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의 1군 가이드-216화 (216/235)

216. 섬 예능 - 하루 이틀(2)

그렇게 나 혼자 일 두 개를 하게 됐다.

“일 제가 정할 수는 있어요?”

“어~ 당연하지~ 두 개나 해주는데~”

정요셉이 허락하자 나는 일거리를 곱씹었다.

‘…집에서 하는 일들은 내가 처리해야지.’

나는 적당히 나오고 멤버들의 분량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

“그럼 제가… 집 안에서 일할게요. 전등 갈기랑 할머니 편지 대신 써주기요.”

주이든은 주먹을 쥔 채 감탄을 뱉었다.

“아싸! 내가 하고 싶은 거 남았다!”

그렇게 주이든은 닭들에게 모이 주기, 정요셉은 배에서 오는 짐들을 옮기기, 이정진은 슈퍼에서 물건 가져오기를 선택했다.

“이제 시작하자.”

이정진의 말을 시작으로 각자 할 일을 시작했다.

“전등은 나중에 슈퍼에서 전구 가져오면 갈아.”

“그러면 편지부터 쓸게요.”

한정숙 할머니가 알겠다며 가방에서 편지지를 꺼냈다. 나는 바닥에 굴러다니는 볼펜을 주워서 한정숙 할머니 곁에 앉았다.

“할머니, 누구한테 보내는 거예요?”

“우리 딸아이.”

“할머니 딸?”

한정숙 할머니가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 딸아이가 편지를 좋아해.”

“그래요?”

“응, 그러니까 또박또박 써.”

“예, 그럴게요.”

내가 편지 쓸 자세를 취하자 한정숙 할머니가 말했다.

“사랑하는 우리 딸, 엄마가 몇 달 만에 편지를 쓰네. 서울에 가서 힘들지는 않아? 섬에서 살다가 서울에 가면 힘들 것 같다고 했잖아. 거기는 괜찮니? 엄마는 매일 걱정이란다. 우리 딸이 차가운 공간에서 슬퍼할까 봐.”

울컥 올라오는 감정에 한정숙 할머니는 근처에 있는 휴지로 눈물을 닦았다. 잠시 환기도 시킬 겸 나는 한정숙 할머니에게 물었다.

“따님분은 서울에 가셨어요?”

“그래, 섬에서는 일이 한정적이니까 서울에 올라간다고 했거든.”

“그랬구나. 멋지시다.”

한정숙 할머니가 굉장히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 딸이 얼마나 멋있는데.”

“그럴 것 같아요. 할머니도 굉장히 멋지시니까.”

한정숙 할머니의 얼굴에서 아들 자랑하는 우리 엄마의 모습이 엿보였다.

“이름이 뭐라고 했더라?”

“저는 범나비요. 나비라고 불러주세요.”

“나비? 이름 예쁘네.”

“그렇죠? 저희 부모님이 지어주셨어요.”

‘나비’라는 단어를 혼잣말로 중얼거리던 한정숙 할머니가 물었다.

“나비는 할머니 계셔?”

“하늘에 계셔요.”

그 말에 한정숙 할머니가 아무런 말도 없이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잘 컸네.”

“그래요?”

“응, 하늘에 계신 할머니도 좋아하시겠네.”

한참을 한정숙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며 편지를 적었다. 거의 4장을 썼을 때 주이든이 나타났다. 그것도 얼굴이 흙으로 범벅이 된 채.

“형, 얼굴이…….”

내가 말을 잇지 못하자 주이든이 아련한 표정을 지었다.

“…닭과 싸움을 펼쳤어.”

“재밌었겠네요?

“뭐?”

순식간에 주이든의 표정이 굳었다.

“아니에요.”

“…흠.”

“왜요?”

주이든이 나를 응시하더니 내게 다가와 검지에 묻은 흙을 내 뺨에 쓱, 묻혔다.

“잘 어울리네!”

“예?”

할머니 방에 있는 거울로 얼굴을 확인하자 볼에 흙이 잔뜩 묻어 있었다. 주이든이 만족스러운 웃음소리를 냈다.

‘…형 맞나?’

이럴 때면 주이든은 형이 아니라 동생처럼 느껴진다.

“모이 다 줬어?”

“예!”

“그럼 쉬어도 돼.”

한정숙 할머니가 부엌에서 보리차를 가져오더니 주이든에게 건네주었다.

“나비야.”

“네.”

“편지 적어줘서 고맙다.”

“제 일인데요.

나는 편지 봉투에 편지지를 접어서 넣은 뒤에 따님분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적었다. 이제 전등만 오면 할 일은 다 끝나는 건데.

“오, 범나비 벌써 하나 다 했어? 전등은?”

“전등은 정진 형이 슈퍼에서 전구 가져오면 같이 하려고요.”

주이든은 한정숙 할머니가 주신 보리차를 마시더니 눈이 커졌다.

“와, 할머니! 보리차가 무슨 음료수처럼 달아요!”

“그렇지? 사실 내가 설탕을 넣었거든.”

“진짜요?”

놀란 주이든을 보며 한정숙 할머니가 웃었다.

“농담이지.”

주이든이 할머니 곁에서 치대고 있을 때였다. 바퀴 소리가 들리더니 이정진과 정요셉이 나타났다.

“할머니 귀염둥이 요셉이 왔어요!”

“짐 옮기고 슈퍼에서 물건도 가져왔어요.”

가만히 앉아 있던 할머니가 짐이 왔다는 소식에 눈을 반짝였다.

“전구는요?”

“전구는 사 왔지.”

정요셉이 나에게 전구를 건네주었다. 바로 부엌으로 가서 전등을 확인하는데 옆에서 주이든이 훈수를 뒀다.

“야, 범나비. 전등을 만질 때는 고무장갑을 껴야지.”

“저도 알아요.”

“아는데 그래?”

주이든은 고무장갑을 가져와서 내 손에 직접 씌워주었다.

“자!”

나는 전등의 전구를 뺀 뒤에 전구를 교체했다. 쉬운 일이지만 왠지 뿌듯하네.

“뿌듯하냐?”

“예.”

이렇게 해야 할 일은 모두 끝났다. 고무장갑을 빼고 밖으로 나오자 한정숙 할머니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고생들 많았어. 젊은 청년들이.”

그리고 한정숙 할머니의 주머니에서 호감 쿠폰이 나왔다.

“이걸 주면 되는 거지?”

이정진이 앞으로 나와서 호감 쿠폰을 받자마자 시스템창이 떴다.

【완벽하게 하루 이틀 촬영 끝내기! (1/3)】

한 개는 완벽하게 해냈군. 한정숙 할머니가 우리를 보면서 말했다.

“이제 오지창 할아버지 댁에 갈 거지?”

“예!”

“거기 일은 좀 힘들 거야.”

한정숙 할머니가 바닷가를 보면서 말했다.

“곧 썰물 때일 텐데.”

잠깐만, 썰물?

“바닷가로 가봐. 그럼 오지창 할아버지가 있을 거야.”

* * *

한정숙 할머니가 말한 바닷가로 향하자 오지창 할아버지가 우리를 보고는 빨리 오라며 손짓했다.

“안녕하세요!”

“어!”

오지창 할아버지는 우리에게 인사를 받으면서 가슴 장화를 건네주었다.

“이걸 착용해.”

우리는 그 자리에서 가슴 장화를 착용했다.

“빨리빨리.”

오지창 할아버지의 말에 우리는 급히 가슴 장화를 착용했다. 그런데 조금 크다.

“나비야, 조금 큰 것 같다?”

“그러게요.”

길이는 괜찮은데 사람 한 명이 더 들어와도 될 것 같은 넓이였다.

“다 착용했나!”

마지막으로 주이든만 남겨둔 상황이었다.

“잠깐만요!”

주이든이 성급하게 가슴 장화를 착용하고 일어서자 오지창 할아버지는 우리에게 채집통과 삽을 건네주었다.

“우리는 지금부터 갯벌에 들어가 낙지를 잡을 거다.”

이건 좀 어렵지 않나?

“그럼 들어가자.”

오지창 할아버지는 능숙하게 갯벌에 들어가 빠르게 걸어 다녔다. 먼저 들어간 정요셉은 눈이 커지더니 소리를 질렀다.

“어라~ 이거 너무 힘든데~?”

그러더니 철퍼덕, 소리를 내며 정요셉이 바닥에 앉아버렸다.

“…요셉 형, 괜찮아요?”

정요셉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어, 괜찮을지도~?”

그런데 갯벌에 빠진 사람은 일으키기 어렵던데.

“요셉 형, 제 손 잡아봐요.”

“어~”

정요셉이 내 손을 잡자 이번에는,

“어.”

내가 바닥에 쓰러졌다. 다시 정요셉이 나를 잡아당겼다.

“이번에 난데?”

내가 다시 정요셉을 잡아당겼더니 그만 또 갯벌에 쓰러져 버렸다. 옆에서 나랑 정요셉을 보던 이정진이 말했다.

“둘이 시소 타?”

이건 거의 시소나 다름이 없지. 이러다가 앞으로 가기는커녕 낙지를 구경도 못 할 것이다. 나는 갯벌로 내려가는 계단 벽을 짚으며 일어섰다.

“안 와?”

오지창 할아버지의 외침에 우리는 가겠다고 말했다.

“갑니다!”

주이든은 ‘하!’ 하고 앙칼진 기합을 외치더니 앞으로 뛰어갔다.

“와!”

가볍게 통통 뛰어가는 주이든의 발걸음은 가벼워 보였다.

“빨리 와!”

주이든은 오지창 할아버지에게 낙지 잡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말하는 중이었다.

“정진 형은 갯벌에 들어올 수 있겠어요?”

“잠깐만.”

이정진은 피부에 뭔가 닿는 걸 싫어하는 타입이었다. 그래서인지 제일 뒤늦게 갯벌에 들어왔다.

“와, 이거 푹 빠진다. 이든이는 언제 저 멀리 간 거야?”

주이든은 어떻게 갯벌에 빠지지도 않고 저렇게 걸어 다니는 건가. 오지창 할아버지는 여전히 오지 않는 우리를 보면서 소리쳤다.

“빨리 걸어! 빨리 안 걸으면 갯벌에서 못 빠져나와!”

그 말에 나는 정요셉의 손을 놓고 뛰었다.

“억!”

그러다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하필…….

“와.”

진흙이 가슴 장화 안으로 들어와 몸이 묵직했다. 거기에다가 가슴 장화 안에 있는 진흙을 밖으로 빼내다가 넘어지기도 했다. 난데없이 몸 개그의 향연을 선보였다.

“…나비야, 괜찮아?”

“정진 형…….”

“조금 안쓰럽네.”

이정진도 앞으로 잘 걸어가는데 왜 나만?

“낙지!”

주이든은 우리보다 한발 앞서 낙지를 잡았다.

“내가 범나비 대신 잡았습니다!”

낙지를 카메라에 보여주던 주이든은 윙크까지 선보였다. 나도 여기서 나가야 하는데.

“범나비 씨, 괜찮으세요?”

임생운 PD가 걱정스럽다는 듯 물었다. 나는 괜찮다며 빠져나올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제가, 할 수, 있습니다.”

나는 말을 끊어가며 바지를 잡고는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다가 옆으로 미끄러지듯이 쓰러지면서 장화가 하늘 높이 날아갔다.

“어?”

주변에 있던 이정진과 정요셉도 하늘로 올라간 내 장화를 보며 감탄했다.

툭.

그리고 한참이나 떨어진 곳에 장화가 떨어졌다.

“형들, 죄송해요!”

나도 얼른 도와드려야 하는데. 나는 채집통과 삽을 들고 장화가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넘어지고, 떨어지고, 채집통이 날아가고.

예능에서 보여줄 수 있는 몸 개그란 몸 개그는 다 보여주었다. 내 상태는 최악이었다.

얼굴에 뒤범벅된 진흙으로 거의 피부 관리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기에.

이정진과 정요셉도 그제야 낙지를 잡고 있었다.

“나비야, 나 잡았다!”

정요셉이 자랑하듯이 낙지를 나에게 흔들었다.

‘나도 잡고 싶은데.’

오지창 할아버지가 가르쳐 준 대로 구멍이 있는 곳을 삽으로 팠지만.

나는 운이 없는지 낙지가 나오기는커녕 구멍만 실컷 판 사람이 되었다.

“와, 범나비 분량 다 뽑네.”

주이든이 옆으로 다가오더니 자기가 잡은 낙지를 보여주었다.

“형, 자랑이죠?”

“응, 자랑이지.”

“진짜…….”

공중파 힐링 예능만 아니었으면 진흙을 퍼서 주이든에게 던졌을 텐데.

“아이고, 무서워라.”

주이든이 채집통에서 꺼낸 낙지를 카메라에 보여주었다. 그러더니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면서 씩 미소를 지었다.

“범나비, 이 형이 보여줄게.”

뭘 보여준다는 거지?

“자, 봐.”

가볍게 앞으로 이동한 주이든은 작은 구멍을 발견하자마자 삽을 들고 구멍을 팠다. 그리고 낙지를 발견했는지 재빨리 손으로 낚아챘다.

“와.”

주이든의 실력에 말을 잃었다. 이러니까 채집통에 낙지가 그렇게 많지.

“형, 대단하네요.”

“대단해?”

깜짝이야. 언제 왔는지 오지창 할아버지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네, 대단해요.”

“그럼 너도 해봐.”

“네, 네!”

주이든은 다시 낙지를 잡으러 간다며 저 멀리로 떠나 버리고 내 주변엔 오지창 할아버지만 남게 되었다.

“원래 인생은 말이다.”

“예?”

“늦을수록 행운이 따르는 법이야. 그러니까 낙심하지 말고 쭉 가. 못 잡았다고 슬퍼하지 말고.”

그러더니 오지창 할아버지가 나에게 삽을 건네주었다.

“여길 파.”

삽으로 오지창 할아버지가 지시한 구멍을 파자 낙지가 나왔는데,

“와……!”

크다. 낙지가 커!

“낙지가 얼굴만…….”

억… 낙지가 얼굴에 착 감겼다.

“얼굴에 붙었네.”

오지창 할아버지가 나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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