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걸그룹 데뷔(1)
박철민 팀장은 허찬성 프로듀서의 대마초 관련 뉴스를 보며 혀를 찼다.
"쯧,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많은 뮤지션들이 마약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곤 했다.
떠오르지 않던 영감을 불어넣어 주는 치트키였으니.
한번 뽕맛을 경험하면 그때부터 마약 없이는 악상이 안 떠올라서.
점점 더 깊은 수렁에 빠지고 다시 마약을 찾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살다 보니 이런 일도 다 있네."
그저 운이 좋았다는 표현 외에는 도무지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정 매니저의 강한 주장이 아니었다면 높은 확률로 쪽박 찼겠지.
"설마 미리 예측했을 리는 없고...."
그냥 운이 좋았다고 볼 수밖엔 없겠는데.
죽을 死팀 출신에게 어울리는 단어인가.
드르륵─
그때, 마침 정수호 매니저는 출근 시간에 맞춰 사무실에 들었다.
"수호야, 짐 풀고 담배나 한 대 피자."
"네. 팀장님."
어쨌든 간에, 앞을 내다본 그의 놀라운 식견 덕분에 위기를 모면했다.
아무리 루나보다 홍보비를 아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모든 아이돌 그룹은 돈 먹는 하마였다.
한참 전에 본부장님 결재가 떨어졌고, 벌써 각종 계약이 오가고 있었는데.
"너도 허찬성 프로듀서 뉴스 봤지?"
"봤습니다."
".... 덕분에 살았다."
"아, 그냥 운이 좋았습니다."
"그게 잘한 거야."
정글 같은 연예계에서는 '운'이 곧 실력이고 재능이다.
'정수호가 아니었으면....'
이미 곡 선정을 시작으로 모든 스케줄이 굴러가기 시작했는데.
안무, 코러스, 세션, 믹싱, 마스터링, 뮤비, 스타일링까지.
벌써 계약한 스튜디오에 걸어놓은 계약금만 해도 얼마인가.
당연히 일개 직원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은 아득히 넘어섰다.
"네 취향이 확고해서 다행이었어."
"네?"
"신인 작곡가 노래가 네 스타일이라며."
"아, 취향이라기보단 그 반대긴 한데."
"뭐야, 겸손 떠는 거야?"
"아뇨."
일개 매니저의 선택이 신인 걸그룹 전체를 살린 셈이었다.
아니, 데뷔에 들어가는 비용까지 생각하면 그 이상이었다.
"네가 아니었다면 아예 솔라 데뷔 자체가 엎어졌을지도 몰라."
"아무튼 다행입니다."
박 팀장은 의외의 눈길로 수호를 바라봤다.
팀을 옮기자마자 괜찮은 성과를 올렸으니.
'생각보다 겸손하네.'
신입 매니저였으면 뽕이 차올라서 여기저기에 떠벌리고 다녔을 텐데.
"아무튼, 오늘 솔라 애들 파트 분배 있는 거 맞지?"
"네. 맞습니다."
"이거 법카 가져가서 애들 소고기라도 사줘."
"오, 정말요?"
"살찌는 거 사주지 말고. 이따 애들 잘 챙겨서 작업실로 데려다 줘."
"네. 팀장님."
생각보다 제법 실력 있는 팀원을 얻은 기분이었다.
* * *
드림 에이전시, 매니지먼트 4팀에 있을 때는 연일 실패를 거듭했다.
큰 실수만 생각해 봐도 연속으로 여덟 번.
자잘한 실수까지 고려하면 셀 수도 없었다.
"이걸 역배로 살렸네."
느낌이 좋다고 생각한 곡의 작곡가가 바로 터져나갈 줄이야.
이러면 앞으로도 계속 마음에 안 드는 쪽을 골라야 하는 건가.
끼이익─
곧이어, 솔라 숙소 근처에 도착해 주차할 공간을 확인했다.
좁은 골목 어귀, 이삿짐 차량 주변에 사람이 붐볐다.
대충 그 근처에 주차하고 숙소에 들어서려고 했는데.
"수호 선배님!"
"어, 상모냐."
"솔라 멤버들 데리러 오셨어요?"
"어.... 근데 너는."
왜 이 친구는 볼 때마다 점점 말라가는지.
루나 데뷔조 멤버들이 숨도 못 쉬게 하나.
"너 오늘 사무실에 짐도 안 놓고 갔더라."
"오늘 이삿날이라 바빠서요. 하하."
"아."
솔라랑 루나 숙소가 붙어있었구나.
"며칠 뒤면 데뷔하잖아요. 우리 애들이 이런 곳에서 살 수는 없죠."
"이런 곳....?"
우리 애들은 아직 이런 곳에서 잘 사는데.
앞으로 두어 달은 더 살아야 할 것 같은데.
"여기 근처에 편의점도 좀 멀고, 밤에 불도 깜빡이고...."
"그렇긴 한데."
"또 사생이라도 있으면 어떡해요?"
"아니, 그럼 우리 애들은."
"앗, 죄송해요. 그런 뜻이 아니라."
"됐어."
이 친구, 눈치는 여전하구나.
어쩌면 내가 맡았을 수도 있었던 네 명의 소녀들.
걸그룹 루나의 데뷔일은 이미 초읽기에 들어섰다.
"데뷔 준비는 잘 되고?"
"네. 그럼요!"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괜히 한 번쯤 더 물어봤다.
회사 차원에서 언론과 방송계에 뿌리는 푸시는 장난이 아니었다.
어떻게든 빅 4 엔터에 비벼보려고 그렇게나 밀어주는 모양인데.
"궁금하네, 어떻게 될지."
"네?"
".... 잘 됐으면 좋겠다고."
"아, 네!"
만약에 루나까지 폭파시키면 그땐 내가 진짜 무조건 역배만 간다.
이미 허 프로듀서가 나락 가면서 어느 정도 들어맞았지만.
고작 그거 하나만 믿고 내 똥촉을 100% 신뢰할 수는 없지.
"얘들아, 이사 가자! 짐 다 실었어!"
"네에!"
이어서, 숙소의 문이 열리더니 네 명의 소녀들이 캐리어를 끌고 나왔다.
"정수호 매니저님, 안녕하세요."
"네?"
"류시아예요. 우리 팀, 루나의 리더를 맡고 있어요."
"???"
벌써 어느 정도의 팬덤을 보유한 인기 연습생.
류시아는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입을 열었다.
"솔라가 루나보다 뜰 거라고 했다면서요?"
"아, 그건...."
혹시 시비를 터는 건가.
표정은 아닌 것 같은데.
"그냥 궁금해서 여쭤봤어요."
"...."
입가에 묘한 웃음기를 머금고 지나치는 류시아.
자신감에 찬 표정과 태도.
고급스러운 음색과 손짓.
스타일리쉬한 옷차림까지.
사실, 걸그룹 멤버에게 춤과 노래는 부가적인 수단에 불과하다.
보이지 않는 '그' 어떤 매력을 타고난 아이돌은 망할 수가 없지.
"선배, 죄송해요. 원래 버릇없는 친구가 아닌데."
"아니, 괜찮아."
버릇없는 게 아니라 당당한 거야.
그 한 끗 차이를 매력으로 채웠어.
'저 친구는 무조건 뜨겠네.'
간지러운 뒷목을 엄지로 꾹꾹 누르며 생각했다.
한두 번쯤 운이 나빠서 망해도 언젠가는 뜬다.
이전 팀을 해체까지 몰고 간 지독한 확신이었다.
"타고났구나, 저 친구."
"네. 맞아요."
걸그룹 루나의 좆망은, 아니 존망은 류시아로 시작해서 류시아로 끝날 거야.
"정수호 매니저님!"
그때, 창문에 고개를 빼꼼 내밀고 나를 부르는 소녀.
솔라의 숙소, 2층에 고개를 올려 김예지 씨 얼굴을 확인했다.
"예지 씨, 준비 다 됐으면...."
"매니저님, 우리도 빨리 작업실 가요."
"아 그래요."
* * *
밴에 오르기 전,
예지는 수호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질문을 건넸다.
"아까 시아랑 무슨 말씀 하셨어요?"
"네? 별말 안 했어요."
"음, 그래요?"
정수호 매니저는 표정부터 다른 직원들과 달랐다.
언제나 솔라가 받았던 은근한 동정의 눈빛.
항상 받았던 시선이라 기가 막히게 캐치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류시아를 그런 눈으로 볼 수 있다니.
'이분은 대체.'
솔라의 어떤 매력을 보고 루나보다 높게 평가하시는 걸까.
실력과 스타성을 보고 가려서 뽑은 게 루나의 멤버들인데.
이내, 멤버들은 하품을 하며 하나둘씩 밴에 오르기 시작했다.
"으어, 졸려어."
"매니저 오빠 하이."
"오오, 뒷자리에 소고기 샐러드 뭐예요!?"
"아, 이따가 드시면 됩니다."
"대박."
평소에 배정받은 식비로는 꿈도 못 꾸는 식단.
매니저가 생기니까 대우가 달라진 기분이었다.
"양주희 씨, 아령을 왜 갖고 타요."
"네? 아 실수."
"...."
리더로서 셋째의 부끄러운 모습에 얼굴을 붉혔다.
머리에 운동이랑 먹는 것밖에 없는 친구였으니까.
이내, 주희는 아령을 들고 두어 번쯤 팔을 접었다 펴면서 입을 열었다.
"매니저 오빠, 아까 뉴스 보고 깜짝 놀랐어요."
"주희 씨, 그 근육으로 오빠라고 부르지 말아줘요."
"그럼 형이라고 불러요?"
"차라리 그게 낫겠네."
"오케, 형님."
신인 작곡가의 <나만 봐>를 고른 건 최고의 선택이었다.
"정수호 매니저님."
"네. 예지 씨."
이내, 예지는 진심을 담아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는요."
"혹시 미리 알고 계셨어요?"
"아니요."
묘한 웃음을 짓는 표정을 보니까 단순한 우연이 아닌 것 같았다.
만약에, 윤성현 작곡가가 아닌 허찬성 프로듀서의 곡을 골랐다면.
'데뷔가 무산됐을 수도....'
멤버들은 모르지만, 예지는 그의 진짜 모습을 알고 있었다.
솔라의 흥망에 따라 퇴사까지 결심한 참된 매니저 아닌가.
"저기, 우리가 루나보다 많이 부족하죠?"
"어떻게 알.... 아닌데요?"
"???"
방금 뭔가 들은 것 같은데, 혹시 기분 탓인가.
어쨌든, 앞으로 한동안은 가족처럼 가깝게 지낼 사이.
아직도 존댓말을 쓰시는 모습에서 거리감이 느껴졌다.
"그, 우리한테 말씀 편하게 하셔도 괜찮아요."
"아, 그래도 될까?"
"그럼요!"
"그걸 왜 언니 혼자 결정하는.... 억."
예지는 옆에서 구시렁거리는 둘째를 가볍게 제압하고 말을 이었다.
"우리 진짜 열심히 연습했거든요."
"다행이네."
파트 분배를 앞두고, 솔라 멤버들은 매일 같이 노래를 연습했다.
특히, 옆집에 살던 루나 멤버들은 데뷔를 코앞에 두고 있었기에.
잠시 후,
솔라 멤버들은 매니저를 따라 신인 작곡가의 작업실에 들어섰다.
이내, 윤성현 작곡가는 벌떡 일어나더니 허리를 접으며 인사했다.
"매니저님, 정말 감사합니다!"
"저요?"
"네! 허찬성 프로듀서님을 마다하고 저를 강하게 밀어주셨다고...."
"아, 그쵸. 곡이 좋아서요."
"정말요? 제 곡이 그렇게 좋았어요?"
".... 예."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정수호 매니저님.
예지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어디요? 어느 부분이 그렇게 좋았어요?"
".... 싹 다, 전부! 오케이?"
"넵."
당연히 세션부터 멜로디랑 코러스까지 모든 면이 다 좋으셨겠지.
무려 허찬성 프로듀서의 곡을 거절하고 선택했는데.
지금은 몰라도, 고를 당시에는 이렇게 될 줄 몰랐잖아.
'이 곡을 고르는데 얼마나 고민하셨겠어.'
예지는 정수호 매니저의 높은 안목에 괜스레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결국, 윤성현 작곡가를 고른 그의 선택은 정답이었으니.
그런 사람이 루나를 버리고 솔라를 선택하지 않았는가.
"매니저님, 괜찮으시면 파트 분배하는 거 같이 보실래요?"
"그래도 돼요?"
"그럼요."
이어서, 윤성현 작곡가는 멤버들을 천천히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그럼 파트 분배하기 전에 한 명씩 노래부터 들어볼까요?"
"네, 작곡가님!"
"메인보컬부터. 예지 씨, 먼저 가실게요."
"알겠습니다!"
예지는 매니저를 힐끗 쳐다보고 녹음실 부스에 들어갔다.
당연히 잘하니까 칭찬도 해주시는 거겠지만.
그래도 계속 좋은 모습만을 보여주고 싶었다.
* * *
고음이 너무 딸리네, 진짜.
아무리 그래도 메인보컬인데 너무한 거 아닌가.
근데 왜 잘했느냐는 듯한 표정으로 쳐다보는지.
"예지 씨, 지금 너무 높으면 조금만 낮춰서 그루브하게 불러볼까요?"
"네. 알겠습니다!"
윤성현 작곡가는 멤버들의 장단점을 정확히 짚어냈다.
메인보컬을 시작으로, 각자 어울리는 파트를 배분했다.
'디렉팅 실력은 괜찮네.'
노래부터 보컬까지 싹 다 내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내 취향이 대중성을 띠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기에.
"매니저 형님, 우리 언니 노래 잘하죠?"
"...."
양주희는 진짜 나를 형이라고 부르네.
근데 근육질 어깨를 보면 또 어울려.
"우리 언니가 노래 실력만 놓고 보면 류시아랑 비슷해요."
"그렇긴 한데 고음이 좀 부족해서."
".... 내가 아령을 어디다 뒀더라."
"지금 보니까 거의 천재야. 개잘함."
"역시, 우리 언니!"
"...."
멤버들이랑 말을 놓으니까 조금은 편하진 기분이었다.
망할 것 같은 예감은 전혀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였지만.
"주희야."
"네?"
"근데 저 친구는 언제부터 작곡을 배웠대?"
"누구.... 아."
솔라의 넷째이자 유일한 외국인 멤버, 다이애나.
그녀는 윤성현 작곡가 옆에서 기계를 능숙하게 만지며 서포트했다.
말수가 너무 적어서 연예인치고 조금 소심한 건 아닌지 걱정했는데.
"형님, 연습생 6개월밖에 안 됐는데 어떻게 데뷔조에 들었겠어요?"
"아, 그럼."
"거의 비트 메이킹 천재예요. 혼자 프로듀싱한 곡도 있어요."
"...."
프로필상으로는 그냥 한 줄짜리 이력이던데.
내가 작곡을 잘 몰라서 평가할 수가 없겠네.
'아니, 작곡보다는 편곡에 가깝나.'
보통 작곡가는 멜로디를 만들고, 편곡가는 세션과 사운드를 맡는다.
흥얼거리는 노랫말, 메인 탑라인을 주로 담당하는 작곡가.
각종 악기 소리로 비트 메이킹과 반주를 만드는 편곡가.
"그래서 다이애나가 랩 파트를 맡았구나."
"네. 맞아요."
힙합씬에선 비트가 곧 음악의 시작과 끝이었다.
멜로디는 래퍼들이 각자 알아서 떠올릴 테니까.
"다이애나 씨, 그럼 자작 랩 한번 들어볼게요."
"네에!"
이내, 넷째는 녹음실에 들어가서 천천히 목을 가다듬었다.
그 실력이 어떤지 궁금해서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었는데.
"매니저님! 저 노래 어땠어요?"
"응?"
녹음실에서 나온 김예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봤다.
"제 파트 어땠어요?"
"...."
하얀 거짓말이라도 해야 하나.
솔직하게 말할 자신이 없었다.
"아주 잘했어."
"정말요!?"
"응."
아이처럼 기뻐하는 모습은 보기 좋았지만.
그에 비례해서 양심에 가책이 느껴졌다.
"Let me see ya. Here to say what to do."
그때, 녹음실 부스에서 다이애나는 본인이 쓴 자작 랩을 뱉기 시작했다.
"흐음."
어떻게 우리 아이들, 하나부터 열까지 별로냐.
청순 걸그룹 음악에 빡센 랩이 가당키나 한가.
"대박! 미쳤다리."
"와, 찢었어."
"무대를 뒤집어 놓으셨네."
".... 어딜 봐서."
나 빼고 다 좋아한다고?
오늘도 나만 왕따시키냐.
"크으, 엄청 좋네. 이게 반전 매력이지!"
"...."
끝내, 윤성현 작곡가의 반응마저도 내 믿음을 저버렸다.
"매니저님, 지금 다이애나 파트 너무 좋지 않아요?"
"저요?"
"네. 그래서 제 곡을 골라주신 게 아닌가 해서...."
"아."
무조건적인 칭찬만이 능사는 아니잖아.
그냥 솔직한 의견 정도는 말할 수 있지.
"지금처럼 빡센 랩은 좀...."
"역시, 좀 더 파워풀해야겠죠? 너무 약한가 봐요."
"???"
아니, 그 반대라니까.
지금 너무 강하다고.
순간, 다이애나의 푸른 동공이 묘하게 반짝거렸다.
칭찬보다는 비평에 반응하는 독기어린 눈빛.
소심한 줄 알았는데, 실력에 대한 자부심은 남달랐다.
"작곡가님, 랩 메이킹 다시 짜볼게요. 트렌디하게."
"오케이! 욕도 좀 넣고, 강하게!"
"예압!"
어이어이, 여기서 얼마나 더 강해지는 거냐고.
욕하는 청순 걸그룹은 너무 강한 거 아니냐고.
나는 간질간질한 뒤통수를 긁적거리면서 멍한 정신을 부여잡았다.
'와, 어질어질하네.'
다른 멤버들의 파트를 나눌 때 혼자서 랩을 수정하는 다이애나.
결국, 최종 버전의 랩을 듣고 간절한 마음을 담아서 입을 열었다.
"아까보단 낫다. 이제 그만 고쳐도 되겠어."
"그래요?"
"응."
그러니까 제발 그만 고쳐.
여기서 진짜로 멈춰야 해.
"아우, 욕도 좀 넣고 싶었는데. 슈슉슈슉 시바러마."
".... 그만."
이미 충분하니까 제발 그만하자.
망한 조별과제 보는 것 같다니까.
"저도 만족합니다."
윤성현 작곡가의 기뻐하는 표정을 보고 쓴웃음을 지었다.
내 취향으로는 메이저한 대중성을 선별하기 어려운 건가.
결국, 모든 흐름의 나의 의도를 벗어났다.
당연히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도 예측할 수 없었다.
배우를 담당했을 때는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아우, 우리 매니저 오빠한테 인정받기 너무 힘두러. 헤헷."
"다이애나 씨가 너무 잘해서 그러시는 거겠죠. 하핫."
"...."
둘 다 뿌듯해하는 표정 개킹받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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