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5. 하루 이틀 반응(2)
김올팬은 침을 꿀꺽 삼키며 엄마의 반응을 기다렸다.
“엄마는 누가 제일 마음에 들어?”
“나는…….”
엄마가 골똘히 생각하더니 나비가 나오는 장면에서 턱짓했다.
“나는 나비가 마음에 드네.”
“왜?”
“왜긴? 귀엽잖아.”
역시 엄마의 눈은 정확하다. 덕후의 기질은 유전자로 타고난다고 하던데 맞는 말이다.
[오지창 : 여기 쿠폰.]
오지창 할아버지가 이든이에게 호감 쿠폰을 나눠주었다.
[주이든 : 와!]
[오지창 : 잘했다. 따라와.]
애들이 오지창 할아버지의 뒤를 따라서 집에 도착했다.
[이정진 : 먼지가 없어.]
[오지창 : 집은 깔끔해야지.]
오지창 할아버지가 부엌으로 들어가더니 선반에서 라면을 꺼냈다.
[오지창 : 라면이나 먹자.]
[정요셉 : 라면!]
정요셉은 신난 아이처럼 해맑게 미소를 지었다.
[정요셉 : 제가 도와드릴게요~!]
부엌으로 들어간 정요셉이 오지창 할아버지를 도와드리자, 나머지 멤버들이 좌식 테이블을 꺼내고, 숟가락과 젓가락을 올려두었다.
“애들이 착착 일을 잘하네.”
엄마가 감탄했다.
“알아서 잘하지?”
“가정교육을 잘 받았네.”
“그렇다니까~”
오지창 할아버지가 해물 넣은 라면을 만들어서 좌식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오지창 : 먹자.]
먹자는 신호에 함께 순식간에 라면이 사라졌다. 아직도 부족한지 요셉이가 오지창 할아버지에게 물어보고는 밥솥에서 밥을 가져왔다.
도란도란한 상황에서 나비가 오지창 할아버지에게 질문했다.
[범나비 : 할아버지.]
[오지창 : 왜?]
[범나비 : 왜 저희랑 같이 저녁 먹고 싶으셨어요?]
[오지창 : 오랜만에 누군가랑 밥을 같이 먹고 싶었거든. 자식들은 섬에 내려오기가 힘들어서 같이 밥을 먹는 일이 잘 없어.]
화면이 전환되면서 오지창 할아버지가 끝없는 갯벌을 응시했다. 오지창 할아버지가 카메라를 보면서 독백하듯이 말했다.
[오지창 : 그래도 나는 도시로 안 갈 거야. 갯벌이 나의 삶이거든.]
다시 원래의 화면으로 돌아오고 오지창 할아버지가 물 한 잔을 마시며 말했다.
[오지창 : 자식들이 육지로 올라오라고는 하는데 그게 쉽나. 그래서 사람들의 온기가 조금 필요했어.]
오지창 할아버지는 물을 마시면서 미소를 지었다. 이정진이 울컥하는 마음에 고개를 돌려 눈물을 훔쳤다.
[오지창 : 살아가려면 사람의 온기가 필요한 법이야. 그런데 혼자 있는 게 더 편하긴 해? 안 그래?”
]
오지창 할아버지가 이를 드러내며 실컷 미소를 지었다. 김올팬이 울컥하는 사이 뒤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
“쟤는 왜 울고 그러니.”
엄마에게 휴지를 건네주고 김올팬은 다시 고개를 돌렸다. 오지창 할아버지 댁에서 나와 임자유 할머니가 등장하는 장면이었다.
내일 아침에 어디서 잘지 결정한 뒤 어디선가 들리는 목소리.
[화목현 : 얘들아.]
목현이의 목소리였다.
“헉.”
안 좋은 일이 있어서 출연을 안 할 줄 알았는데 영상 통화라니. 김올팬은 감격해서 손바닥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쟤가 걔니?”
엄마도 포털사이트 기사를 봐서 알아보는 듯했다.
[주이든 : 형!]
[범나비 : 목현 형.]
[정요셉 : 보고 싶어~]
[이정진 : 어? 밥은 먹었어?]
다양한 멤버들의 반응 속에서 무사히 목현이와 영상 통화가 끝났다. 그런데 갑자기 화면에 화목현이 등장했다.
[화목현 : 제가 온 줄 모르겠죠?]
[PD : 모를 거예요. 오늘은 여기서 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됩니다.]
언제 온 거지 싶었는데 목현이가 온 과정이 나왔다. 목현이가 스태프로 위장하고 배에 몰래 올라타고 있었다.
“…어?”
전혀 몰랐다.
하루 이틀에 아침이 찾아왔다. 아침이 되자 목현이는 스태프들보다 일찍 일어났다. 마당에 나온 목현이는 스트레칭을 하더니 모자를 꾹 눌러쓴 뒤에 섬을 한 바퀴 돌고 씻었다.
그제야 하루 이틀 스태프들이 밖으로 나와서 목현이를 찍었다. 목현이는 안심하라는 듯이 카메라를 눈짓하면서 말했다.
[화목현 : 제가 카메라에 담아놨어요.]
슬슬 다른 멤버들이 일어나야 하는 상황에 놓이자 목현이가 살금살금 임자유 할머니 댁으로 가더니 텐트를 젖혔다.
[화목현 : 일어나!]
제일 먼저 일어난 사람은 나비였다. 아직 잠이 덜 깬 표정으로 나비가 목현이를 보면서 입을 뗐다.
[범나비 : 꿈인가?]
아직 잠이 덜 깬 나비가 목현이를 보면서 눈가를 비볐다. 그러자 옆에서 일어난 요셉이가 상체를 일으켜 목현이를 보더니 다시 누웠다.
[정요셉 : 꿈이야.]
꿈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이든이가 벌떡 일어났다.
“하하하!”
“…엄마?”
“귀엽긴 하네.”
엄마는 나보다 더 집중해서 하루 이틀을 시청 중이었다. 김올팬은 속으로 쾌재를 질렀다.
‘엄마가 네스트에 호감을 쌓고 있어.’
이대로면 앞으로는 TV로 네스트를 봐도 혼을 내지 않겠지.
“와, 넓다.”
엄마의 말에 김올팬은 TV로 눈을 돌렸다. 임자유 할머니의 고추밭을 보자마자 멤버들이 입을 쩍 벌렸다.
[주이든 : …고추가 넓다.]
[정요셉 : 고추가 넓으면 안 되는데.]
[주이든 : 뭐라고?]
매운 드립에 김올팬은 놀라고 엄마는 호탕하게 웃었다.
[임자유 : 나에게서 무슨 쿠폰? 그걸 받고 싶다면 포대 자루 두 개에 고추를 가득 담으면 된단다.]
임자유 할머니가 뒷짐을 진 채 말했다.
[정요셉 : 오래 걸리겠는데~?]
[임자유 : 당연하지.]
그때였다. 저 멀리서 트럭 한 대가 내려오더니 트럭에 실린 멤버들의 짐을 보여주었다. 그러더니 PD가 트럭에서 내려와 말했다.
[PD : 포대 자루 두 개를 채우지 못하면 저녁 배를 못 타게 됩니다]
“와.”
이거 힐링 예능 아닌가? 갑자기 빡세게 굴리네. 멤버들은 소매를 위로 걷어 올리더니 고추를 따기 시작했다.
멤버들끼리 고추로 장난치는 장면을 보면서 김올팬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어느덧 마지막 배가 떠나기 직전.
“빨리빨리!”
엄마가 호들갑을 떨며 김올팬의 팔을 때렸다.
[화목현 : 완성!]
포대 자루 두 개를 채우자 멤버들은 임자유 할머니에게 호감 쿠폰을 받았다. 멤버들은 감사 인사를 하면서 항구로 달렸다.
[정요셉 : 달려!]
[주이든 : 간다!]
[범나비 : 조심해서 뛰어요!]
[이정진 : 조심!]
[화목현 : 넘어지면 버리고 간다!]
멤버들이 달리고 달리자 김올팬도 손에 땀을 쥐었다. 멤버들이 거의 다 도착했을 때 배에 시동이 켜졌다.
[주이든 : 배에 올라탄다!]
먼저 이든이가 올라타고 멤버들도 차례대로 배에 올라탔다.
[화목현 : 나비야!]
[이정진 : 막내, 손!]
목현이랑 정진이가 손을 내밀자 나비가 손을 잡고 배에 올라갔다. 멤버들이 배에 누워서 숨을 고르자 PD가 시계를 확인했다.
[PD : 배 출발합니다!]
서서히 섬에서 멀어지는 배가 보였다. 김올팬은 손바닥에 흥건한 땀을 바지에 닦았다.
“와…….”
“재밌네.”
하루 이틀 제작진들도 참 독하네. 육지에 도착하자 PD가 말했다.
[PD : 호감 쿠폰을 모아 오셔서 일당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PD가 일당을 건네자 목현이가 앞으로 걸어가 일당을 받아 왔다.
[화목현 : 다 같이 배에서 얘기를 해봤는데요. 이 돈은…….]
목현이가 말을 이어가기 무섭게,
[이정진 : 기부하려고 합니다.]
[PD : 기부요?]
[이정진 : 네, 오늘 받은 일당은 기부하도록 하겠습니다.]
정진이가 멤버들을 향해서 미소 짓자 멤버들도 따라서 미소를 지었다.
[주이든 : 기부 좋죠!]
[정요셉 : 우리는 출연료를 받잖아요~]
출연료라는 단어에 물을 마시던 김올팬은 물을 뿜을 뻔했다.
‘솔직하다니까…….’
목현이가 뒤를 돌아서 일당이 얼마인지 확인하더니 손을 들었다.
[화목현 : 얘들아, 모여봐…….]
멤버들이 모이자 목현이가 속닥거렸다. 이야기가 끝났는지 각자 자기 자리로 돌아가더니 대표로 목현이가 입을 열었다.
[화목현 : 출연료랑 일당에 저희 돈을 보태서 기부하려고 합니다.]
목현이는 일당으로 받은 돈을 다시 PD에게 돌려주었다. 그리고 한정숙, 오지창, 임자유 그리고 네스트가 노인복지관에 기부를 했다는 자막이 올라왔다.
여기서 끝인 줄 알았다. 그런데 화면이 전환되면서 PD가 섬에 있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다시 만났다.
[PD : 멤버들이 할 말이 있다고 해서요.]
그러더니 PD가 가방에서 패드를 꺼내서 영상 하나를 보여주었다.
[주이든 : 여기다가 말하면 되는 거지?]
네스트가 다시 등장했다. 장소는 네스트의 연습실.
[범나비 : 한정숙 할머니, 저 기억나시죠?]
나비가 한정숙 할머니를 불렀다.
[범나비 : 마치 저희 친할머니를 만난 것처럼 한정숙 할머니가 친근했어요. 그러니까 오래오래 사시고, 밥도 잘 챙겨 드세요. 제가 쌀 드렸으니까 밥 꼭 드셔주세요? 언젠간 또 만나요.]
한정숙 할머니는 나비를 보고는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휴지로 눈물을 닦았다.
[한정숙 : 나도 늙었네.]
그리고 이든이와 요셉이는 오지창 할아버지에게 영상 편지를 보냈다.
[주이든 : 할아버지!]
[정요셉 : 오지창 할아버지~ 이거 받아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주이든 : 가끔 저희랑도 통화를 하셔야죠~?]
이든이와 요셉이가 애교를 부렸다. 알고 보니 오지창 할아버지에게는 핸드폰을 선물해 드린 거였다.
[정요셉 : 핸드폰이 고장 나서 자식분들과 손주분들을 잘 못 본다고 하셨던 게 떠올라서 핸드폰을 선물해 드렸어요. PD님이 사용법을 자세히 알려 드린다고 하셨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요~]
[주이든 : 할아버지, 행복하세요!]
그리고 오지창 할아버지가 가족들과 영상 통화를 하는 모습이 나왔다.
“…착해라.”
엄마는 네스트에게 큰 감동을 받은 모양이었다. 마지막으로 임자유 할머니에겐 네스트가 단체로 영상 편지를 찍었다.
[화목현 : 할머니! 저희 때문에 시끄러우셨을 텐데 마당을 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정진 : 고추밭 홀로 돌아다니지 마시고, 꼭 주변 분들에게 말하신 뒤에 가시고요.]
[정요셉 : 할머니 감사했습니다~ 사랑해요~]
[주이든 : 고추밭 최고! 할머니 최고!]
[범나비 : 다음에 또 만나요.]
임자유 할머니에게는 네스트가 안마 의자를 사드렸다.
“착하지?”
“네스트 괜찮네.”
“예전엔 아니라며?”
김올팬이 불퉁한 표정을 짓자 엄마가 팔짱을 꼈다.
“그땐 그때지.”
* * *
며칠 뒤 엄마가 김올팬에게 말을 걸었다.
“딸, 네스트 노래 좋더라.”
“어? 내가 가르쳐 준 적 없잖아.”
“검색하면 다 나오지.”
엄마는 노래가 좋다더니 요셉이가 나왔던 THE END도 봤다고 말했다.
“엄마 원래 좀비 나오는 거 싫어하잖아.”
“드라마가 재밌던데?”
“그래?”
얼떨결에 드라마 영업까지 해버렸다.
‘이게 맞나?’
김올팬은 머리를 갸웃하면서 커뮤니티에 들어갔다. 그러자 게시물 하나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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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스트] 나비랑 남주 예능 찍는 듯?
(실시간_사진_jpg)
(나비_브이하는사진_jpg)
나비 하얀 셔츠에 청바지, 그리고…
가죽 재킷 입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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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남주랑 예능이라고? 새로운 조합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