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 생일
곧 화목현과 이정진의 생일이 다가온다. 주이든과 정요셉의 생일이 붙어 있는 것처럼 화목현과 이정진의 생일도 붙어 있다.
2월 1일, 2월 3일 이런 식으로.
‘…하, 뭘 해주지.’
주이든과 정요셉에게는 선물로 지하철 광고를 준비해 줬으나, 화목현과 이정진은 도무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제일 좋은 방법은 돈이긴 했지만, 성의 있는 선물은 아니라서…….
“…하.”
화목현과 이정진의 생일을 제대로 챙겨준 적이 없어서 이번엔 꼭 챙겨주고 싶었다. 연습실에 앉은 나는 핸드폰을 보면서 스케줄을 확인했다.
‘흠…….’
그렇게 바쁜 일정은 아니네.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아서 그대로 바닥에 누워버렸다. 그렇다면 팬들은 어떤 식으로 형들의 생일을 즐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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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스트] 이번에 목현 정진 생카 가는 사람?
이번 생카 방탈출식으로 만든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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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카에 가서 즐기는 분들도 계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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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스트] 호텔 예약완
네스트 좋아하는 팬들 모아서
호텔 예약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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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영상 보려고?
└ ㅇㅇㅋㅋㅋ 떠들면서 놀고 싶어서
└ 이런 식으로 놀아도 재밌겠다
호텔에서 노는 분들도 계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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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스트] 생카에 나비 오는 꿈 꿨음ㅎ
나비가 호랑이 인형탈 쓰고 나타나서
카운터 맡아주고 그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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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비라면 진짜 그럴 것 같지?
└ ㄹㅇ
└ 나비라서 이해완
└ 나비는 진짜 저럴 것 같음
생일 카페에 호랑이 인형탈을 쓰고 나타난다…….
화목현과 이정진의 생일이 한 달밖에 남지 않았으니까 카페에 연락해서 생일 카페를 연다고 하면 될 것 같은데.
‘…내가 즐기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고.’
최대한 넓은 카페를 빌려서 많은 팬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해야겠지. 시간이 조금 빠듯하겠는데?
키오 시절에도 생일 카페에 간 적이 있다. 그때는 디저트, 음료수, 특전 이런 식으로 하는 것 같던데.
우선 카페에 연락하자.
그때 정요셉이 문을 열고 연습실에 들어왔다.
“어? 우리 막내, 여기에 있었네.”
“어, 형.”
“뭐 해~?”
“형, 잘 왔어요.”
나는 빨리 오라는 듯이 정요셉에게 손짓했다. 정요셉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순진한 표정으로 내 옆에 앉았다.
“왜, 무슨 일 있어~?”
“아니요.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무슨 말인데?”
정요셉은 궁금하다는 듯이 눈을 껌뻑였다.
“목현 형이랑 정진 형, 곧 생일이잖아요.”
“아? 생일 선물을 준비하려고?”
“네, 그런데 선물보다는 추억을 주고 싶어서.”
“추억을 준다~?”
나는 정요셉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목현 형이랑 정진 형은 갖고 싶은 게 없을 테니~”
화목현과 이정진은 갖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바로바로 사는 편이긴 했다. 나중에 필요한 게 있다고 하면 그때 사주면 되는 일이고…….
“왜~? 우리처럼 지하철 광고라도 하게?”
“…지하철 광고는 안 할 거예요. 형들 생일에도 했는데 추측하기 쉽잖아요.”
“하긴. 그러면?”
나는 생일 카페 이미지 몇 개를 보여주었다.
“생일 카페를 준비하려고요.”
“우리 막내, 준비할 줄 알아?”
“제가 포토샵은 좀 만질 수 있잖아요.”
브이로그 편집도 할 줄 아는데 포토샵을 못 하겠는가. 내가 입꼬리를 슬쩍 올리면서 자신감을 드러내자 정요셉이 호탕하게 웃었다.
“우리 막내가 형들 생일에 진심이라는 사실은 알겠네.”
“아니거든요?”
“맞거든요?”
“진심이라는 말은 안 했거든요.”
“네, 네. 우리 막내가 최고예요.”
정요셉은 엄지를 들어 올리면서 나를 치켜세웠다.
“카페는 내가 대여해 줄 수 있는데.”
“…어, 진짜요?”
“어, 아는 사람이 있거든.”
아는 사람이 있다는 말에 나는 기대감에 찬 눈빛으로 정요셉의 팔을 잡았다.
“역시 요셉 형이 최고예요.”
“이럴 때만?”
“…뭐, 그건 아니지만.”
정요셉이 씩 미소 지으면서 말했다.
“자, 우리 막내~ 형 최고라고 말해봐~”
“형, 최고.”
바로 대답하니 정요셉도 핸드폰을 꺼냈다.
“연락하면 되지?”
“네, 연락해 주세요.”
“거기도 아이돌 생일 카페 용도로 대여를 자주 해준다고 하니까. 연락하면 될 거야.”
이로써 생일 카페 장소 준비는 끝냈다.
“이제…….”
특전을 만들면 되지 않겠는가.
* * *
박랜서, 오늘은 집이 아닌 밖으로 나간다.
“…떨리네.”
최애 나비의 생카도 가지 않았지만, 이번 목현이와 정진이의 생카는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SNS를 보니 웬 생카 홍보가 올라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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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_skql 목현 & 정진 생일 카페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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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홈마인지는 모르겠으나 포토카드, 아크릴 키링, 등신대, 종이 슬로건, 이벤트 엽서, 거대 포스터, 전프레 등 각종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었다. 수요 조사는커녕 갑자기 열린 생카에 네온들도 어리둥절한 상태였다.
거기다가 카페에서 음료수만 시켜도 특전을 준다는데… 박랜서가 안 갈 이유가 없었다. 이건 역대급 생카였다.
생카에 먼저 도착한 분들의 후기가 줄줄이 사탕처럼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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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스트] 생카 대박
어떤 분이 카운터에 호랑이 인형탈 쓰고 있더라
개친절함
무슨 특전을 그냥 퍼줌…
네온들 꼭 가길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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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추첨도 하던데
└ 무슨 추첨?
└ 음료수 하나 주문하면 추첨 번호 주거든? 그걸로 패드랑 노트북 주는 이벤트 진행할 예정이래
└ 헐?
└ 생카 연 분 돈 많아?
└ 몰라… 네온들 아무 생각 없이 왔다가 놀람
└ 2층까지 있는 카페라서 그런지 아직 공간 널널함
진짜로 돈이 많은 분인가?
박랜서는 가방을 챙기고 생카로 출동했다. 줄이 길긴 길었다. 기어코 생카에 들어가자 넓은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와.”
박랜서는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놀랐다.
우선 1인용 자리에 가방을 놓고 음료수를 주문하러 카운터에 갔다.
후기대로 호랑이 인형탈을 쓴 직원이 카운터에 서 있었다. 그런데 직원의 키가 꽤 컸다. 박랜서가 턱을 굉장히 높게 들어야 직원의 눈을 겨우 볼 수 있었다.
“주문하시겠어요?”
어, 주문… 박랜서는 메뉴판을 보면서 말했다.
“정메로 주세요.”
“정진의 정식 아메리카노가 맞을까요?”
“네!”
“디저트는 어떻게 해드릴까요?”
“목현이 핀 치즈케이크로 주세요.”
정진의 정식 아메리카노.
정진이가 다른 건 안 마시고 늘 아메리카노만 마셔서 생긴 네온들 사이의 밈이었다. 치즈케이크에는 목현이의 얼굴이 그려진 초콜릿이 올라가 있었다.
“영수증도 드릴까요?”
“아니요!”
“네, 여기 추첨 번호랑 카드 드리겠습니다.”
능숙한 말투 속에서 박랜서는 무언가를 느꼈다.
‘…목소리가 나비 같은데?’
하지만 이윽고 박랜서는 고개를 내저었다. 다음 앨범 준비로 바쁜 아이돌이 생카에서 카운터를 보고 있다고? 말이 되는 소리를.
“여기 특전과 포토 카드.”
“감사합니다!”
“더 필요하신 거 있을까요?”
“아니요! 없어요!”
박랜서는 자리로 돌아가며 추첨 번호를 확인했다.
《405》
405번이라니. 저녁 8시라 그런가. 팬들이 많이 오긴 한 것 같았다.
“405번 손님!”
벌써 나왔나. 박랜서가 메뉴를 가져오려고 일어서는 찰나였다. 잘생긴 남자 두 명이 생카로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잘생긴 남자 두 명… 바로 목현이와 정진이 아닌가. 네온들은 목현이와 정진이의 등장으로 비명을 내질렀다.
“어, 나비가 없네?”
그때 목현이가 나비를 언급했다.
“나비?”
“숙소에도 나비가 없었잖아.”
네온들도 그 말을 듣더니 수군거렸다.
“목현아, 일단 팬들에게 인사하자.”
“어, 그래.”
목현이와 정진이가 모자를 벗으면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네스트의 리더인 목현.”
“저는 둘째 형인 정진이라고 합니다.”
인사가 끝나는 동시에 네온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목현이와 정진이가 카페 주변을 둘러보면서 당황했다.
“네온들, 나비는 못 봤어요?”
“네!”
“사실 막내가 여기로 오라고 했거든요.”
‘왜’라는 질문이 나오기도 전에 정진이가 설명해 주었다.
“여기, 나비가 열었어요.”
그러자 네온들은 눈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나비의 흔적조차 못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면 SNS 홍보부터 시작해서 이 생카까지 다 나비가 준비했다고?
“나비가 여기로 와서 추첨을 도와달라고 하던데요.”
추첨을 목현이와 정진이가 하다니…….
소란한 틈을 타서 박랜서는 아메리카노와 치즈케이크가 담긴 쟁반을 들었다.
“정메랑 목현이 핀 치즈케이크 맞으시죠?”
“네!”
“네, 가져가시면 됩니다.”
그때였다.
“나비야?”
“막내야?”
목현이와 정진이가 호랑이 인형탈을 쓴 직원을 보자마자 나비의 이름을 불렀다. 그 중간에 낀 박랜서는 눈동자를 굴리며 쟁반만 가지고 쏙 빠졌다.
“…목소리만 들어도 알겠네.”
역시 박랜서만 느낀 게 아니었다.
“막내야, 얼굴을 보여라.”
정진이의 말에 네온들의 시선도 호랑이 인형탈을 쓴 직원에게 향했다. 호랑이 인형탈을 쓴 직원은 아무런 말도 없이 호랑이 인형탈을 벗으려고 뒤를 돌았다.
호랑이 인형탈을 벗기자 윤기가 흐르는 흑발이 보이더니…….
“나비다!”
“미친!”
뒤에서 얼굴을 확인한 네온들의 말에 박랜서는 자리로 가다가 말고 걸음을 멈췄다. 순간 너무 놀라서 쟁반을 놓칠 뻔했다.
“안녕하세요.”
이 목소리는 나비다. 박랜서는 곧장 테이블에 쟁반을 올려놓고 뒤를 돌았다. 웬 미남이 서 있다. 역시 박랜서의 귀는 틀리지 않았다.
나비가 카운터에서 나오자마자 목현이와 정진이는 나비를 끌어안았다.
“이든이한테 들었어.”
“그랬어요?”
잘생긴 미남이 무려 세 명. 박랜서의 눈이 그야말로 호강하고 있었다. 그것보다 나비, 너무 잘생긴 거 아닌가? 이건 신이 내린 미모다. 아직 앳된 얼굴이었으나 눈과 코가 뚜렷하여 한마디로 정석 미남이었다.
‘나이 먹으면 난리 나겠네.’
나비가 정식으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네온들. 네스트의 막내 나비라고 합니다.”
나비가 큰 소리로 인사하자 네온들이 환호성을 질러주었다.
“목현 형과 정진 형의 생일을 맞이하여 생일 카페를 차렸습니다. 여기에 있는 포토 카드, 다 제가 손수 제작했습니다.”
손수 제작했다고?
“형들의 셀카로 제작한 거니까 소중하게 보관해 주세요.”
포토 카드까지 손수 제작하는 아이돌이라… 박랜서는 입이 떡 벌어졌다.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럼 이거 써도 되냐고 물었던 게…….”
정진이가 대단하다는 듯이 나비를 쳐다보았다.
“예, 여기에 쓰려고요.”
나비는 뻔뻔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우리 나비가 네스트라서 너무 좋아…….’
박랜서는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오늘 생카에 와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이윽고 카페의 불이 꺼지면서,
“사랑하는 우리 형들~”
요셉이와 이든이가 등장했다.
“얘들아…….”
정진이가 감격스러운지 활짝 미소를 지었다. 세상에, 정진이가 저런 미소를 지을 줄 알다니.
“생일 축하합니다!”
환호는 네온들이 해주었다. 생일 축하 노래가 끝나자마자 이든이가 외쳤다.
“자! 형들, 불 꺼!”
불 끄라는 말에 목현이와 정진이가 동시에 촛불을 불었다. 나비는 다시 호랑이 인형탈을 쓴 채로 말했다.
“목현 형, 정진 형. 생일 축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