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의 1군 가이드-223화 (223/235)

223. 핸드폰 광고(1)

“촬영 장소 도착했다.”

촬영 장소에 도착했다는 김연호의 말에 우리는 차에서 내리며 마주치는 스태프들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네스트입니다!”

큰 소리로 인사를 나누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메이크업을 받으러 갔다. 그런데 아직 크래프트는 안 온 모양이었다.

‘…우리가 먼저 왔나?’

그때 화목현이 우리에게 몰래 말했다.

“아직 크래프트는 안 온 모양인데……?”

우리가 먼저 도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주이든이 살짝 주먹을 쥐며 ‘아싸’라고 속삭였다. 지나가는 스태프들에게 들은 말에 따르면 지금 오고 있다는 것 같았다.

우리가 광고 컨셉에 맞게 교복으로 갈아입는 사이에 크래프트가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크래프트입니다!”

크래프트의 우렁찬 인사에 우리도 벌떡 일어났다. 메이크업을 받는 화목현을 제외하고. 저 멀리에서 메이크업을 받으러 오는 크래프트를 보고 있는데,

“나비!”

나를 부르는 이남주의 목소리가 귀에 쏙 박혔다.

“…어, 안녕하세요.”

“이런 곳에서 보니까 색다르네요?”

이남주가 활기찬 목소리로 나를 끌어안았다.

“왜 안아요……?”

“반가우니까?”

그러고 보니 이남주를 제주도 여행에서 마지막으로 봤었네.

“반갑긴 하네요.”

나는 이남주가 원하는 대로 이남주를 실컷 안아주고는 미소를 지었다. 화목현이 메이크업을 다 받았는지 의자에서 일어나 우리에게 다가왔다.

“서로 인사해야지.”

그러고는 우리에게 말했다.

“안녕하세요!”

화목현이 먼저 인사하자,

“ONLY ONE 네스트입니다!”

우리는 구호를 외치며 정식으로 인사했다.

“선배님들과 같은 광고를 찍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화목현의 말에 홍학은 눈을 깜빡이며 가만히 있었다.

“선배는 무슨.”

“선배는 맞잖아.”

“됐거든.”

박채민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우아하게 말했다.

“맞아. 우리 이제 꽤 친해졌잖아. 선배님은 무슨.”

그러자 처음 듣는 말이라는 듯이 뒤에서 다른 크래프트 멤버가 튀어나왔다.

“친해?”

단발머리가 잘 어울리는 서영진이었다. 그렇게 눈에 띄는 멤버는 아니지만 크래프트에서 작사를 맡고 있는 멤버라고 알고 있다.

“영진아, 제주도 여행 때 만나서 놀았다고 말했었잖아.”

“아! 이제 기억났다!”

서영진이 외마디 감탄을 뱉으며 우리를 쓱 훑었다.

“재밌었겠다.”

그러더니 이런 말을 하면서 소파에 앉았다. 형들이 당황하자 홍학이 나서서 해명했다.

“미안. 영진이가 사회성이 좋지 않아서 그래.”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목현아, 고맙다.”

“아니야.”

“리더라서 힘들겠다.”

홍학이 위로해 줘서 고맙다며 화목현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약간 낯을 가려서 그래요.”

이남주가 나에게 말했다. 서영진은 정말 낯을 많이 가리는지 가방에서 시집을 꺼내더니 힐끗 우리를 쳐다보았다.

분명 우리에게 말을 걸고 싶은 눈치인데…….

“어, 그 시집!”

그때 시집 전문가인 주이든이 서영진의 시집을 보며 다가갔다.

“이거 절판된 시집인데.”

“…이거 아세요?”

“응, 내가 시집 모으는 걸 좋아하는 편이거든. 그래서 이 시집도 사려고 했는데 절판이 됐더라고.”

“…이거 90년대에 나왔던 시집인데.”

“응, 그래서 구하려고 했었어.”

주이든이 시집 하나로 대화를 이어나가자 서영진은 긴장이 풀렸는지 말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이 시집 아는 사람 처음 봤어요.”

“그래?”

“주변에 시집 좋아하는 분들이 많이 없잖아요. 그래서 팬들이랑만 소통하고 그랬는데.”

“아, 시집 좋지.”

“저 이든 형, 핸드폰 번호 좀 주세요.”

서영진이 갑자기 핸드폰 번호를 달라고 하자 주이든이 당황했다. 저런 모습 처음 보는데?

“…어, 갑자기?”

“아, 너무 이른가요.”

“아니, 그건 아니고.”

자기에게 이렇게 들이대는 사람은 처음일 것이다. 얼떨결에 서영진과 핸드폰 번호를 교환한 주이든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나비야.”

나를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자 이남주가 오라는 듯이 손짓했다. 무슨 할 말이라도 있나?

“왜 그러세요?”

“할 말이 따로 있어서.”

할 말? 무슨 할 말이 있다고.

“나중에 저랑 여행 프로그램 하나 나가시죠.”

“여행 프로그램이요?”

“아, 저한테 예능 프로그램 하나가 들어왔거든요.”

예능 프로그램? 그러면 혼자 나가면 되지, 왜 나를?

“사실은 PD님이 친한 아이돌 멤버가 없냐고 그랬거든요.”

“…….”

“제일 친한 아이돌 멤버가 누구냐고 해서 나비라고 말했어요.”

이제야 이해가 간다. 그래서 같이 나가자고 했구나?

“다른 애들도 많은데 왜 하필 나예요?”

“우리 사이가 비즈니스가 아니라는 걸 팬들에게 어필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비즈니스?”

“물론 지금은 아니지만…….”

내가 선수를 쳤다.

“아, 그 전까지는 비즈니스였다?”

한 번 멀뚱히 나를 보던 이남주가 크게 웃었다.

“나비는 친구 없어요?”

갑자기 나를 저격한다고?

“당신도 없잖아요.”

“제가 먼저 질문했어요.”

“그래서요?”

한마디도 안 져서 짜증 난다. 주이든은 얼굴에서 감정이라도 드러나지만 이남주는 표정도 언제나 생글생글 웃고 있어서 약간 열받는다.

‘하지만 밉진 않네…….’

어차피 이남주랑 같이 여행하면 재미는 보장이 되겠지. 얼굴 재미.

“그래요. 뭐, 여행인데.”

그때 만나서 속마음도 이야기해 보고.

“이거 거절하기 없어요.”

“약속할게요. 됐죠?”

“아니, 그게 아니죠.”

이남주가 새끼손가락을 나에게 들이댔다.

“이것도 해야죠.”

“…이것도요?”

“안 해요? 진짜 안 할 거예요?”

“할게요. 하면 되잖아요.”

어쩔 수 없이 이남주와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했다.

“할게요. 됐죠?”

정말 기분이 좋은지 이남주의 얼굴이 화사해졌다. 고작 여행 프로그램 하나 같이 찍는 건데. 뭐가 그리 좋은지.

그런데 어디로 가는지는 못 들었는데?

“여행지는 어디예요?”

“여행지는 나중에 알려줄게요.”

“어딘지 말 안 해줘요?”

“음, PD님이 말을 안 해주던데요?”

“말을 안 해준다고요?”

잠깐만, 어떤 여행 프로그램인지 알 것 같기도 한데?

“설마 그 여행 프로그램이 덤앤더머예요?”

“어, 어떻게 알았어요? 내가 말했나?”

덤앤더머.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소소한 재미가 있어서 보는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아니요. 그냥 딱 떠오르길래 물어봤어요.”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대화를 이어가는 와중에 광고 PD가 왔다. PD는 이번 광고 컨셉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셨다.

“이번 광고는, 네스트와 크래프트가 각자 새로 나온 핸드폰을 사 왔다며 학교에서 싸우는 컨셉입니다.”

우리랑 크래프트는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이거 자칫 잘못하면 흑역사로 남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리고 각자 컨셉에 맞는 문구를 준비해 놨습니다.”

문구? 이게 더 무서운데.

“카메라에 대고 이 대사를 말하면 됩니다.”

그렇게 PD가 대사를 나눠주었다. 나에게 돌아온 대사는,

“역시 핸드폰은 플러스지…….”

간단했다.

‘와, 평범해서 다행이다.’

정요셉과 주이든의 대사를 살짝 봤다가 몸이 움찔했다.

“…오.”

정요셉은 ‘핸드폰도 모르면서 그 핸드폰을 쓸 자격이 있을 것 같아?’였고, 주이든은 ‘역시 이 핸드폰이 대세라니까?’였다.

그나마 내 대사가 제일 평범하고 간단해서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도 만만치 않은데 크래프트도 심상치 않은 모양이었다.

“그럼 먼저 크래프트부터 찍도록 하겠습니다.”

화목현이 손을 들어서 PD에게 질문했다.

“각자 찍나요?”

“예, 각자 찍습니다.”

“함께 찍는 장면도 있다고 하던데.”

“아, 그건 각자 분량 다 찍은 뒤입니다.”

그렇군… 그렇게 크래프트는 촬영 장소로 향했다. 대기실에 남은 우리는 각자의 대사를 공유했다.

“범나비만 평범하네!”

주이든이 역정을 내면서 부럽다는 시선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이거 말고는 다들 장난 아니던데.”

“그러니까!”

크래프트 촬영하는 걸 살짝 보고 올까?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주이든도 동시에 일어났다.

“이든 형은 왜 일어났어요?”

“나는 궁금해서 보러 가려고. 너는?”

“저도 궁금해서.”

이럴 땐 마음이 맞단 말이지? 정요셉도 고개를 들어 같이 가려다가 사람이 많으면 안 될 것 같다며 보고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나랑 주이든은 대기실에서 벗어나 살짝 고개를 틀어 촬영장을 살펴보았다.

교복을 입은 크래프트가 의자에 앉은 채로 핸드폰을 만지작댔다.

“이게 핸드폰이지!”

그때 홍학이 교실 앞문을 열고 들어와 핸드폰을 샀다며 자랑했다.

“와, 그거 신상이잖아?”

신상이라고 어필하는 이남주.

“이거 새로 나온 핸드폰이네. 나도 핸드폰 바꿀 시기가 다가왔는데…….”

서영진이 시집을 들며 속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물이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크래프트의 촬영 현장을 보면서 생각보다 프로 같은 면모에 놀랐다.

그동안 크래프트가 단체 광고를 많이 찍어서 그런지 저 정도는 무리도 아닌 모양이었다. 우리만 난감하게 됐네.

‘나는 괜찮지만.’

남은 형들은 경험이 별로 없어서 잘 찍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형?”

내가 작은 목소리로 부르자 주이든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지 미간을 좁혔다.

“우리 어떡하냐……?”

크래프트의 촬영이 NG 없이 진행되는 와중이었다. 갑자기 촬영 현장에 노래가 나왔다. 목소리를 들어보니까 이남주 목소리 같은데?

“어?”

이남주가 감명이라도 받은 것처럼 의자에서 튕기듯이 일어났다. 그러고는 갑자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이 노래, 어디서 들어보지 않았어?”

이남주가 뒤를 돌면서 홍학에게 물었다. 홍학이 뭔지 모르겠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이자 이남주가 답을 내놓았다.

“우리 댄스 동아리 활동할 때 춤췄던 노래잖아.”

그런데 말이다.

‘크래프트 노래는 다 들어봤는데.’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노래였다.

“이거, 크래프트 신곡은 아니겠지?”

나랑 같은 생각을 했는지 주이든이 지나가듯이 말했다.

‘설마…….’

나는 놀란 표정으로 크래프트를 보며 감탄했다. 크래프트는 계획이 다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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