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오해받는 연예계 생활-35화 (35/200)

[35] 지니어스(2)

소미는 친구들 앞에서 어깨가 올라갔다.

최근에 10위권 내 정착한 신곡도 그렇고.

"소미야, 진짜 혼자 예능 나가는 거야?"

"그렇대두."

선척적인 관종이라 남들 앞에서 나서기를 좋아했다.

그런 이유가 아니었다면 연예인을 하지도 않았겠지.

"제목이 뭔데?"

"있어, 방탈출 메이즈라고. 머리 쓰는 거래."

"오오, 잘됐다! 너 매번 수학 100점 맞잖아."

"그건 당연...."

"응?"

"아니, 아니야."

정규 과정에서 100점 맞았다고 칭찬을 해주네.

시험 전날에 한 시간 정도만 훑어보면 되는걸.

"크으, 우리 소미 야만전사가 많이 컸네."

"이제 야만전사 아니라니까."

"아 쏴리."

학교를 마치고, 리더의 촬영 현장에 방문했다.

'.... 부럽다.'

모든 스탭들이 오로지 '예지' 한 명만 보고 움직인다.

저기 서 있는 정수호 매니저님이나 스타작가님까지.

'나도 우승하면....'

저렇게 주목받을 수 있으려나.

연기에는 재능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감성적인 노래도 자신의 영역이 아니었으니.

"소미야."

그때, 자신을 데리러 온 박철민 팀장님이 말을 걸었다.

"그만 가자."

"네."

마지막으로 촬영 현장을 힐끔 쳐다보고 돌아섰다.

"예지, 부럽니?"

"아뇨."

"아니긴, 내가 너를 초딩 때부터 봤는데."

".... 들킨 건가?"

"쓸데없는 말 그만하고 어서 타."

"넹."

밴에 오르고, 박 팀장님과의 대화를 이어갔다.

"방탈출 메이즈, 5화까지 살아남아야 한다는 거 들었지?"

"들었어요. Tvm에서 리얼리티 예능 편성 받으려면."

"딱 열 명 중에 중간이야. 너무 부담 갖지 마."

"부담 안 가져요."

"만약에 5화 전에 떨어지면 그냥 너튜브에 리얼리티 예능 찍어서 올리면 돼."

"???"

박 팀장님은 계속해서 은근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언니들이 엄청 잔소리 하겠지만 부담은 갖지 말고."

"···. 네."

"아휴, 수호 커리어에 오점은 남겠지만 너무 부담 갖지 말어."

"···."

슬쩍 표정을 살펴보니, 박 팀장님 입가에 웃음기가 걸려 있었다.

"팀장님, 제가 궁금해서 그러는데요."

"응. 뭔데?"

"빡빡이도 정수리가 있어요?"

".... 응?"

"혹시 세수할 때 머리도 같이 감아요? 삼푸는 써요?"

"그게 왜 궁금한데."

"호기심."

옛날부터 궁금했었는데.

이제야 물어봐서 시원했다.

"소미야, 아직 수호가 두상 매너는 안 가르쳤니?"

"그게 뭔데요?"

"빡빡이한테 빡빡이라고 하면 안 돼."

"아하."

"내가 빡빡이라는 건 아니고."

"팀장님, 저는 민머리 좋아해요. 우리 삼촌도 민머리예요."

"타코야끼 먹을래?"

"넹."

순간, 박 팀장님은 뭔가 떠올랐다는 듯 말을 이었다.

"소미야."

이내, 팔을 쭉 뻗어 뒷자리를 가리켰다.

"맨 뒷자리에 방탈출 메이즈 대본 놔뒀는데."

"그게 대본이 있어요?"

"어, 그냥 기본적인 룰이나 포멧 같은 거야."

"아하."

「더 브레인」 제작진을 그대로 투입하는 새 예능.

그래서 공부 삼아 모니터링을 하며 정주행했는데.

".... 룰이 똑같네요? 더 브레인이랑."

"아, 맞아."

방탈출 미로 형식의 본게임에선 각자도생, 팀전, 배신.

꼴찌는 우승자를 제외하고 데스매치 상대를 지목한다.

"더 브레인에서 방탈출 미로 형식이 추가된 거 뿐이야."

"그럼 데스매치만 계속 이겨도 결승까지 가겠네요."

"결승도 데스매치 형식일걸?"

"뭐지."

그럼 합동이든 배신이든 본게임이 무슨 의미가 있나.

데스매치는 그냥 단순 기억력, 사고력, 연산력이던데.

'.... 겨우 이런 게 필승법이라고?'

이건 그냥 틀리는 사람이 바보잖아.

진짜 데스매치에서만 이기면 되나.

'너무 Easy 한 거 같은데....?'

혹시 함정 미션 같은 게 따로 있는 건가.

* * *

아 뒤통수 간지럽다.

후배한테 전화할까.

"소미가 어떻게 5회까지 살아남아."

무슨, 중딩한테 그런 성인도 어려운 퍼즐을 풀라고 하냐.

아무리 생각해 봐도 Tvm 예능국장님한테 당한 것 같아.

"수고하셨습니다!"

"와아아아!!!"

이내, 웹드라마 마지막 촬영을 마쳤다.

당연히 피노키오 스튜디오 직원들의 분위기는 최고였다.

조회수나 반응도 뜨겁고, 모든 촬영을 무사히 마쳤으니.

"주 감독님."

나는 주 감독님께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오, 정수호 매니저님."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

"그러게요."

조만간 방송국에서 볼 날이 올 것만 같다.

방송국도 많이들 프리랜서 감독을 쓰니까.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감독님!"

"수고는 편집하면서 해야죠. 하하."

"아, 그렇죠."

회당 15분짜리 10화 분량.

웹드라마 특성상, 분량이나 촬영기간이 극단적으로 짧았으니.

아무래도, 아직 여물지 않은 예지의 연기 실력에 제격이었다.

"예지가 많이 배웠습니다."

"이미 훌륭한 연기자인데요."

"아뇨, 많이 부족하죠."

"매니저님도 어제 1화 올라온 거 보셨나요?"

"그럼요."

주현성 감독님이 다가오며 말을 걸었다.

"예지 씨 덕분에 채널 구독자 떡상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더 감사하죠."

"흐음, 매니저님은 멤버들 아끼는 게 눈에 보여요."

"네? 그야 당연하죠."

"아뇨, 다른 매니저들이랑 확실히 달라요."

"...."

솔직히, 이전 배우님들이랑 느낌이 다른 건 사실이었다.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전부 수작업으로 키운 느낌이라.

"저기, 오늘 마지막 촬영인데...."

주 감독님은 조심스럽게 말꼬리를 늘였다.

"아, 회식이요."

"어렵겠죠? 하하."

"아뇨, 당연히 예지도 참석해야죠."

"오, 진짜요?"

아마 메이킹 필름 추가하려는 느낌인데.

나보다 예지가 참석하는 게 중요하겠지.

"근데 저는 회사에서 대표님이 부르셔서요. 지유 부를게요."

"아, 대표님.... 여왕님이시죠?"

"네. 저도 회사 들렀다가 늦게라도 회식 참석할게요."

"오, 그럼 우리 이모도 부를게요."

"그럼 더 좋죠."

막장드라마계의 대모.

김고은 작가님과의 인연은 무척 소중했다.

스타작가의 캐스팅 권한은 감독 이상이라.

이번 웹드라마로 얻은 게 생각보다 많았다.

김고은 작가님과 친분.

10대 소녀팬들의 유입.

예지 연기력 검증까지.

'이런 게 윈윈이지.'

새삼스럽지만, 이번에도 역 베팅의 승리였다.

다음 작품 선택의 폭이 10배 이상 늘었으니.

띠리리링─

그때, 스마트폰에 누군가의 전화가 걸려왔다.

「방탈출 메이즈 피디, 김지훈 후배」

"여보세요. 지훈아."

-선배, 중요하게 할 말이 있어서요.

"응?"

이번 작품으로 입봉하는 김지훈이.

진짜 급하긴 많이 급한 모양이었다.

-진짜 제가 조연출 시절에 고생했거든요.

"갑자기 왜 그래."

-소미요. 1화에서 떨어질까 봐 손발이 덜덜 떨려요.

"...."

나도 그래.

-첫 방송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게임이랑 룰을 가르쳐 드리려고요.

"...."

솔직히, 나도 소미가 올라갔으면 좋겠다.

당장 '감사합니다'하고 받을 뻔했으니까.

'소미가 올라가면 나도 좋지.'

슬슬 간지럽기 시작하는 뒷목을 긁으며 스마트폰을 들었다.

"지훈아, 그냥 실력으로 올라갈게."

-네? 중학생이 실력으로....

"그냥 농담이라고 생각할게."

-.... 죄송해요, 선배.

김지훈 피디를 탓할 수는 없었다.

오히려 호의를 베풀려고 했으니.

"솔라, 깨끗하게 키울 거야."

-아, 네.

"나중에 티끌만큼이라도 구설수에 올리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

-괜히 죄송하네요.

"아니야, 그럴 수 있어."

솔직히 말하면, 내가 그렇게 깨끗한 사람도 아니고.

드림 에이전시 시절이었으면 냉큼 받아먹었을지도.

'이러다 1화 탈락하면 개망신인데.'

그때, 뒤쪽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흐읍."

"뭐야."

이내, 예지는 헤실헤실 웃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매니저님은 진짜 대단하세요."

"뭐가."

"그냥요."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아깝다.

김 피디님한테 다시 전화할까.

"우리를 그렇게 아껴주시는 줄 몰랐어요. 아니, 알긴 알았는데!"

"그런 거 아냐."

"아니긴요, 매니저님은 최고예요."

".... 아니라니까."

너무 좋은 기회를 놓쳤다고.

아까워, 정신 나갈 것 같애.

* * *

큐앤지 레이블의 공동대표 중 한 명

서연정은 최근 들어 고민이 늘었다.

"감석태 본부장이 점점 선을 넘네."

"사실, 진작에 선 넘었죠."

서 대표는 홍보팀장의 보고를 받으며 대화를 나눴다.

"장은서, 대본리딩이 얼마나 남았지?"

"이제 코앞입니다."

"당일에 기사 터트리려고 하는구나."

"네. 아마도."

공개 오디션에서 아이돌 멤버가 붙었다.

탈락자들 입장에선 찝찝할 수도 있겠지.

'은서 멘탈을 터트릴 목적이야.'

공개 오디션에서 뽑은 서브 주인공 배역.

그 귀한 자리를 '우연히' 은서가 꿰찼으니.

"감 본부장은 참 교묘해. 뒤탈을 남기지도 않았어."

"...."

대본리딩 날, 수많은 조연급 연기자들 앞에서 연기해야 했다.

원로급 선생님들과 중견 배우들의 입을 막는 건 불가능했다.

"조 기자에게 부탁하면 어떨까요?"

"누구?"

"조영수 기자님, 정수호 매니저와 인연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

이 바닥에서는 그의 영향력이 상당했다.

감 본부장과 연결된 끈을 찾을 수 있다면.

"내가 정수호 매니저한테 이야기해보지."

"네. 대표님."

감 본부장은 자신의 앨범 작업을 기점으로 초조한 모습을 보였다.

'그만큼 곡이 좋다는 뜻인가.'

류시아 작곡 작사, 다이애나 편곡.

정규 5집 타이틀곡,

고압적인 여왕이 내려다보는 웅장한 비트.

지루하지 않은 멜로디 속 묘한 불협화음.

편곡을 진행할수록 곡의 완성도는 점점 올라갔다.

"정수호 매니저가 추천했죠? 이 곡이요."

"맞아."

이제는 통기타 하나 들고 명곡을 뽑아낼 수 있는 시장이 아니었다.

5명-, 어쩌면 7명쯤 달라붙어야 명곡 하나를 겨우 건질 수 있기에.

"다이애나는 진짜 재능이 엄청나."

혼자 드럼, 기타, 반주, 베이스를 전문가 수준으로 편곡할 수 있었다.

음반 시장을 점령한 '미디'라는 장비를 다루는 데 정말 천재였으니.

"그 재능을 발굴한 정수호도 대단하고."

"네. 맞습니다."

류시아의 통기타 원곡 멜로디 하나만 듣고 머릿속에서 상상했겠지.

그 위에 다이애나의 비트와 편곡을 더했을 때 어떤 보석이 나올지.

"겨우 멜로디를 듣고 좋은 음악을 구분했어."

근데, 감석태 본부장은 자신의 앨범이 망하길 바라겠지.

그동안 함께 작업한 사이에 배신감이 들 수밖에 없었다.

정수호는 '돈'을 쫓지 않고 큰 그림을 그렸다.

행사를 잡지 않고 연기와 예능에 집중했으니.

"솔라 굿즈 판매량이 꾸준히 늘고 있거든."

"네. 지금 2본부 주 수입입니다."

팬들에게 파는 굿즈는 행사만큼 돈을 벌어다 준다.

리얼리티 예능를 계획하는 이유도 그 때문일 테고.

똑, 똑─

그때, 예정대로 정수호 매니저가 대표실을 찾았다.

"들어와요."

정수호의 입지는 2본부에서 독보적이었다.

"대표님, 부르셨습니까?"

"해줄 말이 있어서요."

솔라 장은서의 연기력에 대한 의문을 품는 기사들.

보통 기자들은 이런 공격적인 기사를 쓰지 않는다.

정수호 매니저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는데.

"네, 그렇군요."

".... 끝?"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듯 뒤통수를 긁적이는 모습.

역시, 이 자신만만한 표정을 보니 이해할 수 있었다.

'당연히 예상했구나.'

그는 언제부터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을까.

처음에 장은서를 JTBS에 꽂으려고 한 날?

어쩌면, SBC 비공개 오디션을 거절한 날?

혹시 SBC 법정물이 터져 나갈 것도 예상하고 있었을까.

"어쩔 수 있나요. 은서가 대본리딩에서 실력을 입증해야죠."

"자신이 있군요."

"아뇨, 그런 건 아닙니다."

"그 겸손한 태도는 아무리 성공해도 바뀌지 않네요."

".... 진짜 아닌데."

공개 오디션에서 다른 일반인 참가자의 기회를 빼앗았다는 악의성 기사.

"아마 대본리딩 당일에 터질 거예요."

"...."

보통 기자들은 회사를 상대로 날을 세우지 않는다.

그들에게도 정보는 밥벌이 수단이니까.

당연히 회사와 화합을 하려는 게 정상.

"감 본부장이 처음 접촉한 기자를 찾아야 해요."

"아, 그쵸."

"조영수 기자님께 부탁드릴 수 있나요?"

"네. 연락해보겠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자신감 있는 말투.

내부 총질하는 감석태 본부장을 퇴사시키려는 계획이었다.

'로드 매니저로 남을 그릇이 아니야.'

역시, 정수호 매니저는 야심이 있는 남자였어.

큐앤지 레이블에 말뚝 박으려는 계획이었구나.

최연소 본부장 자리를 노리고 있는 걸 수도.

* * *

며칠 뒤, 숙소 앞.

JTBS 방송국 「재벌가 시집가기」 대본리딩 당일.

나는 연예계 뉴스를 확인하고 눈살을 찌푸렸다.

《유명 걸그룹 멤버는 공개 오디션에서 정당하게 뽑혔을까?》

"대기업이면 감히 못 깠을 텐데, 이놈의 좋소...."

빨리 솔라 데리고 같이 드림 에이전시로 토껴야지.

그것도 하필이면 은서 대본리딩 당일.

일부러 타이밍 맞춰서 건드리는 거야.

'신인 배우니까.'

굳이 멘탈을 터트리려고 타이밍 맞춰 터트린 게 괘씸했다.

그 와중에 뒤통수가 살살 간지러운 건 호재라는 의미인가.

".... 그래도 족 같네."

아마 감 본부장은 솔라가 연기판에서 성장하는 게 곤란할 터다.

일단은 조 기자님께 부탁을 드렸으니까.

증거만 잡으면 감 본부장을 찍어내야지.

서연정 대표님께서 이쪽 편이라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르겠다.

드르륵─

그때, 밴 뒷자리 문이 열리며 은서가 들어왔다.

"은서 왔어?"

"네."

그래. 어차피 실력으로 증명하면 그만이지 않나.

솔직히 연습 때 실력으로는 확신할 수 없겠지만.

'우리 애들은 무대 체질이잖아.'

어련히 잘하겠지.

"매니저님, 왜 이렇게 쳐다봐요?"

"내가?"

"네. 아까부터 쭉."

"...."

싸가지는 좀 없어도 예쁘니까.

그럼 작품에 꽂을 수 있으니까.

"너 어젯밤에 술 안 먹었지?"

"와, 무당인가."

"먹었어?"

"안 먹었어요."

".... 이젠 놀리네."

"꿀잼이라."

밝은 표정을 보니 아직 연예계 뉴스를 안 본 것 같다.

뒤에서 은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대본을 읽고 있었다.

"그럼 출발할게."

"네."

곧장, 시동을 걸고 JTBS 방송국으로 향했다.

"매니저님."

"어, 은서야."

"기사 저도 봤어요."

".... 봤어?"

"아까부터 제 눈치 보시길래."

"...."

눈치 더럽게 빠르네.

"제가 그거 신경 쓸 만큼 약해 보여요?"

"아니."

멤버들 중에서 멘탈은 네가 제일 세 보여.

물리적인 힘은 양주희가 제일 강하겠지만.

잠시 후, 대본리딩 현장.

수많은 배우들의 이목이 은서에게 집중되었다.

이수연과 투톱 자리를 꿰찬 아이돌 출신 배우.

음, 배우로서 인정해주기는 할까.

"은서 씨 왔어요?"

"네, 조감독님!"

은서는 도도한 걸음으로 자신의 자리를 찾았다.

"그쪽이 연기 천재라면서?"

"네?"

그때, 옆에서 누군가 시비조로 은서에게 말을 걸었다.

오디션만 아니면, 서브 여주 자리를 가져갔을 연기자.

"배영선이라고 해요. 알고 있겠지만."

"네. 안녕하세요, 선배님."

"그래요. 연기를 그렇다 잘한다던데? 감독님께서."

"저는 잘 모르겠어요."

"...."

눈빛에 독기를 가득 채운 배영선 배우.

은서는 그녀를 무시하고 시선을 돌렸다.

".... 못하기만 해봐."

배영선은 일부러 들으라는 듯이 말을 뱉고 자리로 돌아갔다.

'은서, 많이 빡쳤네.'

화를 주체 못해서 손을 덜덜 떨고 있는데.

언제 분조장이 튀어나올지 불안 불안했다.

"긴장하지 마. 은서야."

그때, 이수연 배우가 근처에서 은서의 떨리는 손을 잡아주었다.

"배영선 씨, 질투나서 그래."

"네? 아, 네!"

긴장한 게 아니라 빡친 거예요.

화가 날 때 감정이 격해지거든.

'.... 팝콘각인데?'

뒷목이 근질근질한 걸 보면.

뭔가.... 뭔가 일어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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