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예능 천재(1)
양주희는 오직 아육대 촬영만을 위해 열심히 달렸다.
언젠가 자신의 길을 찾을 거란 믿음 때문에.
그래서 더더욱 오늘의 아육대를 손꼽아 기다렸다.
'많이 노력했지.'
씨름을 더해서 이제 7관왕의 위치에 오를 터.
이제 내년 설까지 다시 아육대를 준비하겠다.
"아육대를 위해 살겠다."
"... 언니?"
소미는 주희의 광기를 느끼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주희야!"
그때, 정수호 팀장님이 달려와 자신에게 어떤 소식을 알렸다.
남성부 씨름 우승자가 먼저 제안한 이벤트 경기.
그것도 한쪽 팔로만 자신을 상대한다고 하던데.
"하기 싫으면 안 해도 괜찮아."
".... 해야죠."
"그래. 알겠다."
주희는 사라지는 수호의 뒷모습을 보며 전의를 불태웠다.
"언니, 내가 봐도 이건 좀 아니다."
"소미야, 조선 왕의 의원을 뭐라고 불렀는지 알아?"
"응? 어의?"
"지금 내 기분이 그래. 어이가 없네?"
"...."
소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주희의 말에 동의했다.
"맞아.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남성부 금메달이랑...."
"감히 나를 한 손만 쓰고 이기겠다고?"
"어?"
"나를 빙다리 핫바지로 보는 것도 아니고, 한 손으로? 지금 장난하나."
"아 그게 이유....?"
감히 아육대 하루만을 위해 살아온 자신에게 그런 선 넘은 제안을 하다니.
이건 양씨 가문의 자존심이 걸린 중대한 문제였다.
온 가족이 쌀밥 대신 프로틴을 먹는 집안이 아닌가.
"소미야, 내일만 사는 놈은 오늘만 사는 놈한테 죽는다."
"그, 그래?"
"나는 오늘만 산다. 그게 얼마나 족 같은지 내가 보여줄게."
".... 런닝 뛰면서 아조시 영화 많이 봤나 봐."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
양주희는 저 멀리 자신을 지켜보는 로이를 바라봤다.
대형 엔터인 빅보스 사운드 소속.
인기 그룹 엑스레이의 서브 댄서.
12인조 그룹이라 비인기 멤버가 절반 이상이었다.
'저 사람이 남성부 씨름 우승자라고?'
체격은 자신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건장했다.
가슴 근육도 펌핑된 걸 보면 운동도 좀 했겠지.
'뭔가 기분이 좀 더러운데.'
절대 자신이 질 리가 없다는 자신감으로 가득한 얼굴.
그 눈빛만 봐도 상대의 더러운 의도를 엿볼 수 있었다.
'저 쉑, 뜨고 싶어서.'
신성한 아육대를 그런 마인드로 참가하다니.
소원대로 평생 기억에 남을 추억을 남겨줘야겠네.
팬들의 웃음벨 짤방으로 박제될 역대급 흑역사를.
"주희야, 괜찮겠어?"
그때, 정수호 매니저가 다가와 질문을 건넸다.
"매니저 형님, 저 양주희예요."
"어, 그래. 나도 알지."
자신의 목에 걸린 금메달이 무려 7개.
이제 나약한 소녀와의 싸움은 질렸다.
"바로 준비해 주세요."
".... 그래."
이내, 로이는 웃통을 까고 허리춤에 샅바를 달았다.
'어쭈, 무게 좀 치나 본데?'
하아, 안 되겠네.
쇠질에도 역사와 전통이 있다는 걸 알려줘야지.
* * *
양주희, 눈빛이 달라졌다.
지금까지는 그저 편하게 산책 나온 듯이 편안해 보였는데.
양궁 막 라운드 때처럼 날라로운 눈으로 상대를 노려봤다.
"오빠, 진짜 괜찮겠어? 저쪽도 금메달인데."
"...."
지유는 걱정스러운 어조로 내게 말했다.
양주희가 운동만 하고 사는 건 나도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남자 상대로 씨름에서 이긴다는 게 말이 되나.
"그렇긴 한데...."
불안한 마음속을 비집고 들어오는 기대감.
가려운 뒤통수는 계속해서 신호를 보냈다.
"혹시 모르지."
"???"
곧이어, 세기의 혼성 매치가 펼쳐졌다.
"로이 선배님, 그냥 두 팔 다 쓰세요."
"응?"
"저는 상관없거든요."
".... 됐거든."
주희는 씨익 웃으며 나직하게 한마디를 뱉었다.
"저는 분명히 말했어요."
"자, 다들 준비하시고...."
심판의 신호와 함께 로이는 주희에게 기술을 걸었다.
기습 밭다리걸기로 단숨에 땅에 꽂으려는 전략인데.
"으아, 큰일 났.... 안 났네."
주희는 바깥에 걸린 상대의 다리에 그대로 역습을 가했다.
씨름은 오직 '균형'을 무너뜨리는 싸움.
기술에 실패한 로이에게 기회는 없었다.
"양주희, 승!"
황당할 만큼 순식간에 끝나버린 경기.
심판의 선언에 팬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와아아아아─! 양주희! 양주희!
로이는 모래사장에 얼굴을 처박고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저거 쪽팔려서 못 움직이는 것 같은데."
".... 그러게."
그래서 내가 말해줬잖아.
한 손으로 하지 말자니까.
주희는 쪼그려 앉아 로이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
"로이 선배, 괜찮아요?"
".... 아, 꿈꿨다. 미안 미안."
"???"
로이는 민망한 듯 모래를 털어내고 다시 샅바를 잡았다.
"자, 이제 다시 시작하자."
"네?"
"꿈에서는 내가 졌는데, 아마 실제론 이길 거야."
"...."
추이야, 로하다.
편집으로 어떻게든 넘어가려는 것 같은데.
느그 팬들이 대포 카메라로 찍고 있다니까.
'너 같으면 또 하겠냐?'
당연히 양주희가 알아서 거절할 거로 생각했지만.
"오케이! 그럼 두 팔 다 쓰세요."
"아, 그럴까 그럼?"
양주희, 누구 마음대로 한 번 더 해줘.
로이 쉑, 어떻게든 한 번 더 이기려고.
나는 이쯤에서 적당히 멈추려고 중간에 끼어들었다.
"자자, 이제 그만들 하시고...."
순간, 양주희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나를 빤히 응시했다.
계속 말리면 로이 대신 나를 조질 것 같은데.
내가 걸그룹이 아니라 호랑이 새끼를 키웠네.
".... 계속하시죠."
심판은 내 눈치를 보더니 재경기를 속행했다.
그저 편한 이벤트 경기라고 판단한 모양이다.
-우우우우우─!
객석에서 쏟아지는 팬들의 야유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로이.
그만큼 이번 아육대로 스타가 되고 싶다는 깊은 열정은 알겠는데.
"준비, 시작!"
서로 양팔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두 번째 경기.
로이는 시작과 동시에 주희를 세게 밀어붙였다.
당연히 이번에도 주희가 힘으로 해결할 줄 알았는데.
'파고들었어....?'
순식간에 상대의 겨드랑이를 안쪽에 파고드는 주희.
그대로 상체를 들어 어깨 뒤로 상대를 뒤집어버렸다.
"저는 힘으로 이긴다고 안 했는데."
".... 양주희, 승!"
두 사람의 실력 차는 월등했다.
힘뿐만이 아니라 기술적으로도.
제작진에 의해 '천하장사 만만세' 노래가 흘러나왔다.
MC들은 흥분을 감추지 않고 그녀의 실력을 칭찬했다.
-와아, 뒤집기로 가볍게 이겼네요!
-씨름의 꽃이죠.
-작은 체구로 큰 선수를 이길 수 있는 기술이에요.
-상대의 힘을 이용할 줄 아네요.
-양주희 선수, 씨름 유망주였군요.
-.... 7관왕인데요?
로이는 아주 오랫동안 모래 속에서 얼굴을 들지 않았다.
* * *
아육대 최종 시상식.
함호진 피디는 회사별로 시상대에 오른 세 팀을 천천히 둘러봤다.
걸그룹은 괴물 한 명이 독식했기에, 사실상 남자들의 경쟁이었다.
"전체 3등은 DK 뮤직."
"축하드립니다!"
MC가 내미는 마이크에 소감을 밝히는 아이돌 그룹들.
함 피디는 그중 한 명의 소녀에게 눈길을 사로잡혔다.
목에 주렁주렁 금메달을 걸고 있는 친구.
"양주희는 여자 맞아?"
"근육만 없으면 얼굴은 예쁘장해요."
"...."
특히, 이벤트 경기에서 상대를 쓰러뜨릴 때의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로이도 남성부 씨름 금메달인데?'
체급의 격차도, 피지컬도 뛰어넘은 실력.
타고난 운동신경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캐릭터가 너무 좋은데?'
잠깐 아육대를 맡았지만, 본업은 <나의 작은 텔레비젼> 피디.
첫 번째 시즌에서 수많은 슈퍼스타를 낳았으니.
요식업의 거인, 백 주부님도 나작텔 출신 아닌가.
시즌 2의 성적은 조금 아쉬웠지만, 시즌 3는 반드시 떡상시킬 생각이었다.
"김 작가, 우리 다음 시즌에 캐스팅하자."
"솔라는 쉽지가 않아요."
"왜?"
"얼마 전에 라디오 가수랑 아는동네형님 출연도 거절했어요."
"아오, 너무하네."
함 피디는 아쉬운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양주희가 홈트만 해도 재밌을 것 같지 않아?"
"헬창의 타락한 먹방 시리즈도 있어요."
"이거 아육대로만 끝내기엔 캐릭터가 너무 아까운데."
"제가 큐앤지 측에 전화 한번 걸어볼까요?"
"아니, 내가 해볼게."
"어떡하시게요?"
몰라. 냉큼 가서 무릎이라도 꿇어야지.
방송 살리려면 죽는 시늉도 할 수 있어.
이미 솔라에 대한 소문은 방송계 전반에 파다했다.
'정수호 팀장.'
그 사람이 허락하면 솔라는 바로 캐스팅할 수 있어.
대표님 말고 그의 뜻을 꺾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걸.
문제는 어떻게 그를 설득하느냐인데.
똑, 똑─
그때, 누군가 상황실에 노크를 두드렸다.
"누구....?"
"안녕하십니까, 피디님!"
"...."
빅보스 사운드의 실장급 매니저.
그는 털썩 무릎을 꿇으며 읍소했다.
"피디님, 이벤트 경기는 편집해주십쇼! 제발 부탁드립니다!"
"아이고, 이러지 마세요. 제가 무슨 힘이 있습니까."
"제발요, 피디님."
솔직히, 편집이 무슨 의미인가.
어차피 팬들이 다 찍었을 텐데.
함호진 피디는 그의 앞에 마주 앉으며 함께 무릎을 꿇었다.
"실장님, 제발 저도 좀 살려주세요. 저 어젯밤 10시에 퇴근하고 새벽 2시에 출근했어요."
"피, 피디님....?"
"으으, 저도 처자식이 있어요. 제가 아육대 피디 하고 싶어서 하는 줄 아세요? 지금 죽을 것 같아요."
".... 죄송합니다."
빅보스의 실장은 고개를 떨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도 조금은 귀엽게 편집을 부탁드립니다."
"아이고, 그럼요. 빅보스인데요."
"감사합니다!"
함 피디는 멀어지는 실장을 힐끔 쳐다보더니 무릎을 털며 일어났다.
"하이고, 꼬시다. 대형 엔터 다 뒤져라."
"함 피디님, 사이코패스 같으세요."
"칭찬 고마워. 세상이 날 그렇게 만들었지."
"...."
어느새, 최종 시상식에서 1등을 차지한 큐앤지 레이블의 순서.
-큐앤지 레이블, 1위 축하드립니다!
-양주희 씨의 활약이 두드러졌죠?
-아이돌 계의 보석 같은 소녀입니다.
-앞으로도 기대되네요.
단상 아래에서 주희를 바라보는 걸그룹 멤버들.
대부분은 질투의 눈빛이 아니라 선망에 가까웠다.
청순 걸그룹(물리).
이토록 압도적인 피지컬 앞에서 걸크러쉬가 가당키나 한가.
"오늘부터 양주희 말고 걸크러쉬는 없다."
"저건 그냥 걸.... 크러쉬잖아요."
함 피디는 상황실 모니터를 통해 솔라 멤버들을 스윽 훑어봤다.
"솔라가 멤버 구성이 참 좋네."
"그쵸. 보컬, 춤, 연기, 프로듀싱."
".... 지니어스 급식 소녀?"
"아무튼."
특히, 양주희는 요즘 같은 너튜브 시대에 최적화된 인물이었다.
'브레이크 댄스도 좋고, 운동이랑 먹방만 해도....'
무조건 천만 뷰는 찍을 수 있을 텐데.
정수호 팀장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까.
"아육대 방송 나가기 전에...."
추석 전에 캐스팅을 끝내야 해.
* * *
이틀 뒤,
JTBS 방송국 드라마 촬영장.
은서는 세트장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점원을 연기했다.
어느 정도의 안정감을 느끼며 지유에게 말을 걸었다.
"지유야, 연기 어때."
"감정 폭발할 때는 진짜 기가 막히지."
"...."
나는 그게 제일 별로인데?
"오빠, 우리 유료 회원 엄청 늘었더라."
".... 그치."
"아육대 덕분이야."
아육대의 여파는 어마어마했다.
팬들이 직관한 시점에서 방송 스포는 의미가 없었다.
많은 아이돌 그룹이 참가한 만큼 팬클럽도 다양했다.
"유료 회원이 이 정도면, 태양빛 회원은 어느 정도야?"
"글쎄. 10만 찍었겠지."
"넘사벽이네."
이제 <태양빛>을 따로 관리하는 건 불가능했다.
양주희 덕분에 팬 규모가 미친 듯이 불어났으니.
"이런 미친, 13만 찍었네."
"어차피 라이트하게 즐길 팬들이잖아."
"...."
애초에 유료 팬카페에 가입할 마음이 없는 팬분들.
그들 중 코어 팬들은 이미 유료 카페도 가입했기에.
"그냥 지금처럼 투 트랙으로 가는 게 나아."
"흐음, 마음에 안 들어."
이제 <태양빛>과 코어 팬들을 구분하는 게 의미가 없었다.
띠리리링─
그때, 박 실장님께 전화가 걸려왔다.
"나 전화 좀."
"알겠어."
나는 은서의 연기를 힐끔 쳐다보고 촬영장을 벗어났다.
"여보세요. 실장님."
-수호야, 솔라랑 루나 앨범 작업 도와줄 프로듀서 찾았다.
"혹시 서태성 프로듀서님?"
-아니, 턴업 레코즈 말고.
"그럼요?"
현재 대한민국 최고의 아이돌 기획사는 크게 네 군데였다.
기본적으로는 DK 뮤직, 빅보스 사운드, 턴업 레코즈.
한때는 빅 3라고 불리며 대중음악계를 삼등분했었다.
-지금 프렌즈 엔터에 컨택하고 있다.
".... 프렌즈 엔터요?"
-그래.
빌보드 1위 보이그룹을 키운 공룡 기업이 등장하기 전에는.
"일단 알겠습니다."
-그래. 뮤비 감독은 네가 한번 알아봐.
"네. 실장님."
뚝.
전화를 끊고, 주머니에서 담뱃갑을 꺼냈다.
"프렌즈 엔터 프로듀서면...."
솔라가 진짜 순식간에 많이 성장하긴 했네.
혹시 이러다 블루숄츠 따라잡는 거 아닌가.
"여기요. 불."
"???"
그때, 옆 사람이 라이터를 건네며 말을 걸었다.
<아능동네형님>의 메인 피디.
흡연 구역에서 거물을 만났다.
"안녕하세요!"
"정수호 팀장님을 여기서 다 보네요? 하하."
"그러게요. 저번에 인사드렸죠?"
"흐음, 섭외는 매번 거절하시고...."
"아휴, 피디님. 더 뜨고 나가려고 했죠."
"여기서 더 떠요? 열기구예요?"
"...."
엄밀히 말하면 솔라니까 태양만큼 높이 떠야죠.
"그냥 그러지 말고 이제 슬슬 출연하셔서...."
"아이고, 여기서 다 보네요!"
그때, 흡현구역 뒤쪽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와우, 정수호 팀장님! 이런 우연이!?"
"누구....?"
"저 아육대 함호진 피디입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우연치고는 뭔가 좀 이상한데.
MBS 피디님이 왜 여기서 나와.
"이틀 연속 촬영하느라 고생하셨을 텐데."
"고생은요."
어떻게 다른 방송국 앞에서 마주칠 수 있지.
<아는동네형님> 피디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아니, MBS 피디님께서 왜 JTBS 방송국 앞에....?"
"제가 본업이 아육대는 아니거든요."
"아, 네. 당연히 그러시겠죠."
매년 두 번씩 열리는데 본업이면 더 이상하지.
"나작텔, 이게 한때는 진짜 잘 나갔거든요. 하핫."
"어, 그거 시즌 2는 아쉬웠던...."
"무슨 말씀을! 시즌 2도 나쁘지는 않았어요!"
"그래요?"
"그럼요."
함 피디님이 나작텔 피디님이셨구나.
설마 캐스팅하러 여기까지 찾아오신 건가.
아육대 편집하기 전에는 잘 보여야 하는데.
"팀장님, 솔라 출연은 힘드실지...."
"에휴, 상도덕이 없으시네."
두 명의 피디들은 서로 견제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저랑 먼저 얘기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요? 성 피디가 여기 선배지?"
"아."
함 피디님은 피식 웃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정수호 선생님, 일단 커피 한잔하시죠."
".... 제가 왜 선생님이에요."
"정 선생님, 제가 자식이 네 명이거든요."
"아, 함 선생님. 그러시군요."
"...."
아직 미뤄두고 안 나간 예능도 많아서.
실험적인 방송에 나갈 이유는 없었다.
"그럼 천천히 검토하고...."
"정 팀장님! 제가 무릎 꿇을까요?"
"아니요, 왜 이러세요. 차라리 제가 꿇을게요."
"아."
순간, 뒤통수에서 간지러운 감각이 천천히 밀려들었다.
'뭐지....?'
똥촉의 패턴이 묘하게 바뀌었다.
조금 전까진 분명히 아니었는데.
'혹시 조건부 대박인가....'
아직 포기하지 않은 듯 <아는동네형님>의 피디님도 은근슬쩍 끼어들었다.
"이쪽 먼저 출연하시죠. 은서 씨 위주로 편집하겠습니다."
"에이, 나작텔이 요즘 핫하다니까."
".... 그거 별로예요."
"너 엎드려뻗쳐."
나는 두 사람 사이에서 애써 표정을 관리하며 입을 열었다.
"일단, 두 분 다 조건을 들어볼까요?"
함 피디님, 좀만 살살 긁어주면.
뭔가 그림이 나올 것도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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