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의 1군 가이드-232화 (232/235)

232. 허상 뮤직비디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지.

“엄마?”

주이든의 어머니가 눈을 가늘게 뜬 채 우리를 응시하고 있었다.

“얘들아, 나는 모르는 척하면 돼?”

어쩌지? 주이든도 눈앞이 아찔한 모양이었다. 입만 벙긋거리면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으니까.

“아니면 지금 받는 척이라도 할까? 카메라에 담아야 하니까.”

“어쩌다가 오신 거예요?”

“회사 사람을 만났는데 네스트 팬이라고 하길래 싸인 종이를 받으려고 고개를 옆으로 돌렸지. 그런데 약국에 간다고 했던 우리 애들이 여기에 있네?”

그랬던 거구나. 서프라이즈는 물 건너가 버렸다.

“그래도 까꿍 하면서 놀라는 척은 할 수 있단다. 다시 찍어볼까?”

이왕 이렇게 된 김에.

“그럼 찍어보기라도 할까요?”

주이든도 그 편이 낫다고 판단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편집으로 어떻게 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 말을 하며 PD를 압박했다.

* * *

남은 형들도 건강식품점에 불러서 서프라이즈로 홍삼 선물 주는 장면을 찍었다.

이제 오프닝을 찍으면 되는데.

“이렇게 투두 네스트 마지막 화가 찾아왔는데요.”

“…슬퍼!”

주이든이 슬픈 표정을 지으며 외쳤다. 벌써 투두 네스트 시즌 2가 끝날 시기가 찾아왔구나. 이렇게 시간이 빠르다.

“이게 우리의 끝은 아니잖아요?”

PD가 미소를 씩 지으면서 말했다.

“또 네스트를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저희도~”

정요셉이 주먹을 쥔 양손으로 우는 시늉을 했다.

“진짜로 보고 싶을 겁니다.”

이정진이 카메라를 보면서 정직하게 인사하고, 화목현이 스태프들을 보면서 크게 손뼉을 쳤다.

“스태프분들, 정말 감사했습니다. 스태프분들이 아니었으면 투두 네스트 콘텐츠가 흥하지 못했을 거예요.”

진심이다. 스태프들의 노력이 아니었으면 우리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 한 번 더 우리는 스태프들에게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이제 내 마지막 멘트만 남았다.

“자!”

나는 한 발짝 앞으로 나와서 PD를 보며 말했다.

“언젠가 또 뵙겠습니다.”

이걸로 투두 네스트 시즌 2는 끝이 났다.

* * *

오늘은 허상 뮤직비디오가 나오는 날.

그래서 네온들과 같이 뮤직비디오를 보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그 전에 시간이 비어서 회의실에서 과자를 먹으며 놀고 있었다.

“엄마가 홍삼 잘 먹겠대.”

주이든은 어머니가 보내주신 인증샷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부엌에서 홍삼을 드시는 어머니의 모습.

사실 주이든의 어머니에게만 선물을 드리기가 조금 그래서 각자 돈을 모아 부모님의 집으로 홍삼을 보내 드렸다.

“우리 엄마는 자기만 먹겠다고 그러더라.”

“어머니께서?”

“어, 아빠는 안 준대. 참나!”

이정진의 어머니는 혼자 홍삼을 먹겠다고 하셨고. 우리 엄마는,

(엄마) 잘 먹겠다고 형들한테도 꼭 전해줘

나는 형들에게 말했다.

“형들, 우리 엄마가 잘 먹겠대요.”

“나비 어머니께서?”

“예.”

“어머니 보고 싶다~”

정요셉이 나중에 우리 본가로 놀러 가자고 말할 때였다. 김연호가 회의실에 들어왔다.

“곧 뮤직비디오가 나온다고 하니까, 10분 전에 카메라 세팅하고 시작하자.”

10분 전이라.

‘오랜만에 단체 라이브 방송을 하네.’

형들은 얼굴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김연호는 저 멀리서 카메라 세팅을 준비했다.

“…허상 뮤비 어떻게 나왔을지 궁금하다. 이번 뮤비 촬영 힘들었는데.”

이정진이 지나가듯이 읊조렸다. 이번 허상 뮤비 촬영이 힘들긴 했다.

“클로버는 자고 있을까?”

클로버는 우리 숙소에서 잘 지내는 중이었다. 우리가 스케줄이 있는 동안은 김연호가 숙소에 가서 챙겨주기도 하고. 숙소 이모님이 도와주시기도 했다.

“클로버 진짜 귀여워.”

주이든이 핸드폰을 꺼내서 클로버 사진을 보자 형들도 클로버 사진을 보면서 대화를 이어갔다.

“10분 전!”

김연호가 외쳤고 우리는 각자 지정된 자리에 앉았다.

“오늘의 센터는 우리 정진 형~”

오늘 이정진이 중앙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자, 이쪽은 채팅창.”

왼쪽은 뮤직비디오를 보는 창, 오른쪽은 네온의 반응을 보는 창으로 구분했다.

“방송 시작 10초 전.”

김연호의 신호에 맞춰서 우리는 카메라를 응시하며 앉았다.

“켰다.”

그리고 라이브 방송에 네온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얘들아, 인사하자.”

화목현의 신호에 우리는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ONLY ONE 네스트입니다!”

곧 채팅이 올라왔다.

-안녕~

-얘들아 단체 라이브 방송 오랜만ㅠㅠ

그리고 오늘의 할 일을 화목현이 설명해 주었다.

“오늘은 허상 뮤직비디오가 나오는 날이에요. 자, 박수!”

우리가 박수를 치자 채팅창에도 박수 이모티콘이 올라왔다.

-짝짝

-얘들아 고생 많았어!ㅠㅠㅠㅠ

-빨리 보고 싶다.

-뮤직비디오 빨리 보고 싶어

그러면서 화목현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네온들, 우리가 그동안 뮤직비디오를 많이 찍었잖아요? 그런데 글쎄.”

“글쎄!”

주이든이 화목현의 말을 거들며 호응했다.

“이번 뮤비 촬영이 제일 힘들었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편집이 되었을지 궁금해요.”

정말 힘들었지. 우리는 공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왜 힘들었어?

-???

-왜!

이정진이 입을 뗐다.

“그게요…….”

왜 힘들었는지 말하려는 찰나.

“어? 뮤직비디오 시작한다.”

주이든의 말에 이정진의 말이 멈췄다.

“그럼 뮤직비디오를 시청해 보자고요~”

-아 궁금한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말해줘!!!

나는 궁금하다는 채팅을 보면서 속삭이듯 말했다.

“네온들, 궁금하면 일단 뮤비 재밌게 시청하고 오세요.”

이번 뮤직비디오는 5분짜리였으니까.

뮤비가 시작되자 자동차가 도로 위를 달렸다. 그때였다.

[찰칵]

카메라 셔터음이 들리고 환했던 낮이 컴컴한 밤으로 바뀌면서 리드미컬한 드럼 소리가 은은하게 들렸다.

아무도 없는 도로.

한적한 공간에서 차에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화목현이 차에서 내려 차를 확인했다.

여전히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는 듯이 화목현이 고개를 저으며 화를 냈다.

“오… 우리 목현 형, 연기 많이 늘었다.”

작게 내뱉는 정요셉의 말에 화목현이 정요셉을 살짝 째려봤다.

-본격 목현이 연기 살펴보기

-목현이 째려본다 째려본다~

연기가 피어오르면서 도로에 팻말이 나타났다. 주이든이 팻말을 발견하고는 여기로 가자면서 방방 뛰었다. 우리는 팻말을 따라서 어디론가 도움을 요청하러 가는데,

“잠깐만!”

갑자기 뮤직비디오를 멈춘 주이든이 손을 들었다.

“이때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습니다. 여기 영상에서는 팻말이 보이는데, 실제로는 팻말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팻말이 있는 척하며 손가락으로 가리켰단 말이에요.”

형들도 주이든에게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런데 진짜로 근처에 팻말이 있었어요.”

주이든은 진짜 팻말이 있었다면서 그때 찍은 사진을 네온들에게 보여줬다.

“네온들, 잘 봐요!”

영상 속에서는 주이든이 흙으로 덮인 팻말을 손으로 들고 탈탈 털어냈다. 그러자 어렴풋이 팻말의 글자가 보였다.

“펜션이라고 적혀 있는 거 보이죠!”

정말 펜션이었다. 그것도 어둠의 펜션이라고 적혀 있는데, 이게 맞아?

-어? 진짜네

-와

-헐

-실제로 그곳에 펜션이 있었다는 거네?

네온들도 놀랐는지 하나같이 감탄하는 댓글만 올라왔다.

“그래서 소름이 끼쳤단 말이에요? 우리 뮤비 PD님에게 물어봤더니 옛날에 이 근처에 귀신 나오는 펜션이 있었대요. 펜션에 들어갔더니!”

주이든이 침을 꿀꺽 삼켰다.

“여기까지! 다음 기회에 계속! 이제 다시 뮤직비디오 보러 갈까요?”

-어?

-뭔가 말이 끊긴 것 같은데?

-이든아?

-오늘 두 번이나 말 끊김

-순간 너튜브 오류로 안 나오는 줄

다시 주이든이 스페이스바를 누르며 뮤직비디오를 재생시켰다.

화목현은 앞장서서 팻말이 가리키는 곳으로 걸어갔다.

어둡고 연기가 피어오르는 펜션에 도착하자마자 비가 무섭게 내렸다. 어쩔 수 없이 화목현이 멤버들을 설득하여 펜션으로 들어가자 노래가 시작됐다. 일순간 잔잔하게 울리던 드럼 소리가 멈추고, 베이스가 낮게 깔렸다.

[-어릴 적 만화영화처럼

너를 추억하는 일이

즐겁기만 해]

허상은 이정진의 목소리로 시작되어서 귀에 착 감겼다. 어두운 펜션에 조명이 들어오지 않아서 우리는 촛불을 켜서 주변을 탐방했다.

그러다가 정요셉이 고개를 돌리자 벽에 사진 하나가 걸려 있었다.

[-실체가 없는 너를 추억하면서

살아갈 힘을 얻었지]

사진 밑에는 MP3 플레이어가 있었다.

-저거

-오

-여기서 연결이 되는 건가?

HOPE에서 나오는 MP3 플레이어와 연결이 되는 부분이었다. 내가 MP3 플레이어를 잡자 갑자기 주변이 환해지면서 누군가 2층 계단에서 내려왔다.

그건 바로 이정진.

-헐

-이렇게 이어지네?

이정진은 설명하고 싶은 게 있는지 입술을 가만히 두질 않았다. 내가 스페이스바를 누르고 말했다.

“정진 형이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모양이에요.”

그러자 이정진이 고맙다는 듯이 나에게 미소를 지었다.

“사실 HOPE보다 허상이라는 곡을 먼저 만들었어요.”

-오?

-이건 몰랐던 정보다

이정진은 고개를 옆으로 돌려 형들의 얼굴을 보면서 말했다.

“허상은… 실체가 없는 친구와 친해지게 되는 과정을 그린 곡이에요.”

-실체가 없다고?

-귀신이야?

-오 심오하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귀신과 친해지는 내용이네요?”

“막내야, 고급스럽게 포장하고 있었는데.”

아, 그런 거였어? 말을 복잡하게 하길래 왜 저러나 싶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포장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온들이 웃자 이정진이 헛기침을 뱉으며 다시 뮤직비디오를 재생시켰다.

“다시 보러 갈까요?”

그러다 펜션에 불이 들어오고, 우리는 펜션에서 이정진과 놀았다.

그리고 펜션에서 당구도 치고 보드게임도 하면서 서로가 가까워졌다. 낮게 깔린 베이스 소리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빠르지도,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았다.

[-ooh ooh ooh ooh]

목소리에 화음이 깔렸고, 우리는 서로를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편집이 좋다.’

장면이 잘 이어져서 보기가 편했다. 그리고 모두가 거실 바닥에 누워서 잠이 들었다.

다시 낮이 되었고, 우리는 이정진과 헤어졌다. 그리고 찻길에 세워뒀던 차에 시동을 걸었더니 이번에는 완벽하게 작동했다.

-이게 되네?

-뭐지?

그때 허름한 펜션 앞에 홀로 서 있는 이정진이 클로즈업되었다.

[-하룻밤 사이에 피어난 꿈일지라도

우리의 추억은 사라지지 않지]

이정진은 손을 흔들면서 입모양으로 ‘또 만나자’라고 말했다. 그 순간 주이든의 핸드폰에 메시지가 떴다.

[-다음에 또 만나자]

메시지와 똑같은 가사가 들리면서 뮤직비디오는 끝났다.

-한 편의 영화를 본 것 같네

-뭔가 호러 같으면서도 울적한 느낌이 들어

세계관은 깊게 설명하지 않을 생각이다. 이런 세계관일수록 추측하는 게 더 재밌는 법이니까.

“뮤비 감독님, 그리고 스태프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이 기회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정말 잘 만들어진 뮤직비디오 같아요.”

이정진이 카메라를 보면서 영상 편지 톤으로 감상평을 남겼다.

“정진 형과 제가 기획했던 느낌이랑 정말 비슷하게 편집이 되어서 너무 좋습니다.”

라이브 방송의 끝이 다가오자 주이든이 다급하게 말을 꺼냈다.

“그래서!”

아까 못 했던 말을 이어서 할 모양이었다.

“펜션에 들어갔더니!”

주이든이 말을 이어가려는 순간, 카메라 배터리가 없다는 표시가 뜨고 방송 화면이 꺼져 버렸다.

“어?”

화면이 꺼졌으나 너튜브 스트리밍은 끝나지 않았다.

-뭐야

-왜 화면이 없어

-아니 네스트는 단체 방송만 하면 이렇게 끊긴단 말이야!

-이걸 네스트화라고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 또 이렇게 끝나?

이런 식으로 인사할 줄은 몰랐는데. 우리는 너튜브 채팅창에 댓글을 남겼다.

-네스트 : 안녕! 내일 공방에서 봬요!

공식적인 일정이 끝나자 정요셉이 두 팔을 엑스자로 만들더니 자신을 끌어안았다.

“요셉이 설레~”

“설레요?”

“처음 만나는 자리도 아닌데 팬들 만난다니까 설레~ 어떡해?”

그러자 옆에서 자리를 정리하던 주이든이 벌떡 일어났다.

“어떻게 하긴?”

“응?”

“숙소로 가야지.”

숙소로 가긴 해야지.

“아니, 요셉이 설렌다니까?”

“예.”

“…아니.”

다들 일어났는데 정요셉은 홀로 의자에 앉아서 우리를 지켜보았다.

“요셉 형, 안 나오면 저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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