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의 1군 가이드-231화 (231/235)

231. 주이든의 부모님

모든 준비가 끝났다.

이제 밖으로 나가려고 현관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주이든이 아련함을 장착하며 나에게 말했다.

“정진 형 집은… 포근했어!”

“저도 그렇게 느끼긴 했어요.”

“그래서 제 별점은.”

“두구두구두구.”

“100점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짝짝짝. 주이든이 나에게 마이크를 넘기는 척하면서 주먹을 쥔 손으로 나에게 들이댔다.

“범나비의 소감은?”

“완벽한 힐링이었습니다.”

“오호.”

핸드폰과 지갑을 압수당해서 그런가. 쓸데없는 걱정을 하지 않아 편안하게 잠도 잘 잤다.

모두가 준비를 끝내자 알람이 떴다.

[하룻밤 숙박비 11만 원이 빠져나갔습니다.]

알람 소리에 안타까운 탄식이 튀어나왔다. 하긴 왜 숙박 비용이 없나 했다.

“목현아, 돈이 얼마나 남았어?”

“35만 원 정도?”

그래도 많이 남았네. 화목현이 돈을 확인하더니 손가락을 멈추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형들을 훑었다.

“근데 야식 비용은 또 뭐야?”

야식 비용? 자는 동안 누가 야식을 먹었나.

“누구니? 누가 야식을 먹었어?”

누가 야식을 먹었냐고 화목현이 질문했다. 아무도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조용히 스트레칭을 하던 주이든이 손을 들었다.

“…새벽에 내가 몰래 컵라면을 먹긴 했는데!”

새벽에? 주이든이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깜찍하게 눈을 두 번 껌뻑였다.

“멤버들 몰래 음식 먹는 걸 해보고 싶었거든!”

“거짓말하지 마세요. 그냥 먹고 싶었던 거잖아요.”

내 말에 주이든이 버럭 화를 냈다.

“야, 범나비! 내가 거짓말하는 거 봤어?”

“…….”

내가 의심의 눈초리로 주이든을 노려보았다.

“그래, 이든이가 새벽에 컵라면이 먹고 싶었을 수도 있지. 이제 나가자. 이러다가 시간 다 가겠다.”

“아니, 내 해명은!”

우리는 주이든의 해명은 듣지도 않고 이정진의 집에서 나왔다. 화목현이 이정진한테 인사했다.

“친구야, 하룻밤 동안 고마웠다.”

우리까지 인사를 하자 이정진이 양손을 휘저으며 우리를 말렸다.

“나도 친구가 우리 집에서 자는 건 처음이라 신기해.”

“정진아, 처음이야?”

이정진은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도 우리 집에서 잔 친구가 없었거든. 연습생 생활을 시작하면서 숙소에서 지냈으니까. 우리 집에 올 수가 없었지.”

이정진이 기분이 좋은지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그럼 나중에 또 올게요.”

“그럴래?”

“우리는 남은 시간이 많잖아요.”

나중엔 남는 게 시간이 아니겠는가.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주이든이 먼저 안으로 들어가면서 외쳤다.

“가자! 우리 엄마가 기다린대.”

***

아파트 아래에서 제작진을 만났다.

“버스 타고 가자.”

주이든의 안내에 따라 우리는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데 사람들이 우리를 힐끔 쳐다보았다.

건장한 남자 다섯 명에 카메라맨까지 있으니까 촬영을 하는 줄 아는 모양이었다.

우리 옆을 지나가다가 걸음을 멈추고 우리를 보는 네온들도 몇 분 있었다.

“저 버스 타야 해!”

지갑이 없으니 우리는 편의점에서 산 교통카드로 버스에 올라탔다.

“맨 뒷좌석에 앉자.”

버스 맨 뒷좌석에 앉자마자 화목현이 주이든에게 물었다.

“이든아, 부모님 회사 근처에서 홍삼을 판다고 했지?”

“응, 근처에 건강식품점이 있더라고.”

“그러면 바로 문제 해결이네.”

잠깐이지만 좀 잘까. 어차피 버스에서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 가야 하니까. 내가 고개를 내리고 팔짱을 낀 채 자려던 때였다.

《혹시 범나비예요?》

근처에 있던 사람이 네온인 건지 무슨 첩보영화처럼 핸드폰 메모장으로 나에게 질문을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더니 네온이 메모장으로 답변했다.

《진짜로요?》

하긴 이 시간에 네스트가 버스를 타고 어디로 이동한다는 것 자체가 실감이 나지 않겠지.

“예.”

내가 대답하자 마스크를 낀 네온의 눈이 토끼처럼 커졌다.

《저 진짜로 놀랐어요. 실감이 안 나요.》

그럴 만하지. 나는 마스크를 내려서 얼굴을 보여주었다.

“와, 싸, 싸인…….”

네온이 나에게 펜을 들이댔다.

“이날을 위해서…….”

“펜을 들고 다녔다고요?”

“네, 네!”

“이것도 인연이네요. 어디에 싸인을 해드릴까요?”

“핸드폰에 해주세요!”

핸드폰에 해달라는 요청에 펜을 들고 핸드폰을 확인하는데 우연히 핸드폰 배경 화면을 봐버렸다.

“요셉 형이 최애예요?”

“어… 네, 하지만!”

“하지만?”

“나비가 차애예요.”

내가 차애라고? 약간 속상한데?

“싸인 크게 안 할 거예요. 제가 최애가 아니라니.”

“아, 아니! 나비는 모든 네온들이 마음속에 품은 차애예요.”

“…더 속이 상하는데.”

나는 입술을 내민 다음 핸드폰에 싸인을 했다. 나비랑 호랑이가 그려진 작은 싸인.

“이름이 뭐예요?”

“드림이요.”

“드림? 이름이 예쁘네요.”

하지만 버스가 사정없이 움직여서 이름이 삐뚤어질 것 같았다.

나는 웃으면서 핸드폰에 이름까지 쓴 뒤에 돌려주었다.

“언제부터 요셉 형이 최애가 됐어요?”

“막장 드라마의 사용법을 보고?”

“오, 요셉 형의 연기를 보고 입덕한 거네요. 그러면 저는 왜 차애가 됐어요?”

소심한 집착에 네온이 소리 없는 웃음을 흘렸다.

“나비는 노래를 잘 불러서.”

노래를 잘 부른다는 말이 좋으면서도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른 건요?”

“다른 거?”

“노래는 제가 제일 잘 부르긴 하잖아요.”

네온이 뜸을 들이더니 나에게 말했다.

“…기획력이 좋아서?”

“무슨 기획력이요?”

이 답변은 조금 새로웠다.

“각 앨범마다 컨셉 기획력이 좋았어. 거기서 반한 것 같아.”

만족스러운 답변에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이런 디테일한 답변이 감사해서 뭐라도 드리고 싶은데.

‘줄 게 없네.’

지갑과 핸드폰을 빼앗기는 바람에 맛있는 거 먹으라고 돈도 쥐여줄 수 없었다. 교통카드라도 줄까 하다가 좋은 방법이 하나 떠올랐다.

“다른 멤버들 싸인도 받아줄까요?”

“어, 어?”

“다시 펜이랑 핸드폰 줄래요?”

나는 대화 삼매경에 빠진 형들을 향해 말을 뱉었다.

“형들, 지금 제 옆에 있는 분 네온이라고 하거든요?”

“어? 진짜?”

제일 먼저 반응한 사람은 정요셉.

“요셉 형이 최애래요.”

“와~ 내가 최애~?”

잠시 버스가 정차한 동안 옆자리에 정요셉이 앉았다. 아까와는 다르게 네온의 얼굴이 빨갛게 익었다.

‘아니?’

약간 속이 상했지만 최애와 차애가 다르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나는 일어나서 정요셉과 자리를 바꿨다.

“와~ 제가 최애예요~?”

그리고 정요셉과 네온이 대화하게 놔둔 채 형들 사이에 앉았다.

“우리 곧 내린다. 기억해라!”

주이든의 머릿속은 온통 걱정투성이인 모양이었다. 하긴 부모님을 만나러 가는 길이니.

“어!”

이제 내려야 하면 다른 멤버들은 싸인을 못 하겠네. 그때 주이든이 내려야 한다며 벨을 눌렀다.

“이제 내려야 한대요~”

정요셉이 가기 직전 네온을 안아주고 일어났다. 계속 다른 멤버들 싸인을 못 드린 게 마음에 걸렸다.

버스가 정차하고 문이 열리는 동시에 나는 빠르게 네온에게 말했다.

“싸인은 나중에 우리 회사 이메일로 연락해 주세요.”

“예?”

“지금 저희가 촬영 중이라서 싸인을 다 못 해드렸지만, 이메일로 연락해 주시면 저희가 싸인 앨범 보내 드릴게요.”

마지막으로 네온과 인사를 한 뒤에 우리는 버스에서 내렸다.

“와, 딱 맞춰서 왔다.”

그런데 회사 앞에 주이든이 서 있었다. 아니지, 주이든이 아니라 주이든의 어머니구나? 주이든과 너무 닮았다.

“엄마!”

“이든아!”

그런데 어머니를 먼저 만나면 안 되지 않나. 나는 주이든이 어머니와 말하는 사이에 조용히 말했다.

“형들, 선물을 아직 안 샀는데요?”

형들도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어떡하지. 지금 뛰어가서 사 오고 싶지만… 건강식품점의 위치를 모른다. 주이든만 알고 있는데.

우리가 걱정하는 사이에 주이든의 어머니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얘들아, 안녕!”

주이든의 어머니가 인사하자 형들이 허리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이런, 허리까지 숙일 필요는 없는데. 기강이 꽉 잡혀 있구나!”

말투가 아예 주이든이다. 주이든의 말투가 어디서 왔나 했더니 어머니의 말투를 빼닮았구나…….

“엄마, 범나비가 제일 궁금했다며!”

“어! 맞아!”

나? 주이든의 어머니가 나에게 오더니 내 얼굴을 응시했다.

“이든이가 자기 기준에서 제일 잘생긴 멤버는 나비라고 했거든.”

“…그래요?”

주이든이 내 칭찬을 하다니… 뜻밖인데?

“제 칭찬을 해주셔서 감사해요… 이든 형?”

“왜 그렇게 말하냐?”

“뜻밖이라서요?”

“뜻밖이 아니거든?”

아니라고? 맞는 것 같은데.

“이든아…….”

하지만 상처를 받은 사람이 또 있었다. 화목현은 주이든을 주시하면서 왜 자신이 아니냐는 듯이 눈짓했다.

“형은 평균이잖아.”

“뭐라고?”

“평균?”

“맞잖아, 평균.”

지옥에서 온 주둥아리가 한 건을 했다. 화목현이 평균이라는 단어에 꽂혀서 삐졌기 때문에.

“…아니, 형!”

“그래, 형은 평균이지.”

“아니, 내 말은…….”

“이든이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평균인 거지.”

화목현은 삐지면 잘 풀리지 않는데. 주이든이 고생 좀 하겠네.

“얘들아, 근처 불고기 식당으로 갈까? 내가 예약해 놨거든.”

그렇게 우리는 발걸음을 옮겼다.

***

식당에 가는 내내 주이든은 진땀을 뺐다. 보편적인 잘생김이라는 뜻을 좋게 좋게 만들고 있었으니까.

“목현 형~ 우리 이든이 말은 잘생겼다는 뜻일 거야.

“…그래?”

“응, 그건 모든 사람에게 잘생겼다고 인정받는 사람한테 하는 말이래~”

그제야 화목현이 기분을 풀었다.

“정말 그런 뜻이야…….”

“나는 별로라는 뜻인 줄 알았어.”

“아니라고 수백 번 말했잖아!”

드디어 평화로운 분위기가 찾아왔다. 식당으로 가는 길목에서 홍삼을 파는 건강식품점을 발견하고는 나랑 주이든이 뒤로 빠졌다.

“엄마, 나는 잠깐 편의점에 다녀올게.”

“응? 왜? 뭐 필요해서?”

“어……! 범나비가 체했는지 소화가 안 된다고 하네?”

주이든이 나를 보며 눈짓했다. 대충 건강식품점으로 가자고.

“…어, 어.”

나는 속이 답답하다는 듯이 주먹으로 가슴을 두어 번 쳤다.

“속이 답답하니?”

“…네, 쿨럭! 속이 좀…….”

주이든의 어머니가 걱정스러운 말투로 나에게 물었다. 이러니까 약간 죄를 짓는 기분이…….

“예, 이든 형이랑 약국 가서 약 좀 사 올게요…….”

다른 형들에게 어머니를 커버하라고 눈짓하면서 나랑 주이든은 약국에 가는 척을 했다. 그리고 건강식품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범나비, 가자.”

“예, 형.”

주이든을 따라가자 건강식품점이 딱 보였다.

“이 선물, 진짜로 괜찮을까요?”

“당연하지. 우리 엄마는 건강식품을 제일 좋아해. 그다음으로 건강검진을 좋아하고. 건강을 엄청 챙기거든.”

그러고 보니 주이든도 건강을 무척 챙기지 않나. 상비약도 항상 곁에 있고, 아침에 일어나면 영양제를 꼬박꼬박 챙겨 먹는다.

네온들 사이에서도 주이든은 건강을 챙기는 이미지가 아닌가.

“형도 약간…….”

“뭐?”

“아니에요.”

홍삼을 고르자 옆에 있던 PD가 카드를 건넸다. 계산을 끝내고 주이든이 홍삼을 받았다.

“이제 다 샀으니까 갈까?”

“예.”

다 샀으니까 식당으로 가면 되는데.

“어?”

왜… 주이든의 어머니가 여기에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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