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의 1군 가이드-218화 (218/235)

218. 섬 예능 – 하루 이틀(4)

“목현 형!”

주이든은 화목현이 어디에 있는지 찾는다며 고개를 휙휙 돌렸다.

“서프라이즈 영상 통화입니다.”

임생운 PD의 패드에 화목현의 얼굴이 나타났다.

[얘들아.]

“형!”

나는 우리를 보며 반갑게 손을 흔드는 화목현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목현 씨.”

[안녕하세요, PD님.]

“쉬고 계신데 연락드려서 죄송합니다.”

[아니요. 제가 더 죄송하죠. 제가 갔어야 했는데…….]

“다들 잘해주고 있어서 괜찮습니다.”

훈훈한 말이 오간 뒤 정요셉이 화목현을 향해서 손을 흔들었다.

“목현 형, 우리 없이 잘 지내고 있었어?”

“어, 잘 지내고 있었어.”

“그렇다면 형! 지금 노을 봐!”

임생운 PD가 패드를 위로 올려 화목현에게 노을을 보여주었다.

“어때, 목현 형! 예쁘지!”

주이든의 말에 화목현이 웃었다.

[노을이 예쁘네.]

“목현아, 밥은 먹었어?”

[어, 정진아. 너는?]

이정진은 씩 입꼬리를 올렸다.

“우리 해물 라면도 먹었다?”

[와… 정진아, 자랑하는 거지?]

“어, 자랑인데?”

화목현은 못 말린다는 듯이 뚱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손으로는 고추를 포대기에 넣는 작업을 하면서 눈으로는 화목현을 보았다.

[나비는 뭐 해?]

그때 화목현이 나를 불렀다.

“저는 할머니가 시키신 작업을 하고 있어요.”

[열심히 하고 있어?]

“네, 이렇게요.”

열심히 한다는 듯이 빠르게 손을 움직이자 화목현이 기특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그러고 보니 나비 씨가 목현 씨 보고 싶다고 했는데.”

네? 제가요? 보고 싶다고 말한 사람은 정요셉인데.

“그건 제가 아닌데요?”

내가 아니라고 하자 임생운 PD는 고개를 내저었다.

“나비 씨가 맞아요.”

진짜 아닌데. 나는 억울해서 정요셉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요셉 형.”

“…와, 고추가 바닥에 많이 널려 있네.”

“요셉 형?”

나만 빼고 다들 합심했나?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래요. 제가 목현 형이 많이 보고 싶나 봐요.”

[고맙다.]

“고맙긴요. 계속 같이 다녔는데 형이 빠지니까 허전하기도 하고…….”

확실히 화목현이 없으니까 중간에서 정리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지금까지 화목현이 빠진 적이 없어서 그런지 빈자리가 더욱더 크게 느껴지긴 했다.

“나비가 목현이를 이렇게 보고 싶어 하는 줄은 몰랐네.”

이정진이 한술 더 떴다.

“진짜~ 우리 나비는 우리 없으면 어떻게 살려고 저러나 몰라.”

정요셉이 내 머리 위로 얼굴을 비볐다.

“무슨…….”

내가 해명하려는 찰나 주이든이 끼어들어 내 말이 무참히 끊겼다.

“범나비의 목현 형 사랑이 오죽하겠어.”

오죽은 무슨.

“청년, 얼굴 빨개졌어.”

옆에서 가만히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임자유 할머니가 나에게 말했다.

“아, 할머니…….”

이거 노을이라고요. 딱히 얼굴이 붉어지진 않았다. 오해에 오해를 쌓고 있을 때, 화목현이 정점을 찍었다.

[막내야, 날 그렇게 보고 싶어 할 줄은 몰랐는데. 빨리 보러 갈게.]

능글스럽게 대처하는 화목현의 태도에 나는 입을 쩍 벌렸다.

“…오.”

정요셉도 화목현이 저렇게 나올 줄은 몰랐는지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이게 아닌데.”

[얘들아, 일 열심히 하고 와.]

그러면서 통화가 끊겼다.

“아니, 내 해명은.”

옆에서 주이든이 말했다.

“범나비의 해명은 필요가 없지.”

“제 해명이 왜 필요가 없어요?”

“…음? 글쎄?”

미지근한 주이든의 말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그냥 열심히 일이나 하자.’

바닥에 고추를 넓게 펼친 뒤 일어나자 허리가 끊어질 듯이 아팠다.

“…허리.”

나는 주먹을 쥐고 등을 두드리며 베란다 난간에 손을 짚었다.

“자, 야식.”

중간에 빠져나가셨던 임자유 할머니가 부엌에서 야식을 가져오셨다.

“고추김치전.”

…고추김치전? 맛있겠다. 젓가락을 들고 고추김치전을 집어서 임자유 할머니에게 가까이 가져갔다.

“할머니는요?”

“나는 안 먹어도 돼.”

“그래도 이건 드세요.”

“아니, 괜찮은데.”

결국 임자유 할머니가 고추김치전을 입에 넣었다.

“내가 만들었지만 맛있네.”

고추김치전을 오물오물 씹으며 임자유 할머니는 바닥에 펼쳐놓은 고추를 확인하러 가셨다. 우리는 남은 고추김치전을 입에 넣었다.

정요셉은 고추김치전이 싱거운지 간장에 찍어 먹었다.

“안 짜요?”

“안 짠데? 맛있어~”

나도 정요셉을 따라서 고추김치전을 간장에 찍고 입에 넣었다. 그런데,

“와.”

짜다. 냉큼 컵에 물을 따라서 벌컥벌컥 마셨다.

“짜지?”

“형… 짜다는 걸 알면서 나를 먹이려고?”

정요셉이 시원하게 어금니까지 드러낸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

“응, 당연하잖아?”

진짜 얄밉다. 그때 임자유 할머니가 방에서 이불과 베개를 가져오셨다.

그런데 왜 이불과 베개를?

“저 PD가 이불과 베개를 꺼내달라고 하던데?”

그때 머릿속에 한 단어가 떠올랐다.

“야외 취침?”

“야외 취침?”

내가 말을 꺼내는 동시에 이정진도 똑같이 말했다.

“몇 명은 방에서 자겠지!”

주이든이 그렇게 말하며 임생운 PD를 쳐다보았으나,

“안에서 잘 수 없어.”

임자유 할머니가 그렇게 말씀하셨다.

“할머니도 야외 취침이에요?”

순진한 주이든의 질문에 임자유 할머니가 크게 웃었다.

“방에도 고추를 말리는 중이라 어쩔 수가 없네?”

얼마나 고추가 많으면 방에서까지 고추를 말리겠는가.

‘내일 죽을 각오를 해야겠네.’

다가올 앞날을 걱정할 때였다.

“그럼 텐트는 제공해 주시나요?”

이정진이 공손하게 양손을 배에 얹으며 임생운 PD에게 물었다.

“텐트는 당연히 드리죠.”

임생운 PD가 일어나더니 어디선가 큰 가방을 가져와 우리 앞에 놓았다.

“큰 텐트입니다. 4인용이에요.”

곧 있으면 캄캄한 밤이 찾아올 것이다.

“근처에 조명이 없어서 어두워. 그나마 밝을 때 빨리 해.”

“조명이 없어요?”

정요셉은 정말 조명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진짜로 조명이 없네.”

“이 섬은 저녁만 되면 컴컴해져셔 밖이 잘 안 보여. 그리고 모기도 많다?”

모기가 많다는 말에 주이든이 벌떡 일어나 큰 가방에서 텐트를 꺼냈다.

“뭐 해? 빨리 하자.”

주이든은 모기를 무척 싫어했다. 왜 싫어했더라? 나는 주이든이 텐트 치는 걸 도와주면서 질문했다.

“이든 형은 모기를 왜 싫어해요?”

“당연하잖아? 내 피를 모기한테 준다는 게 싫어.”

하긴. 그나저나 우리는 수월하게 텐트를 칠 줄 알았다. 4명이나 모였는데 텐트 하나를 못 치겠는가. 그런데,

“왁! 이거 왜 이래!”

주이든은 바닥에 텐트를 치다가 뒤로 발라당 자빠졌다. 게다가 원래 텐트는 둥근 선을 이루는데 우리가 친 텐트는 둥근 선은커녕 그냥 납작했다.

“왜 이러지?”

왜 이러긴. 나는 가방에서 메인 폴대를 꺼냈다.

“저희 이거 안 넣었는데요?”

“아, 맞다.”

빨리 텐트를 쳐야겠다는 생각에 메인 폴대를 넣지도 않고 텐트를 친 것이다.

여기서 포기하면 방송에는 망한 텐트만 고스란히 남을 것이다.

이왕 시작한 거 끝까지 해내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는가.

“형들, 다시 해보죠.”

“…어?”

넋을 잃은 주이든이 나를 올려다보았다.

“같이 하면 빨리 끝낼 수 있을 거예요.”

“…응.”

“그러니까 이번에는 차분하게 설명서를 읽으면서 해보죠.”

텐트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마당에 마음이 급한 나머지 설명서를 제대로 읽지도 않았다. 그게 텐트 치는 데 실패한 원인.

“다시 해보죠!”

내가 없는 힘을 긁어모아 외쳤다.

“다시 해보자.”

기운이 없었던 이정진도 다시 힘을 내서 텐트를 해체하기 시작했다.

“요셉 형?”

“잠깐만.”

생수를 입에 털어 넣은 정요셉이 고개를 주억댔다.

“가보자고.”

나는 바닥에 쓰러진 주이든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든 형, 같이 하러 가요.”

“…알겠어.”

주이든은 내 손을 잡으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렇게 우리는 차근차근 처음부터 설명서를 보면서 텐트를 쳤다. 그랬더니,

“와!”

드디어 텐트가 완성됐다.

“다시 확인해 보자.”

정요셉이 텐트를 다시 한번 확인한 뒤에 이불과 베개를 집어넣었다.

“이제 손만 씻고 자자!”

형들이 씻는다며 집으로 들어간 사이 나는 홀로 이불과 베개를 정리했다. 그리고 가방을 열었다.

‘화목현에게 전화해 볼까?’

곧장 핸드폰을 들어서 화목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화목현이 전화를 받았다.

“어, 나비야.”

“형, 아까 전화할 시간이 됐어요?”

“당연히 됐지.”

“오늘 아침에 어머님 만나러 간다고 했잖아요.”

“엄마랑은 점심만 먹고 헤어졌어.”

“그래요?”

“나비는 뭐 해?”

나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가방 정리하려고 했는데 귀찮아서 그냥 누우려고요.”

“씻었고?”

“씻긴 했죠.”

오지창 할아버지 댁에서 씻긴 했지.

“형들 오면 이만 닦으면 돼요.”

“손이랑 발도 씻어.”

“아, 당연하죠.”

그러다가 대화가 끊겼다. 뭐지? 전화가 잘 안 터지나?

“형? 목현 형?”

“아, 어.”

“전화가 안 돼요?”

“잘 안 되네.”

하긴 섬이라서 전화가 잘 안 터질 것이다.

“그런데 나는 형 목소리가 잘 들리는데.”

“너는 그렇겠지.”

그때 화목현의 깊은 한숨이 귀에 박혔다.

“형? 무슨 일 있어요?”

“너희들이 없으니까 조금 쓸쓸해서.”

“예?”

지금 화목현은 숙소에 홀로 있겠네.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서 나는 눈동자를 굴리며 위로할 말을 골라냈다.

“목현 형이 지금 이 섬에 같이 있으면 좋을 텐데. 아쉽네요.”

그러나 지금은 활동을 쉬는 게 맞았다. 아쉬운 마음이 들긴 했지만 나중에 또 같이 오면 되는 일.

“아쉬워?”

“엄청 아쉽죠.”

드디어 잘 준비를 끝낸 형들이 집 밖으로 나왔다. 내 모습을 본 정요셉이 누구랑 전화하냐고 입모양으로 물어보았다.

“목현 형이요.”

목현 형이라고 말하자 정요셉이 뛰어와서 말했다.

“우리 목현 형!”

“어, 요셉아.”

“혼자 있으니까 어때?”

“외롭다!”

화목현의 외침에 형들이 웃었다.

“목현아, 보고 싶다. 오늘 힘들었어.”

이정진이 내 옆에 누워서 화목현에게 이야기했다.

“왜?”

“네가 없으니까 힘들어 죽을 것 같아. 왜 네가 리더인지 뼈저리게 느꼈어.”

“내가 왜 리더겠어.”

“…인정.”

나도 오늘 여러 번 느꼈다. 화목현이 없으니 언제 구호를 외쳐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멤버들이 싸우려고 하면 어떻게 말려야 하는지도 잘 몰랐다.

“이제 자야겠다.”

자야겠다는 화목현의 말에 형들이 잘 자라며 인사를 해주었다. 뒤늦게 나도 말했다.

“형, 잘 자요.”

“나비도.”

그렇게 화목현과의 전화를 끝내고, 우리는 텐트 밖에서 촬영을 철수하는 제작진에게도 인사를 했다. 잘 주무시라는 말을 한 뒤 우리는 각자 자고 싶은 자리에 누웠다.

“왜 중앙에 있는 자리가 비어 있어요?”

주이든이 이불을 목까지 끌어 올리며 나를 쳐다보았다.

“거기는 당연히 막내 자리지.”

“왜 제가 중앙이에요?”

“막내는 그럴 수밖에 없어.”

아니, 왜 그럴 수밖에 없는 건가. 하필 내 왼쪽에 주이든이 누웠다.

“이든 형이 코 제일 많이 골잖아요.”

“그게 뭐?”

이러다가 주이든의 기분이 상하면 큰일이다. 오늘은 달래줄 화목현도 없으니까. 나는 알아서 자리에 누웠다.

“아닙니다. 너무 좋다고요.”

“그렇지?”

주이든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나는 이불을 목 끝까지 끌어 올렸다.

“얘들아, 이제 조명 끈다.”

이정진이 조명을 끄자 나는 눈을 감았다.

* * *

바스락바스락.

계속 들려오는 소리에 지나가는 고양이가 텐트를 건드리고 있나 싶었다. 대충 몸을 옆으로 돌려 한쪽 귀를 막을 때였다.

“일어나!”

왜 이 목소리가 들리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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