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 SNS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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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스트] 아니 나비야?
사진 올리는 건 좋은데 계속 알람 울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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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긴 한데 힘들다
└ 이 댓글 쓰는데 또 알람 4개나 옴
-아니 하늘이 좋아서, 나뭇잎이 좋아서, 강이 좋아서, 음식이 좋아서 이 시리즈로 하루에 하나씩 업로드가 되는데 말이 된다고 생각함?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ㅅㅂ
└ 우리 나비 뼈 때리지 마세요
└ 왜 좋잖아
└ 좋긴 하지 좋은데…
-찍습니다 시리즈는 왜 안 말해줘? 치킨을 찍습니다, 얼굴을 찍습니다, 차를 찍습니다 이것까지 올려줌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나비야 요새 무슨 일 있는 거야?
└ 그런 거 없대 그냥 올리는 거래
└ 그게 더 이상해
└ ㄴㅁㅇ
이백수는 현기증이 났다. 불이 나도록 핸드폰에서 알람이 울려서 직장 동료가 애인이냐는 말을 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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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스트] 애인도 이렇게까지는 사진 안 보내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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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나비? 애인? 좋은데?
└ 그러네? 좋네? 애인?
-어? 좋은데? 애인이라고 구라 쳐야지 ㄱㅅ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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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스트] 아니 잠만 다른 애들도 올리는데 이게 맞아?
ㅠㅠㅠㅠㅠ알람 죽겠다
그냥 내가 알람을 끌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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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드디어 알람 끄겠다는 말이 나오네 ㅅㅂ 나도 끄려고
└ 2222
└ 333333ㅋㅋㅋㅋㅋㅋ
-채팅 앱에서도 이럴까 봐 무서워 ㄷㄷㄷ
└ 우리는 채팅 앱도 안 쓰고 SNS로만 소통하는데 왜 채팅하는 거 같지?
-주이든ㅋㅋㅋㅋㅋㅋㅋㅅㅂ
└ 왜?
└ 이든이가 나비가 올리니까 자기도 올리겠대 자기만 당할 수는 없다는데?
└ 아니 이든아!!!!
이백수는 이마를 부여잡으며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다. 그사이에 벌써 알람이 10개나 쌓였다.
‘얘들아, 이게 맞아?’
맞는 거니?
* * *
주이든은 소파에 앉아 SNS 폭풍 업로드를 하는 범나비를 주시했다.
“야, 범나비.”
순진한 눈망울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범나비를 보면서 주이든은 혀를 찼다.
“왜 계속 사진 올려.”
“그냥 올리고 싶어서 올리는 건데요. 왜 올리냐고 묻고 싶다면 그냥 올리는 거라고 대답할래요.”
저렇게 길게 말하는 이유를 주이든은 알고 있었다.
“내가 지독하게 물어볼까 봐 차단하는 거지.”
범나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정말. 언제 이렇게 말대꾸하는 막내로 자랐는지 모를 일이다.
“너 때문에 알람이 수십 개나 올라오거든?”
“…아, 그래요?”
“아, 그래요?”
“형도 올리세요. 재밌어요.”
주이든은 범나비의 옆자리에 앉아서 범나비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너 계속 올릴 거야?”
“이거 한 달 챌린지인데요.”
“한 달 챌린지?”
사진 올리는 걸로 한 달 챌린지를 한다는 말인가?
“너 이거 올리는 이유가 그냥 올리는 거라고 했지.”
“그렇죠?”
“그러면 나도 계속 올려도 상관없겠네.”
“형 마음대로 해요.”
“그래?”
주이든도 갤러리에 있는 사진을 훑었다.
“범나비, 정말 사진 올리는 이유를 말해주지 않을 거야?”
“…음.”
범나비가 핸드폰을 내려놓고 대답했다.
“팬들이 좋아하던데요?”
“팬들이 좋아해?”
“네, SNS 인기 순위에도 올라갔어요.”
그러고 보니 SNS 인기 순위에 ‘1일 10개’라는 키워드가 떠 있었다. 저게 범나비를 가리키는 건지는 몰랐는데.
“정말 팬들이 좋아하네……?”
안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을 줄 알았더니 오히려 좋은 반응이 많았다. 이러면 나도 질 수 없지. 주이든은 오기가 생겼다.
“지금까지 몇 개 올렸어, 범나비.”
“저요? 한 10개 올렸을 텐데요.”
“10개라고 했지.”
주이든은 자주 SNS에 출몰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사진을 올릴 때는 진중했다. 그런데 범나비를 보니 사진을 계속 올리는 것도 괜찮아 보였다.
‘…범나비 효과인가?’
테이블에 올려둔 핸드폰을 들자 범나비가 말을 걸었다.
“몇 장 올릴 건데요?”
몇 장? 혹시 나보다 더 올리려고? 주이든은 경계심 깃든 눈빛으로 범나비를 노려보았다.
“범나비, 경쟁심 유발하지 마라.”
“…아니, 무슨 경쟁심이에요. 그래서 몇 장 올릴 건데요.”
“나? 몰라. 그냥 마구잡이로 올리려고.”
갤러리에 안 올린 사진이 없을 때까지 올릴 생각이다. 범나비는 뭔가 생각하는지 입술이 툭 튀어나와 있다.
“또 무슨 생각 하고 있지.”
“아니거든요.”
“맞잖아.”
“맞지만 안 알려줄 거예요.”
범나비는 자주 저런다. 범나비는 등을 돌렸고, 곧 타닥타닥 핸드폰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뭔데! 알려줘!”
“안 알려줘요.”
어차피 SNS에 올리면 볼 수 있을 텐데 괜히 안 보여준다니까. 주이든이 범나비의 뒤통수를 뚫어져라 볼 때였다. 몇 초도 되지 않아 핸드폰에서 띠링, 하고 SNS 알람이 떴다.
“하하하!”
그때 정요셉이 방에서 나오더니 크게 웃었다.
“우리 막내, 왜 사진을 올렸어?”
“뭘 올렸는데?”
주이든이 SNS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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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네사
이든 형도 저 따라서 SNS에 사진 올린대요
(이든형_양말_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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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말? 대뜸 SNS에 올라간 사진을 보며 주이든이 인상을 썼다.
“아니! 범나비! 내 양말을 올리면 어떡해.”
“더 이상한 사진을 올릴 수는 없잖아요.”
“그래도 그렇지!”
이것 봐라. 주이든은 경쟁심이 생겼다. 범나비가 이상한 사진을 올렸으니까 주이든도 이상한 사진을 SNS에 올릴 예정이었다.
지난겨울 눈이 왔을 때 찍은 범나비의 발가락 양말.
“나도 올렸다.”
SNS를 확인한 범나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니! 이걸!”
“어때?”
“이걸 올리면 어떡해요!”
범나비는 반항하듯이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올리면 팬들이 좋아할걸?”
정말인지 팬들의 반응을 확인한 범나비의 입이 꽉 다물어졌다. 주이든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봐라. 팬들이 좋아하잖아.”
그 사진은 빠르게 퍼졌고, 팬들은 좋아하고 있었다.
“팬들이 더 올려달라잖아.”
팬들은 범나비의 어떤 사진이든 올려달라며 주이든에게 부탁했다. 무대가 끝난 뒤의 앵콜처럼 주이든은 사진을 더 올려주었다.
“제 입술 사진을 왜 올려요!”
“왜!”
“아니, 누가 이런 사진을 찍어요!”
“팬들이 좋아해!”
“저는 싫어요!”
갑자기 사진 파티가 되어버린 현장. 그때 화목현이 침대에서 상체를 일으켰다.
“그만.”
드디어 화목현이 중재에 나섰다.
“이걸 왜 올리는 거야.”
화목현이 범나비의 입술 사진을 주이든에게 들이대면서 물었다.
“그러니까~ 너무 과하면 재미가 없단 말이지~ 물론 요셉이는 재밌긴 하지만~”
“원래 말리는 새끼가 더 밉다고.”
“우리 이든이, 나보고 새끼라고 한 거야? 이든이 새끼긴 하지.”
“뭐래!”
화목현이 고개를 돌려 범나비에게 물었다.
“나비는 왜 이걸 올리기 시작한 거야?”
범나비는 울상을 지으며 해명했다.
“그냥 팬들이 좋아해서 올렸을 뿐이에요.”
“팬들이 좋아해서 올린 거다?”
“네, 그래서 올린 거예요. 문제 있어요?”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범나비의 행동에 화목현이 고개를 내저었다.
“나도 하려고.”
주이든의 눈이 커졌다. 이 사진 경쟁에 끼어든다고?
“왜, 형!”
“이든이가 날 위해서 이상한 사진을 올렸던데.”
주이든은 일단 발뺌했다.
“내가? 나는 형의 멋진 사진만 올렸어.”
“그럼 이건 뭔데?”
화목현이 양치하는 사진이었다.
“그건 귀엽잖아.”
“어떤 점이 귀여운지 자세히 말해봐.”
얼굴을 칭찬하면 화목현은 넘어가 줄 것이다. 주이든은 그걸 알고 있기에 일단 칭찬을 뱉었다.
“나였으면 사진이 별로였을 텐데, 우리 목현 형은 어떻게 망가져도 잘생겼지. 거기에다가 양치하는데 토끼 머리 밴드까지 했다? 너무 귀엽지.”
“통과.”
“아싸!”
통과라는 말에 주이든은 허공에 연속으로 주먹질을 했다. 그때 화목현이 찬물을 끼얹었다.
“사실 연호 형이 너희들 막으라고 했거든?”
그 말에 주이든이 행동을 멈췄다.
“그런데 사진을 보니까 딱히 문제 될 건 없는 것 같아서.”
“당연하지! 문제가 되는 건 하나도 안 올렸어.”
주이든은 멤버들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사진은 절대 올리지 않았다. 그건 범나비도 마찬가지.
“그럼 이제 올리지 말까요?”
범나비의 말에 화목현이 고개를 저었다.
“아냐, 나도 올리려고.”
“예?”
“재밌을 것 같아서.”
정요셉이 다시 물었다.
“목현 형, 진짜로~?”
“응, 나도 몇 번은 올리고 끝내려고. 그동안 사진을 자주 못 올리기도 했잖아.”
주이든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온들이 좋아하더라고!”
범나비와 주이든의 사진 경쟁에서 멤버들의 경쟁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단 한 명, 이정진만 가만히 있었다.
“정진 형은 안 하겠지.”
사진 찍고 올리는 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까. 거실에 모인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분명히. 그런데 그때 알람이 떴다.
“뭐야, 정진 형?”
방에 있던 이정진이 SNS에 사진을 올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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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스트 #정진
안녕하세요. 정진입니다.
(손가락하트_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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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 조용히 있더니 사진을 고르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정진이 방에서 나오며 씩 웃었다.
“나도 올렸다?”
그리고 우리는 한 가지 규칙을 정했다.
“야외에서 찍은 사진이나 문제가 될 만한 사진은 금지.”
이건 팬들을 즐겁게 하려는 목적이니까. 멤버들이 격하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렇게 시작된 SNS 사진 경쟁.
“이것도 올리고 싶었는데~”
정요셉은 촬영장에서 찍은 사진이나 강아지와 고양이 사진을 올렸다.
“나는 우리 집 강아지 자랑.”
이정진은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를 자랑했다.
“정진 형!”
“왜?”
주이든은 이정진을 노려보았다.
“그건 나부터 보여줬어야 하는 거 아니야?”
“네가 팬이야?”
“정진 형!”
동물이란 동물은 다 좋아하는 주이든은 SNS에 올라온 이정진의 강아지 사진을 보면서 입꼬리가 광대에 걸렸다.
“어떻게 이런 귀여운 멍멍이를 꽁꽁 숨겨놔!”
주이든이 불평을 털어놓자 이정진이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이든아, 당연하잖아.”
“뭐가 당연해?”
이정진은 핸드폰 화면에 있는 하얀색 강아지를 보며 눈짓했다.
“우리 부모님이 강아지를 최근에 데려왔으니까.”
“어디서요?”
“동네에 돌아다니는 개였는데 부모님 가게에 자주 들어왔었나 봐. 그러다가 데리고 살게 됐대.”
이번에는 범나비가 사진을 올리려다가 손가락을 멈췄다.
“팬들한테 알람이 100개나 떴대요.”
“오늘?”
화목현의 질문에 나비가 팬들의 글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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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눼온인데
└ 알람이 100개…
(알람_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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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올릴까?”
그만 올리기엔 아직 남은 사진이 많은데. 주이든은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소파에 몸을 기댔다.
“사진 자주 올릴 걸 그랬네. 팬들이 이렇게 좋아할 줄은 몰랐어.”
주이든이 살짝 시선을 내려 범나비를 응시했다.
“범나비 아니었으면 몰랐겠네.”
“그렇죠? 형들도 팬들 잘 챙기세요.”
“어쭈, 너는?”
“저요?”
범나비는 팔짱을 낀 채 입꼬리를 올렸다.
“저는 잘 챙기고 있죠. 형들과는 다르게.”
그러자 꼴불견이라는 듯 정요셉이 소파 쿠션을 나비에게 던졌다. 정통으로 얼굴을 맞은 범나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 왜…….”
“우리 막내, 잘났네요.”
“당연히 잘났죠.”
그다음에 무슨 말을 하는지 들으려고 멤버들이 입을 다물었다.
“형들 동생인데.”
귀여운 막내의 말에 화목현은 고개를 저었다.
“우리 막내!”
정요셉은 범나비의 머리에 손을 얹어 흩트렸다.
“아, 오늘 머리 손질했단 말이에요.”
“귀여워~”
“뭐가 귀엽다는 건지.”
저 녀석은 자신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주이든은 뒤에서 범나비의 머리카락 하나를 뽑았다.
“…그걸 왜 뽑아요?”
“그냥 얄미워서.”
“진짜 특이한 사람이라니까.”
범나비는 괜히 자기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저었다.
“오늘 하루도 알찼다!”
주이든은 양팔을 위로 올리며 외치더니 소파에 누웠다.
“내일도 올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