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 산장 게임 오픈(2)
“이거 고민되는데?”
아직 누가 범인인지 헷갈려서 말이지. 임드림은 고민하며 커뮤니티 글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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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스트] 네온들 누가 범인 같음?
나는 계속 나비가 거슬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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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비 ㅇㅇ
└ 222
└ 33 나비에게 뭔가 있는 것 같아서
└ 탐정이 용의자로 나올 수가 없음
-ㅋㅋㅋ왠지 이든이?
└ 왜왜
└ 뭔가 수상해서? 재벌 2세의 산장을 지키는 사람치고는 방에서 아무것도 안 나온 게 수상하다고 느껴져
└ 오…
└ ㄴㄷㄴㄷ
임드림은 댓글을 보면서 고민했다.
“진짜 누굴 뽑지?”
여전히 임드림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때 스트리밍 채팅창에 PD의 댓글이 올라왔다.
-[투두 네스트 PD : 진짜 범인을 맞힌 팬분 10분을 뽑아 네스트가 직접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과 친필 싸인 앨범을 드립니다.]
-친필 싸인?
-미친
-헐
-갖고 싶다
그러자 채팅창은 열띤 토론장이 돼버렸다. 아무리 고민해도 임드림은 범인을 고를 수가 없어 사다리 타기를 했다.
그랬더니.
“…내 차애? 이든이?”
주이든이 나왔다.
“이건 아니지.”
하지만 다시 뽑아도 주이든이 나와서 임드림은 어쩔 수 없이 이든이를 뽑았다.
-아 누구 뽑지?
-누구?
-다들 누구 뽑았어요?
-저는 이정진 뽑았습니다
아직 제대로 된 증거나 정황이 나온 상황은 아니었으니까.
-역발상으로 나비 뽑음
-탐정도 용의자라고 하지 않았나?
나비도 탐정이라는 신분으로 들어가긴 했지만… 임드림은 숨을 깊게 마시면서 먼 산을 보았다.
“제발 이든이길.”
아무래도 나비가 계속 거슬리긴 했지만.
-설마?
-탐정이 범인은 아닐 듯
5분 동안 진행된 1차 투표가 끝나자마자 화면이 돌아왔다.
[▲ 모든 용의자는 방을 기억합니다.]
용의자들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아까와 다른 공간이 나왔다. T가 말하길, 재벌 2세가 죽은 시간에 맞춰서 만든 공간이라고 했다.
-ㅁㅊ 방을 아예 나눴네
-투두 네스트 돈을 얼마나 쓴 거임?
-콘텐츠에 이렇게 돈을 팍팍 쓰다니 한 달에 한 번 나오는 거 인정ㅠㅠ
[범나비 : 일단은 이곳을 둘러보기 전에 알리바이부터 말해보는 건 어떤가요?]
용의자들은 다 같이 회의실에 모여 자신의 알리바이를 말했다. 화면에 수첩이 나타나면서 나비가 쓰는 것처럼 알리바이가 적히기 시작했다.
[범나비의 알리바이
1. 오전 7시에 일어남
2. 오전 9시에 탐정 사무소에 들어감
3. 오후 7시에 재벌 2세와 저녁을 먹음
→ 협박 편지를 보낸 범인을 잡았으니 의뢰비를 달라고 함]
[정요셉의 알리바이
1. 계속 흥신소에 있었음
→ 알리바이 부족]
[이정진의 알리바이
1. 일주일 동안 찍은 영상을 편집하느라 나가지 않음
→ 그러나 재벌 2세가 올리지 말라고 함]
임드림은 의자에 똑바로 앉으며 수첩에 알리바이를 적었다.
-알리바이가 약간씩 부족하네
-정요셉의 알리바이가 제일 의심스러움 범인 아님?
채팅창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화목현의 알리바이
1. 프로게이머 겸 스트리머
방송을 했다고 함.
→증거 방송]
[주이든의 알리바이
1. 산장에 있었음
→증거 없음]
클로즈업된 나비의 눈에는 수첩이 담겨져 있었다.
“…흐음.”
초침 소리가 들리던 중 나비가 말했다.
[범나비 : 지금부터 이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알리바이를 입증할 증거가 있는지 찾아보죠.]
나비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용의자들은 방에 들어갔다.
[주이든 : 정요셉 저 새끼가 제일 수상해. 알리바이가 부족하면서…….]
이든은 흥신소를 먼저 습격했다. 알리바이가 제일 부족했던 요셉을 공략하려는 모양이다. 그때였다.
-저 새끼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든이 그냥 욕하고 싶어서 욕한 거 아니지?
열린 금고 앞에서 대포폰을 발견했다. 대포폰을 살펴보는 이든의 표정이 상기됐다.
[주이든 : 이 새끼, 죽이려고 그랬네.]
그리고 과거 회상 장면이 나왔다. 정요셉이 흥신소 직원에게 칼을 주면서 재벌 2세를 죽이라고 말하는 장면.
-와 ㄷㄷㄷ
-정요셉을 뽑을 걸 그랬나
-이렇게 보니까 재벌 2세 잘 죽었는데?
화면이 돌아가고,
[정요셉 : 와!]
외마디 비명을 지른 요셉이 보고 있는 것은 노트북이었다.
[이정진]
정진의 노트북 배경화면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정요셉 : 이것 봐라?]
[이정진 : 제 방에 왜 왔습니까?]
요셉이 껄렁한 말투로 노트북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정요셉 : 없는데?]
[이정진 : 뭐가 없는데요?]
[정요셉 : 편집된 동영상이 없잖아~]
[이정진 : …편집된 동영상은 어쩔 수 없이 삭제했어요. 재벌 2세가 삭제하지 않으면 죽인다고 협박을 하는 바람에.]
[정요셉 : 아하, 그래서 없다? 그럼 알리바이가 없다는 거네?]
[이정진 : 그날 안 나갔다는 증거는 있거든요.]
[정요셉 : 어떤 증거?]
정진은 증거로 파일에서 영상 하나를 꺼냈다. 거기에는 날짜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이정진 : 재벌 2세가 죽는 날 짜장면이랑 탕수육 시켜 먹었어요.]
배달 기사가 이정진과 만나는 장면이 재벌 2세가 죽는 시간과 똑같았다.
[정요셉 : 뭐야. 아니잖아.]
-정진이는 아니네
-서서히 밝혀지겠다!
다음으로 나비가 목현의 방에 들어갔다. 나비가 책상 옆 서랍을 뒤지다가 서류를 하나 발견했다.
[범나비 : 서류?]
서류에는 목현이 재벌 2세에게 돈을 빌리고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거기다가 이자가 20%나 되어서 나비는 목현이가 돈을 왜 빌리는지 의심이 되는 모양이었다. 나비는 바로 목현에게 물었다.
[범나비 : 화목현 씨!]
[화목현 : 네?]
[범나비 : 한 달 이자가 20%가 뭡니까?]
-한 달 이자가 20퍼 ㄷㄷㄷㄷ
-미친 거 아님?
-증거 나올 때마다 용의자 계속 바뀜 무슨 차애가 바뀌는 것처럼 ㅅㅂ
목현이가 재벌 2세를 죽일 만한 목적이 나왔다.
“근데…….”
임드림은 목현이가 아닐 것 같았다. 그냥 느낌이 그랬다.
[범나비 : 그래서 재벌 2세를 죽였습니까?]
재벌 2세를 죽였냐는 질문에 목현이의 과거가 나왔다.
[재벌 2세 : 스트리머로 시청자 100명도 안 나온다니까? 그러니까…….]
화면에 얼굴이 보이지 않은 채로 목현이가 회장실로 들어왔다.
[재벌 2세 : 어, 목현아. 한 달에 이자가 몇 퍼센트인지 알고 돈을 빌리는 거지?]
[화목현 : 네.]
[재벌 2세 : 이렇게 해도 방송이 안 크는 건 너한테 문제가 있는 거 아니야?]
[화목현 : …그렇죠.]
[재벌 2세 : 네가 도망갈 수도 있으니까 계약서 하나 쓰자.]
[화목현 : 계약서요?]
[재벌 2세 : 신체 포기 각서. 할 수 있지?]
목현이가 주먹을 꽉 쥐며 신체 포기 각서에 도장을 찍었다.
다시 현실로 돌아온 목현은 말했다.
[화목현 : 차라리 제가 죽는 게 낫죠.]
[범나비 :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재벌 2세를 죽이면 끝나는 일 아닙니까.]
[화목현 : 전 재벌 2세를 죽일 힘도 없는 사람이라서요.]
나비는 목현의 방에서 벗어나서 이든의 산장에 도착했다.
[범나비 : 여기 계셨네요?]
[이정진 : 여기가 제일 수상했거든요.]
수상했다는 말에 나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정진 : 마침 증거를 발견했습니다.]
정진이 발견한 증거는 신문이었다. 그것도 옛날 신문. 옛날 신문이 클로즈업되면서 화면이 전환되자 뉴스 영상이 떠올랐다.
[기자 : 교통사고를 낸 게 20대 남자라고 하는데, 맞습니까?]
[재벌 2세 : 저는 차를 몰지 않습니다. 교통사고가 날 수도 있으니깐요.]
-뭐야? 20대 남성?
-뭐야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임?
다시 현실로 돌아온 정진은 나비에게 자기 생각을 말했다.
[이정진 : 그 신문을 보시면 20대 남성이 주이든 씨고.]
정진이 신문에 적힌 50대를 가리켰다.
[이정진 : 그 교통사고의 피해자인 50대 남성이 주이든 씨의 아버지입니다.]
[범나비 : …….]
[이정진 : 그리고 이거.]
정진이가 이든이의 계약서를 나비에게 보여주었다.
[이정진 : 산장에서 주이든 씨의 계약서를 찾았습니다. 재벌 2세를 대신해서 2억을 받고 교도소에 들어간다는 계약이죠. 증거로 사진이 있습니다.]
-…어?
-와
-재벌 2세…
-뭔가 있네
정진과 나비가 대화를 나누고 있자 이든이가 제 발로 산장에 들어왔다. 나비가 신문을 들이대며 말했다.
[범나비 : 그동안 재벌 2세를 죽이고 싶었겠네요?]
이든이의 눈시울이 붉어지며 이든이가 나비의 멱살을 잡았다.
[주이든 : …나만 죽이고 싶었던 건 아닐걸?]
[범나비 : 그렇긴 하겠네요.]
이든이 나비의 멱살을 풀어주면서 어깨가 축 늘어졌다.
-…안쓰럽네
-이든이가 범인 같긴 한데…
정진은 이든의 눈앞에 통장을 보여주면서 말을 뱉었다.
-돈을 계속 받았네?
-뭐야 아버지를 죽인 사람 곁에서 왜?
-이천만 원까지 받았네…
이든은 눈을 감으며 자신이 왜 돈을 받았는지 말했다.
[주이든 : …재벌 2세가 산장에서 온갖 이상한 짓을 했거든요.]
이상한 짓을 했다는 주이든의 말이 끝나자마자 과거가 나왔다.
[재벌 2세 : 이든아~ 왜 이제 와.]
재벌 2세가 바닥에 앉아 이든에게 손을 흔들었다. 교통사고가 났던 건지 나이 많은 사람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주이든 : 또 죽였습니까?]
[재벌 2세 : 왜? 이제 하기 싫어?]
[주이든 : 아니에요…….]
[재벌 2세 : 해야지. 너 먹고살 길이라도 있어?]
[주이든 : 아니에요.]
이든은 인상을 찌푸리며 재벌 2세를 자기 차에 태웠다.
[재벌 2세 : 알지? 잘하자.]
재벌 2세는 이든의 어깨를 손으로 두 번 두드리더니 잠에 빠졌다. 그때 이든이 쓰러져 있던 사람을 트렁크에 넣으려고 했는데,
[살려주세요.]
살려달라는 외침에 이든은 이를 악물었다.
[주이든 : 죄송합니다…….]
-불쌍하긴 한데 살인 방조죄라서…
-2차 투표 언제야 이든이다 이건 ㄹㅇ
-추리 드라마 보면 막판에 휘몰아치는 인물이 범인임
이든이 뒤를 돌며 방에서 빠져나왔다. 정진은 다른 곳으로 가본다면서 떠나고 나비만 산장에 남았다. 그때 나비의 눈에 들어온 무언가가 있었다.
[범나비 : 이건?]
열쇠 꾸러미를 발견한 나비는 고개를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범나비 : 자, 다들 모이죠!]
회의실에 모인 용의자들은 자신이 얻은 증거를 보여주었다. 곧 나비와 이든이 한 장면에 나오더니,
[범나비 : 어디에 사용하는 열쇠인지 라벨로 표시가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딱 하나만 표시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열쇠가 나오면서 탐정 BGM이 깔렸다.
-오
-눈썰미 좋다
-왜 저것만?
-수상하긴 하다
화면이 어둡게 변하고 채팅창에 2차 투표창이 떴다.
-[화목현
이정진
정요셉
주이든
범나비]
-나 이든이 올인
-이든이 눈빛이 살인마의 눈빛임
-와 누구 뽑지 나는 나비
-요셉이 뽑으렵니다~ 그냥 뽑을래~
임드림은 한참을 고민하다가 투표를 했다.
“나는 끝까지 간다. 이든이.”
이든을 찍자마자 투표창이 꺼졌다. 다시 화면이 돌아오더니 나비가 열쇠 꾸러미를 들고 회장실 앞에 도착했다.
[범나비 : 이 열쇠가 회장실에 쓰인다면 범인은 주이든 씨가 맞겠죠.]
나비는 회장실에 가더니 문고리에 열쇠를 꽂았다. 딱 맞춘 것처럼 열쇠는 옆으로 돌아갔다.
[범나비 : 범인을 맞혔네요.]
《5분》
5분이 남은 시점.
[정요셉 : 빨리 카드!]
[이정진 : 카드를 보여주러 가죠!]
주이든은 회장실 앞에서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으며 가만히 서 있었다. 원래 장소로 돌아오자 마이크 옆에 카드를 꽂는 상자가 있었다. 그 앞에서 나비가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냈다.
[범나비 : 주이든이.]
용의자 카드를.
[범나비 : 회장실에서.]
장소 카드를.
[범나비 : 재벌 2세를 질식사로 죽였다.]
마지막 흉기 카드까지. 그러자 박수 소리와 함께 스피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T : 축하합니다. 범인을 찾으셔서 말이죠.]
그 후의 대답에 모든 용의자의 시선이 나비에게 향했다.
[T : 즐거웠나요? 탐정 범나비 씨.]
그렇게 화면이 사라졌고, 남은 네온들은 어리둥절한 상태로 남게 되었다.
-뭔데?
-뭐야 나비가 범인임?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설마 이거 아 X발 꿈은 아니겠지
각종 추리가 난무하는 와중에 서서히 화면이 켜졌다. 아까 봤던 회장실, 그리고 재벌 2세와 나비가 있었다.
[범나비 : 그러니까 제가 산장 게임에 들어가서 직접 하라는 말이죠?]
[재벌 2세 : 그렇습니다.]
[범나비 : 아하…….]
-????????
-뭔데
-헐
[범나비 : 제가 산장 게임을 인수하겠습니다. 진짜 살인자도 만들고요.]
[재벌 2세 : …예? 그렇게 해주시면 저야 좋죠.]
[범나비 : 그런데 산장 게임에서 누가…….]
나비가 일어나면서 미소를 지었다.
[범나비 : 아닙니다. 죽을 사람은 죽겠죠.]
그러고는 1시간 뒤에 재벌 2세가 죽었다.
-나비가 진짜 산장 게임을 주도했다는 거임?
-아 tiger butterfly! 그래서 T!
-그냥 투두 네스트라서 T인 줄?
임드림은 손바닥으로 입을 막으면서 머리를 굴렸다.
“그래서… 나비가 탐정인데 용의자였구나.”
자기가 주도한 게임이라서.
-주이든 : 내가 주인공인 줄 알았는데!
공식 너튜브 채팅창에 이든이의 채팅이 올라왔다. 이든이는 계속 보고 있었는지 채팅창에 화난 이모티콘을 올렸다.
-아 ㄱㅇㅇ
-이든이가 주인공이지~ㅋㅋㅋㅋ
-이번 편도 존잼
-재밌었다
-이든아 연기 최고였어
재밌다는 평가에 이든이가 채팅을 보냈다.
-주이든 : 좋아해 주셔서 감사해요!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그러더니 이든이가 채팅을 하나 더 보냈다.
-주이든 : 우리 여행 가거든요~ 안뇽~
여행? 임드림은 고개를 갸웃거렸다.