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오해받는 연예계 생활-47화 (47/200)

[47] 예능 천재(3)

현재 소미가 출연하는 예능은 '솔라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었다.

"피디님, 지금 상승세 미쳤어요!"

"시청률 5퍼 찍었더라."

김지훈 피디는 조연출과 대화를 나누며 힐끗 시선을 돌렸다.

지금도 누군가와 전화 중인 정수호 선배님.

스케줄 전화가 끊이지 않고 계속 걸려왔다.

"대체 어떻게 키웠냐."

현재 드라마에서 잘나가는 은서와 OST 가수 예지.

"지금 재벌가 시집가기, 폼이 미쳤던데?"

"그거 아세요? 원래는 장은서가 MBS 드라마에 들어갈 뻔했대요."

"나도 들었어."

미래를 예측하는 듯한 미친 안목.

비공개 면접도 마다하고 공개 오디션을 보게 했다던데.

올해 JTBS 간판 드라마 서브 여주인공 자리를 꿰찼으니.

'수호 선배는 진짜 천재구나.'

더군다나, 다이애나는 빌보드 프로듀서와 공동 작업 중이었으며.

양주희는 아육대에서 7관왕을 했다고 팬들 사이에 소문이 퍼졌다.

"개인 활동을 전부 성공하는 그룹이 있네요."

"그니까. 나는 진짜 이런 걸그룹은 처음 봐."

"저도 처음 봐요."

데뷔한지 반년도 채 안 됐다는 게 실화냐.

내년 이맘때쯤엔 어디까지 올라가 있을까.

-치지직.

그때, 미로 내부에서 안내 방송이 울려 퍼졌다.

-누군가 최초로 1차 관문을 통과했습니다.

아니, 이제 막 시작했는데.

벌써 지상층을 통과하다니.

"누구야? 통과한 사람."

".... 소미네요."

"미친."

정수호 팀장은 관심도 없는 듯 뒤통수를 긁으며 전화 통화를 이어갔다.

'설마 스포당했나?'

아니, 그럴 리가 없지.

오히려 자신이 힌트를 준다고 해도 마다했는데.

"소미요, 길을 안 잃어버려요."

"뭐?"

사람 한 명이 겨우 통과할 수 있는 정도의 미로.

조금만 움직여도 똑같은 구조가 무한 반복된다.

'설마 전부 외웠다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오는 동안 길어야 7초 정도.

전체 미로를 한눈에 볼 기회가 주어지긴 하지만.

"에이, 다 똑같이 생겼는데 그걸 어떻게 외워요."

"그렇겠지? 무슨 순간 기억능력도 아니고."

"아마 움직이면서 머릿속으로 지도를 그리는 것 같아요."

"미쳤네. 이 넓은 미로를...."

대부분의 출연자는 이미 체력적인 한계에 직면했다.

같은 위치에서 뺑뺑이를 돌고, 그 사실조차 모르니까.

'저런 천재도 있긴 있구나.'

현재의 스탭들이 제작한 전작, 「브레인」.

그 작품에서도 등장한 커다란 미로였다.

"벌써 결승선에 도착하겠는데요?"

소미처럼 한 번도 길을 잃지 않고 목적지로 향하는 출연자는 없었다.

"지금 결승선 근처에 좀비 분장은 끝났어?"

"네. 지금 부랴부랴 급하게 준비 중입니다."

"...."

조금 유치하지만, 마지막 함정은 좀비 분장이었다.

나중에 진행하는 좀비 게임과 이어지는 내용이라.

-에고, 여기가 마지막이네.

막힘 없이 미로를 뚫고 천천히 걸어오는 소녀.

김지훈 피디는 모니터를 통해 소미를 관찰했다.

"소미 분량은 거의 안 나오겠네."

"다른 출연자로 뽑아야죠."

"이게 무슨 낭비냐."

소미가 나오는데 다른 출연자로 분량을 늘리라니.

요즘 솔라 캐스팅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 아닌가.

'5화까지 버티면....'

리얼리티 방송을 편성하는 게 오히려 이득이었다.

그땐, 이렇게 빨리 솔라가 급성장할 줄 몰랐으니.

-꾸워어어어.

-엄마아아, 좀비이이....!

-뀨우우웅?

-꺄아악─!

순간, 소미는 결승선을 뒤로한 채 왔던 길로 미친 듯이 뛰어갔다.

쟤 뭐 하냐 지금.

그냥 분장이잖아.

"피디님, 소미 분량 나왔네요."

"아니, 이게 무슨...."

오히려 좀비 분장한 보조 출연자가 더 당황했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소미가 냉큼 도망가 버려서.

-따흑. 엄마아, 여기 어디야.... 좀비가 계속 따라와.

뭔 소리야, 안 따라가.

한 걸음도 안 움직였어.

"지금 소미 잘 나오냐?"

"당연하죠."

눈물 콧물을 짜내며 미로를 헤쳐나가는 소미.

아무리 지니어스라고 해도 중딩은 중딩이었다.

"지금 길을 잃었나 봐요."

".... 예능 천잰데?"

* * *

"저 좀비 게임 안 할래요."

나는 소미의 말을 귓등으로 흘리고 전화를 받았다.

"실장님, 계속 말씀하세요."

-후속곡 완성본 나왔어.

"네. 들어볼게요."

-일단 회사에서 자세히 얘기하자.

"알겠습니다."

뚝.

전화를 끊자마자, 소미가 다시 한번 말했다.

"저 좀비 게임 안 할래요."

"소미야, 내 다크서클이 좀비처럼 내려왔어. 불쌍하지 않니?"

"저 오늘 진짜 무서워서 죽을 뻔했어요."

"견뎌."

"아, 아무튼! 저 좀비 회차 때 보이콧할래요."

"...."

이제 와서 하차할 수는 없잖아.

그딴 이유로 어떻게 뛰쳐나와.

"좀비가 그렇게 무서워?"

"아니이, 무서운 건 아니고.... 오늘은 예지 언니랑 같이 자야겠다."

"그깟 좀비 분장이 뭐길래."

"와아, 남의 일이라고 진쨔....!"

솔직히 남의 일이긴 하지.

근데 별로 안 무섭지 않나.

"됐고, 좀비 방송도 무조건 나갈 거야."

"아, 그냥 오늘 탈락할걸."

".... 그 정도라고?"

좀비 게임이 몇 회차인지 아무도 몰랐다.

원래 본경기를 미리 알려주지 않으니까.

"소미야."

"왜요."

오늘 데스매치에서 황인우를 조질 거라고 노래를 부르더니.

"오히려 네가 끝날 뻔했잖아."

"하아, 좀비는 선 넘었어요."

"그거는 맛보기야."

나중에 본게임에선 찐으로 좀비 떼랑 만날 텐데.

피디는 왜 괜히 스포를 해서 애를 겁먹게 만들어.

"그래도 6화는 아니겠지. 7화나 8화 정도?"

"진짜여?"

"사실 나도 잘 몰라."

"이이잉."

끼이이익─

이내, 사옥 앞에 도착하고 밴을 세웠다.

"맛있는 거 사줄게. 내리자."

"오빠 미워!"

".... 사춘기야?"

에휴, 귀여우니까 봐줬다.

"내가 방송 전에 좀비들 살살 물게 하라고 피디님께 말해줄게."

"무, 물어요!?"

"글쎄. 좀비니까 물겠지."

"으아앙."

나는 문을 열고 후다닥 뛰쳐나가는 소미를 바라봤다.

확실히, 소미는 예능캐가 맞았다.

멤버들 중에 표정이 제일 다채로워.

"저기, 정수호 팀장님."

"네?"

그때, 뒤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

"아, 추미령 작곡가님."

프렌즈 엔터테인먼트 전속 프로듀서.

상대방은 조심스럽게 질문을 건넸다.

"팀장님, 혹시 스카웃 제의는 받으셨나요?"

"네? 저요?"

"음, 아직인가 보네."

"...."

이내, 추 작곡가님은 화제를 돌려 음원을 언급했다.

"그럼 곡은 들어보셨나요?"

"아니요. 아직."

방금 톡으로 박 실장님이 보내주시긴 했는데.

"제가 팀장님 피드백 받고 싶어서 일부러 기다렸거든요."

"빌보드 작곡가님이 저한테 굳이....?"

"에이, 그 타이틀곡은 10명도 넘게 달라붙어서 썼어요. 제 파트는 딱 한 마디 쓰던데요."

"아하."

역시 이런 게 세계적인 명곡을 만드는 프로의 세계인가.

그래도 그런 곡에 이름을 포함한 것만으로도 대단하지.

'아마 1프로만 떨어졌어도....'

평생 돈 걱정 없이 살지 않을까.

스윽─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 박 실장님이 보낸 곡을 확인했다.

[솔라 - SAS]

"이제 제목은 그냥 SAS로 가는 건가요."

"줄임말이죠."

"이름이 족-, 좋아서 인기 많겠어요."

"오, 인정."

이내, 완성곡을 재생하니 강렬한 비트가 울려 퍼졌다.

큐앤지 레이블 주차장에서 이게 뭐하는 건가 싶지만.

'어라....?'

곡이 다운그레이드됐잖아.

일부러 이러기도 힘들겠네.

"이거 혹시 완성된 거 맞...."

찌릿─

오랜만에 느껴지는 뒤통수의 짜릿함.

간지러움을 넘어 따끔함을 느낄 때는.

".... 대박 나겠는데요."

"아, 정말요?"

"네."

단순한 성공을 넘어, 대박이 터질 조짐이었다.

* * *

얼마 후.

팀장급 회의에 참석해 홍보팀장님의 PT 발표를 지켜봤다.

'드림 에이전시 출신이라서 그런가.'

높으신 분들이 한 큐에 알아들을 만한 간결한 어조.

딕션도 아주 깔끔해서 귀에 딱 꽂히는 느낌이었다.

"현재 정수호 팀장이 피칭한 솔라와 루나의 곡을 분석하면...."

새 음원의 컨셉을 맞추고 컴백 날짜를 고르는 회의.

특히, 여왕님의 정규 앨범을 피하는 게 관건이었다.

"그래서."

곧이어, 잠자코 듣고 있던 권 본부장님이 입을 열었다.

"솔라, 루나 컨셉은 계속 유지하자는 건가."

"네. 솔라는 걸크러쉬로, 루나는 오히려 청순한 컨셉으로 크로스 오버를...."

"흐음."

순간,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다.

심지어 본부장님 역시 다르지 않았다.

"정수호 팀장은 어떻게 생각하나?"

"저는...."

이제 슬슬 컨셉 놀이는 끝냈으면 좋겠는데.

여왕님께서는 끝낼 생각이 없는 것 같아서.

".... 컨셉 좋은데요?"

"오오....!"

"정수호 팀장님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죠."

"하하. 다행이군요."

아직은 저도 잘 몰라요.

뒤통수 신호 안 왔어요.

"이번에도 됐다."

"회식하죠."

"오늘 축배라도 들까요?"

".... 이렇게 빨리?"

회의 참가자들은 탄식을 터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뭔데, 이 회의.'

사람들이 자꾸 내 눈치만 봐서 부담스러워.

그냥 대충 앉아 있다 일어날 생각이었는데.

"박철민 실장, 10월에 있는 드림 콘서트 전까지는 일정을 맞출 수 있나?"

"가능할 것 같습니다."

"9월에는 여왕님께서 컴백하니까 그 다음 달로 맞춰보자고."

"네. 본부장님."

앞으로 한 달 반 남짓한 시간.

그 전까지는 은서도 드라마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뮤비 촬영만 드라마 스케줄을 피하면 될 것 같은데.

"늦기 전에 솔라 이름으로 밥차라도 한번 보내지."

"네. 본부장님."

"아, 그리고 Tvm에서 리얼리티 예능 편성할 거라고 연락 왔다."

"빠르네요."

"리얼리티 촬영도 9월까지는 끝내는 걸로."

"알겠습니다."

사나흘 정도의 여행 프로그램.

음반 활동 전에 촬영해야겠네.

방송에서 신곡도 홍보하고, 루나도 출연시키면 일석삼조였다.

"그럼 이제...."

음원 관련 주요 일정을 전부 정리하고 회의를 마쳤다.

"정수호 팀장만 남고 해산."

"수고하셨습니다!"

이어서, 팀장급 인사들이 하나둘씩 미팅룸을 벗어났다.

짬순으로 빠져나가는 모습이 이색적이었다.

묘하게 눈에 잘 안 띄는 위계질서가 있었다.

'내가 이래서 좋소기업이라고 욕하지.'

효율성을 추구하는 드림 에이전시에선 절대 볼 수 없는 풍경.

심지어 인사팀장은 박 실장님보다도 짬순으로 먼저 나갔으니.

"정수호 팀장."

"아, 네. 본부장님."

"이번 앨범에 진짜 투자를 크게 했어."

"알고 있습니다."

프렌즈 엔터 출신 프로듀서와 안무가 레드와인.

뮤비 프로덕션도 대형 엔터급으로 세팅했으니.

"루나도 마찬가지, 자네를 봐서 차별을 두지 않은 거야."

"감사합니다."

팀장으로서 어깨가 제법 무거웠다.

두 팀 다 크게 키우고 싶은 마음에.

"자네는 큐앤지의 보물이니까 부담을 좀 가져야 해."

"네. 본부장님."

오늘따라 본부장님 눈빛이 상당히 아련했다.

꼭 어디 도망이라도 가는 사람을 대하는 듯.

"요즘 스카웃 전화 많이 오지?"

"네? 아뇨. 안 와요."

"흠, 그럼 그만 일어나서 일 보게."

"수고하셨습니다!"

고개를 꾸벅 숙이고 미팅룸을 벗어났는데.

문밖에서 박 실장님께서 기다리고 있었다.

"담배."

".... 네."

그냥 실장실에 흡연 부스 하나 설치해 드리고 싶다.

"내일모레에 그 촬영이지?"

"네?"

"나의 작은 텔레비전 시즌 3."

"네, 맞아요."

의외로 촬영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각자 두 시간 개인 방송을 켜서 '알아서' 컨텐츠를 만드는 촬영.

앞뒤로 한 시간 정도 붙여서 4시간 컷도 가능한 스케줄 아닌가.

"나는 나작텔이 마지막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무덤석....?"

"몰라, 인마."

박 실장님은 대화를 끊고, 담배 한 대를 입에 물었다.

* * *

이틀 뒤.

MBS 방송국, <나의 작은 텔레비전 세트장.>

멤버들은 촬영장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오늘은 솔라가 전세 냈네.'

원래 같았으면 솔라 전체가 하나의 팀으로 참여했을 터였다.

보통 나작텔은 5팀 정도의 참가자를 로테이션으로 돌리니까.

"시청자 1만 찍으면 소원권!"

장은서는 양주희의 말을 듣고 썩소를 지었다.

"내가 꿈꿨는데 너는 1만 못 찍더라고."

"그거 개꿈이야."

장은서랑 양주희, 21살 동갑내기 친구들.

쟤들은 아직도 연습생 때처럼 투닥거렸다.

"와아, 이게 그거구나. 챔피언 벨트."

"이거 제가 한번 차보겠습니다."

"나두 나두."

양주희는 소미를 보며 씨익 미소를 웃더니 자신의 허리에 벨트를 찼다.

"이제 이 챔피언 벨트는 제 겁니다."

"나두 나두!"

주희야, 진짜 챔피언 같아.

지금 카메라 돌아간다니까.

'.... 또 신호 왔네.'

쟤 때문에 뒤통수가 얼마나 간지러운 건지.

내가 탈모 오면 진짜 양주희부터 고소한다.

"안녕하십니까?"

그때, 성우 출신의 여자 진행자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의 작은 텔레비전 시즌 쓰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오, 만나고 싶었는데."

"언니, 예뻐요!"

"열파참!"

".... 방금 누구야."

각자 개인 방송을 앞두고, 스탭이 내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저기, 정수호 매니저님."

"네?"

"멤버별로 게스트분들은 준비되셨나요?"

"네. 오고 있어요."

지유가 밴에서 게스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몇 명은 벌써 와서 밴에서 대기 중이라던데.

"혹시 팀장님도 직접 출연하실 생각은 없으세요?"

"제가요? 방송을요?"

"네. 그냥 편하게 일반인도 참가하는 방송이에요."

"글쎄요."

나작텔의 이전 시즌을 봐서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PD가 실험쥐, 모르모트로 불리며 방송에 나오던데.

"이따 상황 봐서요."

"오, 정말요?"

"네."

멤버들이 혼자 진행하기 힘들어하면 도와줄 수도 있지.

"그럼 팀장님께서 계속 돌아다니면서 도움이 필요한 멤버들을 좀...."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각자의 개인 방송 시작 10분 전.

멤버들은 방송 장비를 점검했다.

나도 그 모습을 지켜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띠리리링─

그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정수호 팀장입니다."

-프렌즈 엔터 인사팀장 구현식입니다.

"아...."

상대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편하게 드러냈다.

'스카웃 전화.'

문득 얼마 전에 보여준 실장님과 본부장님의 태도가 떠올랐다.

'아, 이래서 박 실장님이....'

매너상 저쪽 회사에서도 언질 정도는 해줬나 본데.

세계적인 보이그룹을 보유한 프렌즈 엔터.

현재 아이돌 기획사 중 가장 큰 공룡 기업.

국내 엔터사 시가총액 1위에, 드림 에이전시를 가볍게 누르는 대형 엔터였다.

-새로 런칭하는 신인 걸그룹을 맡아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책임자라고요?"

-네. 팀장급이긴 해도 권한은 실장급 이상일 겁니다.

"...."

저는 이미 큐앤지에서 그 정도 권한은 있는 것 같은데요.

중소 엔터랑 비교할 순 없겠지만.

아무튼 고민이 되는 건 사실이다.

-정수호 팀장님, 대우는 업계 최고로 보장합니다.

"음,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물론이죠. 그럼 일주일 뒤에 식사라도 할까요?

"네. 뭐...."

뚝.

전화를 끊고,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현실적으로 회사를 옮겨서 손해 볼 이유는 단 하나도 없었다.

이직하는 순간, 모기업의 권 상무랑 싸울 이유도 없을 테니까.

'그래도....'

순간, 고개를 돌려 멤버들을 바라봤다.

각자 개인 방송국에서 장비를 세팅하고 있는 다섯 명의 소녀들.

그중, 예지는 눈을 마주치자마자 기다렸던 듯이 손을 흔들었다.

'.... 돈도 좋긴 한데.'

솔라를 세계적인 스타로 키우는 게 더 뿌듯할 것 같아서.

"그러니까...."

띠링─

그때, 구현식 인사팀장님께 톡이 날아왔다.

[일주일 뒤에 소고기 오마카세 예약할까요?]

"소고기? 이건 못 참지."

인맥도 쌓을 겸 밥이나 한 번 먹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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