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무대 체질(5)
매력이 곧 실력이고, 인기로 선배 대접받는 세계.
나는 연예계에서 그 누구보다 자기 객관화를 잘할 자신이 있었다.
외모와 실력이 완벽해도 망하는 이 판에서 누가 뜰지 어떻게 알아.
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해서 실패를 거듭했으니.
내 안목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모를 수가 없었다.
'스타성....'
옆집에 살던 김현숙이도 노래는 참 잘했는데.
성인이 되고, 자연스럽게 가수의 꿈을 접었다.
"수호 오빠!"
나는 샵에서 내려오는 지유의 말에 상념을 접었다.
"우리 메이크업은 멀었어?"
"거의 끝났어."
"빨리 가야 해. 시간 없어."
"예지 언니 헤어 바꾸니까 장난 아니야."
"그 정도야?"
"완전 예뻐. 직접 봐야 해."
"그래."
비주얼은 흠을 잡을 수가 없으니까.
시상식 무대를 앞두고, 새로운 스타일로 변신을 시도하는 솔라.
특별히 거슬리고 뒷목이 간지럽지 않으면 간섭도 하지 않았다.
"코디는 유미 씨가 알아서 신경 써주시겠지."
"아, 지금 주희 언니도 긴 머리로 스타일링 했어."
"주희가?"
"응. 근데 긴 머리는 운동할 때 불편하대."
".... 드디어 바꾸네."
매일 업스타일 묶음 머리만 했는데.
"지유야, 너는 왜 매니저를 지원했어?"
"갑자기?"
"응. 갑자기 궁금하네."
요즘 내가 연예계에서 감이 떨어졌나 싶거든.
"언니들이 예뻐서."
"...."
이유가 좀 황당한 건 둘째치고.
"그럼 뜨고 나서 팬이 된 거야?"
"데뷔하자마자 뮤비 컨셉으로 빵 떴잖아."
"그건 그렇지."
"아마 안 떴으면 당연히 내가 몰랐겠지?"
"그니까."
처음 솔라의 실력은 객관적으로 아이돌 평균에도 못 미쳤다.
<탑아이돌>을 촬영하며 비약적으로 성장한 것도 팩트였고.
즉, 실력으로 뜬 건 절대로 아니라는 의미.
이러니 회사에서도 예상할 수가 없었겠지.
"오빠는 처음부터 루나보다 솔라가 뜰 거라고 예상했다며."
"내가 그랬어?"
"회사 사람들이 다들 그러던데."
"아, 음. 그치."
사실, 솔라뿐만이 아니라 드라마도 마찬가지였다.
역배든 정배든, 내 촉이 괜찮다고 하면 다 망했지.
"국제변호사 김씨가 그렇게 망할 줄이야."
"그거 촬영 미뤘더라고."
"투자금 날아간 게 컸다."
"그치. 벌써 캐스팅 다 끝났는데."
"...."
사기 당한 스태프가 잘못한 건 사실이었지만.
나 말고 그런 불행을 예측한 사람이 있었을까.
"그냥 자연재해 같은 거지."
"만약에 은서 언니가 비공개 오디션을 봤으면."
".... 대형 참사였겠지."
확실히, 연예계에서 뜨는데 공식 따윈 없다.
스타성이나 매력, 심지어 운뻘까지.
보이지 않는 그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때, 샵에서 천천히 내려오는 다섯 명의 솔라 멤버들.
주황과 노란색으로 깔맞춤한 드레스를 입고 걸어왔다.
'촌스럽게 무슨 깔맞춤이야.'
이제는 드레스 색깔만으로도 뒤통수가 간지럽네.
하도 시도 때도 없이 발동하니까 스트레스받아.
'예지는....'
멤버들 사이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검은색 긴 생머리.
작은 머리에 모인 입체적인 이목구비.
부르르릉─
화려하게 변신한 아이들을 보고 밴에 시동을 걸었다.
'예지는 고음만 고치면 완벽한데.'
여왕님께 배우고 많이 성장했지만.
아직도 내 귀에는 묘하게 거슬렸다.
"매니저님! 우리 어때요?"
"응. 예뻐."
".... 영혼 좀."
연예계에서 성공에 대한 확신은 사실상 불가능하니까.
앞으로도 내 판단력을 믿지 않으면 그만이다.
느낌이 별로 거나, 심하게 거슬리는 방향으로.
"리허설 늦겠네. 빨리 가자."
"안 늦었어요."
망할 것 같은 쪽으로만 간다.
* * *
백상예술대상의 1부와 2부 오프닝 무대를 전부 <탑아이돌> 출신이 채웠다.
4세대 최고 걸그룹으로 떠오른 아이솔레이션과 솔라.
주최 측에서도 최근 핫한 그룹을 안 쓸 이유가 없었다.
"수연아, 도착했어."
"아, 으응."
수연은 작년 말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로 시상식에 참석했다.
"오빠, 나는 아직도 이해가 안 돼."
"뭐가."
"SBC 국제변호사 김씨! 이게 말이 돼?"
"그러게."
드라마 제작사 직원의 커다란 실수.
현지에서 사기를 당한 건 알겠는데.
"그냥 재수가 없었던 거지. 천재지변이야."
"그러니까."
정수호는 어떻게 예상하고 피하라고 했을까.
세상에, 이런 공교로운 우연이 있을 수 있나.
드림 에이전시에서도 당장 발등에 불똥이 떨어졌다.
그쪽에 투입한 조연급 배우들의 커리어를 망쳤으니.
"오늘 권 상무님 아침부터 살벌하더라고."
"...."
유독 SBC 드라마국에 공을 많이 들이던데.
권 상무 라인이 흔들린 건 처음이 아닐까.
"이번에 타격이 좀 있을 수도."
"에이, 권 상무님이?"
"...."
그분의 최근 타겟이 정수호 매니저인 것 같아.
SBC 드라마가 망할 걸 유일하게 예측한 사람.
"두고 보면 알겠네."
수연은 우아하게 밴에서 내려 시상식장에 들어섰다.
길게 이어진 레드카펫.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
포토존을 지나쳐 시상식장 내부에 들어섰는데.
친분이 있는 배우들이 수연의 주변에 모여들었다.
"수연아! 대체 어떻게 한 거야?"
"네?"
"국제변호사 김씨! 알고 피했다는 소문이 있어."
"에이, 그야."
"작품 고르는 눈이 진짜 좋아졌다더니."
"...."
저는 똑같아요.
"지금 운이 좋았어요."
"아이고, 다음에는 너만 따라다녀야겠네."
"아, 하하."
수연은 자신도 모르게 어깨에 뽕이 들어갔다.
누가 자신의 선택을 부러워한 게 얼마 만인지.
"저기, 너랑 같이 예능했던 걸그룹이지?"
"누구...."
수연은 선배가 가리킨 무대로 시선을 옮겼다.
리허설 무대 준비로 바쁘게 움직이는 두 팀.
"아이솔레이션이랑 솔라, 드레스 코드가 똑같네."
"으음, 저는 그만 인사하러 가볼게요."
"그래. 자주 연락하고."
저들은 왜 똑같이 주황색과 노란색 계열의 드레스를 입고 있을까.
하필이면 1부와 2부 오프닝 무대를 책임지는 두 팀.
사실상, 둘 중 한쪽이 따라 했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또각, 또각─
수연은 반가운 기색을 내비치며 그들에게 다가섰다.
"안녕, 얘들아!"
"안녕하세요!"
<탑아이돌>을 진행하며 상당히 친해진 아이들.
두 팀은 은근한 신경전을 벌이며 서로 마주했다.
"어머, 어떻게 드레스가 똑같니?"
"그러니까요! 오늘 갑자기 바뀌어버렸지 뭐예요?"
".... 그래?"
앙큼하게 대답하는 아이솔레이션의 리더.
나수린의 말을 듣고 경위를 대충 파악했다.
"오늘 바뀌었다고?"
"네! 회사에서."
드레스 코드는 음악 컨셉과 무관하지 않다.
하루 만에 갑자기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오늘 기대할게. 두 팀 모두."
"네에!"
큐앤지 레이블에 스파이가 있구나.
이러면 정수호가 한 방 먹은 건가.
스윽─
순간, 시설을 돌려 무대 뒤쪽을 바라봤는데.
평온한 표정으로 뒤통수를 긁적거리는 정수호 매니저의 모습.
모든 걸 예측한 듯 투명한 눈동자로 두 팀을 바라보고 있었다.
'.... 알고 있었어!?'
먼저 무대에 오르는 아이솔레이션이 유리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구나.'
<탑아이돌> 첫 번째, 두 번째 무대에 오를 때 지었던 표정.
그리고 그때마다 압도적으로 아이솔레이션을 찍어 눌렀다.
미래를 훤히 내다보는 통찰력.
판돈을 올인하는 승부사 기질.
현재 드림 에이전시 대표님처럼 연예계를 꿰뚫어 보고 있었다.
'역시 정수호는....'
회사를 옮기고 나서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다.
솔라를 1티어 걸그룹으로 키워낸 건 우연이 아니었다.
'지금까지는 연습한 거였냐.'
드림 에이전시 대표님은 로드 시절에 말도 안 되는 방법으로 실력을 키웠다고 들었다.
애초에 연예계는 분석할 수가 없는 시장이 아닌가.
다만, 스타들을 데리고 실전 연습을 할 수 있다면.
'처음부터 큰 그림이었구나!'
배우들은 그저 성장의 발판이 되기 위한 연습 상대였다.
* * *
아, 족 같네.
감석태 본부장, 이 새끼가 내부총질을 하다니.
드레스 코드 흘려서 솔라 엿 먹이려는 거잖아.
DK 뮤직은 땅그지도 아니고, 그걸 홀랑 주워 먹냐.
어쩐지, 드레스만 보고도 뒤통수가 간지럽더라니.
"저, 저기.... 죄송해요. 매니저님."
"아, 유미 씨."
스타일리스트는 울상을 짓고 내게 말했다.
"박 팀장님께서는 지금이라도 빨리 바꾸라고...."
"아뇨. 괜찮습니다."
"네?"
내 촉은 호재라고 판단했다.
이제 와서 바꿀 수도 없었고.
"오히려 좋아요. 그냥 이대로 갈 겁니다."
"하, 하지만."
"팀장님께는 제가 말씀드리죠."
"아, 아.... 네!!"
갑자기 조유미 씨 표정이 급격히 밝아졌다.
"매니저님 표정을 보고 안심이 되네요."
"네?"
"알고 계셨던 거 아니에요?"
"...."
전혀 몰랐는데요.
"그냥 드레스는 보여주는 모습일 뿐이니까요."
가수는 무대 위에서 빛난다.
제일 중요한 건 실력이니까.
"선배님, 오늘도 많이 배웁니다!"
"...."
코디가 매니저한테 배우긴 뭘 배워요.
애초에 업무가 다르면 선배도 아니지.
옆에서 듣고 있던 솔라 멤버들도 눈빛을 번뜩이며 내게 말했다.
"우리는 그냥 매니저님 믿고, 무대만 열심히 하면 되죠?"
"어. 열심히 해야지. 당연히."
"좋아요! 매니저님이 그렇다고 하시니까."
"...."
뭔 소리야.
내가 대충하라고 말하면 대충할 거냐.
"빨리 무대 준비하러 가."
"네!"
벌써 리허설은 끝났고, 실전만 남겨둔 상태.
오늘은 <탑아이돌>의 연장전 개념이었다.
투표도 없고 서바이벌도 아니지만, 대중은 누가 이겼는지 기억하겠지.
잠시 후,
예정대로 백상예술대상의 막이 올랐다.
탑스타도 무대를 보며 박수를 치는 스테이지.
아이솔레이션은 축포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역시, 반응이 미지근하네.'
이미지 관리하는 배우들의 생리를 잘 알고 있었다.
굉장히 뜨거운 무대라도 쉽게 반응해 주지 않는다.
국민 MC가 대상을 타도 대충 손뼉만 치는 사람들이니까.
아무리 구설에 올라도 배우들의 태도는 잘 변하지 않았다.
'무대만 놓고 보면....'
역시, 아이솔레이션은 여전히 4세대 걸그룹 최상위권이 맞구나.
아마 솔라만 성장한 건 아닌 모양이다.
<탑아이돌> 서바이벌 예능을 하면서.
'.... 잘하네.'
내가 본 아이솔레이션의 무대 중 최고였지만.
뒤통수가 간질간질한 걸 보면.... 아모른직다.
* * *
큐앤지 레이블의 한 사무실.
감석태 본부장은 부하 직원과 함께 시상식 방송을 시청했다.
"성기원 실장."
"네. 본부장님."
정수호 매니저를 단숨에 찍어내려고 했는데.
말도 안 되는 타이밍에 SBC 드라마가 터졌다.
"내 꼴이 아주 우스워졌어."
"아닙니다."
연예계에서 두어 달이 그렇게 긴 시간이었던가.
서 대표님의 앨범 작업을 빼앗아 가는가 싶더니.
"이제는 내 목에 칼을 들이미는군."
"...."
처음에는 그냥 거슬리는 정도에 불과했지만.
이젠 가벼운 징계도 내리기 어려울 정도였다.
고작 두어 달.
그 사이에 정수호는 손을 댈 수도 없을 만큼 커져 버렸다.
매니지먼트 4팀의 해체와 함께 좌천된 로드가 키운 걸그룹.
솔라는 이제 탑스타들이 모인 시상식장에 무대를 장식했다.
이미 제트킥과 어깨를 견줄 만큼 훌쩍 커버렸으니.
"그래도 드레스 코드는 좋은 전략이었습니다."
"DK 뮤직도 입방아에 오를 걸 감수했으니까."
"대신 조연 배역을 양보했지요."
".... 근데 아직도 불안해."
무리해서라도 의상을 바꿀 줄 알았는데.
전혀 상관없다는 듯 그대로 진행했으니.
'자신이 있다는 건가.'
권 상무님의 힘을 빌리면 재채기 한 번에 날려버릴 수 있겠지만.
'내 입지는 무너지겠지.'
로드 매니저 한 명도 처리 못 했다고 판단할 거야.
그럼 조만간 이 자리는 다른 사람으로 대체될 테고.
짧은 광고 타임을 마치고,
곧이어 백상예술대상 시상식 무대 2부의 막이 올랐다.
스테이지에 오르는 다섯 명의 소녀들, 솔라.
신곡 의 도입부가 흘러나왔다.
이거였구나.
'.... 내가 불안했던 이유가.'
도입부를 찢어버리는 화끈한 무대 연출.
김예지는 새로운 창법으로 고음 문제를 극복했다.
이것도 다이애나가 직접 프로듀싱했다고 하던데.
'노래를 원래 이렇게 잘했나?'
멤버들은 각자의 파트에서 원샷을 받으며 무대를 완성했다.
'그 사이에 더 성장했어.'
무대를 장악한 소녀들은 배우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특히, 이수연 배우의 주변에 앉은 이들을 시작으로 손을 흔들기 시작했으니.
1부 오프닝 무대 때는 아이돌에 관심도 없던 사람들이 갑자기 왜 이러는지.
-C'mon everyone. This is Anna with D.
다이애나는 시원한 래핑을 관객들의 귀에 때려 박았다.
엉덩이 무거운 탑스타들조차 움직이는 퍼포먼스.
이미 솔라는 4세대 걸그룹의 한계를 벗어던졌다.
반드시 음악 전공자만 걸그룹 프로듀싱을 맡는 건 아니지.
'정수호는 진짜 천재였구나.'
어느새 자신은 천재 프로듀서와 적이 되었다.
똑, 똑─
그때, 본부장실에 누군가 노크를 두드렸다.
"음, 누가...."
곧이어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공유환 대표.
그를 보자마자 벌떡 일어나 인사를 올렸다.
"대표님, 어쩐 일로...."
"역시 시상식을 보고 있었구만."
"아, 네."
옆에서 자리를 지키던 성 실장은 눈치껏 자리를 비켜주었다.
"감 본부장, 솔라의 무대를 어떻게 평가하나?"
".... 많이 늘었더군요."
"우리 회사에서 저런 걸그룹을 키울 수 있는 매니저가 있다니, 참 다행이야."
"그, 그게.... 맞습니다."
공 대표는 자신을 압박하고 있었다.
앞으로 정수호를 건드리지 말라고.
"정수호 매니저 말이야."
"네. 대표님."
"무대 뒤에서 얼마나 따뜻하게 저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겠나?"
"그건."
공유환 대표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무슨 뜻인지 잘 알걸세."
".... 네. 대표님."
* * *
"양주희, 드레스 밑단을 왜 찢어!"
저게 얼마짜리인 줄 알고.
나중에 대충 변명하겠지.
".... 춤추는데 거슬렸다고."
아무리 대단한 가수를 봐도 변하지 않는 게 하나 있다.
이 거지 같은 안목은 거슬리는 부분을 놓치지 않았다.
'아, 진짜 이래서 내가 똥촉이구나.'
노래나 춤 실력보다는 저런 자잘한 부분이 거슬리니까.
예지는 바이브레이션 넣을 때 염소처럼 떨고,
소미는 고음 낼 때 감정선 무너지는 게 아쉽고,
양주희는 청순 걸그룹이 드레스를 찢고 있네.
거슬리는 부분을 말하라고 하면 밤을 새울 수도 있지만.
"뭐, 그래도...."
잘했네. 우리 애들.
진짜 많이 컸구나.
이제는 진심으로 인정하며 말할 수 있었다.
"우리 애들, 무대 체질이었구나."
손짓, 발짓, 표정, 컨셉은 아직도 조금 거슬렸지만.
뒤통수가 간질간질한 걸 보면 문제 될 게 없었다.
무대를 마친 아이들을 확인하고,
오래 참았던 화장실로 달려갔다.
"아우, 내가 다 떨리네."
평화와 안정의 시간.
그런데, 자꾸만 옆에서 힐끔거리는 한 남자.
참지 못하고 옆 사람에게 한 마디를 던졌다.
"저기요, 앞만 보고 각자 볼일 보시죠."
"음, 혹시 정수호 매니저님."
"???"
그제야, 고개를 돌려 상대의 얼굴을 확인했다.
"누구....?"
"Tvm 방탈출 메이즈, 김지훈 피디입니다!"
".... 예."
방송국 피디치고는 나이가 제법 어려 보였다.
'어디서 봤더라.'
화장실에서 자기소개하니까 민망한데.
왠지 모르게 낯이 익은 것 같단 말이야.
"정수호 매니저님, 혹시 한국대 나오신....?"
"네. 맞아요."
"경영학과 14학번입니다!"
"어쩐지, 얼굴이 익숙한 것 같더라."
"저도요! 하하."
솔직히 얼굴만 겨우 기억했다.
한 학번에 100명도 넘었으니까.
"하하. 반갑습니다, 선배님! 만난 것도 인연인데 커피 한잔 하시죠!"
"알겠으니까 나가서 말하자고."
"허이고, 선배님 한창이시네. 소변기도 뚫어버릴 것 같...."
".... 차렷."
"넵."
우리 후배님은 왜 화장실에서 이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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