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의 1군 가이드-224화 (224/235)

224. 핸드폰 광고(2)

핸드폰 광고에 신곡 넣을 생각을 하다니, 아이디어가 좋았다. 광고주랑 어느 정도 합의를 했으니 신곡을 넣을 수 있었겠지.

크래프트도 슬슬 컴백에 박차를 가하고 있구나.

크래프트의 신곡을 듣던 주이든은 짧게 감탄했다.

“이번 노래 좋네…….”

신곡이 좋긴 했다. 특히 비트랑 가사가…….

‘노래가 좋아서 그런지 압박감이 느껴지는데.’

이런 식으로 크래프트가 이를 갈고 나올 줄이야.

“범나비! 들어가자.”

크래프트의 신곡 때문에 주이든은 걱정이 앞서는지 대기실로 가는 내내 생각에 빠진 것처럼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가 돌아오자 기다렸다는 듯 형들이 우리를 쳐다보았다.

“크래프트는 어땠어?”

화목현의 질문에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생각했던 대로죠……?”

“그렇구나.”

나는 소파에 앉으면서 주이든의 입이 열리기 전에 먼저 말했다.

“이번에 크래프트가 광고에 신곡을 넣을 것 같아요.”

그러자 이정진이 반응했다.

“신곡? 그 신곡 들었어?”

“예, 이든 형이랑 같이 들었어요.”

“신곡은 어때?”

“좋았어요. 비트도, 가사도…….”

게다가 컨셉도 좋았지.

“우리 막내가 좋다고 하는 거면 진짜 좋은 건데. 얼마나 좋아~?”

“…웬만하면 다 좋아할 것 같을 정도로?”

“오호.”

단호한 내 대답에 의외라는 듯이 정요셉이 입술을 삐죽댔다.

“우리 노래보다 좋아~?”

“예?”

그건 모르겠다. 내가 말을 안 하자 정요셉이 씩 웃었다.

“그렇다면 나쁜 생각 하지 말자고~”

“…….”

“노래가 좋아도, 안 좋아도 대중들의 반응은 모르는 거니까. 안 그래?”

정요셉의 말에 걱정이 머릿속에서 싹 사라졌다. 왜 나는 사서 걱정을 하고 있었지?

“요셉이 말대로 솔직히 우리가 1위에서 내려와도 10위권을 계속 유지하면 괜찮아.”

그것도 그렇지. 화목현의 말까지 들으니 안심이 되었다. 나는 한결 편해진 마음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목현 형~? 우리가 1위에서 내려올 것 같아?”

“어?”

정요셉은 당당하게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 우리 노래 드라마에도 나왔대!”

…드라마에도 나왔어?

“정말이에요?”

정요셉이 몰랐냐는 듯이 나를 노려보며 동영상을 틀어주었다.

“자, 여기 이 부분.”

청춘 드라마였는데, 우리 그룹 이름까지 언급했다. 게다가 여주가 우리 노래를 방송으로 틀어주기까지 했다.

우리 노래가 여기에 쓰이다니, 이건 생각도 못 했다.

“우리 막내가 네스트의 파급력을 잘 모른다니까~?”

“잘 모르는 건 아니거든요?”

“맞거든요? 우리 막내, 잘 모르세요~”

정요셉은 내 말투를 따라 하면서 내 볼을 툭툭 두드렸다. 그때 촬영이 끝났다는 말과 함께 크래프트가 대기실로 들어왔다.

“우리 끝났다.”

홍학이 끝났다고 말하자 스태프가 우리를 불렀다.

“얘들아, 이제 우리도 일어나자.”

그렇게 소파에서 일어나 촬영 장소로 향하는데 홍학이 조언을 해주었다.

“촬영하는 내내 창피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창피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확 무너지더라.”

“학아, 고맙다…….”

“목현아, 우린 의리가 있잖아.”

화목현은 잊지 않고 감사하다는 표현을 했다. 우리가 촬영 장소로 향하자 아까 보았던 책상과 의자, 그리고 아까는 없었던 소파가 있었다.

PD는 우리를 부르더니 컨셉을 말해주었다.

“지금부터 네스트분들은 댄스 동아리 활동 부원입니다. 나비 씨에게 이 핸드폰을 드리겠습니다.”

PD가 나에게 핸드폰을 건네주었다.

“나비 씨가 소파에 앉아 셀카를 여러 장 찍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셀카를 찍던 나비 씨는 당황하게 됩니다. 카메라가 고장 나서 셀카가 안 찍히게 되거든요. 나비 씨가 당황하여 멤버분에게 카메라가 고장 났다는 사실을 알려주는데.”

PD가 뒤이어 호흡을 들이마시며 말했다.

“그때 목현 씨가 새로운 핸드폰을 들고 나타나는 겁니다. 그때 목현 씨가 손 떨림 방지 기능을 누르고 나비 씨랑 같이 셀카를 찍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셀카를 찍은 뒤에.”

뒤에?

“춤을 출 겁니다.”

예?

“이 핸드폰 기능 중에 음질 향상이 있어서 그 부분을 광고에 표현해야 하거든요.”

아… 그래서 노래가 나오는 건가.

“네스트분들이 거울 앞에 핸드폰을 설치하고 HOPE이 나오면 춤을 추시면 될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런 식으로 하면 된다는 거지?

다시 한번 메이크업을 확인한 뒤에 촬영하는 공간에 섰다. 스태프가 소파에 누워 있으라고 안내해 줘서 나는 곧장 소파에 누웠다.

그리고 손에 핸드폰을 꽉 쥐었다.

“시작합니다.”

촬영이 시작되고 나는 PD가 지시한 대로 핸드폰으로 외모를 확인했다. 머리를 만지작대는 순간이었다.

“어?”

카메라가 켜지지 않았다. 이상함을 감지하여 마구잡이로 핸드폰을 만지는 느낌을 내자 주이든과 이정진이 다가왔다.

무슨 일이 있냐는 듯 물어보는 몸짓을 하자 나는 카메라가 안 된다고 표현했다. 때마침 화목현이 교실 앞문으로 들어왔다.

그러고는 새로운 핸드폰을 샀다며 자랑하듯이 화목현이 우리에게 핸드폰을 보여주었다.

“목현 형, 그거!”

주이든이 먼저 반응했다.

“형! 그 핸드폰! 신상이잖아!”

“이번에 나온 신상폰.”

화목현이 자랑하자 옆에서 이정진이 설명했다.

“이 핸드폰 화질이 2억 화소래.”

2억 화소라는 말에 우리가 감탄했다.

“그리고 손 떨림 방지 기능까지 넣어서 셀카를 찍기에도 좋다고 하더라.”

“어? 아까 나비가 셀카 찍으려고 하다가 카메라가 고장 났다고 했는데~?”

정요셉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향했다.

“나비야, 셀카 찍으려고 했어?”

“예, 그런데 카메라가 고장 나서…….”

내가 우울하게 말하자 화목현이 다가왔다.

“그렇다면, 이 핸드폰으로 셀카를 찍어볼까?”

화목현이 경직된 말투로 나에게 핸드폰을 들이댔다. 나는 고맙다는 듯이 하하, 하고 가식적인 웃음을 터트리며 핸드폰을 받았다.

“그래, 나비야. 셀카 찍어봐.”

“찍어보겠습니다.”

내가 손을 떨면서 셀카를 한번 찍어보았다. 그런데 뒤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갤러리에 들어가서 사진을 확인해 봤는데 손을 그렇게 떨었는데도 불구하고 사진이 잘 찍혀 있었다.

“형들, 이거 봐요!”

놀라서 형들에게 셀카를 보여주었다. 이정진이 감탄하며 말했다.

“손 떨림 방지 기능이 있으니까 우리가 격하게 춤을 춰서 핸드폰이 흔들려도 잘 찍히겠네.”

“동의.”

화목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얘들아, 춤 한번 춰볼까?”

화목현이 핸드폰을 설치하자 우리는 대열을 이뤘다.

“이 노래가 요즘 대세더라!”

주이든이 외치자 HOPE이 나왔다.

“자, 시작한다!”

우리는 카메라를 보면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근데 광고 컨셉이 이게 맞긴 한 거지?

* * *

그렇게 다른 각도로 몇 번이나 춤을 췄다. 개인 대사까지 끝내고 완벽하게 촬영을 마무리했다.

우리는 허리를 숙이며 스태프들에게 인사를 한 뒤에 PD에게 다가갔다.

“여러 각도로 찍은 건 나중에 네스트와 크래프트의 춤 배틀로 편집될 겁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촬영이 끝나자 크래프트가 기다렸다는 듯이 우리에게 손짓했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같이 밥이나 먹으러 갈래?”

밥 먹으러 가자는 홍학의 제안에 화목현이 고민했다.

“잠시만, 저녁에 촬영이 있어서 한번 확인해 볼게.”

“어, 그러면.”

“아니야. 시간이 될 수도 있으니까.”

화목현은 홀로 뒤로 빠진 채 김연호가 있는 곳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그러고는 김연호와 대화를 주고받더니 곧 다가와서 말했다.

“먹어도 된대.”

“오! 이 근처에 맛있는 국밥집이 있거든. 먹으러 가자.”

홍학이 자기가 잘 알고 있다며 우리를 안내했다.

“목현 형, 연호 형은 밥 안 먹겠대요?”

“연호 형은 크래프트 매니저랑 밥 먹고 왔대.”

언제 먹은 거야. 형들의 뒤를 따라서 걷고 있을 때였다.

“학 형이 은근 맛집을 잘 알아요.”

“아…….”

언제 이남주가 내 옆으로 왔지? 옆으로 다가오는 기척이 없어서 몰랐다.

“언제 옆으로 온 거예요?”

“방금?”

이남주가 싱긋 웃자 화목현이 이남주의 어깨를 턱, 하고 잡았다.

“남주야, 나도 있는데.”

화목현이 자기도 있다고 어필하자 이남주가 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모를 리가 있나.”

“나한테는 말은 잘 안 걸어서 섭섭해.”

“형, 섭섭하긴. 맨날 제가 안부 묻고 그러잖아요.”

“그건 그렇지.”

둘이 안부도 묻는 사이였어? 그러든지 말든지.

“형, 나비 형!”

누가 나를 부르나 했더니 이윤도가 주먹 쥔 손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먹은 왜 쥐고 있어?”

“아!”

다시 이윤도가 주먹을 풀며 미소를 지었다.

“긴장하면 주먹을 쥐는 버릇이 있어서!”

“그렇구나.”

“저, 저!”

이윤도는 나에게 할 말이 있는지 계속 나를 불렀다.

“무슨 할 말이라도?”

“이번에 HOPE 너무 좋아요!”

거의 고백이나 다름없는 말투라 깜짝 놀랐다. 그러자 정요셉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이윤도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어디가 좋은데?”

“나비 형의 목소리가!”

“우리 막내의 목소리가 좋긴 한데… 나는?”

“예?”

“나랑도 친하잖아.”

정요셉이 섭섭하다는 듯이 울상을 지었다.

‘저런, 한 놈 잡았군.’

정요셉은 목표물을 잡으면 자기가 만족스러울 때까지 괴롭히는 성격을 지녔다. 이번에 정요셉의 레이더망에 걸린 건 이윤도였다.

이윤도는 정요셉에게 상처를 줬다는 생각에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요셉 형님은 춤이 기가 막혔습니다!”

“그래? 어디가?”

“웨이브 할 때요!”

“아, 웨이브 할 때만 보기 좋았다?”

“아니요! 아니요!”

정요셉은 땅이 꺼질 것처럼 한숨을 내쉬었다.

“…윤도는 우리 막내만 좋아하고.”

“아닙니다!”

“나는 안중에도 없다… 이런 거지.”

여기서 연기를 하네? 정요셉은 이윤도의 어깨에 두른 팔을 내려놓으며 바지 주머니 안으로 두 손을 꽂았다.

“…서럽네.”

누가 보면 이윤도가 싫다고 한 줄 알겠다. 나는 정요셉이 연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가만히 있었지만 이윤도는 안절부절못했다.

그런 이윤도를 보며 내가 말했다.

“윤도야, 괜찮아.”

“예?”

“요셉 형 자주 저래.”

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정요셉이 활짝 미소를 지으며 홍학 옆으로 옮겨 갔다.

“봐. 맞지?”

“…제일 무서운 사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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