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의 1군 가이드-221화 (221/235)

221. 빌보드와 악플러

대기실로 돌아와서 소파에 앉는 순간이었다.

“얘들아!”

김연호가 무슨 일인지 급히 달려오더니 말도 못 하고 입만 벙긋댔다.

“우리 연호 형이 무슨 일일까.”

정요셉이 무슨 일이냐고 묻자 김연호가 답답한지 주먹으로 가슴을 쳤다.

“연호 형, 천천히 말해.”

그제야 김연호가 심호흡하면서 핸드폰을 들이댔다.

“우리 빌보드 차트 진입했다.”

뭐? 빌보드요? 김밥을 먹던 주이든이 고개를 들었다.

“보드? 빌보드?!”

“그래, 이든아. 빌보드.”

“우리가 어떻게 빌보드에 들어가?”

그러니까 말이다. 나도 우리가 어떻게 빌보드 차트에 들어갔는지 궁금했다. 그것보다 어떤 노래로? 나는 김연호의 핸드폰을 빼앗으며 빌보드 차트를 확인했다.

믿기지 않았지만 정말로 빌보드 차트에 HOPE이 들어가 있었다. 그것도 딱 98위.

얼떨떨한 느낌이라 계속 빌보드 차트를 응시했다.

“나비야, 왜 반응이 없어?”

왜 반응이 없냐는 화목현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들고 말했다.

“어, 그게.”

얼떨떨한 기분에 말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랬더니 화목현도 한번 보겠다며 나에게서 핸드폰을 가져갔다. 흩어져 있던 형들이 한곳으로 모여 핸드폰에 시선을 집중했다.

“이거… 진짜네.”

정요셉도 농담처럼 들었는지 직접 빌보드 차트 순위를 보더니 얼떨떨한 기색이었다. 특히 이정진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가를 비볐다.

“진짜였어.”

이정진은 혼잣말을 중얼대며 자리에 풀썩 앉았다.

‘믿을 수 없는 상황이긴 하지.’

HOPE이 인기를 끌긴 했어도 빌보드 차트에 오를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신기하네.’

키오 시절에도 빌보드 차트에 들어간 적은 없었다. 처음 겪는 일이라서 심장이 사정없이 뛰었다. 그러다가 문득 이정진이 고개를 들더니 입을 열었다.

“…우리 뮤직비디오 1억 돌파했지?”

“어, 네. 1억 돌파했어요.”

내 대답에 이정진의 얼굴에서 미소가 피어올랐다.

“빌보드…….”

빌보드라는 단어를 남발하더니 이정진이 외쳤다.

“빌보드!”

그 소리가 대기실을 울리더니 주이든과 정요셉도 외쳤다.

“빌보드!”

“빌보드!”

그렇게 빌보드라는 단어가 대기실을 가득 채웠다. 조금씩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빌보드 차트 98위. 빌보드 차트에 들어갔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쁜 일이었다.

‘이게 정말이라니.’

빌보드 차트에 들어갔다고 우리가? 네스트가?

“우리가 이렇게 사랑받아도 될까?”

소란스러운 대기실에서 화목현의 말에 주이든이 크게 대답했다.

“당연하지!”

“…그럴까?”

“응, 사랑받아도 돼!”

나도 그게 의문이었다. 우리가 정말로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건가. 아직은 이르지 않을까. 이렇게 기대하다가 언젠가 실망하는 날이 오면…….

“또.”

눈앞에서 누군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 소리에 눈을 감았다가 뜨자 정요셉이 히죽 웃었다.

“우리 막내, 또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아.”

“간단하게 생각하면 돼, 간단하게~”

“간단하게요?”

“그래, 간단하게 생각하는 거지~”

“어떻게요?”

나는 정요셉의 말을 기다렸다.

“우리가 빌보드 차트에 들어갔다.”

“…….”

“이걸 그대로 인정하면 간단해.”

인정하면 된다. 정요셉의 말에 머릿속에서 떠돌던 의문들이 삽시간에 사라졌다.

‘그래, 쉽네.’

뭐든 그대로 인정하면 끝이다. 이걸 왜 질질 끌면서 생각했을까.

“맞네요.”

“그렇지~?”

“예, 정말로.”

정말로 간단해서 왠지 웃음이 터졌다. HOPE은 시작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오늘은 HOPE이 1위 후보에 들어간 날이었다.

“자! 얘들아, 모여.”

화목현이 소란스러운 분위기를 확 잡았다. 형들도 정신을 차리며 화목현에게 시선을 돌렸다.

“모여서 안아보자.”

안아보자는 말에 정요셉과 주이든이 먼저 화목현을 안았다. 뒤이어 이정진이 뒤쪽을 안았고 마지막으로 나만 남았다.

“나비야, 뭐 해?”

안으라는 듯이 나에게 눈짓하는 화목현을 보면서 나는 양팔을 벌렸다.

“…형들, 안을게요.”

그리고 형들을 품에 안으니 화목현이 말했다.

“우리는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하지만 그만큼 앞으로 몸가짐도 조심해야 해. 알겠지?”

“예!”

화목현이 뒷말을 이어 말하다가 울컥한지 말을 삼켰다.

“형~”

정요셉이 울지 말라는 듯이 화목현의 몸을 꽉 안았다.

“그건 좀 숨 막힌다.”

“쳇.”

다시 정요셉의 팔이 느슨하게 풀리자 화목현이 이어 말했다.

“얘들아, 고생 많았어.”

“…….”

“나 때문에 마음 편히 웃지도 못했을 텐데.”

고생은 무슨. 화목현의 말이 그렇게 끝난 줄 알았더니.

“우리, 꼭 행복하자.”

마지막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 * *

HOPE으로 1위 트로피를 받았다. 팬들과 인사를 하면서 집으로 가는 길, 포털사이트에 네스트를 검색하자 빌보드 차트에 올랐다는 기사가 많이도 올라와 있었는데…….

‘댓글들이 왜 이래?’

어디서 렉카 영상을 보기라도 했는지 하나같이 네스트가 돈을 주고 빌보드 차트에 올랐다며 욕을 했다.

-대한민국의 위상을 떨어트리는 네스트를 없애야 한다

-거짓된 빌보드

-이딴 노래가 빌보드?ㅋㅋ

대한민국의 위상? 이상한 낌새를 느껴 너튜브에 들어가 봤더니 렉카 영상이 주르륵 올라왔다.

[네스트, 앨범 200만 장 돌파의 진실]

[빌보드 차트 순위에 오른 네스트? 과연 사실일까]

렉카 영상들은 이런 제목들로 어그로를 끌고 있었다.

‘…흠.’

이대로 놔두다간 렉카들이 날뛸 것이다. 그러면 이런 동영상이 더 많이 올라오겠지. 네스트로 빨아먹으면 조회수가 높을 테니까.

숙소로 향하는 도중에 나는 김연호에게 질문했다.

“연호 형.”

“응?”

“우리 고소 언제 진행해요?”

“내일 고소 공지 올라갈 거야.”

화목현을 패륜아라고 욕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우리는 3년 만에 고소 공지를 올리게 되었다.

그랬더니 상황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그동안 팬들이 보내준 PDF 파일도 있으니 악플러들도 수월하게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제일 악질적인 놈은 따로 있었다.

“블로그 악플러는 어떻게 됐어요?”

블로그에서 계속 날뛰는 악플러가 있었다. 팬들의 댓글을 보려고 블로그의 댓글창을 열어놨더니 지속적으로 악플을 다는 새끼가 있었다. 내 욕만 했다면 그냥 미친놈이구나 하고 넘어갔을 텐데.

블로그에는 형들의 욕은 물론 부모님의 욕까지 적혀 있었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로 보겠다는 생각에 나는 조용히 자료를 모아오고 있었다.

그래서 김연호에게 따로 말해서 얘만 고소를 몰래 진행하고 있었는데.

“잡혔대.”

“잡혔어요?”

“포털사이트에서 협조를 잘해줘서 빨리 잡을 수 있었다고 하더라.”

“그래요?”

참 다행이다. 김연호가 핸드폰으로 스케줄을 확인하더니 나에게 물었다.

“나비야, 이번 주에 악플러 만나러 갈 거야?”

“보러 갈까 생각 중이에요.”

빌보드의 축복도 받았겠다…….

“범나비, 악플러 얼굴은 왜 보러 가?”

“궁금해서요.”

도대체 어떻게 생긴 놈이길래 내 욕을 적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역시 인기가 많으면 골치가 아프다니까?”

정요셉이 이어폰을 빼면서 나를 쳐다보았다.

“맞지?”

“그렇죠.”

대충 정요셉에게 맞춰주고 있을 때였다. 신호등의 신호에 맞춰서 자동차가 멈추자 김연호가 나를 보며 말했다.

“그럼 나비야, 내일 시간 비워놔.”

“네, 알겠어요.”

이렇게 악플러를 잡은 사례가 있으면 다른 사람들도 악플을 덜 달겠지.

악플러에게 경각심을 심어줄 필요성도 있고. 내가 시간이 없지, 돈이 없겠나.

* * *

이백수는 점심시간에 네스트 공식 알람을 보고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드디어!’

더블에이 네스트 고소 공지가 떴다.

3년 동안 한 번도 고소 공지가 뜨지 않아서 그냥 손을 놓고 있는 거 아니냐며 짜증을 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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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스트] 고소 공지 올라옴 ㅋㅋㅋㅋㅋ

아 속이 시원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발 싹 다 고소했으면 좋겠음

렉카도 잡는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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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카도 잡는다고 공지하네ㅋㅋㅋ

└ 근데 렉카는 못 잡지 않나? 너튜브가 안 해준다고 하던데

└ 렉카들 단톡방이 있는데 그거 신고했대 ㅋㅋㅋㅋㅋ

└ 어? ㄹㅇ?

└ ㅇㅇ

-어라? 어제 네스트 빌보드 차트 올라간 거 조작이라고 한 렉카들 동영상 내려감 ㅋㅋ

└ 너튜브에서 내리라고 한 건지 내려갔대 ㅇㅇ

└ 아 ㅋㅋㅋㅋㅋㅋㅋ

-ㄹㅇ 속이 시원하다 돌연프 포함해서 4년 동안 따라다닌 루머들 싹 사라지길

당연히 이백수도 속이 너무 시원했다. 그동안 네스트의 루머와 어그로 때문에 속이 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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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스트] 어 이 기사 뭐임?

나비가 악플러 만나러 간다는데?

진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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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나비 악플러 만나러 간다는데?

└ 기사 내용 보니까 블로그에 지속적으로 악플 단 새끼래

-ㅋㅋㅋㅋㅋㅋㅋ와 나비 활동 중이라 귀찮을 텐데 진짜 보러 가네

└ 그니까

-헐 잠만 블로그에 지속적으로 악플 단 사람…

└ ?

└ ? 뭔데

└ 왜 말을 하다가 말아

└ 아이돌이라는 말이 있는데?

마지막 댓글에 이백수는 눈을 껌뻑였다.

-누군지 안 밝혀졌음?

└ ㅇㅇ

└ 헐 누구지

-나비야 알려주면 안 될까 궁금하네 악플러를 자청한 아이돌 ㅋㅋ

진짜 누구지?

* * *

악플러를 단 놈이 누군지 알고 싶어서 왔더니만 왜 내가 아는 놈이 맞은편에 앉아 있는 걸까.

“다이아몬드 멤버라고 부를까요?”

“…….”

“아, 이제 전 멤버지.”

다이아몬드 전 멤버인 김지훈이 내 블로그에 악플을 단 새끼였다.

김지훈은 고개를 숙인 채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이거 원.’

이 사실을 멤버들에게 알려주면 난리가 나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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