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 악플러
나는 서류에 적혀 있는, 김지훈이 악플을 단 이유를 들여다보았다.
《저보다 인기가 많은 범나비를 보면서 열등감을 느낀 것 같습니다》
“열등감이라고 적혀 있는데 맞아요?”
“…어.”
“…참.”
고작 열등감 하나 때문에 블로그에 그런 댓글을 적었다고……?
김지훈의 머릿속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이건 인터뷰를 통해서 알려야겠다. 이런 놈은 사회적으로 매장을 당해야 악플을 안 달 것이다.
“고작 열등감 하나 때문에 악플을 달아요……?”
“…….”
나는 테이블을 두드리며 김지훈의 시선이 이쪽으로 오도록 유도했다.
“아니, 왜 아이돌이라는 신분으로 악플을 달아요. 고소를 당할 수도 있는데.”
“미안.”
“미안하면 다인가요?”
심지어 김지훈은 댓글을 비밀 댓글로 달았다. 오직 나만 보라는 듯이. 나는 악플이 프린트되어 있는 종이를 김지훈 앞에 들이댔다.
“3년 동안 내 블로그에 적은 댓글 수만 100개입니다, 100개.”
“…….”
“뭐라고 적었는지 읽어드려요?”
김지훈은 아무런 말도 없이 입만 벙긋댔다.
“아니다. 내 입만 아프죠.”
나는 종이를 검지로 두드렸다.
“읽어봐요.”
“진짜로 읽어?”
그런데 왜 반말을 할까. 우리가 서로 반말하는 관계는 아니지 않나.
“그런데 왜 반말해요?”
“어?”
“존댓말 안 써요?”
“아…….”
“여기가 무슨 방송국 대기실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이런 공간에서 반말을 찍찍 하는 사람은 김지훈밖에 없을 것이다.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기는커녕 김지훈은 내가 봐줄 거라고 생각하는지 대충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
“미친 새끼야, 그딴 식으로 구니까…….”
“그다음 내용은요?”
“아빠가…….”
김지훈은 내용을 읽다가 내 눈치를 살살 보며 다시 읽었다.
“죽었지.”
“계속 읽어요.”
“어…….”
자신이 쓴 내용을 읽기 버거운지 김지훈은 슬쩍 눈으로 댓글을 훑었다. 나는 상체를 앞으로 숙여 종이를 읽어 내리면서, 제일 심한 댓글 하나를 골라 검지로 가리켰다.
“이거 읽어봐요.”
“…….”
“못 하겠어요?”
김지훈은 못 하겠는지 입을 다물었다.
“그러면 왜 손가락을 놀려요.”
“…….”
이래서 인터넷이 무섭단 말이지. 댓글을 삭제한다고 한들, 댓글은 그대로 남아 있으니까.
“다시 읽어봐요.”
내가 읽으라고 눈짓하자 김지훈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냥 합의를…….”
“아, 합의?”
내가 합의해 줄 거라고 생각했나?
“제가 왜요?”
“…….”
참으로 어이가 없는 제안이다.
“나 빨간 줄 생기면…….”
“아이돌 생활에 지장이 가서요?”
내 말에 김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지장이 생겨서요.”
이럴 땐 존댓말을 쓰네. 나는 팔짱을 낀 채 방관하는 자세로 김지훈을 쳐다보았다.
“그쪽에서 최대한 합의하라고 하지 않아요?”
“…….”
최근 다이아몬드가 멤버 수를 채우기 위해서 새로운 멤버를 뽑을 예정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또 다른 ‘전’ 멤버가 이렇게 물의를 끼쳤다?‘
“…너는 합의를 해줄 거라고 하던데.”
“제가요?”
“어.”
“허.”
나는 김지훈을 응시하면서 다시 물었다.
“제가 합의해 줄 것 같아요?”
“같은 아이돌이잖아…요.”
그 말에 비웃음이 나올 뻔했다. 같은 아이돌이라고 생각했다면, 그랬다면 돌연프에서 그러지 말았어야지.
“절 괴롭혔던 기억은 안 나고요?”
“…어?”
“정말로 기억이 안 나요?”
김지훈은 자기가 저지른 행동이 기억나지 않는지 눈만 연신 껌뻑였다.
“돌연프에서 제 옆구리 때리고 웃은 거 기억 안 나요?”
“…어, 어?”
“그리고 제 어깨를 밀치면서 낄낄거렸잖아요.”
“…….”
“그게 누구였더라?”
맞은 부위가 아파서 억지로 움직였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에는 돌연프를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해서 그저 열심히 움직였지.
‘정말 전혀 생각이 안 나나?’
그때의 기분이 떠올라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 하지만 이런 내 기분을 알 리가. 김지훈은 자기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눈만 동그랗게 뜬 채 나만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그랬어?”
“와.”
대단하다.
“기억도 못 하는 사람에게 내가 무슨 말을 하겠어요? 그렇죠?”
용암처럼 분노가 속에서 부글부글 끓었지만 참았다. 만약 내가 여기서 김지훈을 때린다면 여론은 또다시 달라질 것이다.
“그러니까 다시 내용 읽으세요.”
“…….”
그리고 나는 김지훈이 쓴 악플이 프린트되어 있는 종이를 턱짓했다.
“그거 읽어보세요.”
김지훈이 허망한 시선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종이를 잡고 읽어 내려갔다.
“왜 범나비를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차라리 다이아몬드 김지훈이 더 잘생기고…….”
김지훈은 말을 하다가 얼굴이 붉어졌다.
“노래도 더 잘 부르는데 왜 범나비가 인기가 많은 건지.”
왜 멈추는 걸까.
“옆에 댓글 더 있는데.”
“…….”
김지훈이 눈을 부릅뜨고 나를 노려보았다.
“말해요.”
자기가 쓴 댓글이 수치스러운지 김지훈은 댓글을 응시하며 입을 열지 않았다.
“아니면 제가 읽어드려요?”
그러자 김지훈이 말했다.
“…차라리 다이아몬드 김지훈을 좋아하겠다.”
김지훈은 그 말을 하면서 두 손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이건 악플이 아니잖아?”
“…글쎄요.”
사실 이 댓글은 악플이 아니긴 했다. 그런데 넣은 이유를 굳이 꼽자면 웃겨서. 자신의 열등함을 보여주는 댓글이었으니까.
‘내가 직접 말하면 수치스러운 줄도 모를 테니까.’
읽으라고 시켰을 뿐인데 효과는 대단했다.
“…다음엔 이런 댓글 달지 말고 그 시간에 노력을 해보죠?”
“…….”
김지훈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그러니까 합의도, 선처도 없어요.”
“…….”
“다시는 만나지 맙시다.”
김지훈은 허망한 눈빛으로 고개를 떨궜다. 변호사에게는 절대 합의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차에 올라탔다.
“나비야, 숙소로 갈까?”
“예.”
나는 조수석에 앉아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오늘따라 유독,
‘…형들이 보고 싶네.’
* * *
한동안 커뮤니티에 내 이름이 올랐다. 뒤이어 HOR 엔터는 다이아몬드의 전 멤버인 김지훈과 계약 해지를 했고, 그와 함께 공식 사과문을 SNS에 기재하면서 사건은 일단락이 되었다. 하지만,
“…와, 김지훈 끝까지 반성하는 태도가 안 보이네. 계속 자기가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지랄.”
주이든이 말한 대로 김지훈은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팬들에게 자기가 억울한 부분이 있다며 호소했다.
“억울한 부분이 뭐가 있는데?”
다이아몬드를 혐오하는 주이든이 진절머리를 치듯 말했다.
“아이돌을 못 하게 됐다는 억울함?”
내가 그렇게 말하자 주이든이 코웃음을 쳤다.
“그러면 인성부터 장착해야지.”
“인정~”
옆에서 정요셉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김지훈 인성이 워낙 별로라서 팬들 사이에서도 별로 인기가 없었나 봐.”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
“팬들이 터트리던데?”
김지훈 팬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읽어보니까 김지훈이 팬들 계급 따지고 명품 주는 팬들 몰래 만나고 그랬다는데~?”
…인성이 나가리급이네.
“범나비한테 열등감 있을 만하네.”
“왜요, 이든 형?”
그건 나도 궁금했던 점이다.
“너는 노래 잘 부르잖아.”
“그렇죠?”
“걔는 노래도 못 부른다고 너랑 비교 대상이었다는데?”
그러자 주이든이 안타깝다는 듯이 내 옆자리에 앉았다.
“불쌍해서 어쩌냐.”
“…예?”
“나는 그런 열등감 느낄 필요가 없는데.”
무슨 말을 하려고 빌드업을 이렇게 천천히 쌓는 거지? 나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주이든을 쳐다보았다.
“나는 네스트잖아.”
“…아.”
김지훈은 다이아몬드라서 나랑 비교 대상이었다는 건가. 주이든은 네스트라서 비교 대상에서 벗어났고.
정말 주이든다운 발상이다.
“…정말 형답네요.”
형들도 내 말에 동조했다.
“열등감을 느끼면 노력을 해야지. 왜 악플을 써서 자기 열등감을 풀려고 하는지 모르겠네.”
이정진이 조용히 비수를 꽂았다.
“막내야, 부모님 욕도 했다고 하던데.”
“예.”
김지훈이 악플을 직접 읽었다는 말에 형들이 놀랐다.
“그 모습을 봤어? 눈깔 썩게!”
주이든이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휴지를 가져오더니 내 눈을 닦아주었다. 아니, 간지럽게.
“눈이 썩긴 했는데…….”
“혹시 김지훈이 울기라도 했어~?”
정요셉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살짝 주억댔다.
“울지는 않았어요. 가만히 있더라고요.”
이 말에 화목현이 한숨을 뱉었다.
“진작에 악플러를 잡을 걸 그랬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형들 악플도 심하잖아요.”
내 악플의 수위가 가장 높긴 했다. 하지만 형들의 악플도 심한데 말이지.
“차례대로 잡고 있다고 하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김지훈이 멍청하게 악플을 블로그에 대놓고 써서 잡기 수월한 편이긴 했지.
“그리고 내일 광고 찍는다고 하니까 야식 먹기 금지.”
아, 맞다. 화목현의 말에 그제야 광고를 찍는다는 게 떠올랐다.
“단독 광고가 아니라서 아쉽긴 하지만.”
이정진이 조용히 읊조렸다.
‘하필 크래프트랑 같이 찍는다니.’
처음으로 들어온 핸드폰 광고였다.
“나비가 악플러를 잡아서 그쪽 업체에서 좋게 봤다고 하던데.”
“…어, 네.”
“근데 나비야, 개인 광고를 할 수도 있었잖아.”
“그게…….”
형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광고주에게 개인 광고가 아닌 단체 광고는 어떠냐고 제안한 결과였다.
“그래도 형들과 단체 광고를 찍고 싶어서.”
“…범나비!”
주이든은 감동했는지 내 어깨에 머리를 비볐다.
‘…주이든, 오늘 머리 안 감았던 것 같은데?’
나는 당장 주이든의 머리를 밀어내면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우리만 찍는 건 아니잖아요.”
우리만 찍었다면 최고의 광고가 되었을 텐데. 아직 단독 단체 광고는 무리였던 모양이다.
‘…흠.’
하긴 단독 단체 광고는 따기 어려우니까.
“…아, 단독 단체 광고였으면 더 좋았을 텐데.”
주이든이 아쉬운 소리를 하자 화목현이 곧장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도 좋은 기회를 얻은 거니까 좋게 생각하자.”
“…예.”
“어차피 크래프트도 우리랑 똑같이 생각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