면 됩니다."

"잠깐만 뭔가 이상한데."

"아, 뭐가요 또."

"...."

이제 막 나가냐.

"살인자한테 도망쳐서 숨는 컨셉이잖아요."

"컨셉이라뇨. 무슨 말씀이신지."

"...."

졸라 뻔뻔해.

연기 뭐냐고.

"아무튼 숨는 거잖아요."

"그쵸."

"근데 왜 반반 찢어져서 들어가냐고."

"그게 낭만이니까."

"???"

미친놈인가.

결국, 반반 찢어지기로 하고 방을 확인했는데.

한쪽은 담력, 나머지 한쪽 방은 퍼즐방이었다.

방문 앞에 왜 그런 글씨가 쓰여 있는지는 묻지 않기로 하고.

"소미는 퍼즐방 들어가."

".... 저는요?"

"응?"

은서는 의아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저도 머리 좋아요!"

"어, 그래."

누가 멍청하다고 한 사람 있나요.

"그럼 너도 퍼즐방 가."

"예압."

양주희는 은서랑 싸웠는지 자연스레 담력방에 들어갔다.

"저는 팀장님이랑 같은 방에 들어갈래요!"

"...."

예지는 토끼 같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눈빛은 왜 이렇게 애절한 건지 모르겠다.

"그래. 그럼."

끼이익─

낡아서 금방 부서질 것 같은 문짝.

결국, 예지랑 주희와 함께 담력방에 들어갔는데.

루이팽은 밖에서 문을 잠그며 큰 소리로 외쳤다.

"자자, 거기서 퍼즐 풀고 탈출하시면 됩니다!"

"뭔 소리야. 탈출이라니."

"아, 몰랐어요?"

똑, 똑똑─

루이팽은 문을 톡톡 두드리며 스산하게 입을 열었다.

"내가 살인자예요."

"아."

개그캐가 아니었냐.

"여러분 지금 납치된 거예요."

"어맛, 무서워."

예지는 기다렸다는 듯이 내 품에 얼굴을 묻었다.

"예지야,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그래도 무서워요!"

"일단 진정하고...."

콰지직─

그때, 양주희는 낡은 문을 힘으로 열어버렸다.

"이게 무서워?"

"...."

밖에 있던 루이팽은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아니, 왜 문을 부수고 그래요!"

"아 그러네."

"내 문 돌려죠요."

".... 죄송."

우리를 가둔 살인자한테 사과하면 어떡해.

피디님 탄식이 들려온다.

주희가 망친 것 같은데.

"주희야, 일단 닫아."

"네?"

"빨리 닫아."

"넹."

끼이익─

양주희는 너덜너덜해진 문을 다시 억지로 닫았다.

"아무튼, 여러분 지금 납치된 거예요!"

".... 갇혔네."

"어맛, 무서워."

예지는 다시 내 품에 고개를 파묻었다.

"예지야, 문 열려있어."

"그래도 무서워요!"

"...."

연기 참 잘해.

그렇게 해도 방송은 못 살려.

소미팀이 살려주길 바라야지.

* * *

"으으, 무서워."

소미는 문밖에서 나는 소리에 집중을 기울였다.

창 밖에 들려오는 빗소리 속, 문을 부수는 소음.

혹시 살인자가 문을 부쉈을까.

아니면, 옆방에 배신자가 있나.

「방탈출 메이즈」 서바이벌 출신답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띠링─

설치된 모니터에서 영상이 흘러나왔다.

-퍼즐을 풀고 담력방에 있는 동료들을 구하세요.

소미는 현재 상황에 빠르게 몰입했다.

옆방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옆방은 잡혀갔나 봐."

"히잉."

"어떡하지?"

소미는 들려오는 소리를 근거로 추리하기 시작했다.

벌써 살인자에게 당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옆방은 스파이일 수도 있겠지.

이내, 다이애나는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빨리 퍼즐 풀고 팀장님이랑 언니들 구하자."

"치, 이게 뭐가 무섭다고."

은서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나는 하나도 안 무서워."

".... 그럼 손은 놓고 얘기해."

"아, 그러네."

그녀는 한 손에 노란 부적을 꼭 움켜쥐고 있었다.

"무서운 게 아니라...."

"예지 언니네 방은 얼마나 무섭겠어?"

"으음."

옆방은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담력방'.

일단은 퍼즐을 풀고 열쇠를 찾아야만 했다.

딸깍─

순간, 퍼즐방의 불이 꺼지고 창문에 파란빛 귀신이 나타났다.

"꺄아아아악─!"

"까악."

"으아앙."

다시 불이 들어왔지만, 심장은 계속 두근거렸다.

"언니들 방금 창문 봤지?"

"파란 귀신."

"엄마아, 이게 뭐냐고."

"잠깐만 내 심장."

은서는 슬금슬금 다가가 창문에 부적을 붙였다.

"뭔데 그거."

"이거 할머니가 주셨어."

"...."

이후, 함정은 계속 발동했다.

한 번씩 불이 꺼지거나 천장에서 인형이 떨어졌다.

이런 작은 방에 얼마나 많은 장치를 설치한 건지.

"거의 다 풀었어."

"벌써?"

"응."

순간, 소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열었다.

"언니들, 근데 뭔가 이상하지 않아?"

"응? 뭐가?"

"방을 둘로 나눈 것도 그렇고...."

"무슨 말이야?"

"만약에 살인자가 우리 중에 있었다면."

"???"

치지직─

그때, 모니터에서 CCTV를 통해 거실 풍경을 보여주었다.

"팀장님!?"

"예지 언니랑 주희 언니도...."

"진짜였어!"

정말로 배신자였구나.

선량한 루이팽을 의자에 묶어버리고 편하게 쉬고 있는 세 명.

옆방을 구출하는 게 아니라, 그들로부터 도망가는 게임이었다.

"살인자가 우리 중에 있었다니!"

"와, 소미 천재냐."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역시 지니어스."

"도망가야 해."

팀장님과 예지, 주희 언니.

세 명이 공범이었던 거야.

불쌍한 루이팽은 처음부터 그들에게 희생당했다.

휘이잉─

이내, 열린 창문 사이로 서늘한 공기가 들어왔다.

방금 파란 귀신이 등장했던 창문.

파이프를 타고 내려갈 수 있었다.

"여기였네. 창문이 바로 탈출 루트였나 봐."

"음, 조금 위험하지 않을까?"

"겨우 2층이야."

"밖에 비 오는데....?"

"...."

쏴아아─

소미는 창밖의 빗소리를 들으며 언니들에게 말했다.

"지금 목숨이 달려있다고!"

".... 우리 진짜 목숨 걸고 하는구나."

"당연하지."

여긴 장난 같은 거 없어.

언제나 진심으로 한다고.

"소미야, 네가 앞장서."

"오케이."

곧이어, 솔라의 삼인방을 파이프를 타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한 명은 영화배우.

한 명은 프로듀서.

한 명은 예능 블루칩.

비가 주룩주룩 쏟아져 멤버들의 얼굴에 검은색 눈물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이 게임에서는 이기겠지.

귀곡산장에서 탈출할 수 있다면.

오싹─

순간, 소미의 등줄기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살인자들이 산장 입구에서 자신을 올려다봤다.

".... 너희 뭐하냐?"

살인자 정수호와 김예지, 양주희.

소미는 그들을 발견하고 소리쳤다.

"언니들, 다시 올라가!"

"아 왜."

"들켰어. 빨리 올라가!"

"아오."

분노를 터트리며 다시 올라가는 장은서.

영어로 욕을 뱉으며 올라가는 다이애나.

"소미야, 이게 맞아?"

"빨리 올라가!"

"짜증나."

앞장서던 소미는 다시 언니들 뒤를 따라 파이프를 타고 올라갔다.

한편, 수호의 옆에 선 카메라감독은 비를 맞으며 그녀들을 찍었다.

".... 쟤들 왜 저래?"

"모르겠오요."

정수호는 황당한 얼굴로 멤버들을 바라봤다.

"예지야, 소매 좀 놔 봐. 옷 늘어나."

"무서워요."

"나는 쟤들이 더 무서워."

"...."

기어코 2층에 다시 올라 창문으로 들어가는 세 멤버.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알아서 방송 분량을 뽑았다.

"소미 예능 천재네."

"그니까요."

김지훈 피디가 좋아하겠어.

* * *

다음 날.

나는 죄송한 마음으로 스케줄 취소 전화를 돌렸다.

-정 팀장님, 이러실 거예요?

"정말 죄송해요. 얘들이 감기에 걸려서요."

-어떻게 잡은 스케줄인데.

걔들은 왜 비를 맞았을까.

솔직히, 똑똑한 소미도 있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세 명 전부 입을 꾹 다물고 절대로 말을 안 해주니까.

"제가 다음에 꼭 다시 잡겠습니다."

-하아, 저번에도 그러시고....

"죄송합니다."

-후우, 연락해주세요.

"네. 작가님."

뚝.

스케줄을 쭉 확인하며 지유를 불렀다.

"너 영화만 본다에 전화했어?"

"응. 그쪽에서 울면서 매달리더라. 미안했어."

".... 은서 대신 양주희가 대신 간다고 해."

"오케."

주희는 스턴트우먼이니까 땜빵할 수 있겠지.

「복수소녀」 관련 촬영은 캔슬하기 곤란했다.

"아, 근데 그날 주희 언니 댄싱 스트릿 미팅 있는데."

".... 미팅은 나만 갈게."

"응."

띠리리링─

그때, 김지훈 피디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선배님, 어제 촬영 좋았어요!

".... 놀리냐."

-아뇨. 진짜 좋은 그림 많이 나왔어요. 하하.

"그래."

이내, 김 피디는 조심스럽게 질문을 건넸다.

-어제 대화 중에 할머니 관련한 내용은 편집할까요?

"우리 할머니?"

-네. 무속인이셨다고 대화하는 부분은....

"...."

지훈이가 왜 물어보는지 알 것 같았다.

사실, 무당에 대한 인식은 안 좋으니까.

"그냥 편집해줘."

-아, 네!

무당이 다 같은 무당인가.

솔직히, 내 똥촉은 비현실적일 만큼 정확해서.

이러다 혹시 나중에 귀신 보이는 건 아니겠지.

전화를 끊고, 다시 지유에게 말을 걸었다.

"지유야, 감기 걸린 멤버들 지금 숙소에 있지?"

"응."

이제 VIP 언론 시사회가 코앞이었다.

특히, 은서는 이번 영화 주인공이니까.

"지유, 당분간 네가 숙소에 며칠 살면서 보살펴 줄 수 있나?"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어."

"그래? 고맙다."

나는 우리 측에서 초대장을 작성한 셀럽들 명단을 확인했다.

"진세은 배우? 이분이 솔라 지인이야?"

"오빠 지인이잖아. 대학 동문."

".... 빼라."

"그랭."

그동안 열심히 예능을 찍으며 쌓은 인맥들.

국내에서 솔라 인지도는 정상급 스타니까.

"그럼 이렇게 초청하고...."

문득, 빠트린 사람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올 사쿠라 씨도 초대했네."

"당연하지."

"근데 왜 핀 브라운은 초대장 안 만들었어."

"에이, 그분이 오겠어?"

"그래도 초대장은 보내야지."

"알겠어."

조만간 언론에 공개될 텐데.

아마 도하나 곡이 공개되면 시끌시끌해지겠지.

할리우드 영화 「묠니르 2」 삽입곡을 썼으니까.

'언제까지 비밀로 해야 하나.'

지금 숙소에서 콧물을 훌쩍이는 멤버.

원래 다이애나가 도하나라는 사실을.

"지유야."

"응."

"시사회까지 멤버들 컨디션 관리 좀 하자."

"알겠어."

* * *

「복수소녀」 VIP 언론 시사회장.

마침내 다가온 개봉 이틀 전.

내 투자금의 운명이 걸려있다.

드르륵─

나는 대기실 문을 열고 장은서와 양주희를 확인했다.

특히, 주희는 오늘 무대에 함께 오를 예정이었다.

이번 영화에선 스턴트우먼의 역할이 중요했기에.

"지금 김 감독님 오셨다."

"아 정말요?"

"응. 준비해."

뚜루루루─

나는 대기실을 벗어나 밖에서 지유에게 전화를 걸었다.

"얘는 언제 와."

은서와 주희를 제외한 멤버들은 그녀와 함께 있었으니.

"여보세요. 지유야."

-응. 오빠.

"애들은 오고 있어?"

-아직 샵에 있지. 준비 중이야.

"아직도?"

-오, 지금 막 나온다.

얘는 재촉만 하면 나오고 있다고 하더라.

".... 뻥이지."

-응.

우연도 한두 번이지.

이번에도 또 속겠냐.

-오빠, 내가 샵에 들어가 볼게.

"어. 빨리 와."

-알겠엉.

뚝.

전화를 끊고, 밖에 나가 기자들을 확인했다.

입구에 연예계 셀럽들이 구름처럼 몰려왔다.

솔라와 조금이라도 연이 닿았던 MC와 가수, 배우분들.

탑스타들은 화려한 복장으로 등장해 포토존 위에 섰다.

".... 할머니."

제발 이번 영화 성공하게 해주세요.

유산 같은 거는 바라지도 않았으니까요.

할머니께서 사회에 기부하셨을 때에도.

"와아아아아─!!!!"

그때, 구경 온 팬들 사이에서 엄청난 환호성이 쏟아졌다.

이수연 배우님이 왔을 때도 이 정도 반응은 아니었는데.

시사회 포토존에 들어서는 두 명의 외국인.

나는 비현실적인 광경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 핀 브라운."

"오, 미스터 정─!!"

"???"

이내, 멀리서 나를 발견하고 손을 흔드는 핀 아재.

기자들은 내게 다가와 셔터를 미친 듯이 눌러댔다.

"근데 저분은...."

더군다나, 핀 브라운의 뒤를 무심하게 따라오는 외국인.

음악 영화 전문가, 앤드류 영화감독님.

할리우드 거장이 시사회장에 들어섰다.

".... 형이 왜 거기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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