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오해받는 연예계 생활-34화 (34/200)

[34] 지니어스(1)

소변기 빌런-, 아니, 대학교 후배님.

김지훈 피디는 아마도 처음부터 나를 노리고 온 모양이다.

아직 입봉도 안 한 감독이 시상식에 올 일이 뭐가 있을까.

"선배님, 신소미는 지니어스 지니어스!"

"아 조용히 좀 해봐요."

"무조건 이건 출연해야 한다고 봅니다!"

"아 쫌! 물 튀잖아요."

쏴아아아─

화장실에서 손 씻을 때도, 휴지로 손을 닦을 때도 귀찮게 굴었다.

"그래요, 후배님."

"아이고 선배님. 말씀 편하게 하세요."

".... 그럼."

일단 학교 후배니까 말은 편하게 해도 되겠지.

"내가 시놉은 읽어봤는데."

"재밌죠!?"

"...."

퍼즐이랑 수학 잘하는 사람은 좋아하겠더라고.

개인적으로는 촉만 아니면 그냥 던져버렸을걸.

"솔직히 유명 연예인이 나가기엔 부담이 돼."

"후우, 선배님 천재 이미지 챙겨서 손해 보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글쎄."

그건 소미가 천재일 때의 이야기지.

금융업 종사자, 일류 공대나 해외 대학, 의대생까지.

다 큰 어른들을 상대로 중딩이 활약할 수 있겠냐고.

"굳이 소미가 필요한 이유가 뭐야?"

"제가 사실 말씀 안 드리려고 했는데."

"그럼 말하지 마."

".... 말할래요."

"그럼 말해."

김 피디는 볼을 긁적이며 대화를 이어갔다.

"지금 캐스팅한 출연자 연령대 기억하세요?"

"아, 골고루 모았던데."

20대, 30대, 40대, 50대까지.

"연예인, 비연예인 통틀어서 한 명도 못 찾았어요."

"그러게, 10대만 없구나."

"근데 소미가 탑아이돌에서 퍼즐 푸는 거 보고 느낌이 딱 왔다니까요!"

"그래?"

느낌은 별로지만 촉은 근질근질한 신호를 보내니까.

이내, 간질거리는 뒤통수를 슥슥 긁으며 말을 이었다.

"그럼 조건은?"

"네?"

"대학 행사 한번에 3천씩 받는 애들이야. 알잖아."

"아.... 흠, 하하하."

"우서?"

오랜만에 보는 학교 후배 앞에서 꼰대력이 폭발했다.

"선배님, 커피 한잔 드릴까요?"

"오키, 설탕 빼고."

"예압!"

사실, 나도 예능 출연료가 어느 수준인지 잘 알고 있었다.

<탑아이돌>에서도 푼돈 받고 출연했지만.

인지도 상승은 돈으로 계산할 수가 없었다.

"여기, 설탕 뺐어요. 선배님."

"그래."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이어갔다.

"이번 작품이 입봉작이야?"

"네. 선배님, 제발 한 번만 도와주십쇼!"

"흠, 소미가 출연하면 예능국장님이 좋아하시겠네?"

"어휴, 진짜 제가 공주님처럼 모실게요. 진짜로!"

"그래?"

사실, 촉으로 움직이는 입장에서 정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나가야지.'

소미도 영재 출신이고, 종종 천재성을 보여줄 때가 있으니까.

아마 출연자들 중엔 진짜 천재들도 존재할 터다.

어려운 퍼즐 문제를 3초 만에 계산하는 괴물들.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중간만 들어도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었다.

"소미도 슬슬 개인 스케줄 잡을 때가 되긴 했는데."

"오오, 그럼....!"

"조건 보고 수락할게."

"아."

세상에 꽁짜가 어디 있겠냐.

나도 좀 같이 먹고살아야지.

"우리 애들, 리얼리티 예능 편성 좀 잡아줘."

"네?"

"슬슬 찍을 때 됐거든. 팬미팅 때 팬들이 많이 원하더라고."

".... Tvm에서요?"

"어려워?"

"그, 그게, 어렵다기보다는...."

"그 정돈 해줘야지."

걸그룹 리얼리티 예능.

그야말로, 보는 사람만 보는 낮은 시청률의 방송이라서.

인기 걸그룹도 메이저급 케이블에서 편성 받기 어렵다.

"제가 국장님께 말씀드려볼게요."

"오케이. 예능국장님 답변 듣고 나서 소미 출연 확정할게."

"아아아."

나는 김지훈 피디님 어깨를 툭툭 두드리고 일어났다.

"후배님, 그럼 연락 기다릴게!"

"선배, 저는 우리 팀 막내란 말이에요!"

"나도 막내야."

내가 큐앤지 레이블에서 일한 지 몇 달 됐더라.

* * *

다음 날.

나는 백상예술대상과 솔라에 대한 기사를 확인했다.

《시상식장을 찢어버린 탑아이돌! 연기자들을 매혹하는 걸그룹, 솔라는....》

기사에는 양주희 사진이 메인에 걸려있었다.

"그래. 찢긴 찢었지."

겨우 불편하단 이유로 드레스 밑단을 찢어버렸는데.

무대 퍼포먼스의 일환으로 포장해 사진을 걸어놨다.

"그냥 코에 걸면 코걸이네."

거의 비슷한 드레스를 입은 아이솔레이션은 가볍게 묻어버렸다.

무대에서 보여준 솔라의 퍼포먼스는 그만큼 압도적이었으니까.

"매니저님!"

그때, 밴 밖에서 예지가 창문을 콩콩 두드렸다.

그러더니, 조수석 문을 벌컥 열고 냉큼 앉았다.

"뭐해, 뒤에 타."

"그냥 오늘은 옆에 탈래요."

"뒤에 타라니까."

"매니저님, 오늘 션샤인 차트 보셨어요!?"

"아."

그러고 보니 오늘 올라왔겠구나.

"안 보셨어요....?"

"봤지. 장난 아니더라."

"그쵸!?"

대충 30위까지 올라갔겠지.

이미 화제성은 최상이니까.

"앞으로도 그렇게 치고 올라가자."

"네! 근데 10위권은 너무 부담돼요."

"???"

도랐네. 어디까지 올라간 거야.

이러니 섭외 전화가 밀려들지.

"매니저님은 당연히 예상하셨구나. 저는 심장마비 걸리는 줄 알았는데."

"...."

아니야, 나도 몰랐어.

"부담 갖지 말고, 그냥 계속 이렇게만 해."

"네!"

사실은 내가 더 부담된다.

".... 근데 다른 애들은 안 내려와?"

"지금 준비하고 있어요."

"빨리 좀 오지."

"저희 어제 무대는 어땠어요?"

"어제 무대는."

"네!"

시상식 무대는 이견의 여지가 없이 예지가 캐리했다.

짧은 시간 동안 창법을 바꾸는 게 쉬운 일인가.

여왕님이 직접 가르쳐 준 효과를 제대로 봤다.

'.... 무슨 멍멍이 같네.'

예지 눈동자에 칭찬해달라고 쓰여 있었다.

"아주 잘했어. 많이 늘었더라."

"진짜요?"

"잘했고, 오늘 웹드라마 촬영은 지유가 따라갈 거야."

"또....?"

"응?"

"아니, 아니에요."

사실, 연기할 때 기본기는 많이 부족했다.

웹드라마 공개도 이제 얼마 안 남았으니.

"예지야, 스케줄 바빠도 연기 수업은 빠지지 말자."

".... 연기력 많이 부족해요?"

"그런 건 아니고."

"열심히 할게요."

내가 너무 리더에게 가혹한 것 같기도 하네.

스케줄도 가장 많은데 트레이닝도 바쁘니까.

"그래도...."

예지는 나직하게 혼잣말을 뱉었다.

"매니저님이 인정해 주시면."

"응?"

"저는 더 열심히 할 수 있어요."

"너무 무리하진 말고."

"네에!"

곧이어, 다른 멤버들이 하나둘씩 밴에 탑승했다.

은서는 밴에 오르자마자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매니저님, 우리 쫑파티 왜 안 해요?"

".... 너도 이제 여배우야."

"여배우도 사람이에요."

"여배우는 사람 아니야. 전설의 포켄몬이야."

"아."

나는 은서에게 1화 대본을 건네며 대화를 이어갔다.

"재벌가 시집가기, 1화 대본."

"오, 벌써요?"

"벌써는 무슨, 너무 늦었지."

"주세요."

그동안 시상식 준비하느라 너무 바빴으니까.

"자켓 촬영일이 언제인 줄 알지?"

"알아요."

"그거 대본리딩까지 달달 외우고 나한테 검사받아."

"예아."

부르르릉─

곧장 시동을 걸고 핸들을 잡았다.

"일단 연습실로 간다."

"네에!"

슬쩍 시선을 옮겨 백미러로 소미를 바라봤다.

아직 예능 이야기는 꺼내지 않는 게 좋겠지.

잠시 후, 큐앤지 레이블 사옥.

멤버들을 연습실까지 데려다 주고 사무실로 이동했다.

이번 주 스케줄을 정리하며 서류 작업을 하고 있는데.

"정수호, 바쁘냐?"

그때, 뒤에서 팀장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뇨. 별로 안 바쁩니다."

"옥상에서 담배나 한 대 피울까."

"네. 팀장님."

곧이어, 내게 나무젓가락을 건네며 담배를 꺼내는 박 팀장님.

"애들 앞에서 담배 냄새 풍기지 말고."

"네?"

팀장님이 먼저 피우자고 하셨잖아요.

"어라? 저 담배 떨어졌네요."

"나도 돛대야."

".... 그럼 저는 안 피울게요."

"에휴, 너 해라."

"네?"

돛대를 주는 건 찐우정 아닌가.

군대에서 전우한테도 안 줬지.

"니가 일 잘해서 주는 거야."

"감사합니다. 하하."

박 팀장님은 주섬주섬 전자담배를 꺼내며 한숨을 내뱉었다.

"하아, 전자담배 끊었는데."

".... 보통은 담배를 끊으려고 전자담배를 피우죠."

"아무튼 말야."

우리는 맞담배를 피우며 다시 대화를 이어갔다.

"감석태 본부장님이 선을 넘었더라고."

"드레스 색상이요?"

"역시, 알고 있었네."

"...."

사실, 그쪽 말고는 의심할 여지가 없지.

내부의 정보가 외부로 빠져나갔으니까.

"그냥 넘어가는 겁니까?"

"글쎄. 내가 뭔 힘이 있겠냐."

"흐음."

힘은 엄청 세 보여요.

근육은 왜 키웠어요.

"본사에 권 상무 라인이 있는 한 아직은 못 건드려."

"아직은?"

"나중엔 모르지. 최근에 1본부 실적이 부진한 건 팩트거든."

"그렇죠."

아무래도, 드림 에이전시는 연기자를 더 쳐주니까.

예지랑 은서를 이수연급 여배우로 키울 수 있으면.

"그냥 너는 지금처럼만 해."

"네. 팀장님."

권 상무 라인의 배우들 밥그릇까지 빼앗을 수준으로 올라간다면.

'그때는....'

원래 내가 있었던 회사로 돌아갈 수도 있겠네.

물론, 꼭 돌아가야 할지는 생각해 봐야겠지만.

* * *

Tvm 방송국, 예능국장실.

한 남자는 워터멜론 차트에 오른 음악을 감상했다.

솔라의 신곡 이 부드럽게 흘러나왔다.

-따뜻한 햇살처럼 내게 다가온 그대.

감성적인 비트에 파워풀한 가창력.

"와, 하루 만에 10위권이네."

뮤비도 없는 아이돌 음악이 차트 상위권에 오르려면.

탄탄한 팬층은 기본에, 상당한 음악성까지 요구했다.

똑, 똑─

그때, 문밖에서 누군가 노크를 두드렸다.

"네. 들어와요."

이제 곧 입봉을 앞둔 막내 연출자.

김지훈 피디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오, 소미 캐스팅 어떻게 됐어?"

"저, 그게...."

"뭐야, 정수호 매니저랑 대학 동문이라며."

"아, 네. 그렇긴 하죠."

딱 보니까 텄구만.

친하지 않은 사이에 인맥 타령하는 게 꼴불견이기는 하다만.

우리도 솔라 코인 좀 타야지, 지금 다들 섭외하려고 난린데.

"가서 무릎이라도 꿇어봐."

"그거로 됐으면 100번도 더 꿇었죠."

"텄네, 텄네."

"솔라 리얼리티 예능 편성해주면 생각해 보겠다는데요?"

"리얼리티?"

"네."

솔직히,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밤늦은 시간엔 비울 수 있을까.

"근데...."

그러다 소미가 첫 방송에서 탈락하면 어떡하나.

오히려 팬들이 몰려와 욕만 오지게 먹을 수도.

"소미가 참가자 열 명 중에 5화까지 생존하면."

"네?"

"우리도 그 정도 조건은 걸어야지."

"...."

그렇다고 주작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비연예인들이 SNS에 폭로하면 끝이니까.

"소미가 중간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글쎄."

솔직히, 첫 방송에서 소미가 탈락할 확률이 아주 높았다.

정글에서 아이돌이라고 배려해주는 참가자는 없을 테니.

'중학생이라....'

예능국장은 김 피디에게 받은 신소미의 프로필을 확인했다.

수학, 과학은 100점을 놓치지 않고 다른 과목은 평균 수준.

"이거, 엄지유 매니저가 준 프로필 말이야."

"네. 국장님."

"수학 올림피아드? 이건 뭐야?"

"아, 그건 참가 신청만 하고 스케줄 때문에 못 간다고 들었습니다."

"그래?"

"넵. 연습생 생활이랑 병행하기 어려울 겁니다."

"어렵긴."

연습생 생활이 아니라 수학 문제가 더 어렵겠지.

노력하면 한 문제라도 풀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소미가 5화까지 살아남아 주면 땡큐지."

"일단 연락해 보겠습니다."

"살아남으면 솔라 리얼리티 편성해 준다고 구슬려 봐."

"하아, 알겠습니다."

오직 팬들만 보는 마이너한 예능, 걸그룹 리얼리티.

솔직히 Tvm에서 편성해 줄 만한 방송은 아니지만.

"나도 편성해주고 싶어서 미치겠네."

".... 표정은 안 그런데요?"

"혹시 모르지."

소미가 「방탈출 메이즈」에서 활약할 수 있을지도.

시청자들은 병풍 걸그룹 멤버라고 생각할 테니까.

'만약에 멋진 모습 한 컷만 보여줘도....'

방송에서는 지니어스로 편집해 줄 수 있을 텐데.

"됐다, 내가 중학생한테 뭘 기대하냐."

"네?"

"안 나가고 뭐 해?"

"아, 넵."

예능국장은 피식 웃으며 김 피디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 * *

얼마 후,

팬들이 목 빠지게 기다린 예지의 첫 번째 웹드라마.

피노키오 스튜디오는 「나의 이중생활」을 공개했다.

《[나의 이중생활 Ep.01] 예지가 이세계에선 은근히 찐따!?》

-4시간 전

-조회수 47만 회

-좋아요 7만, 싫어요 1백

-댓글 8천

감성적인 연출과 예지의 미모를 잘 드러낸 작품.

대사도 맛깔나고, 연기가 과하지 않은 건 좋은데.

".... 제목 누가 지었냐."

이세계 말고 현실에서도 은근히 찐따라고.

"우리 예지 무시하냐."

"녜?"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헤헤."

예지의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리고 다시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오늘 올리자마자 베스트 영상에 오른 웹드라마.

댓글을 보니까 <태양빛>에 좌표가 찍힌 듯했다.

-예지야 사랑해

ㄴ22222

ㄴ시상식에서 고음 미쳤더라 ㅠㅠ

ㄴ힘을 숨긴 거 아닐까?

ㄴ아직도 매일 10시간씩 연습한다고 함

ㄴ스케줄도 바쁠 텐데?

ㄴ회사가 너무했네

-예지가 막장 연기도 소화할 줄이야

ㄴ내면 연기 미쳤음 ㄷㄷ

ㄴ솔직히 작가 보고 막장드라마인 줄 알았는데 ㅋㅋㅋ

ㄴ감성 연기 개쩔어

ㄴ솔라는 전설이다

ㄴ예지 누나랑 결혼하려면 어떡해야 함?(진지)

ㄴ다시 태어나세요

나는 스윽 시선을 돌려 연습실을 둘러봤다.

"예지야, 아까부터 다이애나가 안 보이네."

"아, 지금 녹음실이요."

"그래?"

"네. 여왕님 곡 작업하고 있어요."

"시아랑 같이?"

".... 류시아 언니를 성 떼고 부르세요?"

"응. 얼마 전에 말 놓기로 했어."

"흐으으음."

"뭐야. 왜 이래."

"아니에요."

이제 그룹 활동은 어느 정도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한 명씩 개인 활동 잡아줘야지.'

구석에서 눈치 보며 프로틴 가루 퍼먹는 양주희.

대본리딩을 위해 열심히 연기 연습하는 장은서.

"소미는...."

구석에서 혼자 학교 숙제를 열심히 푸는 모습.

김지훈이가 오늘쯤 전화를 준다고 했었는데.

띠링─

그때, 지훈이가 보내는 톡 하나.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오는구나.

[선배님, 시간 괜찮으세요?]

톡을 확인하자마자 곧장 전화를 걸어서 경과를 확인했다.

-여보세요, 정수호 선배님?

"어, 지훈아."

-선배님, 리얼리티 예능 편성이요.

"어떻게 됐어?"

-소미가 5화까지 살아남으면 편성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 무슨 조건이 그래?"

-혹시 1화 만에 탈락하면 어떡해요.

"...."

솔직히 이해는 되는데, 5화까지 가능하려나.

괜히 나가서 망신만 당하고 오는 거 아닌가.

'.... 뒤통수 간지럽다.'

어차피 조건 없이도 「방탈출 메이즈」는 나갈 생각이었으니까.

"오케이, 콜!"

-오오....! 진짜요? 진짜죠!?

"그래."

이래서 연예인은 뜨고 봐야 한다.

<탑아이돌>을 찍기 전이었으면.

'오히려 이쪽이 캐스팅해달라고 부탁해야지.'

Tvm 정도의 케이블 방송에 고정으로 출연하면 무조건 이득이니까.

"그럼 팀장님이랑 미팅 잡아볼게."

-넵. 선배님,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내가 더 감사하지.

뚝.

전화를 끊자마자 예지가 내게 물었다.

"우리 리얼리티 예능 찍어요?"

"아직 계획 중이야."

보통 리얼리티 예능은 팬 서비스 개념이었다.

Tvm이 아니면 너튜브에라도 올리면 되니까.

"와아, 우리끼리 해외여행도 다니고 맛있는 것도 먹고!!!"

"해외여행이라고는 안 했는데."

"아무튼요!"

그때, 멀리서 먹잇감을 포착한 소미가 어슬렁어슬렁 걸어왔다.

"우리 예능 나가요?"

"응. 맞아."

근데 리얼리티 예능보다 먼저 찍어야 할 게 있어.

"너는 개인 예능도 하나 찍을 거야."

"저요? 저만!?"

"응. 방탈출 메이즈, 브레인 예능이야."

"오오오....!"

"잘할 수 있겠...."

"언니한테 자랑하러 가야지!!!!"

"...."

소미는 곧장 문을 열고 녹음실로 달려갔다.

"소미랑 다이애나랑 찐친이야?"

"네. 둘이 막내 라인이라 방을 같이 써서."

"에휴, 자리는 좀 치우고 가지."

"제가 치울게요."

"아냐, 내가 해."

곧이어, 나는 소미가 혼자 열심히 풀던 문제집을 주워들었다.

".... 숙제 아니었냐."

나도 한때는 수학 과외도 가르쳐봤는데 이건 너무 어렵잖아.

얼마 전에 참가를 취소한 수학 올림피아드 문제집.

최소한의 필기만 적고서 대충 숫자를 끄적거렸다.

"답안지 어딨어."

문제집 푸는데 답지를 왜 안 갖고 다녀.

만약에 이게 전부 다 정답을 맞힌 거면.

"이거 어쩌면..."

진짜 5화까지 올라갈 수도 있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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