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의 1군 가이드-208화 (208/235)

208. SNS

1분이 되자마자 네스트 공식 너튜브에 HOPE 티저가 떴다. 임드림이 티저를 누르자 치킨집 의자에 홀로 앉아 있는 목현이가 보였다.

아직 노래가 나오지 않는 상태에서 목현이가 고개를 들어 반갑게 미소를 지었다.

[화목현 : 어, 이든아!]

가벼운 정장을 입은 목현이가 의자에서 일어나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주이든 : 우리 진짜 오랜만이다.]

[화목현 : 진짜 오랜만!]

이든이는 뿔테 안경을 테이블 위로 올리며 눈가를 비볐다.

[화목현 : 언제부터 안경을 꼈어?]

[주이든 : 꽤 됐어.]

[화목현 : 너도, 나도 많이 바뀌었네.]

화면이 바뀌면서 치킨집에 나비랑 요셉이가 들어온다.

[정요셉 : 안녕하십니까~?]

[범나비 : 우리 왔다.]

요셉이와 나비가 자리에 앉자마자 치킨이 나온다.

[정요셉 : 이 집도 오랜만이다. 너희들도 오랜만이고~]

[주이든 : 우리 대학교 졸업하고 처음 만나는 거지?]

그런데 정진이가 오지 않았는데?

[범나비 : 우리 다 모였네.]

다 모였다고 하는데 옆에는 의자가 하나 더 있었다. 임드림은 의아했다.

[화목현 : 아, 우리 옛날 사진 볼래? 내가 앨범 가져왔거든.]

목현이가 가방에서 앨범을 꺼내자 파노라마처럼 사진이 펼쳐졌다.

“…정진이만 없네.”

뭐지? 하지만 단체 사진에는 꼭 한 자리가 남아 있었다. 왼쪽에 한 자리, 오른쪽에 한 자리.

[정요셉 : 이 사진 중앙에는 아무도 없네.]

[주이든 : 뭐야… 왜 중앙에 아무도 없어?]

그때 치킨집 전등이 꺼졌다가 켜진다.

[범나비 : 전등이…….]

나비의 말에 멤버들이 고개를 위로 드는 순간, 화면이 바뀌었다. 치킨집에서 대학교로. 그리고 멤버들이 ‘공포 동아리’라고 적혀 있는 곳의 문을 열자 그곳에서는 정진이가 반갑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정진 : 얘들아!]

그러면서 책상 위에 올라가 있는 사진 액자가 줌인되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분명 사진 속에 없었던 이정진이 나타나면서 티저는 끝이 났다.

“…정진이는 뭐지?”

이번에는 정진이를 센터로 세우려는 계획인가 보다.

“흥미롭네.”

HOPE이라고 해서 희망찬 노래인 줄 알았더니 뮤직비디오는 아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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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스트] 정진이가 센터네?

그런데 정진이 뭔가 유령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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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에는 네스트가 이정진이라는 존재를 잊은 것 같음

└ 오 일리 있다

└ 와

└ 헐

-윗댓 보니까 모든 사진마다 이정진이라고 적혀 있더라

└ 헐? 어디에?

└ (사진앨범_이정진_사진_jpg)

└ 진짜로 있네

└ 그런데 사람만 없어?

-물건마다 멤버들 이름 적혀 있는데 이정진 이름도 있네

└ 이정진을 잊은 게 맞네…

└ 와

└ 이걸 어떻게 찾아 ㅋㅋㅋㅋ

임드림도 커뮤니티에 올라온 해석본을 보면서 감탄했다. 물건마다 정진이의 이름이 적힌 테이프가 붙어 있었다. 그러나 멤버들은 정진이를 잊어버린 것처럼 굴었다.

사실 이렇게 짧은 영상으로 유추하기는 어렵다. 임드림은 주먹으로 베개를 치면서 두근거리는 마음을 억눌렀다.

빨리 뮤직비디오를 보고 싶었다. 그때 SNS 알람이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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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_clsrn

나는 너희를 기억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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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_clsrn

그거면 만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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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올라오는 SNS 알람을 보면서 임드림은 소름이 끼쳤다. 티저와 이어지는 글. 임드림이 곧장 글을 쓰려는데 네온들도 비슷한 생각인지 글들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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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스트] SNS 뭐임 존나 소름 돋아

그런데 저게 무슨 뜻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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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이 나를 잊어도, 나는 너희들을 기억한다… 이런 뜻 아닐까……? 궁예해 봄

└ 오

└ 이거네

-ㅠㅠㅠㅠ 이번에 통통 튀는 노래라고 하지 않았나? 싫다는 건 아니고 뭔가 아련해…

└ ㄱㄴㄲ ㅠㅠ

-아 미친 그러고 보니 Q 라이브에서 분신사바로 귀신 만나겠다고 그랬잖아 설마 이걸 빌드업 하려고?

└ 엥? 그럴 수도 있겠다

└ 헉?

└ 나는 아니라고 믿지만~ 왠지 그럴 것 같기도 나비가 떡밥을 자주 던지잖아ㅋㅋ

-귀신 빌드업을 이렇게 한다고? 나비 개천재

임드림도 나비의 빌드업에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Q 라이브로 떡밥을 깔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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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스트] 귀신 빌드업 맞네

Q 라이브에서 갑자기 귀신 이야기하고 그래서 뭔가 했음

그런데 이런 식으로 빌드업을 했다?

앞으로 네스트 행동 하나하나 잘 살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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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ㅈ

└ 22

이 글에 임드림도 동의했다. 네스트의 빌드업에 이렇게 속아 넘어갔네.

“나비 천재 아니야?”

* * *

돌아온 연습생 프로젝트 시즌 2 대기실. 팬들의 반응을 보다가 고개를 드는 순간, 정요셉과 눈이 딱 마주쳤다.

“우리 막내가 천재라니? 세상에, 천재님을 여기서 만납니다…….”

대뜸 정요셉이 허리를 숙였다.

“…천재 아니에요.”

“역시 우리 막내는 천재였어~”

이제는 하루 종일 들은 천재 소리에 익숙해졌다.

“…하, 제가 왜 천재가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HOPE 티저가 나오면서 네온들의 해석은 점점 이상해졌다.

분신사바는 정말 귀신을 만나보고 싶어서 했던 건데… 팬들은 나를 떡밥 천재라고 말하고 다녔다.

초반엔 놀리는 듯이 천재라고 했으면서, 눈을 뜨니까 이미 천재라고 소문이 퍼진 상태였다.

“나비야, 즐겨.”

화목현이 내 볼을 푹 찔렀다.

“어떻게 즐겨요?”

나는 볼을 만지며 화목현을 쳐다보았다.

“나도 잘생겼다고 하는 말을 즐기잖아.”

“그거랑 이거랑은 다르죠.”

“뭐가 달라. 똑같지.”

멤버들이 계속 나를 천재라고 놀릴 때였다. 우리 대기실에 스태프가 들어왔다.

“돌아온 연습생 프로젝트 시즌 2 질문지를 드리러 왔거든요.”

스태프가 질문지를 우리에게 건네주었다. 나는 질문지를 받으면서 질문했다.

“그런데 인터뷰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요?”

“우선 고예찬 씨부터 인터뷰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고예찬부터? 이렇게 진행한다는 말은 없었는데. 나는 손을 들어 스태프에게 질문했다.

“저, 계속 질문을 해서 죄송한데요.”

“네?”

“고예찬 씨부터 인터뷰를 진행한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는데, 어떻게 된 거죠.”

“아, 못 들으셨나요?”

“네, 못 들었습니다.”

스태프는 고개를 갸웃했다.

“김진현 팀장님에게 말씀을 드렸습니다.”

…허? 김진현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머리가 띵했다. 어떻게 보면 고예찬의 회사 팀장이 끼어든 거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김연호도 뭔지 모르는 눈치고.

“그러면 1시간 뒤에 인터뷰 진행하겠습니다.”

스태프가 대기실 밖으로 나가고 우리는 질문지를 살펴보았다.

“오, 질문이 세다?”

주이든은 질문지가 마음에 안 드는지 미간이 좁혀졌다.

“…이거 봐. 돌아온 연습생 프로젝트 시즌 2에서 제일 기대가 안 되는 그룹은?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우리 죽이려고 하는 거 아니야?”

그렇긴 하네.

“그런 거 같긴 해요.”

“그러니까!”

가만히 질문지를 훑고 있던 이정진이 말했다.

“우리는 돌아온 연습생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그룹도 아닐뿐더러, 이런 식으로 인터뷰할 필요가 없는데…….”

그런데 돌연프 시즌 2 측에서는 이런 식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우리로 어그로를 끌 목적인가 보지? 참 약았어.

“이건 안 하겠다고 말해야 하는 거 아니야~?”

정요셉도 슬쩍 말을 얹었다. 화목현은 어깨를 으쓱하며 김연호를 쳐다보았다.

“글쎄다. 이대로 질문을 하는 건지 물어봐야 할 것 같은데, 연호형?”

“어, 내가 지금 물어보러 가볼게.”

김연호는 그렇게 대기실을 떠났다.

“다른 그룹들은 어떤 질문지를 받았는지 궁금하네요.”

크래프트랑 키오도 인터뷰를 진행한다고 들었다. 원래 다이아몬드도 있었으나 내부 사정으로 인터뷰를 할 수 없는 상태.

“김진현 팀장님이 그럴 줄은 몰랐다!”

주이든은 어이가 없는지 허공에 주먹질하며 이를 악물었다. 나도 김진현 팀장님이 그럴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이제 우리 팀장 아니라고 막 나가는 건가.’

화목현도 허탈한지 팔짱을 끼며 말했다.

“…팀장님이 그럴 분이 아닌데.”

“그러니깐!”

이해는 한다. 김진현 팀장님은 고예찬을 돌연프 시즌 2로 띄울 목적인 것 같으니까. 그래도 우리를 이런 식으로 이용하는 건 아니지. 그것도 말도 없이.

“어, 얘들아.”

그때 김연호가 다시 대기실로 돌아오면서 말했다.

“지금 김진현 팀장님이 오신대.”

“예?”

“우리한테 말할 게 있다고.”

그리고 김연호가 난감하다는 듯이 목을 문질렀다.

“스태프분에게 물어보니까 이 질문지, 김진현 팀장님이 적었대.”

“예?”

…허, 허탈한 웃음이 입술 밖으로 절로 튀어나왔다.

“뒤통수가 얼얼해~”

정요셉이 소파에 누우면서 고개를 내저었다.

“…예찬이를 띄울 생각인 것 같네요.”

나를 욕먹이면서 네스트를 띄웠던 것처럼, 고예찬은 멤버들을 위해서 대중의 희생양이 될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돌연프 시즌 2를 보는 사람들에게 인식되겠지.

“내 생각도 그래”

“…….”

“그런데, 왜 싫다는 생각이 드는 걸까…….”

이정진은 질문지를 테이블에 올려두면서 어깨를 으쓱였다.

“맞아. 나도 싫어.”

주이든까지 싫다는 의사를 밝히며 이어 말했다.

“범나비처럼 이용하는 것 같아서 싫어.”

저 말이 뜻밖이라 놀랐다.

“아, 그래서 싫은 건가.”

이정진도 그제야 깨달았다는 듯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자 화목현도 질문지를 테이블에 내려놓고 말했다.

“나도 이든이의 말에 동의해. 예전에 팀장님한테 물어본 적이 있었거든. 왜 나비를 데리고 온 거냐고. 그런데 대답을 안 해주더라.”

“…….”

“왜 대답을 안 해주나 싶었는데.”

화목현의 말에 모두가 나를 응시했다. 주이든은 테이블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말했다.

“나도 궁금했어. 사실 남주가 크래프트에 가도 우리 네 명은 돌아온 연습생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었어. 1등은 아니더라도 2등 정도는 할 수 있었을걸?”

“…….”

“그런데 갑자기 네가 들어왔잖아.”

주이든이 걸음을 멈추더니 명탐정이 추리하듯 알이 없는 안경을 위로 올렸다.

“그게 범나비를 이용해서 네스트라는 그룹을 띄우기 위해서였다면?”

“…….”

“최종적으로 우리가 잘되긴 했으니 말은 안 하겠지만…….”

아쩌면 내가 들어온 게 안 좋은 선택일 수도 있었다.

“이든 형, 무슨 말이 하고 싶었던 거예요?”

주이든이 나를 보면서 말했다.

“…왠지 예찬이가 제물처럼 보이지 않냐, 범나비?”

“…….”

“너처럼.”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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