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의 1군 가이드-228화 (228/235)

228. 투두 네스트 – 마지막 휴식편

이정진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때 식당 문이 활짝 열리면서 중년 여성이 나왔다.

“엄마……?”

“정진아!”

단발에 하얀색 뿔테 안경을 쓴 중년 여성은 이정진의 어머니였다. 이정진의 어머니는 이정진을 있는 힘껏 끌어안고는 말했다.

“우리 아들, 오랜만이다?”

“엄, 엄마……?”

이정진은 계속 눈을 끔뻑댔다.

“얘들아.”

이정진이 허둥댈 때 화목현은 우리에게 인사를 하라고 눈짓했다.

“안녕하세요!”

우렁찬 인사에 이정진의 어머니가 웃으면서 우리를 쭉 둘러보았다.

“화면에서 보다가 이렇게 보니까 기분이 묘하다?”

그러더니 이정진의 어머니가 손뼉을 한 번 쳤다.

“자, 그럼 다들 왔으니까 일해야지?”

일이요?

모두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PD를 쳐다보았다. PD는 싱긋 미소만 지을 뿐, 어떠한 말도 꺼내지 않았다.

형들도 어떤 상황인지 유추할 수가 없어 멍하니 이정진의 어머니를 보고 있었다.

“엄마, 우리가 식당에서 일을 한다고? 우리가?”

“여기 PD님이 너희들 오늘 일하러 올 거라고 알려주던데?”

“…어?”

“그래서 일당도 준비해 놨어.”

일당을 준비했다고요? 나는 PD에게 따지듯이 물었다.

“PD님, 힐링이라면서요?”

힐링이라고 하길래 나는 한가로이 쉬는 상상을 했단 말이다.

“형들이랑 한강에서 치킨 먹는 상상을 했는데…….”

“나도 어디론가 떠나서 맛있는 음식 먹는 줄 알았지.”

나랑 주이든은 PD를 보며 꿍얼댔다. 그러자 PD가 팔짱을 끼며 말했다.

“그것도 돈이 있어야 하겠죠?”

“예? 갑자기 돈이요?”

그때 화목현이 손을 들었다.

“PD님, 설마 정진이네 식당에서 일하는 건 아니죠?”

“잘 알고 계시네요.”

이게 무슨 소리야.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우리는 한 대 얻어맞은 사람들처럼 눈이 커졌다.

“어차피 지갑도 있는데 도망가면 되지.”

주이든은 차에 가서 가방에 손을 넣자마자 소리를 질렀다.

“가방에 지갑이 없어!”

“이든 형, 지갑이 없다고요?”

“어, 없어. 왜 없지?”

그제야 의문스러운 점들이 머릿속에서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나도 설마 하는 마음으로 가방을 확인했는데 아무리 뒤져도 지갑은 없었다.

“괜찮아~ 핸드폰이 있잖아. 앱으로 계산하면 돼.”

앱으로 계산하면 된다는 정요셉의 말에 우리는 차에 놔뒀던 핸드폰을 찾았지만,

“요셉 형, 차에 핸드폰이 없는데요?”

“어? 핸드폰이 없다고?”

핸드폰이 없다는 말에 형들도 차에서 핸드폰을 찾으려고 다급히 움직였다. 하지만 핸드폰은 끝내 찾을 수 없었다.

“…진짜 우리 일하러 온 거야?”

이정진의 어머니가 우리 곁에 와서 앞치마를 건네주었다.

“알바를 해본 사람?”

알바를 안 해본 사람이 있을까.

“다 해봤어?”

다들 고개를 끄덕이자 뒤에서 우리를 보고 계시던 이정진의 아버지가 인자한 미소를 띠었다.

“그러면 속전속결로 하면 되겠구나. 마스크 끼고 서빙할 사람 3명, 설거지할 사람 2명으로 나눠줄래?”

화목현이 반쯤 몸을 돌리며 우리에게 물었다.

“서빙할 사람?”

정요셉이 번쩍 팔을 들었다.

“나나나~ 요셉이 서빙하고 싶어요~”

“그럼 요셉이랑 또?”

주이든도 정요셉 옆에서 팔을 들었다.

“나도!”

그렇게 서빙 마지막 멤버는 화목현이, 설거지 멤버는 나랑 이정진이 되었다. 우리가 식당 안으로 들어가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얘들아, 5시부터 손님들이 들어올 거야.”

“예!”

“그 전까지 옷 갈아입고 나와. 어떻게 하는지 알려줄게.”

우선 작은 방에 들어가서 ‘이정진네 갈비’라고 적힌 티셔츠로 갈아입었다.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이정진이 식당 주변을 둘러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언제 식당 이름을 이정진네 갈비로 바꿨지?”

“정진 형도 몰랐어요?”

“어, 바빠서 본가에만 갔었거든. 그런데 이렇게 바뀌었을 줄은 몰랐어. 원래는 이씨네 갈비였거든.”

아직도 ‘이정진네 갈비’로 바뀌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지 이정진은 갸웃했다.

주이든의 말처럼 이정진네 갈비는 맛있다고 소문이 자자했다. 그래서 팬들도 원래 맛집이었는데 더 소문이 나서 웨이팅이 길어졌다고 슬퍼했다.

“와, 훤칠하다!”

이정진의 어머니가 우리를 보며 환호를 질렀다.

“어머님, 저 어울려요?”

“요셉이가 제일 멋있어.”

“감사합니다~”

정요셉이 뻔뻔스럽게 핸드폰을 꺼내 자기 얼굴을 찍었다. 그때 이정진이 몰래 어머니에게 가더니 물었다.

“언제 식당 이름이 바뀌었어?”

“어? 식당 이름?”

“원래 이씨네 갈비였잖아.”

“아, 하도 팬들이 이정진네 갈비 아니냐고 물어보길래 이참에 바꿨지.”

“그럼 원래 직원들은?”

이정진이 묻자 이정진의 아버지가 말해주셨다.

“휴가 보냈지.”

휴가?

“너희들이 온다고 하길래 다 휴가 보냈어. 그래서 여기.”

직원들이 우리가 온다고 편지를 써주셨단다.

“우리 식당 직원들이 네스트 팬이래.”

소중하게 편지를 받았다. 가방에 넣을 시간이 없어 일단은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자… 목현이, 요셉이, 이든이는 나 따라와.”

“네!”

형들은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하며 어머니의 뒤를 따라갔다.

나랑 이정진은 가만히 서서 서빙을 배우고 있는 형들을 지켜보았다.

“아빠, 우리는 알려줄 거 없어?”

“알려줘?”

“어, 알려줘야지.”

나랑 이정진은 아버지의 뒤를 졸졸 따라 부엌으로 이동했다. 그러자 이정진의 아버지가 식기세척기의 뚜껑을 열면서 우리에게 일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한 명은 그릇을 씻고, 한 명은 씻은 그릇을 받아서 식기세척기에 넣고. 식기세척기에 그릇이 꽉 차면 뚜껑을 내리면 된단다.”

나랑 이정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식기세척기에서 돌린 그릇은 바로 옆 바구니에 올려두면 된다. 계속 이런 루틴이니까, 밖에 있는 애들보다 쉬울 거야.”

이건 반복 작업을 힘들어하는 사람은 못 하겠는데?

아버지에게 설명을 들은 나랑 이정진은 고무장갑을 낀 채 손님들이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그때 이정진이 시계를 보며 말했다.

“곧 5시네.”

벌써 밖에서는 사람들이 오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 팬들이 온 건지 형들은 반갑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우리 여기서 알바한다고 소문난 것 같은데?”

“벌써 소문이 났어요?”

“어, 저기 봐.”

어떤 팬이 지나가다가 우리를 본 모양이었다. 이러다가 사람이 몰리기라도 하면 곤란했다.

나는 곧장 고개를 돌려 PD를 바라보았다.

“어떡해요?”

“걱정하지 마세요. 예약제로 했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상관없을 것 같았다.

“언제부터 준비하신 거예요?”

“일주일 전?”

예전부터 이걸 콘텐츠로 찍을 생각이었구나. 5시가 되기 직전, 이정진의 어머니가 박수를 쳤다.

“오늘도 힘찬 하루 보내봅시다!”

“네!”

이제 시작인가.

나랑 이정진은 고무장갑을 흔들며 밖을 살펴보았다.

“…사람들이 물밀듯이 들어온다.”

“우리 죽으면 어떡해요.”

설거지하는 이모님들이 2층까지 있는 식당이라서 설거지가 많을 거라고 우리에게 말해주었다.

아직 설거지거리가 없어서 멀리서나마 형들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할 때였다.

“정진아!”

화목현이 이정진을 부르며 나오라고 손짓했다.

“손님이 너 보고 싶으시대.”

“날?”

“어!”

이정진이 알겠다면서 고무장갑을 낀 채로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나 홀로 있는데 갑자기 정요셉이 허둥지둥 오더니 나에게 손짓했다.

“우리 막내를 보고 싶어 하는 분이 있다는데 잠깐 나올래? 바빠?”

“아직 설거지가 없어서 괜찮아요.”

“그럼 잠시 나와봐.”

그 말에 밖에 나가자 한 분이 놀라서 두 손으로 입가를 가렸다. 네온인가.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범나비라고 합니다.”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 바닥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위로 들었다.

“저 보고 싶으셨어요?”

“헉!”

네온은 아무 말도 못 한 채 허둥지둥거리고 있었는데, 그때 포토 카드가 내 눈에 들어왔다.

“제가 포카 한번 봐도 될까요?”

“네!”

나는 네온의 포카 홀더를 받아 들고 맞은편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이거 도둑 GAME 포카네요?”

“맞아요!”

그런데 포토 카드 옆에 글씨가 적혀 있었다.

“랜서?”

박랜서라고 적혀 있네. 내가 이게 뭐냐는 듯이 묻자 네온이 말해주었다.

“친구들 사이에서 랜서라고 불리거든요.”

“아!”

“일을 프리랜서로 하고 있어서.”

나는 옆에 있는 친구분에게도 물었다.

“이름이.”

“얜 올팬이에요.”

두 사람이 나에게 슬쩍 볼펜과 포토 카드를 넘겨주었다.

“이것도 인연인데 싸인 한 번만 부탁해도 될까요……?”

그러더니 나에게 싸인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당연히 해드리죠.”

“감사합니다!”

“저야말로 감사하죠.”

싸인은 쉬우니까. 나는 두 사람을 보면서 속삭였다.

“싸인하고 싶은 포토 카드 다 꺼내요. 제가 지금 시간이 나니까 해드릴게요.”

그러자 두 사람은 가방에서 포카 앨범을 꺼내더니 포카를 신중하게 골랐다. 그 모습을 눈에 담으면서 한마디를 던졌다.

“제가 지금은 핸드폰과 지갑을 매니저 형한테 뺏겼거든요? 나중에 다 드시고, 범나비라고 이름 달아주시면 제가 계산할게요.”

이런 재밌는 일 하나가 있으면 평생 말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을까. 추억이라도 하나 선물해 드리고 싶었다.

“아… 안 그래도 되는데!”

“맞아요!”

나는 냉큼 고개를 저었다.

“제 소원이에요.”

팬들에게 쓰는 돈은 전혀 아깝지 않았다.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마시고 마음껏 드세요. 100만 원 나와도 되니까.”

두 사람의 포카에 싸인을 끝내자 저 멀리서 이정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막내야! 들어와!”

나는 허둥지둥 볼펜 뚜껑을 닫고 일어났다.

“악수!”

나는 마지막으로 양손을 두 사람에게 내밀었다. 인사는 하고 싶어서 말이지. 두 사람도 허둥지둥 자기 손바닥을 닦고는 내 손을 잡아주셨다.

“재밌게 즐기다가 가세요!”

그렇게 부엌으로 뛰어갔더니 어느새 그릇들이 아름다운 모습을 유지하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랑 이정진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이걸 어떻게 처리해 나갈지 궁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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