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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아이돌의 1군 가이드-193화 (193/235)

193. 잠적(2)

수제비가 완성되자 마당에 있는 좌식 탁자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만족스러운 저녁 식사가 끝나자 주이든이 좌식 탁자에 드러누웠다.

“배부르다!”

주이든이 누운 상태로 기지개를 켰다. 밥을 먹자마자 누우니까 걱정이 되는지 화목현이 말했다.

“이든아, 먹고 바로 누우면 역류성 식도염 걸려서 죽어.”

“아무리 그래도 죽는다는 말은…….”

“그럼 천천히, 고통스럽게 죽는다고 표현할까?”

화목현은 그릇을 치우면서 잔소리를 했다.

“아니, 목현 형! 이런 좋은 곳에 왔는데 내가 잔소리를 들어야겠어?”

“들어야지.”

“우리 부모님도 그런 잔소리는 안 해.”

주이든은 옹고집이라 화목현의 잔소리를 들으면서도 바닥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잔소리를 멈춘 화목현이 주이든을 노려보았다.

“이든아, 난 네 부모님이 아니야. 일어나자?”

화목현이 주이든의 어깨를 잡아 강제로 상체를 일으켰다.

“아! 기분 완전 최상이었는데!”

입이 댓 발로 나온 주이든은 좌식 테이블에 턱을 괴었다.

“저 고집을 누가 이길까~ 나라도 도와줘야지. 나는 착하니까.”

“나는 무슨 천하의 나쁜 놈이냐?”

“아니야~?”

정요셉은 주이든의 눈앞에서 검지를 흔들었다. 그때 김옥순 할머니가 집에서 나오면서 딸기를 좌식 테이블에 올려두었다.

“맛있게 먹었어?”

멤버들이 동시에 대답했다.

“네!”

그러자 김옥순 할머니의 입꼬리가 씰룩였다. 저 씰룩, 정요셉이 어떤 꿍꿍이가 있을 때 짓는 표정인데.

“그러면 내일 일하고 가면 되겠네?”

일? 우리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김옥순 할머니가 고개를 들어 비닐하우스를 쳐다보았다.

“내일 딸기 따야지.”

“…예? 할머니, 저 내일 가야 한다고 했잖아요?”

정요셉이 무척 당황했다.

“우리 멋쟁이한테 들어보니까 이번 주는 괜찮다던데?”

‘우리 멋쟁이’라는 말에 정요셉이 성을 냈다.

“할머니! 우리 멋쟁이가 누구야? 나한테는 그런 멋진 호칭 안 붙여줬잖아~”

“누구긴?”

김옥순 할머니의 마음을 뺏은 사람은 바로,

“목현이지.”

화목현이 그릇이 담긴 쟁반을 부엌에 옮기고 나오자 김옥순 할머니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우리 멋쟁이밖에 없구나! 그릇도 옮기고.”

“부엌에서 설거지도 했습니다.”

“멋쟁이다, 멋쟁이.”

언제 또 김옥순 할머니의 마음을 뺏은 거야.

“너희가 요리하는 동안 목현이가 마당 청소도 하고, 나랑 딸기 손질도 해줬지.”

…성실하게 옆에서 도와드렸구나. 멋쟁이라는 말을 들을 만하네. 정요셉은 입을 벌리며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데 목현아, 우리 내일 올라가야 하는 거 아니야?”

진지한 표정으로 이정진이 화목현한테 물었다.

“연호 형한테 물어보니까 늦게 와도 된대.”

“…그래?”

언제 또 김연호에게 연락을 했대? 역시 화목현은 철저하다. 김옥순 할머니는 화목현을 보며 물었다.

“그럼 우리 멋쟁이, 내일 안 가는 거야?”

화목현이 안 가도 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요셉이가 할머니 댁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잖아요. 저희도 도와드리고 갈게요.”

김옥순 할머니가 화목현을 보며 엄지를 척 들었다.

“마음도 멋쟁이야.”

“감사합니다. 할머니도 멋쟁이세요.”

훈훈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와중에 정요셉이 질투를 하고 있었다. 정요셉은 입을 쭉 내밀며 냉큼 김옥순 할머니의 팔짱을 꼈다.

“…우리 할머니는 멋쟁이야, 나야?”

“그게 무슨 질문이고.”

“아니, 그렇잖아. 나보다 멋쟁이를 더 좋아하는 거 같으니까~ 질투가 나잖아~”

김옥순 할머니가 정요셉의 코를 잡으며 말했다.

“진짜~ 네 할배랑 똑 닮았다.”

“왜? 왜? 내 모습이 어때서~?”

“질투하는 모습이 참으로 닮았어. 너는 손주고, 멋쟁이는 목현이지. 뭔 비교를~!”

“그래도 최고는 손주다?”

“그래~!”

그 말에 조금은 풀린 정요셉이 헤실헤실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을 주이든이 파고들었다.

“그럼 딸기 많이 따면 할머니의 사랑을 받을 수 있어요?”

가만히 있던 주이든의 말에 김옥순 할머니가 씩 미소를 지었다.

“그렇지? 왜? 딸기 많이 따주려고?”

“네! 제가 많이 딸게요!”

“그럼 사랑을 듬뿍 줘야지.”

주이든이 공손하게 양손을 배 쪽에 옮기더니 허리를 숙였다.

“할마마마, 꼭 편히 주무십쇼.”

“그래, 그래.”

김옥순 할머니는 자러가겠다면서 뒷정리를 부탁한다고 했다. 그제야 주이든은 좌식 탁자에 드러누워서 하늘을 쳐다보았다.

“와! 하늘 봐!”

하늘을 보라는 주이든의 말에 멤버들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와! 별이 반짝!”

여기 공기가 좋아서 그런가.

새까만 하늘에 별이 빵에 붙어 있는 깨처럼 콕콕 박혀 있었다. 하늘을 구경하는데 구석에 있는 의자에 앉아 무언가 적고 있는 이정진이 보였다.

‘뭘 적는 건지.’

나는 이정진에게 다가가 슬쩍 물었다.

“정진 형, 뭐 해요?”

내가 다가가자 이정진이 몸을 파르르 떨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나비구나.”

“그럼 귀신이겠어요?”

“살짝 귀신처럼 느껴졌어.”

뭘 하길래 이렇게 집중을 한 걸까?

“그나저나 뭐 하는 거예요?”

“나? 갑자기 노래 하나가 떠올라서.”

노래?

“어떤 노래인데요?”

“청춘물?”

청춘물이 떠오른다?

“그게 무슨 느낌인데요?.”

“음… 지금 같은 느낌?”

다 같이 놀고 웃으면서 보내는 대학 MT 같은 분위기인가.

“거기다가 오컬트 요소까지 넣고 싶어.”

“그러면… 오컬트 청춘인가.”

귀신이 나오는 청춘물 느낌의 노래를 만들고 싶다는 건가?

“이게 떠오른 계기가 뭔데요?”

이정진이 고개를 들어 주이든과 싸우고 있는 정요셉을 쳐다보았다.

“잠깐 요셉이가 사라졌잖아. 그때 기분이 이상한 거야.”

“어떤 기분이었는데요?”

“왠지 마음이 텅 빈 것처럼 느껴졌어. 그래서 그 마음을 그대로 노래에 담고 싶었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군.

“어때?”

“노래 컨셉은 괜찮은데요?”

“네가 좋다니까 마음이 놓이네.”

이정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쉴 때 나는 다른 생각을 했다.

“그럼 그 노래의 주인공으로 누구를 뽑을 건데요.”

“…흠.”

아직 거기까진 정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정진 형을 귀신으로 만들죠.”

“날?”

나는 플라스틱 의자를 가져와 이정진의 옆자리를 차지하면서 말했다.

“형이 예전에 형은 존재감이 없다고 그랬잖아요.”

“…어, 그랬지.”

“이번에는 존재감이 있도록 만들면 좋을 것 같아서요.”

“아!”

또 다른 영감이 떠올랐는지 이정진의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였다.

“이 속도면 다음 미니 앨범도 빨리 나올 것 같은데?”

“그래요?”

“그런데 고민이 하나 있어.”

무슨 고민이?

“뮤비 컨셉을… 대학생으로 할지, 고등학생으로 할지가 문제인데.”

“그게 왜 문제예요?”

“아까 말했듯이 컨셉을 오컬트로 할 거거든.”

오컬트로 할 거라면…….

“대학생으로 하죠.”

“왜인지 물어봐도 될까?”

“대학생 오컬트 컨셉은 지금껏 아무도 안 한 것 같아서요.”

“아, 그러네…….”

“간단하죠?”

이정진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진 형! 나비야! 딸기 먹자.”

정요셉이 딸기 바구니를 흔들며 빨리 오라고 재촉했다. 나는 이정진의 어깨를 잡으며 턱짓했다.

“정진 형, 딸기 먹으러 가죠?”

“어, 가자.”

나랑 이정진이 좌식 탁자에 앉자마자 정요셉이 질문을 던졌다.

“우리 정진 형이랑 우리 막내, 구석에서 무슨 대화를 나눴어? 약간 은밀한 것 같던데.”

“아, 다음 앨범 이야기.”

그 말에 주이든의 눈이 반짝였다. 나는 딸기 하나를 이정진에게 건네주면서 나도 입에 딸기를 넣었다.

“무슨 컨셉인데?”

“청춘물.”

“청춘?”

‘청춘’이라는 말이 나오자 화목현도 궁금한지 상체가 앞으로 나왔다.

“어떤 느낌으로 찍을 건데?”

“오컬트.”

“그러면 귀신? 여름에 나오면 딱 좋겠다.”

곧 봄이 찾아오니까 늦어도 여름 전에는 미니 앨범을 낼 수 있을 것이다.

“나, 또 떠올랐어.”

이정진은 입에 딸기를 몇 개나 욱여넣더니 노트북이 있는 자리로 돌아갔다. 그러고는 정신없이 노트북을 두드렸다.

“…오, 정진 형 열심히 하네!”

모두가 이정진에게 정신이 팔려 있을 때였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주이든이 딸기 하나를 더 집어 가려다가 정요셉의 손에 붙잡혔다.

“어딜 하나 더 먹으려고.”

“내가 먹는 게 아까워?”

“어~ 우리 이든이 너무 많이 처먹어서~”

“친구한테 처먹었다니!”

나도 딸기를 먹으려고 하는데 심장 쪽이 또 아려왔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가슴을 문지르고 별이 반짝이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

우리는 일어나자마자 아침밥을 먹고 비닐하우스에 들어갔다. 김옥순 할머니가 우리에게 딸기 따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딸기는 아기처럼 조심스럽게 다뤄야 해. 알겠니?”

“네!”

“제일 많이 딴 사람에게는 딸기 한 박스를 주겠어.”

김옥순 할머니가 뒷짐을 지면서 씩 웃었다.

“많이 주실 수 있습니까!”

“많이 먹다가 배탈 난다.”

김옥순 할머니는 주이든에게 눈짓하며 딸기를 따라고 했다.

“제가 따도 되겠습니까!”

“어, 한번 따봐.”

그런데 주이든이 손을 뻗어 딸기를 따려는 순간, 딸기가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졌다. 떨어진 딸기를 보고 당황한 주이든이 고개를 들어 김옥순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김옥순 할머니는 떨어진 딸기를 주워서 주이든에게 가까이 가져갔다.

“바닥에 떨어진 딸기가 있으면 먹어도 돼.”

“3초 무적인가요!”

“그렇지. 이든이가 잘 아네.”

김옥순 할머니가 준 딸기를 입에 넣으면서 주이든은 부지런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벌써 눈 깜짝하는 사이에 저 멀리서 딸기를 따고 있었으니까.

“나는 집에서 쉰다. 문제 있으면 집에 오고.”

“네!”

김옥순 할머니가 우리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그런데 이 비닐하우스에는 한 명이 없었다.

화목현이 살짝 고개를 들어서 우리를 향해서 말했다.

“우리가 정진이 몫까지 하자.”

이정진은 밤새 앨범 작업을 하다가 아침에 곯아떨어졌다. 그래서 우리가 이정진의 몫까지 열심히 딸기를 딸 예정이다.

“그나저나 딸기 냄새 좋다…….”

화목현의 말대로 딸기 냄새가 달콤해서 좋았다.

“나비야, 이거 봐.”

“와.”

“튼실하지?”

화목현이 딸기를 보면서 감탄했다.

“이런 딸기가 나오려면 농사를 잘해야 하는데…….”

그러자 가만히 있던 정요셉이 끼어들었다.

“우리 할머니가 옛날부터 농사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했어. 그래서 매년 우리 집에 딸기가 올라왔었는데…….”

“딸기 수저네.”

“딸기 수저였지, 우리 집은…….”

‘우리 집’이라는 단어에 정요셉의 얼굴에 그림자가 졌다. 화목현과 나는 눈치껏 입을 다물면서 딸기를 땄다.

“너는 부모님이랑 연락했냐?”

그때 주이든이 딸기를 입에 넣으며 질문했다.

“…안 했는데.”

“왜 안 했어?”

“연락은 계속 오는데 연락하기 싫어서.”

“부모님이 오면 어쩔 거야.”

“그러면 무시하는 수밖에 없지.”

무시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지 않나.

“네가 무시한다고 부모님이 물러설 것 같냐?”

“그럼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연락해. 왜 그랬는지 네 속마음도 이야기하고.”

“못 해.”

“해!”

자리에 앉아 있던 주이든이 일어서며 소리를 질렀다. 입에 딸기를 넣으려던 화목현이 눈을 껌뻑였다.

“하라고! 왜 못 해!”

“아, 못 한다고!”

“우리한테는 잘만 말하면서 부모님한테는 그렇게 힘들어?”

“어! 힘들어! 예전부터 우리 부모님은 내 말을 하나도 안 들었단 말이야!”

“무슨 핑계가 그렇게 많아!”

아… 오늘도 조용히 지나갈 수는 없겠구나. 주이든과 정요셉이 싸우길래 옆으로 살짝 비키다가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어?”

정요셉의 어머니와 아버지였다. 바구니를 떨어트릴 것 같아 바구니를 꽉 끌어안았다.

“…어? 엄마.”

내 말에 싸우고 있던 주이든과 정요셉도 대화를 끊고 비닐하우스 정문을 쳐다보았다.

“요셉아, 잠깐 대화 좀 할까?”

“…….”

“이대로 안 볼 건 아니잖아.”

정요셉의 어머니가 먼저 용기를 냈다. 그렇지만 아직도 화가 난 상태인 정요셉은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는 것 같았다.

“어라!”

그때 주이든이 정요셉의 왼팔을 잡았다.

“정요셉을! 잡아버렸네!”

그 말에 화목현도 나서서 정요셉의 오른팔을 잡았다.

“나도 잡아버렸네.”

그리고 나는 정요셉이 손에 쥐고 있는 바구니를 빼앗으며 고개를 주억댔다. 그러자 화목현과 주이든이 정요셉을 정요셉의 어머니 앞에 끌고 갔다.

“아니!”

정요셉이 당황하는 사이에 화목현과 주이든이 고개를 숙였다.

“저희는 뒤로 빠지겠습니다.”

정요셉의 아버지가 비닐하우스에 의자를 가져와 모자가 앉도록 배치했다.

“우리 여기서 들어도 되나?”

“우린 일을 해야 하니까.”

주이든이 정요셉의 바구니를 보면서 한숨을 푹 쉬었다.

“왜 한숨을 쉬어요?”

“일거리가 늘었잖아.”

“하긴 그러네요.”

먼저 정요셉을 잡았던 사람이 일거리 늘었다고 입술을 삐죽대는 모습이 웃겼다. 그렇게 멤버들과 같이 딸기를 따는데,

‘…아.’

또 심장이 아팠다.

숨을 못 쉴 것 같았다.

자꾸 왜 이러지?

머리가 핑 돌면서 눈앞이 흐릿해졌다. 순간 중심을 잡을 수 없어서 바닥에 앉아 숨을 골랐다.

“나비야, 괜찮아?”

“…괜찮아요.”

정요셉이 부모님과 대화하고 있는데 내가 신경 쓰이게 하면 안 된다. 정신을 차려야 하는데…….

“아…….”

그대로 나는 쓰러져 버렸다.

“나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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