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 녹음(2)
-…우리 나비 원래 이런 아이예요
-지금 들어온 사람들 놀라지 마세요
-우리 나비가 자주 저러는 편이긴 한데…
그때 목현이가 나비의 어깨를 치면서 고개를 저었다.
[화목현 : 아, 네온들! 그게 아니라…….]
드디어 네스트의 정리 담당 목현이 등장했다.
-그래 목현아 설명 좀 해줘라
-우리 네스트 귀신돌로 불릴 뻔했잖아
-빨리 해명
-해명 부탁해
목현이가 카메라를 자기 쪽으로 돌리면서 해명하기 시작했다.
[화목현 : 녹음실에서 귀신을 만나면 앨범이 대박 난다는 말이 있잖아요. 나비가 그 말을 듣더니 귀신을 보고 싶다고…….]
귀신을 만나고 싶다는 나비의 엉뚱한 발상에 이백수는 저항 없이 웃음을 터트렸다.
-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광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ㅇㄴ
-그랬던 거야?
[범나비 : 네, 맞아요. 앨범 대박을 위해서.]
앨범 대박을 위해서였다니.
[주이든 : 아니, 네온들. 범나비 좀 말려봐요.]
[범나비 : 안 말려도 돼요.]
이든이가 기겁하며 나비에게 일침을 놓았다.
[주이든 : 이러다가 귀신이 잡아가면 어떻게 할 거야?]
[범나비 : 누굴요?]
[주이든 : 누구긴 누구야.]
나비가 손가락으로 자기를 가리켰다.
[범나비 : 저를요?]
[주이든 : 그건 모르지. 나를 데려갈 수도 있어.]
이 주제로 이든이와 나비는 한참 동안 이야기를 했다. 목현이는 관자놀이에 흐르는 땀을 휴지로 닦으면서 상황을 정리해 갔다.
[화목현 : 그래서 귀신을 만나는 방법을 알고 싶다며 나비가 Q 라이브를 켰던 거예요.]
-귀신을?
-그건 우리도 잘 모르지 않을까?
-귀신도 팬일 수도 있잖아
-그래 귀신도 잘생긴 사람을 좋아한대
귀신도 잘생긴 사람을 좋아한다는 채팅을 본 목현이가 슬쩍 미소를 지었다.
[화목현 : 귀신도 잘생긴 사람을 좋아한다면 제가 제일…….]
[이정진 : 뭐래.]
[주이든 : 정진 형, 나이스.]
-ㅋㅋㅋㅋㅋㅋㅋ
-콩트 찍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번에는 나비가 카메라에 자기 얼굴을 비추면서 물었다.
[범나비 : 그래서 귀신을 어떻게 부르는지 아시는 네온?]
그때 갑자기 벨소리가 울렸다.
[주이든 : 으아악!]
이든이의 비명에 네온들은 깜짝 놀랐다.
-심장 떨어짐
-와 잠 확 깼어
벨소리는 나비의 핸드폰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범나비 : 어? 끊지 마요.]
나비가 핸드폰을 귀에 대고 말했다.
[범나비 : 저기요. 사생이죠?]
사생이라는 말에 채팅창 화력이 상승했다.
-사생?
-미친 거 아니야?
-ㅋㅋ와
-사생 짜증
채팅창이 난리 나고 있는 와중에 나비가 핸드폰에 대고 조곤조곤한 말투로 사생에게 질문을 던졌다.
[범나비 : 잘 걸렸다. 혹시 귀신을 어떻게 부르는지 아세요?]
지금 당장 귀신을 보고 싶어서 미치겠다는 듯이 나비가 인상을 쓰며 답변을 기다렸다. 그러나 사생에게서 아무런 대답이 없자 나비가 한숨을 내쉬었다.
[범나비 : 알려줄 것도 아니면서 왜 전화했어요?]
나비는 아쉽다는 듯이 전화를 끊었다.
[범나비 : 여러분, 귀신에 대해서 알려줄 게 아니라면 전화하지 마세요.]
그 순간 이백수는 공항 일화가 떠올랐다.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나비의 옆자리에 앉은 게 사생이었다는 말이 커뮤니티에 돌았었다. 그런데 사생이 기겁하면서 나비의 호의를 거절했다는 댓글이 달려 있었다.
-내가 일본 출장이 있어서 애들이랑 같은 비행기 타고 일본에 갔었거든. 그런데 내 뒷좌석에 나비랑 사생 타서 계속 나비 목소리 들렸음. 나비가 사생한테 이런저런 대화 유도하는데 진짜 끈질기게 묻더라;; 결국 사생도 지긋지긋했는지 서둘러서 내림ㅋㅋㅋㅋㅋ
이 일화는 점점 유명해졌다. 그 후 그 사생은 네스트를 따라다니지 않게 되었다는 소문이 돌면서 나비는 ‘사생도 질리게 만드는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이런 식으로 사생을 물리치는 아이돌이 어디에 또 있을까…….
그때였다.
채팅창에 귀신에 관련된 채팅이 올라왔다.
-나비야, 종이랑 펜 가져와서 분신사바 해보는 건 어때?
[범나비 : 분신사바요?]
예전부터 유명했던 분신사바를 해보라는 채팅에 나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비는 어디론가 가더니 가방을 가져와 종이와 펜을 꺼냈다.
[범나비 : 형들, 저 녹음실에서 분신사바 해도 돼요?]
멤버들은 마음대로 하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화목현 : 그런데 무서워하는 네온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카메라 끄고 해보자.]
목현이의 배려에 이백수는 감동했다.
-목현이 배려 쏘스윗
-아 애들이 하는 분신사바 보고 싶긴 한데
-그런데 진짜로 할 거야?
-새벽이라서 조금 무서운데 나비야;;
나비가 걱정하는 말투로 말했다.
[범나비 : 아! 목현 형 말대로 이건 라이브 끄고 해볼게요! 우리 네온들 무서워하니까.]
그런데 나비가 카메라를 끄려는 그 순간, 녹음실의 불이 꺼졌다.
-??????
-????뭐야
-무슨 일이야
-뭐야
이백수도 놀라서 상체를 일으키며 화면을 계속 응시했다.
[화목현 : 회사에 전기가 나간 거 아닐까?]
[이정진 : 내가 확인해 볼게.]
이정진이 카메라를 들고 녹음실 문을 열었다. 그랬더니,
[이정진 : 보이세요?]
녹음실과 다르게 회사 복도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
[이정진 : 녹음실만 전등이 꺼졌는데.]
[정요셉 : 뭐, 뭐야~? 사람 무섭게~]
분신사바를 하기 전에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이백수는 소름이 확 끼쳤다. 이러다가 큰일이 일어나는 건 아닐까.
[주이든 : 악! 무서워!]
그 와중에도 녹음실의 불은 아예 켜지지 않았다.
[범나비 : 가방에 손전등이 있을 거예요.]
나비가 가방 지퍼를 여는 소리가 들렸다.
[범나비 : 짠!]
그리고 손전등으로 자기 얼굴을 비추자 채팅창은 난리가 났다.
-아!!!!!!!!
-나비야!!!!!!!!!!
-놀랐잖아 ㅠㅠㅠㅠㅠㅠ
-진짜 놀랐다
-와 심장 철렁함
나비가 채팅창을 보면서 웃자 네온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나비야, 웃겨?
-우리 나비가 웃음이 많네?
이백수도 가슴을 문지르며 호흡을 가다듬는데 갑자기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것도 플라워가.
[화목현 : 누구 플라워 틀었어?]
그 질문에 멤버들이 동시에 대답했다.
[주이든 : 나는 아닌데?]
[정요셉 : 나도 아니야~]
[이정진 : 나도.]
[범나비 : 저도 아니에요.]
그럼 어디서 플라워가 나온다는 것인가. 그런데 플라워가 어쩐지 이상했다. 이정진이 말했다.
[이정진 : 그런데 이거, 정상적으로 나오는 노래가 아닌데?]
[화목현 : 그러면?]
[이정진 : 노래가 반대로 틀어졌어.]
이정진의 말에 멤버들의 행동이 멈췄다. 노래가 반대로 틀어졌다고? 이백수도 놀라서 딸꾹질이 나왔다.
-?
-거짓말 치지 마
-아 무섭다고ㅠㅠㅠㅠㅠ
-얘들아 이거 방송 꺼야 하는 거 아니야?
-거짓말 이거 투두 네스트지
투두 네스트에 나올 법한 장면이 Q 라이브 방송에서 나오다니. 이백수도 방송을 보며 심장이 쫄렸다.
[범나비 : 아직 분신사바도 안 했는데?]
-분신사바가 문제가 아니라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비 진짜 또라이 ㅠ
우리 또라이를 어쩌면 좋을까. 나비는 손전등을 자기 얼굴에 비춘 채 걱정 어린 시선으로 종이와 펜을 쳐다보았다.
[범나비 : 지금 상황에서 분신사바를 해야 하나.]
그때 갑자기 노래가 끊겼다.
“어?”
이백수도 덩달아 놀라며 화면을 쳐다보았다.
“끊겼어.”
라이브 방송에 남은 팬들은 무슨 상황이냐는 채팅을 올렸다.
-이게 뭐야?
-갑자기 방송이 끊긴 건가?
-애들 배터리 없나?
그리고 네스트 SNS 계정에 글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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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스트]
안녕하세요. 목현입니다^^
이번 Q 라이브 방송을 보고 많이 놀라셨죠?
저희도 갑자기 방송이 끊겨서 놀랐는데요.
핸드폰에 배터리가 없는 것도 아니었는데 갑자기 방송이 끊기더라고요.
왜 그런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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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방송이 끊긴 거라고? 이백수는 몸을 잘게 떨었다.
“얘들아, 안 무섭니?”
* * *
멤버들은 무섭다면서 나에게 녹음실에서 벗어나자고 말했다. 하지만 그냥 물러설 내가 아니었다.
‘귀신은 귀신일 뿐이지.’
설마 인간보다 무서울까.
“노래가 갑자기 이렇게 틀어질 수가 있어요?”
내 질문에 이정진이 어깨를 으쓱였다.
“글쎄… 나도 잘 모르겠는데.”
그동안 잘만 나오던 노래가 갑자기 반대로 나온다? 분신사바는 필요하지 않었다. 근처에 분명 귀신이 있었다.
“택시 잡고 숙소로 갈까!”
주이든이 소파에서 일어나 숙소에 가자고 했으나 정요셉이 말렸다.
“그러다가 귀신도 숙소에 같이 가면 어떡해?”
“…헉.”
하긴 귀신이 따라올 수도 있으니까. 주이든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소파에 다시 앉았다.
“아침이 될 때까지 여기서 자자.”
녹음실이 넓어서 소파에 두 명, 바닥에 두 명, 녹음 부스에 한 명 이렇게 자면 충분했다.
“그런데 녹음 부스에서는 누가 자?”
녹음실에서 제일 무서운 공간. 거기서 자는 사람은 용자였다. 음, 생각해 보니 나밖에 없잖아?
그래도 녹음 부스에 혼자 있으면 귀신을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거 HOPE 활동 때 에피소드로 쓰면 되겠지.’
재밌는 에피소드까지 얻어서 기분이 좋았다. 주체할 수 없는 기쁨이 몰려와 미소를 싱긋 지었다.
“제가 안에서 잘게요.”
“와, 웃음이 나오냐?”
주이든이 고개를 저으면서 나에게 질문했다.
“기뻐서요. 귀신이 있다는 거잖아요?”
“…와, 역시 저놈은 난놈이야.”
문득 왠지 귀신을 이끈 사람은 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귀신은 자기를 찾는 사람을 유독 잘 찾아온다고 했으니까.
“나비야, 혼자 잘 수 있겠어?”
“가방만 있다면요.”
나의 애착 가방.
“거기에 담요도 들어 있지?”
“예, 걱정하지 마세요.”
다들 겁에 질려 나 대신 녹음 부스에 들어가겠다는 사람도 없었다. 나는 가방을 챙겨서 녹음 부스 문을 열어놓고 누웠다.
“나비야, 어때?”
화목현의 질문에 나는 손을 둥글게 말았다.
“괜찮아요.”
은근히 편안한데? 여기서 혼자 자면 멤버들 코 고는 소리도 들리지 않을 것이다.
“잘 자.”
멤버들도 잠들었는지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가방을 베개 삼아 머리를 얹는 동시에 잠이 쏟아졌다.
‘이러면 안 되는데.’
서서히 눈이 감기는 순간, 번쩍하고 녹음실 전등이 켜졌다가 꺼지면서 거울에 작은 형체가 보였다.
그리고 나는 멤버들이겠지 싶어서 신경 쓰지 않고 그대로 잠을 잤다.
* * *
그렇게 자고 일어났더니 멤버들은 피곤한지 한숨을 푹 쉬고 있었다. 나는 눈가를 비비면서 멤버들에게 다가갔다.
“우리 녹음실 전등 이제 괜찮나 봐~!”
그때 정요셉이 양손을 뺨에 가져다 대며 말했다.
“아, 진짜요?”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말했다.
“그런데… 새벽에 녹음실에 불이 켜졌다가 꺼졌잖아요.”
“어?”
화목현은 의아하다는 듯이 반문했다.
“그런 적 없는데?”
“예?”
“일어나 보니까 불이 켜져 있었어.”
“그럼 형들이 녹음 부스에 온 적은 없었어요?”
“없었지. 다들 피곤해서 바로 잤거든.”
잤다고? 나는 커진 눈으로 멤버들을 응시했다.
“그럼 정말 그 형체가.”
귀신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