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오해받는 연예계 생활-55화 (55/200)

[55] 태양 여신(1)

프렌즈 엔터 인사팀장 출신.

경력직 중고 신입 안목 천재.

'대충 말해도 벌써 수식어가 몇 개냐.'

구현식 매니저는 입사하자마자 열정을 불태웠다.

첫날부터 회식 자리에 참여할 때부터 알아봤는데.

"정 팀장님, 뭐부터 할까요?"

"네. 구 매니저님 일단...."

당장 급한 일은 솔라의 컴백 쇼케이스 준비.

FD를 만나서 무대 디자인부터 확인해야 했다.

"쉬세요."

"네?"

가끔 바쁠 때는 더럽게 바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루나도 단체 활동만 있어서 상모가 알아서 다하고.

"오후까지 할 일 없습니다."

".... 솔라 행사도 없어요?"

"네."

행사하러 돌아다닐 시간이 어딨어요.

당장 다음 주 컴백 무대 준비해야지.

"그럼 컴백 전에 스케줄은요? 방송은? 라디오는?"

"하나도 안 잡았어요."

"하나도!?"

"며칠 뒤에 예지 생일 파티나 해주려고요. 라이브 방송 키고."

"와아...."

구 씨 형님은 부담스러운 눈으로 내게 말했다.

"이거 그거 맞죠? 최소 에너지 최대 효율!"

"아닌데요."

"아니긴요! 솔라는 일부러 메이저 예능도 안 나가잖아요!"

".... 그건."

꿈보다 해몽이라고 했던가.

그동안 역배각이 안 서는 스케줄은 안 잡았지.

들어와도 최대한 나중으로 미뤄두기만 했거든.

"현명하십니다. 프렌즈도 하이엔드를 그렇게 키웠거든요!"

"아, 예."

"아티스트랑 팬들만 신경 쓰는 마음! 이게 진짜 아이돌 육성이죠!"

"음...."

"진짜 입사 잘했네요! 하하."

"...."

저는 그냥 제가 꼴리는 대로 키웠어요.

대충 삘이 꽂히면 스케줄을 잡았거든요.

"그럼 저는 사무실 청소라도 할까요?"

"아뇨. 이모님이 하시니까 그냥 가만히 계세요."

"...."

열정 하나는 좆되네 진짜.

파이팅 넘치는 건 좋은데.

"구 매니저님, 저도 질문 하나만 해도 될까요?"

"그럼요. 팀장님."

"음...."

루나 리허설 때 영상은 왜 찍었어요.

당신 때문에 흑역사 박제 당했잖아요.

".... 왜 매니저먼트 1팀에 지원하셨나요?"

"정수호 팀장님을 보고 초심을 찾았거든요."

"저를 보고?"

"네."

일전에 프렌즈 엔터에 스카웃 제의를 했던 인물.

좋소엔터에서 함께 일하고 있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팀장님, 도라희 프로필만 봐도 삘이 딱 꽂힌 거 아닙니까?"

"음, 그랬죠."

"저도 옛날에 연습생을 보면 그럴 때가 있었거든요."

"삘이 꽂히는....?"

"네. 그럴 때면 거의 80프로 확률로 성공하던데요."

".... 타율 좋네요."

촉으로 일하는 건 나랑 비슷하네.

나처럼 역배가 아니라 정배겠지만.

"오히려 직급이 오르면서 나태해지는 느낌, 뭔지 아시죠?"

"아.... 그렇구나."

"이러다 연예계 꼰대가 되는 거에요."

"...."

30대 중반에 이런 깨달음을 얻는다니.

뭔가 현자를 보는 것 같아서 신기했다.

나는 당장 돈만 많이 벌면 은퇴할 마음이 굴뚝 같은데.

'.... 돈 모아서 역배각 서는 영화에 투자해야지.'

지금도 성과급은 차곡차곡 쌓고 있었다.

언젠가 큰 거 한방 제대로 노릴 거니까.

"정수호 팀장님, 나중에 어딜 가든 저도 따라갈게요."

".... 저는 어디 간다고 안 했는데요?"

"뭐든 하실 것 같아서요."

"???"

이 사람은 내가 회사라도 차리기를 바라는 걸까.

"제가 원래 사람 보는 눈이 좀 있거든요. 연습생뿐만이 아니라."

"그런데요?"

"정수호 팀장님은 관상이 딱 사업가예요."

"음...."

구 매니저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대답을 강요했다.

이게 요즘 유행하는 그 진짜 광기인가 뭔가 그거냐.

"아, 예. 알겠으니까 좀 진정해요."

"역시! 내 눈은 정확하다니까!"

"...."

뭐야, 이 사람 무서워.

"됐고, 예지 생일이나 준비하죠."

"네! 선물은 생각해 놓으셨나요?"

"그냥 대충...."

"대충이라뇨. 업어 키우셨는데."

"...."

눈빛 뭐야.

선물 고르는 것도 전투적이네.

"이미 골랐어요. 제 선물."

"뭔데요?"

"안 알랴줌."

"...."

* * *

솔라 컴백 쇼케이스 D-1.

큐앤지 레이블은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듯 조심스러웠다.

떨어지는 낙엽에도 조심해야 하는 말년의 심정과 같았다.

루나가 뜻밖의 선전을 하는 덕분일까.

온 직원의 관심은 솔라 멤버들에게 집중되었다.

"예지야, 싱글 앨범 발매하면 일본에서 토모쿠미 반응부터 볼 거야."

"네."

"솔라빔, 리얼리티 예능은 첫 방송 때 라이브로 팬들이랑 소통할 거고."

"아하."

"플립나인 8인조로 활동 재개했으니까 경쟁 상대로...."

"오호."

".... 듣고 있지?"

"그럼요."

예지는 멍한 표정으로 수호의 말을 경청했다.

솔직히, 오늘 축하 인사를 해주실 줄 알았는데.

'진짜 모르시나.'

오늘.... 내 생일인데.

멤버들 생일 때마다 케이크에 초라도 꽂아줬으니.

"예지야, 집중해야지."

"네? 아, 네!"

정수호 매니저는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으로 주입식 정보를 전달했다.

"이번 달에 드림 콘서트 있는 거 알지?"

"네에...."

이번 달에 제 생일도 있어요.

"컴백하고 음방은 3주만 나가자. 아마 연말 가요제까진 계속 바쁠 거야."

"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무대도 있네요."

"그건 확정 아니야."

"그래요?"

"응. 일본에서 앨범 반응이 어떤지 보고 다시 판단하려고."

"네에."

매니저님께서 스케줄은 알아서 잘 관리하시겠지.

"매니저님, 근데 아까부터 지유가 안 보이네요?"

"어디 좀 갔어."

"아, 으음...."

진짜 생일인 걸 아무도 모르고 있나 봐.

정수호 팀장님께 처음으로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옛날에 곰 인형 사드릴 때 날짜도 말해줬었는데.

"저기, 오늘이요."

"응?"

"무슨 날인지 아시죠....?"

"알지."

"진짜요!?"

"응. 컴백 전날."

"앗."

예지는 꿍한 표정을 짓고 연습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멤버들한테 이번 달 스케줄을 전달해 주려고 했는데.

드르륵─

어쩐 일인지 연습실의 불이 꺼져있었다.

곧이어, 스위치를 눌러 주변을 확인했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예지 언니....!"

"아."

엄지유와 솔라 멤버들은 웃는 얼굴로 자신의 생일을 축하했다.

아침부터 한 마디도 없었는데 이렇게 서프라이즈를 할 줄이야.

이내, 자신을 따라 들어오는 정수호 팀장님.

"생일 축하해. 예지야."

예지는 울컥하는 마음에 눈시울을 붉혔다.

"울어? 지금 라이브 방송 켰는데?"

"아아, 몰라요."

"소미야, 잘 찍고 있지?"

"당연하죠."

"...."

힘들었던 연습실 시절과 바쁜 일정에 쫓긴 아이돌 생활.

지난 시간에 대한 보상을 이 한순간에 받는 기분이었다.

"이거 봐. 강남역 전광판에 생일 축하 메시지."

".... 감사합니다!"

<태양빛> 팬 카페에서 준비한 소중한 선물.

지하철 전광판에 자신의 얼굴로 광고가 올라왔다.

-솔라의 영원한 리더, 예지의 생일 축하합니다.

지금도 라이브 방송에서 채팅을 두드리는 팬들.

이분들만 있으면 앞으로도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자, 여기 내 선물이야."

"네?"

정수호 팀장님은 포장지로 감싼 선물을 건넸다.

무엇이 들어있을지 기대감을 잔뜩 품고 열었는데.

"음, 이게 뭐예요?"

"멕시코 선인장인데. SNS에서 핫하더라고. 녹음 기능도 있어."

"와! 너무 예뻐요!"

생일 선물로 녹음되는 인형이라니.

곰 인형보다 더 귀여운 것 같기도 하고.

"이거 열심히 골랐는데."

"네! 감사해요."

".... 다음 생일엔 더 좋은 거 사줄게."

"이것도 좋아요!"

솔라 데뷔 이후 처음으로 맞는 생일.

오랫동안 오늘을 잊기 어려울 것 같다.

다음 날.

멤버들 중 제일 먼저 일어나 선인장 인형을 만지작거렸다.

'오늘 쇼케이스에서....'

당장 무대를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섰는데.

예지가 만진 선인장 인형에서 녹음된 음성이 흘러나왔다.

-생일 축하하고, 앞으로도 좋은 연예계 활동할 수 있도록....

수호의 목소리는 공기 중에 흩어져버렸다.

* * *

솔라 컴백 쇼케이스 당일.

화려한 조명 아래, 솔라는 신곡으로 무대에 올랐다.

음원을 발표하기 직전부터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지유야, 라이브 시청자 수가 몇 명이야?"

"지금 동시 접속자 3만."

"...."

각종 음원 사이트에 공개한 솔라의 두 번째 싱글 앨범.

해가 뜨고, 해가 지는 동안의 고단한 하루.

솔라 멤버들은 각자의 음색으로 팬들의 삶을 위로했다.

'.... 하도 많이 들어서 감흥이 없는데.'

솔직히, 음악 자체는 내 스타일이 아니었지만.

내 취향과 별개로 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ㄹㅇ 노래 미쳤다

-가사를 멤버들이 직접 썼다던데

-위로받는 느낌임

-그 와중에 고양이춤 중독성 무엇 ㅋㅋㅋ

-벌써 음원 올라왔다 ㄱㄱ

-큐앤지 레이블 일 잘하네

-이제부터 큐앤지는 대기업임

-춤, 노래, 무대 완벽함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창은 온통 칭찬 일색.

3만 명쯤 되면 이상한 사람이 있을 법도 한데.

"반응 좋네."

"오빠, 그냥 좋은 정도가 아냐."

이내, 지유가 가리키는 방향.

기사를 쓰는 기자분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 그 정도라고?'

솔직히 나는 수백 번, 수천 번을 들어서 전혀 감흥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처음 들었을 때는 내 취향이랑 전혀 달랐으니.

"이거 다 수호 오빠가 만든 무대야."

"응? 그랬나."

"작곡, 편곡, 안무, 무대 디테일까지 전부 오빠 손을 거쳤잖아."

"아, 그렇긴 한데...."

솔라 인지도가 이제 이 정도는 되니까.

당연히 어느 정도 반응이 괜찮을 거로 생각했다.

물론, '어느 정도'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냥 적당히 1위를 찍을까 말까 할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수호 오빠, 지금 워터멜론 차트 봤어?"

"응?"

음원이 올라오자마자 첫 번째 순위 집계.

나는 지유가 건네는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3위 Sunrise And Sunset (솔라)]

신곡 음원을 발표한 지 고작 한 시간.

솔라는 벌써 최상위 등수를 차지했다.

"오빠 진짜 이러다 최연소 실장 다는 거 아냐?"

"진급에 전혀 관심 없거든."

"진짜?"

"어. 시켜줘도 안 해."

높으신 분들 비위 맞추고, 같이 술 먹어주는 자리.

그렇다고 연봉이 두세 배가 되는 것도 아니었으니.

"그냥 지금이 딱 좋아."

솔라랑 루나를 케어하는 선에서 만족했다.

아니면, 연습생 몇 명 더 발굴해서 키우던가.

.

.

.

.

.

솔라의 컴백 쇼케이스 일주일 후.

오직 한 방송사에서 1등을 하기도 어려운데.

음악방송을 전부 순회하며 전부 1위를 하려면.

"진짜 얼마나 어려운 걸 한 걸까."

"이 어려운 걸 솔라가 해내네."

스타, 뱅크, 중심, 가요.

MC는 솔라 곡의 순위를 발표했다.

"축하합니다! 이번 주 1위는 솔라의 Sunrise And Sunset!"

현재 상황에선 3주 연속 1위를 노려볼 수도 있겠는데.

혹시 솔라가 지상파 삼사 트리플 크라운을 찍는다면.

'.... 올해에는 처음이겠네.'

어쩌면 연말 시상식장 피날레 무대에 오를지도.

올해 월드 스타가 컴백한다는 소식은 없으니까.

"이번 주는 경쟁자가 없네."

"그나마 1위 후보에 같이 오른...."

"플립나인?"

그러기에는 집계 점수 차이가 압도적이었다.

다음 주나 다다음 주에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내, 앵콜곡으로 솔라의 비트가 흘러나왔다.

벌써 네 번째 방송국에서 수상 소감을 발표하는 솔라 멤버들.

며칠 전엔 눈물을 펑펑 흘리더니 이제는 웃으면서 마이크를 들었다.

"우리 부모님, 가족분들, 회사 식구들.... 그리고."

"정수호 팀장님! 고마워요!"

"매니저님, 회사 절대 옮기지 마세요!"

".... 따라간다."

마지막에 양주희가 내뱉는 묵직한 한 마디.

"뭐야."

왜 주먹을 움켜쥐고 말하는데.

* * *

며칠 뒤, 10월의 축제 드림 콘서트 행사장.

나는 주최 측에 손님 대접을 받으며 약속 장소로 향했다.

"지유야, 구현식 매니저님은?"

"지금 스케줄 정리해서 오고 계셔."

"그래?"

"진짜 막내처럼 엄청 열심히 일하셔. 가끔 무섭다니까."

".... 열정맨."

열심히 하면 나쁠 게 뭐 있나.

"오빠, 고양이춤 챌린지 한지희 버전 올라온 거 봤어?"

"그러게. 배우는 보통 그런 거 안 하는데."

"진짜 핫하긴 한가 봐."

대충 지유와 대화를 나누며 약속 장소에 도착해다.

"오, 정수호 팀장님 오셨어요?"

"안녕하세요."

현 시점에서 솔라의 위치와 상대의 호의는 정확히 비례했다.

한 차례 계약서를 확인하며 조건과 무대 상황을 점검했는데.

"팀장님, 여기 조건을 보시면...."

"뒤에서 세 번째네요."

"아, 그, 그게...."

슬쩍 솔라의 뒤에 서는 두 팀을 확인했다.

'아이코스랑 레드비트.'

전성기 때 인기를 봐도 현 솔라를 따를 수는 없었지만.

짬을 무시하고 억지로 마지막 순서에 설 필요성까진 못 느꼈다.

"3세대 그룹은 인정해야죠."

"어후,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

"그래도 다른 편의는 조정을 부탁드립니다."

"최대한 맞춰 드려야죠."

"감사합니다."

거의 모든 일정과 계약 관계에서 우위에 섰다.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모든 일이 술술 풀렸다.

'요즘 뜸하네.'

너무 잘나가서 그런가, 뒤통수 간지러울 일이 많지 않았다.

일정도 전부 내가 골라서 잡는데.

특별히 꽂히는 스케줄이 안 들어와.

"팀장님!"

그때 멀리서 구현식 매니저가 다가오며 말했다.

"여기 지금까지 들어온 스케줄이요."

"수고하셨습니다."

"별말씀을."

거의 대부분은 정중하게 거절해야 하는 일정.

이제 공중파 예능도 전혀 아쉬울 게 없었다.

오히려 작가님들이 우는소리를 하며 전화를 걸었으니.

"어? 이거 취소한 거 아니었어요?"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내가 분명히 제외했는데 왜 명단에 있을까.

"여기 페이가 올라서 일단 후보에 올렸습니다."

"흐음."

돈만 벌고 싶으면 굿즈 판매나 행사가 낫지.

배우님들 앞에서 춤을 대충 출 수는 없고.

괜히 편곡하고 무대 준비하는 데에 필요한 에너지가 아깝다.

".... 어라."

전혀 나갈 생각이 없던 부산국제영화제 개막 무대.

오랜만에 뒤통수가 간질간질한 게 느낌이 좋았다.

'영화제면....'

수많은 배우와 감독님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행사였다.

"얘들아, 일단 오늘 무대부터 신경 쓰자."

"그럼요. 드림 콘서트도 중요하죠."

* * *

드림 콘서트 객석.

눈부시게 아름다운 소녀는 무심한 눈빛으로 무대를 바라봤다.

그녀의 친구는 가지고 온 기타를 바닥에 내려놓고 입을 열었다.

"오늘 라인업이 좀 약한데. 솔라 빼고."

"솔라...."

신소미가 속해 있는 걸그룹.

신상 예술중학교, 같은 학교.

'소미는 천재니까.'

함께 음악 수업 중에 노래를 부를 때에도.

연습생 시절의 소미는 실력이 어마어마했다.

아마 절대음감.

노래방 기계처럼 음정과 박자를 정확하게 맞췄다.

한 번만 들으면 절대 음정을 틀리는 법이 없었으니.

"저기...."

그때, 어떤 수상한 남자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학생, 이름이 어떻게 돼요?"

"...."

아름다운 소녀의 친구는 마치 시녀처럼 나서서 입을 열었다.

"이 친구 한지아예요! 신상예중 SNS 스타."

"아우, 그러시구나."

지아는 무심한 눈으로 사내를 바라봤다.

"으음, 과묵한 성격이시네. 혹시 연예인 할 생각 없어요?"

"...."

요즘에도 길거리 캐스팅이 있던가.

SNS로는 질릴 만큼 많이 받았는데.

"죄송해요. 지아는 다른 엔터에 가고 싶어해요."

"아.... 우리 회사 빅 4입니다."

"지아야, 어때?"

"...."

한지아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저기, 그래도 명함은 받아보시고...."

"...."

이내, 무거운 침묵을 지키던 지아가 입을 열었다.

"한번 생각해 볼게유."

"???"

"근디 지는 꼭 들어가고 싶은 데가 있어서유."

"아."

지아는 방긋 웃으며 거절 의사를 밝혔다.

"우리 어무니가 꼭 탤런트로 성공해라고 했어유."

".... 충청도 분이시구나."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명함을 건넸다.

"고마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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